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달팽이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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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달의 회원] 민달팽이랑 유연하고 즐겁게! 홍혜은님

민달팽이유니온
2019-07-09
조회수 3278

촬영 : 이영석 / 한국여성학회 춘계학술대회 라운드테이블 발표 중


Q. 반갑습니다. 자기소개 부탁드릴게요

A. 저는 홍혜은이라고 하고 민달팽이유니온의 회원입니다. 또 무슨 소개가 필요할까요?


Q. 민달팽이유니온에는 언제부터 어떤 계기로 가입하셨어요?

A. 저는 민유에 2015년에 가입했을 거예요. 그때 한창 메갈리아가 생긴 참이었고 그 영향을 받았어요. 내가 지금 겪고 있는 문제들을 다루고 있는 단체는 어디가 있을까, 그 단체들에서 무엇을 하고 있고 나는 무엇을 할 수 있을까 고민하고 있었어요. 민유는 그렇게 찾아본 단체들 중에서 하나였어요. 그때 같이 알아봤던 단체들이 알바노조, 민유, 민우회 이렇게였어요. 그러니까 주거, 노동, 여성문제를 다루는 단체들을 찾은 거죠. 후원회원으로 가입하면서 뉴스레터를 받아보았고, 의제들을 따라가고 싶다는 생각에 가입까지 하게 되었어요.


Q. 그러면 그때 가입을 했던 이유, 목적달성이 잘 되고 있나요?

A. 하하. 생각보다는 많은 도움을 받지 못했어요. 왜냐하면 그 당시에 SH 대학생 희망하우징 주택에서 살고 있었거든요. 거기도 원룸은 아니고 2명 이상이 같이 사는 주택이었어요. 근데 그 중에 전용면적이랑 공용면적이 똑같이 공급되는 수상한 곳이 있어서 여기가 원룸이 아닐까 생각했죠. 그리고 실제로 원룸이었어요. 문제는 거기도 불법개조된 곳이어서 통풍도 잘 안되고 환기구조도 이상했어요. 그래서 곰팡이 등으로 너무 고생을 했죠. 여기보다 좀 더 좋은 데로 가고 싶다고 생각하게 되었어요. 민유에서 주택 사업을 하고 있으니까 더 좋은 곳으로 갈 수 있지 않을까 싶었어요. 주변에서도 그런 도움이 필요한 경우에 연결을 시켜주려고 노력을 했었는데 기회가 잘 안 생기더라고요. 타이밍이 안 맞거나 내 위치가 안 맞거나. 아니면 모르는 사람들이랑 살아야 했고요. (예전에는 민쿱 공급주택도 1인실이 없었으니까. 다 2~3인실 이랬죠.) 맞아요. 


Q. 과거에는 무엇을 하셨는지 여쭤봐도 될까요?

A. 그냥 평범하게 학교 다녔어요. 여기서 ‘평범하게‘라는 건 용돈없이 열심히 장학금 받고, 아르바이트해서 기숙사비 내고 하는 거죠. 복수전공하고 학점 21학점씩 꽉꽉 채워들으면서.


Q. 와. 돈벌면서 복수전공까지 하셨어요? 어떤 전공들을 했나요? 

A. 저 문학 전공만 2개요. 문창과랑 국문과 


Q. 정말 쓸모없는 전공 2개 하셨네요 (웃음)

A. (웃음) 그렇게 평범하게 다녔죠. 


Q. 민달팽이에서 다른 활동은 따로 안 하셨어요?

A. 지금까지요? 지금까지는 관련된 의제 따라 가는 거 그런 거에 도움을 좀 받았고, 그리고 원룸상식사전! 그건 좀 도움됐던 거 같아요. 


Q. 원룸상식사전 좋지요. 그런데 저희가 만들었지만 가독성이 조금 떨어지는 면이 있지 않나요? 

A. 그렇긴 하죠. 좀 어렵긴 했어요. 주택 관련된 용어 자체가 원래 알아듣기 힘들어서 문턱이 높을 수밖에 없는 것 같긴 해요. 주거 관련 정보 너무 어렵다는 얘기는 많이 나오는데... 맞아, 어렵긴 했어. 그리고 그런 게 있었죠. ‘이 계약서를 대체 어떤 집주인에게 들이밀 수 있나?’ 그래도 그걸 읽어보면서 임차인, 임대인 사이에 어떤 쟁점이 있는지, 어떤 부분을 확인해야 하는지를 아는 데는 도움이 되었던 거 같아요.


Q. 도움이 되었다니 기쁘네요. 현재 하고 계시는 활동에 대해서도 좀 말씀해주시면 좋겠어요. 저희 운영위원이시기도 하잖아요. 저희가 운영위원을 제안할 때, 혜은님이 하고 계신 활동을 보고 요청을 드렸어요. 그 활동들에 대해서 소개를 좀 해주시겠어요?

A. 제가 지금 하고 있는 활동은 주로 비혼 의제와 연결되어 있어요. <공덕동 하우스>라는 비혼지향 생활공동체를 하고 있어요. 여기에서 함께 살아보는 주거실험도 하고 있고, 생활동반자법을 만드는 논의에도 참여하고 있습니다. 주로 활동하는 키워드는 청년여성, 비혼, 주거 이 세 가지인데 이들을 엮어서 활동하기가 조금 어려운 지점이 있죠. 

왜냐하면 각 섹터들이 너무 나뉘어있어요. 주거는 주거, 청년주거는 청년주거, 여성은 여성, 이런 식으로 나누어져 있잖아요. 마침 “민달팽이”라는, 청년주거를 다루면서도 이 의제들이 모인 당사자그룹에서 이 의제들을 통합하는 논의가 필요하다고 하셨고, 그 문제의식에 저도 동의를 했기 때문에 운영위에 들어가게 되었습니다. 

사실 ‘주거’는 정말이지 ‘가족’이랑 뗄 수가 없잖아요. 집이 있어야 커뮤니티가 생기는 것이기 때문에 뗄 수가 없어요. 그런데 지금은 청년주거라고 하면 1인 가구만을 지칭하는 것처럼 여겨지죠. 사실 이런 흐름은, ‘결혼하기 전에는 혼자 살아라’라고 하는 정책의 방향 및 의도와 무관하지 않고 이런 맥락에서 결혼을 경유하지 않는 ‘함께 살기’ 또한 주거운동의 범위 안에 들어가야 한다고 생각하는 문제의식에 동의했어요. 


Q. 주요하게 활동하시는 <공덕동 하우스>에 대해서 조금 더 구체적으로 말씀해주시겠어요?

A. 요즘 <공덕동 하우스>에서는 ‘친밀’이라는 키워드를 다시 보는 작업들을 하고 있어요.‘가족구성권’을 말하며 ‘새로운 가족을 해보세요’라고 하면 사람들이 반감이 너무 심하거든요. 왜냐하면 사람들이 공동체를 너무 싫어하고, 저희도 스스로를 공동체로 명명하고는 있지만 다른 공동체들이 어떻게 살아가고 있는지를 검토해봤을 때 썩 좋아할 만하지 않더라고요. (같이 웃음) 

이를테면, “우리는 다르게 살기로 했다“라는 책을 읽으면서는 이들이 정말 다르게 살고 싶은 건지 의아했어요. 이 책은 한겨레의 종교전문 기자가 여러 공동체의 인터뷰를 담은 건데요, 대부분 지금 가족형태 이외의 같이 사는 공동체를 경유하는 키워드는 중산층, 육아, 종교더라고요. 아이들을 기르려다 보니 아이를 기르는 마을이 필요하다 이런 식으로 모인 사람들, 예를 들면 성미산이나 분당에 있는 공동체들. 하지만 여전히 그 안에서도 성역할이 있고 여자가 할 일, 남자가 할 일이 나누어져 있어요. 여자들끼리 모여서 아내의 고충을 토로하는 그런 모습이요. ‘생활공동체’라는 이름의 공동체들은 이런 공동체들이 대부분이었기에 사실 저희가 모델을 찾기는 어려웠어요. 

그래서 좀 더 키워드를 좁혀서 비혼 관련된 활동들은 어떻게 되고 있나 찾아봤어요. 그렇게 연결을 시도한 곳이 ‘언니네트워크(이하 언니네)’나 ‘비혼여성 비비(이하 비비)’ 등이었죠. 퀴어여성의 비혼에 대한 고민 부분은 언니네트워크와 같이 먼저 시작한 곳들의 도움을 받았죠. 하지만 지금 논의되고 있는 비혼 여성의 상에 대해 고민이 됐어요. 왜냐하면 언니네가 퀴어여성들의 모임이기는 하지만 여전히 이 ‘여성’의 범주를 어디까지로 잡아야 하는지가 저희 안에서는 논점이 됐거든요. 이 논의는 ‘여성주의의 당사자는 여성이어야만 하는가?’의 질문과도 맞닿아 있죠. (그 부분이 많이 걸리는 지점이었나요?) 걸리죠. 양성평등 개념 안에서의 여성운동이 가지는 한계 같은 부분과도 겹쳐서 고민을 많이 했죠. 

어쨌든 이렇게 선행된 활동들을 검토하다보니, 저희가 공동체 이전에 논의해야 할 부분은 “개인이 개인 중심으로 한 자신의 친밀한 영역을 어떻게 건강하게 만들어 가느냐”더라고요. 

지금의 원가족은 태어난 이후 어쩔 수 없이 가족의 끈끈한 정 같은 것을 나눠야 하잖아요. 그 안에서 폭력도 일어나고요. 이 가족을 벗어나서는 결혼, 사랑, 독점연애 이런 개념에 한해서만 다른 관계를 만들 수 있고요. 그보다 느슨한 관계는 친구인데 친구라고 하기에는... 이게 너무 약한 거예요. 친구는 싸우면 헤어지고 결혼하면 남이 되는 그런 사이인데 우리가 맺고 싶은 관계는, 공덕동하우스 사람들이 서로 맺고 싶은 관계는 이 둘 중 어느 것도 아니거든요. “피는 물보다 진하다”의 그런 진하고 끈적한 관계도 아니고 친구들끼리 모여 사는 청춘시대의 한 장면 같은 것도 아니니까요. 

이렇게, 우리를 경유할 수 있는 키워드가 너무 적다는 문제의식이 생기면서 개념들을 찾아가보았어요. 우정, 연애, 사랑, 결혼, 가족 등등등. 멤버들 개개인별로 이 키워드들을 어떻게 생각하는지 이를 둘러싸고 어떻게 살아왔는지를 검토해보고 그 작업의 과정에서 원고를 만들어 계간지를 엮었어요. 그러면서 동시에 우리 관계는 어떻게 성립해야 좀 더 건강할 수 있는지 고민했죠. 같은 주거공간에 산다거나 한 마을에 살고 싶다는 생각도 안 한 것은 아니에요. 그저 나중에 이 고민을 좀 더 풀다 보니까 꼭 주거공간을 하나로 합쳐야만 가족으로 인정받을 수 있는 것도 너무 이상하더라고요. 돈을 한 통장에 다 넣어야만 가족일 수 있는 것도 이상하고요. 어쨌든 이런 식으로 저희는 지금 ‘친밀’과 ‘생활’의 영역을 재정의하는 그런 고민들을 같이 하고 있어요.


촬영 : 홍주은 / 여성가족부 주관 행사 <세상 모든 가족 함께> 참가 중 


Q. 이런 고민을 가족구성권이라는 키워드 아래에서 어떻게 논의할지도 고민이겠어요.

맞아요. 가족구성권이라고 하면 가족이라는 이름의 힘이 너무 세서 사람들이 다들 “‘피는 물보다 진하다’의 피가 없어도 진한 가족 할 수 있다.” 이런 주장으로 받아들이더라고요. 근데 가족구성권 논의의 핵심 중 하나는 건강하게 만나고 건강하게 살고 건강하게 헤어지기잖아요. 이 헤어지기 부분을 생각했을 때, 누군가의 가족이 반드시 하나일 필요도 없고 친밀함을 나누고 지지받는 집단이 꼭 하나일 이유도 없더라고요. 오히려 여러 부분에 속하며 상황에 따라서 거주지를 이동할 수도 있고요. 왜냐하면 생애주기로 보았을 때, 지금 한 주거지에서 80년을 살다 죽는 사람이 얼마나 있어요? 그래서 한 사람이 건강하게 변화해가는 방법을 생각하며 논의하는 게 필요하겠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Q. 사실 지금 말씀하신 내용들이 이론적으로 혹은 조금 공상적으로 들릴 수 있을 것 같아요, 아직 도래하지 않은 개념들에 대해 논의하는 거니까요. 그런 면에서 어려움이 있겠어요. 이를테면 정책적으로 대안을 제시해야 하는 입장에서는, 가족을 정의할 때 어느 정도의 친밀감을 유지해야 가족이라고 볼 것인지 그 조건들은 무엇인지 말해야 하잖아요. 이런 부분들은 어떤 식으로 논의되고 있을까요?

A. 어렵네요. 저희는 정책제안 그룹이 아니라 결국 저희의 삶을 고민하는 사람들이니까요. 근데 이런 게 있어요. 사람들에게 지금까지 없던 새로운 것을 하자고 하면 되게 나는 어려워하고 자신은 못할 것 같잖아요. 일종의 벽이 생겨버리고요. 그래서 오히려 기존의 가족에 대해 질문해보는 작업이 필요한 것 같아요. 사실 ‘가족이라는 강력한 틀 안에서 사람들의 삶이 안정적이었는가‘를 질문을 해보면 별로 그렇지 않거든요. 주말부부, 기러기아빠, 독립한 자식, 독립했지만 주민등록에는 하나로 묶여있지만 주거지는 함께하고 있지 않는 사람들, 이런 관계들 (남은 건 서류밖에 없는 관계들이네요.) 네, 그런 이상한 관계들. 

이 부분을 지적하면서 동시에 그 사람들이 지금 겪고 있는 불편에 해결책을 주는 식으로 정책을 만들어가면 이게 실마리가 되지 않을까 생각하고 있어요. 그런 불편들을 수집해서 묶어보고 그것들을 해결해가는 식으로 정책을 마련해가면 좀 더 문턱이 낮아지지 않을까 싶어요. 좀 더 현실성있는 정책들이 나오지 않을까 싶기도 하고요. 

개인적으로는 정책을 논의하는 단위에도 몇 군데 들어가 있지만 항상 좀 답답함을 느껴요. “이미 다수들이 이렇게 살고 있는데 그 다수들을 어쩌란 말이냐.” 이런 말을 많이 듣게 되니까요. 근데 그런 말은, 그 다수들에게 지금까지 어떤 선택지가 주어져왔는지를 보지 않고 그 사람들이 거기까지 가는 데에 존재했던 과정이나 단계들을 전부 삭제해버리는 행위라고 생각해요. 그래놓고 정책은 원래 다수를 중심으로 돌아가는 거라고 하면, 이미 수없이 존재하는 이 많은 예외의 사람들에 대해서는 어떻게 설명할 건지. 이런 사람들이 자꾸 생긴다는 건 결국 정책의 실패를 의미하거든요. 그만큼 다수를 포괄하지 못한다는 거죠. 그래서 다시 시작해야 한다고 생각하는데 그런 말은 잘 안 먹히네요.


Q. 조금 돌아와서 민유는 매년 주거권 교육과정을 열고 있습니다. 이번에도 역시 7, 8월에 <청년 주거 아카데미>가 예정되어 있고요. 이번 마지막 강의를 가족제도와 주거문제를 연결해보는 시도로 삼아보려고 하는데, 혜은님께서는 청년주거문제를 가족제도와 연결시켰을 때 어떤 쟁점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하시나요?

청년이라는 이름이 가족구성권 논의에서 힘을 가지려면, 결국 “미래세대는 더이상 이런 가족을 원하지 않는다”는 슬로건을 내세울 수밖에 없겠죠. 거기에서 청년이라고 했을 때 기존의 부모님의 삶을 똑같이 답습하고, 4대 보험, 정규직에 결혼으로 만들어진 중산층 정상가족의 미래가장. 그런 사람이 되고 싶은 사람을 청년이라는 이름으로 묶는다면 이 청년은 사실 의미값이 없죠. 그보다는 이런 흐름에 변화를 주고 싶은 집단을 호명하는 이름으로서만 청년이 정치값을 가질 수 있겠죠. 

가족과 주거가 연결된 부분은 아까도 얘기했듯이, 주거공간이 더 이상 청년이 잠만 자고 밥만 먹는 공간이 아니었으면 좋겠다는 얘기가 나올 때 가족에 대한 논의와 연결시킬 수 있겠죠. 왜냐하면 한 사람이 자기가 공간의 주인이 되고 환대할 수 있는 주체가 될 수 있는 공간이어야만 자발적인 커뮤니티가 형성되는 거잖아요. 더 이상 ‘창업하는 애들끼리 모여 살아봐라.’ 혹은 ‘미혼남녀들 즐겁게 살다가 눈맞아서 결혼해라’ 같은 그런 일시적인 주거 말고 내가 만드는 경험. 나를 둘러싼 지지기반과 커뮤니티를 내가 만드는 경험. 남을 환대하는 경험. 그런 경험들이 청년을 시민으로 만들 것이고 그 과정 안에서 가족구성권에 대한 논의가 있을 수 있다고 봐요.


Q. 저희도 이 부분에서 비슷한 의견을 가지고 있어요. 기존에 호명되어 왔던 노동력, 출산인구로서만의 청년은 사실 허상이었고 그렇게 칭해져 온 청년의 이미지 바깥의 청년이 훨씬 더 많으며 이들은 이미 기성세대와 다른 삶의 형태를 살아가고 있다. 그런 공동체가 이미 유의미한 숫자로 존재하고 있고, 심지어 그 욕구를 기반으로 기업들은 사업도 하고 있다. 쉐어하우스 같은. 그렇다면 이것을 더 이상 사이드로서 부를 것이 아니라 우리의 담론이 이들을 포섭해서 호명할 줄 알아야 한다는 생각을 하고 있거든요.


사실 우리가 기성세대라고 이름 붙이는 건 정상성 안에 편입되는 일에 성공한 사람들인데, 실제로는 나이가 많다고 다 그렇게 살고 있는 건 아니거든요. 이미 그렇게 살고 있지 않는 사람들이 있는데 그 사람들을 사회가 호명해서 공론장에 꺼내놓지 않기 때문에 없는 사람 취급을 당하는 거죠. 만약에 이런 논의에서 청년이 담론의 주체가 된다면, 청년끼리 모여 살겠다든지 늙은 세대와 청년은 분리되어야 한다든지 이런 방향보다는 기성세대가 이름을 붙여주지 않은 그런 삶들을 다시 꺼내고 환대할 수 있는 주체로서의 청년으로 논의가 전환되었으면 좋겠어요. 청년주거문제라고 했을 때 다 대학생문제 이거 아니잖아요, 사실. 대학생이라는 이름 갖지 못한 청년들도 많고, 주거빈곤문제는 청년만의 것이 아니기도 하니까. 그걸 분리시켜서 우리만의 논의의 장을 만드는 그런 ‘청년’이 어디까지 확장성을 가질 수 있을지 그런 고민은 항상 하고 있어요.


촬영 : 홍민기 / 사생대회 중인 공덕동 하우스


Q. 최근 민달팽이가 하는 활동 중에서 이거 참 마음에 든다 하는 부분 있으신가요?

최근 가족구성권 관련하여 논의 진행하는 거요. 지금까지의 청년주거담론이 가졌던 한계점은 청년을 1인 가구로 보는 시각이었으니까요. 청년은 잠시간의 ‘1인 가구 시기’를 거치면 그 이후에서야 정착된 어른 시민으로의 삶을 산다고 가정이 되어왔는데 그런 프레임에서 벗어나려고 시도한다는 게 유의미한 부분인 거 같아요.


Q. 그러면 동시에 이런 건 좀 고쳤으면 좋겠다 하는 부분 있을까요?

글쎄요. 그런 문제점은 사실 민달팽이유니온이라는 한 단체만의 문제라기보다는 청년운동 전반이 가지는 한계와 연결되어 있죠. 청년이라는 키워드가 정치값을 가지지 못하는 문제. 이 부분에 대해서 같이 고민을 해주셨으면 좋겠어요. 이를테면 자유한국당도 좋아하고 정의당도 좋아하는 청년은 대체 무슨 청년인가. 무언가가 정치값을 가졌을 때는 분명 그것을 적대하는 사람들이 생기기 마련인데 지금은 ‘청년’을 아무도 적대하지 않고 환영하잖아요. 그렇다는 건 반대로 ‘청년’만이 할 수 있는 특별한 말이 없다는 뜻이기도 하거든요. 그런 부분에 대해서도 같이 고민을 나눴으면 하는 게 있지요.

근데 사실 어떤 이름이 다층적인 정치값을 가지기 위해서는 하나만으로는 잘 안 되죠. 교차되고 포개져야 나타나는 정치값이 있는데 그런 의미에서 민유가 갈 수 있는 곳이 청년관련 담론만 말하는 곳이어야 한다고 생각하지는 않거든요. 만약에 청년이 의미값을 가질 수 있다면 그 의미가 수호하고자 하는 가치가 있는 곳에 함께 하면서 이 안의 정치값을 만들어 갈 수도 있는 거겠죠. 


Q. 마지막으로 하시고 싶은 말씀이 있을까요?

하고 싶은 말은 거의 다 한 거 같은데. 뭐 해야 되죠? 민유 파이팅 이런 거 해야하나. 하하. 이런 얘기해볼 수 있지 않을까요. 주거권을 주거권이라고 막연하게 말하면 잘 와닿지 않는데 해외의 주거권 운동은 모두 섹슈얼리티를 경유해서 운동했다는 얘기를 들었어요. ‘청년에게 섹스할 권리를 달라’ 이런 얘기로. 이게 되게 직관적인 건데 섹슈얼리티를 나눌 수 있는 관계가 된다는 건 가장 친밀한 사람과 마음 편히 있을 수 있는 공간이 필요해지는 거잖아요. 그런 걸 직관적으로 보여주는 슬로건을 만들어보는 게 어떨까요. 좀 더 그냥 집, 거기서 먹고 자는 것, 요리하는 것, 내 물건을 갖다 놓는 것. 그런 것 말고 그 공간에서 만들어지는 관계. 관계에 초점을 맞춘 논의를 풀어갈 필요가 있는 것 같아요. 

저 같은 경우에도 이런 얘기를 하거든요. 원룸에서 살 때랑 거실 있는 공간에서 살 때랑 나를 둘러싼 관계의 양상들이 달라지더라는 얘기를 했거든요. 왜냐하면 원룸은 사람을 환대할 수 있는 공간이 아니잖아요. 거기 사는 사람들은 자연스럽게 어느정도 사회에서 단절이 된다고요. 옆집 눈치 봐야지, 룸메 있으면 룸메 눈치봐야지, 그러니까 나는 집에서 맨날 나가야하고, 나는 내 집이 없는 사람처럼 그렇게 살아가야 하는 거예요. 이런 맥락을 고려하면 한 사람의 시민권을 단순히 의식주 있다 땡 이런 식으로만 논의할 수가 없잖아요. 한 사람의 시민권이라는 건, 그 사람이 지역사회와 건강하게 연결되고 관계망을 형성할 그런 권리인 건데 이런 것들을 관통하는 담론이 제대로 만들어지지 않고 있다고 생각해요. 이런 담론을 만드는 데 민유가 기여했으면 좋겠다는 그런 생각이 있어요. 여기는 민쿱도 있고 공동체주택도 하고 있고 그러니까 한 사람이 겪는 경험, 문제점 그런 것들을 좀 더 들여다 볼 기회가 많을 것 같고 이야기도 다양하게 나올 수 있을 것 같거든요. 

사실 지금 청년을 정치화시키는 게 어려운 이유 중에 하나는 그런 경험에서 배제된 사람이 너무 많아서일 거라고 생각하거든요. 지금 청년들에게 가족구성권을 말하면 사실 일부의 사람들만 반응할 수밖에 없어요. 그 전에 독립이 문제거든요. 일단 혼자 살아보고 싶고 일단 독립하고 싶고. 하지만 언제까지나 담론이 거기에 멈춰있을 수는 없는 건데. 그래서 운동의 담론도 현실에 못 따라가는 그런 게 있는 거죠. 

하지만 공동체가 싫다고 하지만 이게 공동체가 문제인가, 관계형성이 문제인가, 질문해볼 때가 되었거든요. 그런 논의를 공간의 논의와 붙여서 하면 좋을 것 같아요. 지금의 청년들은 가족구성권이라고 얘기하면 지금 있는 가족도 지겨워 죽겠는데 무슨 가족이냐, 난 가족없이 살겠다 그런 식으로 반응하게 되죠. 그렇지만 인간이 상호의존적 존재이고 상호돌봄의 존재라서 우리에게 돌봄은 기본이다, 이 전제에서 시작하면 언제까지 독립만 얘기할 수는 없거든요. 이제 독립과 그 다음 담론의 연결점을 이야기할 때인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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