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주인이 차일피일 미루고 있습니다. 너가 하고 싶은 대로 하라고 합니다."
"임대인 부부가 제 전화를 착신금지하고, 카톡 탈퇴까지 하고 있습니다."
"임대인이 보증금 반환을 한 없이 미루고 있고 잠적 상태 입니다."
"임대인이 계약끝나고 3개월 뒤에 돌려주겠다며 계속 연락만 피하고 있습니다."
"임대인이 새로운 세입자에게 돈을 받을때까지 보증금을 줄 수 없다고 버티고 있습니다."
"방을 비운지 한 달도 넘게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하고 있고, 최근에는 아예 임대인으로부터 연락이 끊겼습니다."
보증금은 점점 비싸지고, 전세사기 수법은 날이 갈수록 교묘해지고 있지만 세입자의 보증금 반환을 보장하기 위한 제도는 여전히 미흡하다. 특히, 보증금 떼이는 문제에 대한 불안과 공포가 극심하다.
...
어떤 세입자에겐 전재산이고, 또 어떤 세입자는 대출을 끌어모아 빚을 져서 마련한 보증금이기에 이것을 돌려받지 못할 수 있다는 불안은 공포에 가깝다. 그 공포가 곧 현실이 되는 경우, 세입자는 몇 가지 선택지 앞에 놓인다. (1) 청소비 및 도배비 등을 명목으로 요구하는 몇 십만 원을 떼이고 나머지 보증금을 돌려받는 것으로 약간의 손해를 감수하거나, (2) 우선 이사를 나간 뒤 지속적으로 연락하면서 임대인이 보증금을 돌려줄 때까지 기다리거나, (3) 이사를 연기하고 다음 세입자가 구해질 때까지 계약을 연장하거나, (4) 이사를 포기하고 같은 집에 계속 거주하는 등의 방안을 선택한다. 갭투기꾼이 운영하는 깡통주택에 거주하는 경우에는 주로 (3) 또는 (4)의 선택지를 제안받는데, 요즘 들어서는 (5) 웃돈을 조금 더 지불하고 해당 주택을 매입하라는 제안을 받기도 한다. 주어진 선택지가 무엇이든, 계속 거주하거나 그렇지 않거나 하는 선택을 자의적으로 하는 것이 아니라 임대인의 보증금 반환 능력에 따라 좌우되어야 한다는 점에서 이는 세입자에게 몹시 불합리한 관행이 분명하다.
...
집을 알아보고, 계약서를 쓰고, 살아가는 전 과정에서 세입자는 임대인이나 공인중개사로부터 주거권을 보장받지 못한 채 관행이라는 이름으로 크고 작은 권리 침해를 감내하도록 강요받아 왔다. 그 시간들이 켜켜이 쌓여, 전세사기와 같은 심각한 범죄 행위가 난무하는 상황에까지 치닫게 되었다.
"제가 계약했던 집이 매매가보다 전세가가 더 높은 이른바 깡통전세라는 것을 알게 된 뒤부터 밤낮으로 잠 못 자고 싸워야 했습니다. 중개인도, 임대인도, 심지어 대출상담사도 믿을 수 없는 상황에서 오직 개인의 노력과 책임으로 감당하기에는 너무나 벅찬 일이었습니다."
"저는 전세사기 피해를 입은 뒤 민, 형사 소송을 모두 진행했지만 결론적으로 임대인에게 돌려받은 돈은 하나도 없습니다. 정부가 내놓은 대책으로는 실효성 있는 게 없습니다. 피해를 직접적으로 본 사람들에 대한 대책이 더 필요합니다."
...
민달팽이유니온에서는 2021년부터 청년정책조정위원회, 주택도시보증공사, 국토교통부 등을 통해 전세사기를 비롯한 보증금 미반환 위험에 처한 세입자 문제를 중심으로 주택임대차시장의 잘못된 관행을 바로잡고 세입자의 권리를 보호하기 위한 제도 개선을 요구해왔다. 이에 정부 부처에서는 전세사기상담센터, 보증보험 활성화 등 전세사기 대책을 몇 차례에 걸쳐 발표하였고 특히 원희룡 장관은 모든 역량을 동원해 전세사기 문제를 해결하겠다고 말하기도 했다. 그러나 그 대책은 실효성이 낮거나 근본적인 해결을 위한 대책들이 부재해 많은 피해 세입자들과 시민들에게 실망을 안겼다.
...
우리는 왜 그토록 높은 보증금을 임대인에게 지불해야 하는가? 전재산을 비롯해 빚까지 져서 마련한 보증금을 왜 제대로 된 검증절차 하나 없이 마치 임대인에게 무보증 대출을 해주는 것처럼 떠밀리듯 내놓아야 하는가? 임대인이 파산한다는 이유로 우리는 왜 살던 집에서 한 푼도 받지 못한 채 쫓겨나야 하는가? 이 질문에 대해 어쩔 수 없는 일이라고 답하는 사람이 있다면 또 다시 묻는다. 세입자로 사는 사람은 이 집이 깡통주택인지 위반건축물인지 곰팡이가 심한 집인지 같은 건 몰라도 되는가? 세입자로 사는 사람은 불시에 임대인이 집을 찾아와도, 하룻밤 사이 빗물이 새서 온 집이 젖어들어도 그저 스스로 감당해야 하는가? 그런 집에 살면서, 임대인이 보증금 올리고 월세 올리고 관리비까지 올린다고 하면 그저 받아들이고 어떻게든 돈을 마련해 지불해야 하는 존재인가? 이 모든 질문에 민달팽이유니온은 아니라고 자답하고 싶다.
...
우리는 보통 떡볶이를 먹고 싶을 때, 떡볶이집에 가는 것이 무서워 먹기를 주저하진 않는다. 세입자로서 집을 구하고 집에서 살아가는 것 또한 마땅히 무섭지도 두렵지도 않은 일이 되어야 한다.
...
보증금은 원래 제때 못받는 것이니 기다리라던 어느 임대인, 계약금 돌려달라고 할거면 사정을 해야지 이렇게 뻣대면서 정 없게 굴지 말라던 전세사기 분양대행업자와 가짜중개사에게 꼭 본때를 보여주고 싶다. 전세사기를 친 한 명의 범죄자를 처벌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애당초 그가 활개를 칠 수 있었던 주택임대차시장의 구조 자체를 개혁하자. 세입자로 사는 삶이 불안하지 않을 수 있는 사회, 세입자로 사는 사람도 마땅히 주거권을 누릴 수 있는 사회로 나아가자. 그 과정에서 임대료가 오로지 임대인의 마음대로만 정해지는 질서를 바로잡고, 공인중개사의 의무와 책임을 강화하는 등 법과 제도의 개선 또한 계속해서 이뤄내자.
출처 :
집 보러 가는 건 왜 그렇게 떨릴까, 프레시안, 2022.10.01
https://www.pressian.com/pages/articles/2022093015313067312?utm_source=naver&utm_medium=search
"집주인이 차일피일 미루고 있습니다. 너가 하고 싶은 대로 하라고 합니다."
"임대인 부부가 제 전화를 착신금지하고, 카톡 탈퇴까지 하고 있습니다."
"임대인이 보증금 반환을 한 없이 미루고 있고 잠적 상태 입니다."
"임대인이 계약끝나고 3개월 뒤에 돌려주겠다며 계속 연락만 피하고 있습니다."
"임대인이 새로운 세입자에게 돈을 받을때까지 보증금을 줄 수 없다고 버티고 있습니다."
"방을 비운지 한 달도 넘게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하고 있고, 최근에는 아예 임대인으로부터 연락이 끊겼습니다."
보증금은 점점 비싸지고, 전세사기 수법은 날이 갈수록 교묘해지고 있지만 세입자의 보증금 반환을 보장하기 위한 제도는 여전히 미흡하다. 특히, 보증금 떼이는 문제에 대한 불안과 공포가 극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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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세입자에겐 전재산이고, 또 어떤 세입자는 대출을 끌어모아 빚을 져서 마련한 보증금이기에 이것을 돌려받지 못할 수 있다는 불안은 공포에 가깝다. 그 공포가 곧 현실이 되는 경우, 세입자는 몇 가지 선택지 앞에 놓인다. (1) 청소비 및 도배비 등을 명목으로 요구하는 몇 십만 원을 떼이고 나머지 보증금을 돌려받는 것으로 약간의 손해를 감수하거나, (2) 우선 이사를 나간 뒤 지속적으로 연락하면서 임대인이 보증금을 돌려줄 때까지 기다리거나, (3) 이사를 연기하고 다음 세입자가 구해질 때까지 계약을 연장하거나, (4) 이사를 포기하고 같은 집에 계속 거주하는 등의 방안을 선택한다. 갭투기꾼이 운영하는 깡통주택에 거주하는 경우에는 주로 (3) 또는 (4)의 선택지를 제안받는데, 요즘 들어서는 (5) 웃돈을 조금 더 지불하고 해당 주택을 매입하라는 제안을 받기도 한다. 주어진 선택지가 무엇이든, 계속 거주하거나 그렇지 않거나 하는 선택을 자의적으로 하는 것이 아니라 임대인의 보증금 반환 능력에 따라 좌우되어야 한다는 점에서 이는 세입자에게 몹시 불합리한 관행이 분명하다.
...
집을 알아보고, 계약서를 쓰고, 살아가는 전 과정에서 세입자는 임대인이나 공인중개사로부터 주거권을 보장받지 못한 채 관행이라는 이름으로 크고 작은 권리 침해를 감내하도록 강요받아 왔다. 그 시간들이 켜켜이 쌓여, 전세사기와 같은 심각한 범죄 행위가 난무하는 상황에까지 치닫게 되었다.
"제가 계약했던 집이 매매가보다 전세가가 더 높은 이른바 깡통전세라는 것을 알게 된 뒤부터 밤낮으로 잠 못 자고 싸워야 했습니다. 중개인도, 임대인도, 심지어 대출상담사도 믿을 수 없는 상황에서 오직 개인의 노력과 책임으로 감당하기에는 너무나 벅찬 일이었습니다."
"저는 전세사기 피해를 입은 뒤 민, 형사 소송을 모두 진행했지만 결론적으로 임대인에게 돌려받은 돈은 하나도 없습니다. 정부가 내놓은 대책으로는 실효성 있는 게 없습니다. 피해를 직접적으로 본 사람들에 대한 대책이 더 필요합니다."
...
민달팽이유니온에서는 2021년부터 청년정책조정위원회, 주택도시보증공사, 국토교통부 등을 통해 전세사기를 비롯한 보증금 미반환 위험에 처한 세입자 문제를 중심으로 주택임대차시장의 잘못된 관행을 바로잡고 세입자의 권리를 보호하기 위한 제도 개선을 요구해왔다. 이에 정부 부처에서는 전세사기상담센터, 보증보험 활성화 등 전세사기 대책을 몇 차례에 걸쳐 발표하였고 특히 원희룡 장관은 모든 역량을 동원해 전세사기 문제를 해결하겠다고 말하기도 했다. 그러나 그 대책은 실효성이 낮거나 근본적인 해결을 위한 대책들이 부재해 많은 피해 세입자들과 시민들에게 실망을 안겼다.
...
우리는 왜 그토록 높은 보증금을 임대인에게 지불해야 하는가? 전재산을 비롯해 빚까지 져서 마련한 보증금을 왜 제대로 된 검증절차 하나 없이 마치 임대인에게 무보증 대출을 해주는 것처럼 떠밀리듯 내놓아야 하는가? 임대인이 파산한다는 이유로 우리는 왜 살던 집에서 한 푼도 받지 못한 채 쫓겨나야 하는가? 이 질문에 대해 어쩔 수 없는 일이라고 답하는 사람이 있다면 또 다시 묻는다. 세입자로 사는 사람은 이 집이 깡통주택인지 위반건축물인지 곰팡이가 심한 집인지 같은 건 몰라도 되는가? 세입자로 사는 사람은 불시에 임대인이 집을 찾아와도, 하룻밤 사이 빗물이 새서 온 집이 젖어들어도 그저 스스로 감당해야 하는가? 그런 집에 살면서, 임대인이 보증금 올리고 월세 올리고 관리비까지 올린다고 하면 그저 받아들이고 어떻게든 돈을 마련해 지불해야 하는 존재인가? 이 모든 질문에 민달팽이유니온은 아니라고 자답하고 싶다.
...
우리는 보통 떡볶이를 먹고 싶을 때, 떡볶이집에 가는 것이 무서워 먹기를 주저하진 않는다. 세입자로서 집을 구하고 집에서 살아가는 것 또한 마땅히 무섭지도 두렵지도 않은 일이 되어야 한다.
...
보증금은 원래 제때 못받는 것이니 기다리라던 어느 임대인, 계약금 돌려달라고 할거면 사정을 해야지 이렇게 뻣대면서 정 없게 굴지 말라던 전세사기 분양대행업자와 가짜중개사에게 꼭 본때를 보여주고 싶다. 전세사기를 친 한 명의 범죄자를 처벌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애당초 그가 활개를 칠 수 있었던 주택임대차시장의 구조 자체를 개혁하자. 세입자로 사는 삶이 불안하지 않을 수 있는 사회, 세입자로 사는 사람도 마땅히 주거권을 누릴 수 있는 사회로 나아가자. 그 과정에서 임대료가 오로지 임대인의 마음대로만 정해지는 질서를 바로잡고, 공인중개사의 의무와 책임을 강화하는 등 법과 제도의 개선 또한 계속해서 이뤄내자.
출처 :
집 보러 가는 건 왜 그렇게 떨릴까, 프레시안, 2022.10.01
https://www.pressian.com/pages/articles/2022093015313067312?utm_source=naver&utm_medium=search