[논평] 전세사기특별법 개정 반대를 위한 뒤늦은 정부 대책

민달팽이유니온
2024-05-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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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평] 전세사기특별법 개정 반대를 위한 뒤늦은 정부 대책

피해 주택 매입하라는 피해자들의 요구 일부 수용했으나
법원 감정가 대신 LH 감정가로 경매차익 산정하는 이유 불분명해
전세사기 피해자 최우선변제금 보장 방안 없어
특별법의 선구제후회수 방안과 LH 매입방안 중 선택하도록 해야


전세사기특별법 개정안 본회의 처리를 하루 앞둔 오늘(5/27) 정부는 관계부처 합동으로 「전세사기 피해자 주거안정 지원 강화방안」을 발표했다. 정부여당의 반대로 6개월 넘게 특별법 개정안이 처리되지 못하면서 또 한명의 희생자가 발생했다. 그동안 정부는 피해자들의 수차례의 면담 요청에 묵묵부답으로 일관하다가, 특별법 본회의 통과가 확실해지자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를 전제로 지원 방안을 발표했다. 정부는 LH가 피해 주택을 매입하여, 해당 주택의 경매에서 경매차익(=LH 감정가- LH낙찰가격)이 발생하면 그 차익을 피해자가 공공임대주택 거주 시에 보증금으로 인정하여 부담을 낮춰주고, 계속 거주하지 않는다면 경매차익에서 월세 지원액을 제외한 보증금을 반환한다는 것이 이번 대책의 핵심이다. 그런데 구체적인 세부 내용이 담겨있지 않은데다 법원 경매를 이용하면서 법원감정가가 아닌 LH 감정가를 내세우고 있다. 법원 감정가가 있는데도 LH가 위촉한 감정인이 LH 감정가를 따로 매기는 속셈을 묻지 않을 수 없다. LH가 감정인에게 사실상 무언의 압력을 행사해 경매 차익을 축소하려는 것은 아닌지 의구심을 갖게 된다. 이처럼 정부가 불투명한 피해주택의 감정가 산정 방안을 제시하는 것은 큰 문제이다. 

무엇보다 피해자들이 벼랑끝에 내몰리고 있는데도 정부가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를 무기로 내세워 피해자들과 야당이 요구하는 보증금 채권매입 안을 수용하지 않으려는 점은 심각한 문제다. 국회 협상과정에서도 내놓지 않던 지원 대책을 뒤늦게 발표해 여론 물타기를 시도하는 것이라고 밖에 볼 수 없다. 정부는 피해자들과 야당이 성실하게 협의한 안으로 법개정에 임하기는 커녕, 특별법 통과 직전에 수차례 반대 토론회만 열어 오다가 정부 독자안을 발표하여 국회의 입법권을 깡그리 무시하는 태도는 지탄받아 마땅하다. 전세사기·깡통전세 피해자 전국대책위원회와 전세사기·깡통전세 문제 해결을 위한 시민사회대책위원회는 늦었지만 이제라도 정부와 여당이 특별법 개정안 처리에 적극 협조하고, 전세사기 피해 구제와 예방에 나설 것을 촉구한다. 

정부는 LH가 경매에 참여하여 피해자들의 주거 안정을 보장하고 임대료 지원 후 남은 경매 차익(=LH 감정가- 경매낙찰가)을 퇴거시에 지급한다고 밝혔다. 그런데 그 경매 차익은 제한적이며, 구체적인 피해 보전 방안은 여전히 모호하다. 특별법 개정안에서의 채권매입방안과 LH 매입방안은 주택 매입에 예산을 투입해야 한다는 점에서 동일하지만, LH 매입안은 LH 내부 자금을 일부 동원할 수 있어 채권 매입 방안에 비해 주택도시기금 사용 금액이 줄어들 수 있다. 그러나 피해자 상당수는 선구제후회수 방안을 통해 피해주택에서 빨리 퇴거하고 새로운 거주지를 마련해 일상으로 돌아가기를 원한다. 이런 점에서 특별법 개정안의 선구제 후회수 방안은 LH가 매입해줄테니 피해주택에서 계속 살라고 하는 정부 대책과 뚜렷한 차이가 있다. 

이번 LH 매입 방안에서 피해 주택을 감정한다면, 보증금 채권매입을 신청한 피해 주택 전체를 감정해서 보증금 채권의 가치를 평가하는 것도 가능하다. 그동안 국토부가 보증금 채권 매입 평가가 어렵다고 주장한 것은 핑계에 불과하다는 점이 확인된 셈이다. 따라서 특별법 개정안의 보증금 채권매입대금 일부를 선 지급하고 사후 정산 방식을 활용하면 보증금 반환 채권 평가의 어려움을 극복할 수 있다. 그와 관련해 알지 못하는 선순위 채권이라는 것이 기껏해야 임대차 우선변제권 효력 발생일자보다 법정기일이 앞선 국세나 지방세 정도일텐데, 정부가 의지만 있다면 그걸 왜 확인을 못하겠나? 필요하다면 추가 보완 입법으로 간단하게 해결할 수 있는 문제이다. 

이번 정부의 대책대로 지원을 받기 원하는 피해자는 그 방안대로, 보증금반환채권을 매각해 선구제 받기를 원하는 피해자는 특별법 개정안에 따라 채권매각대금을 받도록 하여 각자의 상황에 맞게 선택할 수 있게 하는 것이 좋다. 따라서 정부 대책안과 특별법 선구제 후회수 방안이 양립할 수 없는 방안이 아니다. 모든 피해자가 피해 주택에 계속 살고자 하는 것이 아니므로 피해주택에서 계속 살라는 정부 방안 외에 다양한 선택지가 필요하다. 향후 주택 가격이 상승할 경우, 정부안은 LH 감정가를 초과한 부분은 LH가 갖는 반면 채권매입방안은 가격 상승분에 대해 채권매입기관이 수수료를 일부 떼는 방안이므로 일반적으로는 후자가 전세사기 피해자에게 좀 더 유리하다. 채권매입방안은 후순위 세입자 중 최우선변제금도 받지 못하는 경우 최우선변제금 상당을 재정으로 지원하는 방안이다. 반면, 정부안은 주택의 경매차익을 피해자의 피해금액에 비례해 배분하는 것이므로 경매차익이 적을 경우 최우선 변제금을 보장받지 못하므로 보증금을 한 푼도 돌려받지 못하는 후순위 피해자에 대한 대책이 부족해 보인다. 다만, 신탁사기 피해자에 대해서는 정부 지원 방안도 나름 설득력이 있다. 따라서 어느 방안만이 옳고, 최선이라는 논리로는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 정부안의 보장 수준을 더 높이는 방식으로 특별법 개정안의 선구제 후회수 방안과의 차이를 줄이고 피해자들에게 선택 가능하게끔 보완해 나가야 한다.    

특별법 개정 후 1년 동안 LH의 전세사기 피해주택 우선 매수 실적은 2건에 불과하다.  정부는 경매 유예 뿐만 아니라 공공임대 매수 요건이 충족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정부 방안(위반 건축물의 양성화, 수선, 신탁사기 주택의 공개매각 참여 등)대로 매입 조건을 완화했을 때, 실제 매입 가능한 주택이 얼마나 될지, 실효성이 있을지 의문이다. 정부는 “입주자 안전에 문제가 없으면 매입”한다는 추상적인 기준을 제시하고 있어, 여전히 피해 주택 매입에 엄격한 잣대가 적용될 수 있다. 또 LH에서 피해 주택을 매입한다면 공용부분의 문제 해결 방안이 함께 들어가야 한다. 정부가 피해자 지원에 대해 진심이었다면, 실태 조사를 통해 과연 몇 %나 매입이 가능한지 밝혔어야 했다. 피해 주택을 모두 공공임대주택으로 매입하는 방안이 반드시 좋은 것은 아니다. 주택 시장 회복 추이를 지켜보며 일부는 주택을 시장에 매각할 때까지 몇년간 주거를 보장하고, 주거 지원이 반드시 필요한 피해자들을 중심으로 그 수요만큼 공공임대주택을 지원하도록 해야 한다. 한편, 공공임대주택 예산을 크게 늘리지 않을 경우, 정부안대로라면 기존 공공임대주택 매입이 대폭 줄어들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따라서 정부는 전세사기 피해주택을 얼마나 매입할 것인지, 그 예산은 기존 공공임대주택 예산과 따로 얼마나 어떻게 마련할 것인지에 대해서도 구체적으로 밝혀야 한다. 

이번에 발표한 금융지원 대책은 피해자들이 요구해오던 대책이 일부 포함되었으나, 보금자리론에 소득, 자산, 유주택자 등의 제약은 개선되지 않았고, 여전히 서울보증공사(SGI)의 임대차보증금 질권 행사 문제에 대한 해결 방안도 포함되지 않았다. 특별법 상 피해자로 인정받으면, 디딤돌대출, 보금자리론 등의 별도의 요건 없이 금융대책을 이용할 수 있도록 지원 요건을 대폭 완화해야 한다. 특히 특례채무조정을 받은 피해자는 20년간 대출 원금을 갚아야 하는데,  장기간 너무 큰 부담이며, 기존의 채무조정 제도를 이용하기에도 피해자에게 심리적, 경제적으로 장벽이 존재한다. 전세사기로 인해 파산, 개인 회생, 특례채무조정을 받은 피해자에게 대한 금융지원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 

정부는 LH 매입 방안을 특별법 선구제 후회수 방안의 대안이라고 강변해서는 안된다. 현재 내놓은 LH 매입방안은 대체로는 선구제 후회수 방안보다 못하면 못했지 나은 대안이 아니지만, 개선할 여지가 있는 방안이라는 점에서 향후 특별법 개정 이후에도 지속적인 논의를 해나가는 것이 바람직하다. 따라서 금일 발표한 방안을 특별법 개정안에 대한 대통령 거부권 행사의 명분 축적용으로 활용해서는 안된다는 점을 재차 강조한다. 특별법 개정안과 이번 대책이 서로 보완될 수 있도록 정부가 거부권 행사를 하지 말고 특별법 개정에 적극 협조하는 전향적인 자세를 보여줄 것을 당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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