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2 전세사기 예방 및 피해 지원 방안 발표에 부쳐
ㅇ 전세사기 피해 당사자들의 노력으로 만들어진 대책 방향성 적절 - 대출 연장 협조 등 정부 지원이 필요한 문제 도처에 널려 있어, 피해 구제 대책의 디테일 보완해야
ㅇ 근본적인 문제 해결 방안은 사실상 전무 - 깡통전세 원천 봉쇄하고 공인중개사, 임대업자 등의 역할과 책임 강화를 통해 주택임대차시장의 건전성 확보해야
1. 청년 세입자를 중심으로 전세사기 피해의 규모와 고통의 깊이가 나날이 더해지고 있는 상황에서 윤석열 정부의 <전세사기 예방 및 피해 지원방안>이 2023년 2월 2일 발표되었다. 정부의 전세사기 대책 첫 발표가 있었던 지난 2022년 9월로부터 6개월이 지난 지금, 이번에 발표한 피해 구제 대책은 피해자들의 요구를 일부라도 반영하고 있어 긍정적이지만 근본적인 대책은 사실상 전무하다. 깡통전세를, 공인중개사와 임대인을, 나아가 주택임대차시장의 위태로운 구조를 어떻게 개선할 것인지에 대해서는 사실상 눈 가리고 아웅 하는 태도에는 변함이 없다.
2. 집값의 90% 이하인 경우에만 보증보험 가입이 가능하도록 하겠다는 말로 생색내기에는, 보증금 규모가 주택가격의 80% 이상을 웃도는 주택이 나날이 증가하고 있는 심각한 주택임대차시장 문제가 눈앞에서 벌어지고 있다. 민달팽이유니온은 지난 1월, 전세사기를 비롯해 깡통전세와 갭투기를 악용하여 세입자의 보증금을 위협하는 주택임대차시장의 구조적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기 위한 입법활동의 결과로 심상정 의원실의 깡통전세 방지법 발의안을 만든 바 있다. (1) 주택가격의 70% 이하로 보증금 제한 (2) 표준주택임대차계약서 의무화 (3) 임대인, 중개사 관련 벌칙 규정 마련 (4) 양수인의 체납정보 제공 의무화 (5) 보증금 미반환 피해보상금으로 월차임 3개월분 금액 및 지연이자 지급 의무화 (6) 소액보증금 전액 우선변제 (7) 지방세보다 보증금 우선변제 (8) 임대사업자 보증보험료 전액 부담 (9) 깡통전세 관련 공공선매권 도임 (10) 주택임대차감독관 제도 도입.
3. 현 시점에서 가장 시급한 것은 당장 보증금 반환을 보장받지 못하게 된 세입자들의 피해 구제 방안을 마련하는 것이다. 이번 대책이 발표되기 전까지, 전세사기 피해자들은 여러 차례 피해 구제를 위한 정부의 역할을 요구하고 피해의 심각성을 알리기 위해 다방면으로 애써 왔다. 처음에는 피해자 개개인이 국토교통부에게, 주택도시보증공사에게, 국회에게 대책을 요구했지만, ‘안된다’, ‘어렵다’는 말만 반복해서 들어왔다. 실망하고, 지치고, 분노하던 이들은 그럼에도 모이기를 멈추지 않았다. 전세사기 피해를 호소하던 당사자들은 지금 서로 연결되어 다양한 형태의 전세사기 피해 대책위원회를 꾸리고 있다. 그리고 법·제도에게 묻고 있다. 정부와 국회에게 묻고 있다. 피해를 구제하기 위해, 예방하기 위해, 가해행위자들을 처벌하기 위해 무엇을 해왔고 무엇을 할 것이냐고 끊임없이 묻고 있다. 이번 정부의 발표는 당사자들이 모여 정부와 국회의 역할을 계속해서 요구하고 두드리며 애써 온 결과이기 때문에 분명 유의미하다.
4. 전세사기 피해 당사자들이 이야기 해온 문제는 사실 하루 이틀 사이에 벌어진 우연한 사고가 아니다. 임대인, 중개업자, 건축업자, 분양대행업자, 대출브로커 등이 활개를 치고 다니던 주택임대차시장의 위험성을 알면서도 모른 척 방치했던 공공이 만든 결과다. 지금이라도 현 정부가 피해 예방뿐만 아니라 피해 구제책을 마련해야 하는 책임을 미래로 떠넘기지 않아야, 과거에 흘려보냈던 또 다른 보증금사기, 미래에 마주하게 될 또 다른 전세사기를 막을 수 있을 것이다. 지금 당장 피해 예방과 피해 구제 방안이 조속히 마련되어야 하는 이유다. 이 책무를 방기한다면,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하게 되어 사회적·경제적·정신적 피해를 입는 청년 세입자의 고충은 내일도 계속될 것이다.
5. 이번 정부 대책 발표는 전세사기 피해 당사자들의 요구 중 일부를 반영해, 피해 예방뿐만 아니라 피해 구제 대책을 분명히 적시하였다는 점에서 좋은 조치다. 다만 보다 보완해야 할 지점이 있다.
1) 대환 대출
전세사기 주택에 입주하는 과정에서 대출을 이용한 당사자는, 계약 만료 시기가 다가오는 것이 두렵다. 이미 계약 만료 시점을 앞두고 대출 연장을 신청하는 이들에게는 (1) 은행에서 연장을 거절하거나 (2) 연장하더라도 6개월만 임시적으로 연장해주는 문제가 있다. 특히 청년 세입자 대다수가 대출을 이용해 전세를 구하는 주택임대차문화가 존재하는 상황에서, 전세사기 때문에 대출 상환에 어려움을 겪게 되는 것은 대단히 치명적이고 위협적인 일이다. 금리가 계속해서 오르는 상황에서 그 불안의 크기가 점점 가중되는 것 또한 문제다.
정부가 발표한 ‘대환 대출’ 상품은 전세사기 피해를 입어 보증금을 돌려받을 길이 막막하지만 계약만료 시점이 다가와 계약 연장을 앞두고 연장 신청과 대출이자부담에 대해 고충을 겪는 세입자들이 정부에게 계속해서 요구해왔던 내용이기도 하다. 주택담보대출, 그러니까 주택을 소유한 이들에게는 안심전환대출이 있는데, 집을 전월세로 점유하고 있는 이들에게는 비슷한 정책이 주어지지 않고 있었기 때문이다.
다만, 대환 대출 상품 신설 시기를 5월보다 이르게 앞당겨야 할 것이며, 상품 가입 조건에 대해서는 대상 범위의 폭을 보다 넓게 적용해야 할 것이다. 무엇보다 (1) 금융기관별로 대출 연장을 거절하는 경우가 계속 발생하고 있으므로, 이에 대한 금융기관 협조를 분명히 보장해야 한다. (2) 또 대환 대출 상품이 신설되는 5월 이전에 대출 연장을 진행해야 하는 상황에 놓인 피해자에 대한 지원 조치 또한 함께 고려되어야 한다. (3) 나아가, 이번 조치를 시작으로 그간 보증금을 제때 돌려주지 않는 임대인 때문에 울며 겨자먹기로 계약을 연장해야 했던 모든 세입자들에게도 유의미한 변화가 일어날 수 있도록 정책 발전 방향을 모색해야 한다.
2) 주택 공공매입
최근 정부는 미분양 주택 매입을 검토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공공임대주택 예산을 5조 삭감한 정부가, 부동산 가격을 지탱하기 위해 매입임대주택 예산을 사용하겠다는 것은 몹시 파렴치한 사고방식이다. 오히려, 전세사기와 깡통주택 문제로 피해 입는 당사자들이 쫓겨나지 않고 안정적으로 거주할 수 있도록 보장하기 위한 수단으로 활용하는 방향이 바람직할 것이다.
프랑스 파리에서는 특정 지역을 대상으로 주택 매각 시 1차로 공공이 우선매입권을 갖고, 공공이 매입한 주택은 공공주택으로 활용하는 제도가 있다. 독일 베를린에서는 특정 지역을 지정하여 공공선매권을 활용하는데, 한국도시연구소에 따르면 2015년부터 2021년 1월까지 약 2,300채가 이미 선매권을 통해 공공의 소유가 되었다.
전세사기로 인해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한 세입자가 거주하는 주택을 공공이 매입할 수 있게 되면, (1) 피해 당사자가 낙찰에 참여할 수 없어 경매가 끝나는대로 보증금도 돌려받지 못한 채 살던 집에서 쫓겨나야하는 상황을 방지해 피해 당사자의 주거권을 보호할 수 있을 것이고, (2) 도심 내 저렴하고 안전한 공공임대주택을 확보하여 깡통전세를 감내하지 않고서도 안정적으로 거주할 수 있는 권리를 보장할 수 있을 것이다. (3) 나아가, 개인에게 낙찰된 후 깡통전세 주택으로 갭투기에 악용되다가 그 이후에 또다시 전세사기 주택으로 변질되는 상황을 대비하는 데에 유용한 방책이 될 수 있을 것이다.
3) 사례별 대응
법률 지원에 대한 체계를 고도화하겠다는 접근은 곧 피해 사례별 특수한 여건들을 세입자 편에서 충분히 고려하고 이들의 주거 안정과 피해 구제를 보장하기 위한 밀착 상담 및 지원 체계를 마련하는 것으로 이어져야 한다.
예를 들어, 임대인이 전세사기를 치고 도망갔다는 것은 한편으로는 집에서 곰팡이가 생기고 누수가 발생해도 수리수선을 요구할 임대인이 도망갔다는 말과 같다. 실제로 보증금도 돌려받지 못할 집이 주택 환경마저 열악해진 경우가 발생하였는데, 이는 매우 심각한 주거권 침해다. 보통의 법률 상담 과정에서 이러한 것은 어쩔 수 없는 일, 현 법·제도 상 마땅한 방도가 없는 일로 치부된다. 그러나 작금의 상황에서 이러한 일들이 그저 특수한 경우, 극소수의 일로 치부되어 정책 지원 대상의 후순위 또는 민원 대상으로 여겨져서는 안된다. 법과 제도에 맞춰 피해 상황을 해석하는 것이 아니라, 다양한 피해 사례를 중심으로 법과 제도의 변화를 도모해, 주거권을 보호하기 위한 즉각적인 조치를 다층적으로 마련해야 할 것이다.
4) 피해 당사자 명단 및 실태 확인
현재 또 다른 심각한 문제 중 하나는 전세사기 피해를 인지하지 못한 피해자들이 여전히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정부는 대규모 피해를 발생시키고 있는 임대인과 계약 맺은 이들의 명단을 확인하여 피해자로 하여금 빠르게 피해를 인지할 수 있도록 하고, 피해 대처 방안을 지원해야 할 것이다. 종합적인 피해 규모를 확인하고 실태를 파악하여 이에 대한 적극적인 추경예산 배치도 이뤄져야할 것이다.
5) 안심전세 앱 및 공인중개사 의무 강화
민달팽이유니온이 전세사기 피해 사례를 대응하면서 만났던 주요 인물은 매번 중개업자였다. 구체적으로는 ‘공인중개사’, ‘중개보조원’, ‘분양대행사’ 가 수면 위에서 활동했고, 이들 뒤에 숨어 있던 인물은 ‘건축주/건설업자’, ‘대출브로커’ 인 구조가 다수였다. 중개업자들이 집 구하는 청년들을 전세사기 주택으로 유인하면, 대출브로커와 건축주와 분양대행사가 미리 합의해 둔 과도한 감정가를 기준으로 대출을 추진시켜 계약을 성사시킨 뒤, ‘바지임대인’을 구해 거래를 한 뒤 모든 문제를 떠넘기고 사라진다. 신탁을 통하거나, 보증보험 가입 의무가 있는 등록임대주택 사업자 명의를 악용하는 등의 변주는 있지만 현재 사회적으로 심각한 문제가 되고 있는 전세사기 유형의 큰 틀은 이렇다.
이 구조는 세입자가 ‘똑똑’해져서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주택임대차계약에 필요한 정보에 대한 접근 권한이 보장되는 일이 매우 중요한 것은 맞다. 실제로 민달팽이유니온도 세입자와 임대인 간 정보 불균등 문제가 야기하는 세입자 권리 침해 문제에 주목하고 있다. 하지만 전세사기 예방을 위해 세입자의 정보 접근성을 높여주는 것이 정부의 대표적인 예방 대책이 되기에는 부족함이 많다. 전세사기는 결코 똑똑한 세입자가 알아서 잘 피해야 하는 문제가 아니다.
정부가 발표한 예방 대책에서는 공인중개사의 책임과 역할에 대해 줄곧 이어졌던 지적을 언급하고 있으나, 이를 실효성있게 제도화하기 위한 노력은 부족하다. 무엇보다, 계약서를 작성하기 전에 중개의뢰인(세입자)이 전세사기 위험 주택을 피할 수 있도록 공인중개사의 의무와 역할을 분명하게 법에 명시해야 한다. 내가 계약하려고 하는 주택의 임대인이 전세사기꾼인지, 깡통전세 갭투기꾼인지 알기 위해서는 세금 체납 여부, 주택가격 대비 선순위 임차보증금 규모 등을 계약하기 전에 확인할 수 있어야 한다. 그리고 이에 대한 열람 권한은 현재 주택임대차 관련 제도 상 계약서 작성 및 계약금(통상 보증금의 5%-20%)을 지불하지 않고서는 보장되지 않는다. 전세가격이 억대를 호가하는 현 주택임대차 시장에서는 계약금 또한 이미 결코 작지 않은 규모이며, 청년 세입자들에게는 전재산이거나, 이미 빚진 돈이기도 하다. 그렇기 때문에 계약금을 지불하기 전에, 전세사기꾼과 갭투기꾼에게 한 푼이라도 뺏기기 전에, 확인하고 피할 수 있어야 한다. 이를 위해 반드시 필요한 역할이 공인중개사다. 공인중개사가 계약서 작성 전에 세입자에게 확인시켜줘야 할 정보에 접근할 수 있도록 정부가 보장해야 하고, 이에 대한 의무를 위반할 시 처벌하기 위한 관리감독 체계도 갖춰야 한다. 나아가, 중개사를 신뢰할 수 있는 구조, 분양대행업자나 대출브로커 및 건축주 등에 의해 농락당하지 않을 수 있는 구조가 보장되어야 할 것이다.
6. 2023년이 시작된 이후 국토위에서 보증금 떼이는 피해를 예방하고 피해구제를 추진하기 위한 논의가 진행된 적은 없다. 전세사기는 국가가 ‘자가’ 아닌 ‘전월세’로 사는 이들의 권리를 방치해온 결과다. 집값이 떨어지면 국가가 나서지만, 세입자의 보증금이 위험해질 때 손 내밀던 법과 제도는 너무 오랫동안 뒷순위로 밀려 왔다. 깡통전세를 방치하는 현 정부의 주거정책, 공인중개사의 의무불이행을 방치하는 주택임대차제도, 임대인의 의무를 제대로 묻지 않는 대출정책과 보증보험제도 등은 전세사기 피해의 규모를 계속해서 키우고 있다. 지금 당장 전세사기 피해 당사자들의 구제를 위해 정부가 금융기관의 협조를 보장하고, 전세사기를 근본적으로 해결하기 위해서 ‘앱’을 만들어 배포하는 것을 넘어 ‘깡통전세’를 원천봉쇄하기 위한 대책을 마련해야 하며, 위험 주택을 장차 공공이 ‘선매입’해 시장이 아니라 국가가 관리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민달팽이유니온
2023.02.02.
2.2 전세사기 예방 및 피해 지원 방안 발표에 부쳐
ㅇ 전세사기 피해 당사자들의 노력으로 만들어진 대책 방향성 적절 - 대출 연장 협조 등 정부 지원이 필요한 문제 도처에 널려 있어, 피해 구제 대책의 디테일 보완해야
ㅇ 근본적인 문제 해결 방안은 사실상 전무 - 깡통전세 원천 봉쇄하고 공인중개사, 임대업자 등의 역할과 책임 강화를 통해 주택임대차시장의 건전성 확보해야
1. 청년 세입자를 중심으로 전세사기 피해의 규모와 고통의 깊이가 나날이 더해지고 있는 상황에서 윤석열 정부의 <전세사기 예방 및 피해 지원방안>이 2023년 2월 2일 발표되었다. 정부의 전세사기 대책 첫 발표가 있었던 지난 2022년 9월로부터 6개월이 지난 지금, 이번에 발표한 피해 구제 대책은 피해자들의 요구를 일부라도 반영하고 있어 긍정적이지만 근본적인 대책은 사실상 전무하다. 깡통전세를, 공인중개사와 임대인을, 나아가 주택임대차시장의 위태로운 구조를 어떻게 개선할 것인지에 대해서는 사실상 눈 가리고 아웅 하는 태도에는 변함이 없다.
2. 집값의 90% 이하인 경우에만 보증보험 가입이 가능하도록 하겠다는 말로 생색내기에는, 보증금 규모가 주택가격의 80% 이상을 웃도는 주택이 나날이 증가하고 있는 심각한 주택임대차시장 문제가 눈앞에서 벌어지고 있다. 민달팽이유니온은 지난 1월, 전세사기를 비롯해 깡통전세와 갭투기를 악용하여 세입자의 보증금을 위협하는 주택임대차시장의 구조적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기 위한 입법활동의 결과로 심상정 의원실의 깡통전세 방지법 발의안을 만든 바 있다. (1) 주택가격의 70% 이하로 보증금 제한 (2) 표준주택임대차계약서 의무화 (3) 임대인, 중개사 관련 벌칙 규정 마련 (4) 양수인의 체납정보 제공 의무화 (5) 보증금 미반환 피해보상금으로 월차임 3개월분 금액 및 지연이자 지급 의무화 (6) 소액보증금 전액 우선변제 (7) 지방세보다 보증금 우선변제 (8) 임대사업자 보증보험료 전액 부담 (9) 깡통전세 관련 공공선매권 도임 (10) 주택임대차감독관 제도 도입.
3. 현 시점에서 가장 시급한 것은 당장 보증금 반환을 보장받지 못하게 된 세입자들의 피해 구제 방안을 마련하는 것이다. 이번 대책이 발표되기 전까지, 전세사기 피해자들은 여러 차례 피해 구제를 위한 정부의 역할을 요구하고 피해의 심각성을 알리기 위해 다방면으로 애써 왔다. 처음에는 피해자 개개인이 국토교통부에게, 주택도시보증공사에게, 국회에게 대책을 요구했지만, ‘안된다’, ‘어렵다’는 말만 반복해서 들어왔다. 실망하고, 지치고, 분노하던 이들은 그럼에도 모이기를 멈추지 않았다. 전세사기 피해를 호소하던 당사자들은 지금 서로 연결되어 다양한 형태의 전세사기 피해 대책위원회를 꾸리고 있다. 그리고 법·제도에게 묻고 있다. 정부와 국회에게 묻고 있다. 피해를 구제하기 위해, 예방하기 위해, 가해행위자들을 처벌하기 위해 무엇을 해왔고 무엇을 할 것이냐고 끊임없이 묻고 있다. 이번 정부의 발표는 당사자들이 모여 정부와 국회의 역할을 계속해서 요구하고 두드리며 애써 온 결과이기 때문에 분명 유의미하다.
4. 전세사기 피해 당사자들이 이야기 해온 문제는 사실 하루 이틀 사이에 벌어진 우연한 사고가 아니다. 임대인, 중개업자, 건축업자, 분양대행업자, 대출브로커 등이 활개를 치고 다니던 주택임대차시장의 위험성을 알면서도 모른 척 방치했던 공공이 만든 결과다. 지금이라도 현 정부가 피해 예방뿐만 아니라 피해 구제책을 마련해야 하는 책임을 미래로 떠넘기지 않아야, 과거에 흘려보냈던 또 다른 보증금사기, 미래에 마주하게 될 또 다른 전세사기를 막을 수 있을 것이다. 지금 당장 피해 예방과 피해 구제 방안이 조속히 마련되어야 하는 이유다. 이 책무를 방기한다면,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하게 되어 사회적·경제적·정신적 피해를 입는 청년 세입자의 고충은 내일도 계속될 것이다.
5. 이번 정부 대책 발표는 전세사기 피해 당사자들의 요구 중 일부를 반영해, 피해 예방뿐만 아니라 피해 구제 대책을 분명히 적시하였다는 점에서 좋은 조치다. 다만 보다 보완해야 할 지점이 있다.
1) 대환 대출
전세사기 주택에 입주하는 과정에서 대출을 이용한 당사자는, 계약 만료 시기가 다가오는 것이 두렵다. 이미 계약 만료 시점을 앞두고 대출 연장을 신청하는 이들에게는 (1) 은행에서 연장을 거절하거나 (2) 연장하더라도 6개월만 임시적으로 연장해주는 문제가 있다. 특히 청년 세입자 대다수가 대출을 이용해 전세를 구하는 주택임대차문화가 존재하는 상황에서, 전세사기 때문에 대출 상환에 어려움을 겪게 되는 것은 대단히 치명적이고 위협적인 일이다. 금리가 계속해서 오르는 상황에서 그 불안의 크기가 점점 가중되는 것 또한 문제다.
정부가 발표한 ‘대환 대출’ 상품은 전세사기 피해를 입어 보증금을 돌려받을 길이 막막하지만 계약만료 시점이 다가와 계약 연장을 앞두고 연장 신청과 대출이자부담에 대해 고충을 겪는 세입자들이 정부에게 계속해서 요구해왔던 내용이기도 하다. 주택담보대출, 그러니까 주택을 소유한 이들에게는 안심전환대출이 있는데, 집을 전월세로 점유하고 있는 이들에게는 비슷한 정책이 주어지지 않고 있었기 때문이다.
다만, 대환 대출 상품 신설 시기를 5월보다 이르게 앞당겨야 할 것이며, 상품 가입 조건에 대해서는 대상 범위의 폭을 보다 넓게 적용해야 할 것이다. 무엇보다 (1) 금융기관별로 대출 연장을 거절하는 경우가 계속 발생하고 있으므로, 이에 대한 금융기관 협조를 분명히 보장해야 한다. (2) 또 대환 대출 상품이 신설되는 5월 이전에 대출 연장을 진행해야 하는 상황에 놓인 피해자에 대한 지원 조치 또한 함께 고려되어야 한다. (3) 나아가, 이번 조치를 시작으로 그간 보증금을 제때 돌려주지 않는 임대인 때문에 울며 겨자먹기로 계약을 연장해야 했던 모든 세입자들에게도 유의미한 변화가 일어날 수 있도록 정책 발전 방향을 모색해야 한다.
2) 주택 공공매입
최근 정부는 미분양 주택 매입을 검토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공공임대주택 예산을 5조 삭감한 정부가, 부동산 가격을 지탱하기 위해 매입임대주택 예산을 사용하겠다는 것은 몹시 파렴치한 사고방식이다. 오히려, 전세사기와 깡통주택 문제로 피해 입는 당사자들이 쫓겨나지 않고 안정적으로 거주할 수 있도록 보장하기 위한 수단으로 활용하는 방향이 바람직할 것이다.
프랑스 파리에서는 특정 지역을 대상으로 주택 매각 시 1차로 공공이 우선매입권을 갖고, 공공이 매입한 주택은 공공주택으로 활용하는 제도가 있다. 독일 베를린에서는 특정 지역을 지정하여 공공선매권을 활용하는데, 한국도시연구소에 따르면 2015년부터 2021년 1월까지 약 2,300채가 이미 선매권을 통해 공공의 소유가 되었다.
전세사기로 인해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한 세입자가 거주하는 주택을 공공이 매입할 수 있게 되면, (1) 피해 당사자가 낙찰에 참여할 수 없어 경매가 끝나는대로 보증금도 돌려받지 못한 채 살던 집에서 쫓겨나야하는 상황을 방지해 피해 당사자의 주거권을 보호할 수 있을 것이고, (2) 도심 내 저렴하고 안전한 공공임대주택을 확보하여 깡통전세를 감내하지 않고서도 안정적으로 거주할 수 있는 권리를 보장할 수 있을 것이다. (3) 나아가, 개인에게 낙찰된 후 깡통전세 주택으로 갭투기에 악용되다가 그 이후에 또다시 전세사기 주택으로 변질되는 상황을 대비하는 데에 유용한 방책이 될 수 있을 것이다.
3) 사례별 대응
법률 지원에 대한 체계를 고도화하겠다는 접근은 곧 피해 사례별 특수한 여건들을 세입자 편에서 충분히 고려하고 이들의 주거 안정과 피해 구제를 보장하기 위한 밀착 상담 및 지원 체계를 마련하는 것으로 이어져야 한다.
예를 들어, 임대인이 전세사기를 치고 도망갔다는 것은 한편으로는 집에서 곰팡이가 생기고 누수가 발생해도 수리수선을 요구할 임대인이 도망갔다는 말과 같다. 실제로 보증금도 돌려받지 못할 집이 주택 환경마저 열악해진 경우가 발생하였는데, 이는 매우 심각한 주거권 침해다. 보통의 법률 상담 과정에서 이러한 것은 어쩔 수 없는 일, 현 법·제도 상 마땅한 방도가 없는 일로 치부된다. 그러나 작금의 상황에서 이러한 일들이 그저 특수한 경우, 극소수의 일로 치부되어 정책 지원 대상의 후순위 또는 민원 대상으로 여겨져서는 안된다. 법과 제도에 맞춰 피해 상황을 해석하는 것이 아니라, 다양한 피해 사례를 중심으로 법과 제도의 변화를 도모해, 주거권을 보호하기 위한 즉각적인 조치를 다층적으로 마련해야 할 것이다.
4) 피해 당사자 명단 및 실태 확인
현재 또 다른 심각한 문제 중 하나는 전세사기 피해를 인지하지 못한 피해자들이 여전히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정부는 대규모 피해를 발생시키고 있는 임대인과 계약 맺은 이들의 명단을 확인하여 피해자로 하여금 빠르게 피해를 인지할 수 있도록 하고, 피해 대처 방안을 지원해야 할 것이다. 종합적인 피해 규모를 확인하고 실태를 파악하여 이에 대한 적극적인 추경예산 배치도 이뤄져야할 것이다.
5) 안심전세 앱 및 공인중개사 의무 강화
민달팽이유니온이 전세사기 피해 사례를 대응하면서 만났던 주요 인물은 매번 중개업자였다. 구체적으로는 ‘공인중개사’, ‘중개보조원’, ‘분양대행사’ 가 수면 위에서 활동했고, 이들 뒤에 숨어 있던 인물은 ‘건축주/건설업자’, ‘대출브로커’ 인 구조가 다수였다. 중개업자들이 집 구하는 청년들을 전세사기 주택으로 유인하면, 대출브로커와 건축주와 분양대행사가 미리 합의해 둔 과도한 감정가를 기준으로 대출을 추진시켜 계약을 성사시킨 뒤, ‘바지임대인’을 구해 거래를 한 뒤 모든 문제를 떠넘기고 사라진다. 신탁을 통하거나, 보증보험 가입 의무가 있는 등록임대주택 사업자 명의를 악용하는 등의 변주는 있지만 현재 사회적으로 심각한 문제가 되고 있는 전세사기 유형의 큰 틀은 이렇다.
이 구조는 세입자가 ‘똑똑’해져서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주택임대차계약에 필요한 정보에 대한 접근 권한이 보장되는 일이 매우 중요한 것은 맞다. 실제로 민달팽이유니온도 세입자와 임대인 간 정보 불균등 문제가 야기하는 세입자 권리 침해 문제에 주목하고 있다. 하지만 전세사기 예방을 위해 세입자의 정보 접근성을 높여주는 것이 정부의 대표적인 예방 대책이 되기에는 부족함이 많다. 전세사기는 결코 똑똑한 세입자가 알아서 잘 피해야 하는 문제가 아니다.
정부가 발표한 예방 대책에서는 공인중개사의 책임과 역할에 대해 줄곧 이어졌던 지적을 언급하고 있으나, 이를 실효성있게 제도화하기 위한 노력은 부족하다. 무엇보다, 계약서를 작성하기 전에 중개의뢰인(세입자)이 전세사기 위험 주택을 피할 수 있도록 공인중개사의 의무와 역할을 분명하게 법에 명시해야 한다. 내가 계약하려고 하는 주택의 임대인이 전세사기꾼인지, 깡통전세 갭투기꾼인지 알기 위해서는 세금 체납 여부, 주택가격 대비 선순위 임차보증금 규모 등을 계약하기 전에 확인할 수 있어야 한다. 그리고 이에 대한 열람 권한은 현재 주택임대차 관련 제도 상 계약서 작성 및 계약금(통상 보증금의 5%-20%)을 지불하지 않고서는 보장되지 않는다. 전세가격이 억대를 호가하는 현 주택임대차 시장에서는 계약금 또한 이미 결코 작지 않은 규모이며, 청년 세입자들에게는 전재산이거나, 이미 빚진 돈이기도 하다. 그렇기 때문에 계약금을 지불하기 전에, 전세사기꾼과 갭투기꾼에게 한 푼이라도 뺏기기 전에, 확인하고 피할 수 있어야 한다. 이를 위해 반드시 필요한 역할이 공인중개사다. 공인중개사가 계약서 작성 전에 세입자에게 확인시켜줘야 할 정보에 접근할 수 있도록 정부가 보장해야 하고, 이에 대한 의무를 위반할 시 처벌하기 위한 관리감독 체계도 갖춰야 한다. 나아가, 중개사를 신뢰할 수 있는 구조, 분양대행업자나 대출브로커 및 건축주 등에 의해 농락당하지 않을 수 있는 구조가 보장되어야 할 것이다.
6. 2023년이 시작된 이후 국토위에서 보증금 떼이는 피해를 예방하고 피해구제를 추진하기 위한 논의가 진행된 적은 없다. 전세사기는 국가가 ‘자가’ 아닌 ‘전월세’로 사는 이들의 권리를 방치해온 결과다. 집값이 떨어지면 국가가 나서지만, 세입자의 보증금이 위험해질 때 손 내밀던 법과 제도는 너무 오랫동안 뒷순위로 밀려 왔다. 깡통전세를 방치하는 현 정부의 주거정책, 공인중개사의 의무불이행을 방치하는 주택임대차제도, 임대인의 의무를 제대로 묻지 않는 대출정책과 보증보험제도 등은 전세사기 피해의 규모를 계속해서 키우고 있다. 지금 당장 전세사기 피해 당사자들의 구제를 위해 정부가 금융기관의 협조를 보장하고, 전세사기를 근본적으로 해결하기 위해서 ‘앱’을 만들어 배포하는 것을 넘어 ‘깡통전세’를 원천봉쇄하기 위한 대책을 마련해야 하며, 위험 주택을 장차 공공이 ‘선매입’해 시장이 아니라 국가가 관리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민달팽이유니온
2023.02.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