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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명] 평등한 임대차관계로의 작은 한 걸음을 마주하며

2020-0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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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년 전, 한 아이가 태어났다.
2년마다 이사다니는 가정환경이 어머니가 부동산 아주머니와 친해서라고 생각했다.
1997년 외환위기에 반지하 단칸방에서 가족 모두가 생활하게 되고 또 쪽방에 홀로 살게 된 삼촌을 보며 부동산 아주머니가 어머니의 친구가 아님을 깨달았다.
20년 후 그 아이가 청년이 되어 독립을 하였다. 하지만 청년은 여전히 2년마다 이삿짐을 쌓야했고 또 임대인이 보증금을 떼먹을까 조마조마해야만 했다.
그렇게 31년이 지난 오늘, 이 청년이 더 이상 2년 마다 이사를 가지 않아도 된다고 우리사회가 선언하였다.


2020년 7월 30일, 1989년 주택임대차보호법이 세입자들에게 2년의 계약기간을 보호해주기 시작한지 31년 만에 세입자의 계약갱신요구권을 보장하는 법안이 국회를 통과하였다. 임대차계약 후 4년(2+2년)까지는 세입자의 안정적 계속 거주가 가능해진 것이다. 또한, 4년의 계약기간동안 임대인은 세입자에게 임대료 인상을 요구할 때도 5% 혹은 광역자치단체장이 정한 상한을 넘어 요구할 수 없게 되었다. 게다가 이제까지 깜깜이인 채로 국가도 알 수 없었던 임대차계약관계를 양지로 드러내는 전월세신고제도 도입되었다.


우리사회가 계약갱신요구권, 전월세인상률상한제, 전월세신고제를 통해 세입자의 계속거주권을 보장하기 전까지 세입자들은 임대인으로만 기울어진 임대차권력관계 속에서 임대인이 사생활을 침해해도, 지옥고(반지하, 옥탑방, 고시원)와 불법건축물에서 생명권을 위협받아도, 깡통전세로 재산권을 침해받아도 스스로의 권리를 주장할 수 없었다.

세입자로 살아가서는 도저히 인간다운 삶을 살 수 없는 사회다 보니, 청년은 물론이고 초등학생에 이르기까지 주택과 건물을 소유하는 삶만을 추구하게 되었고 그 결과 우리사회는 부동산불패신화의 악순환을 끊을 수 없게 되었다.

그런 점에서 임대차3법의 도입은 너무나 과도하게 기울어진 임대차권력관계의 지형을 뒤흔드는 작은 한 걸음으로서 환영할 만하다. 우리사회도 이제는 세입자들을 온전한 시민으로 보호하겠다고 그 의지를 분명히 밝힌 것이다.


그러나 국회를 통과한 임대차3법은 그 사회적 의미에도 불구하고 너무나 작디작은 걸음이기도 하다. 세입자의 평균 거주기간이 3.2년 수준(2019년 주거실태조사)임을 생각하면 4년(2+2년)의 계약갱신요구권 보장은 세입자들의 계속거주권을 크게 확장하는 것은 아니라는 한계가 있다. 또, 5%의 전월세인상률상한제 역시 오늘날 1%대의 물가상승률과 금리를 생각하면 임대인에게 과도한 불로소득을 보장하는 것이다. 게다가 임대차3법을 넘어 임대차5법으로 발의된 임대차계약의 기준이 되는 표준임대료 도입과 주택임대차분쟁조정위원회의 권한 강화는 정치적 알력 속에서 논의조차 되지 못하였다. 오늘날 많은 청년세입자들의 재산권을 위협하고 있는 깡통전세 문제와 관련하여 세입자들의 보증금을 지킬 제도적 고민 역시 고려되지 않았다. 31년이라는 긴 시간동안 세입자들이 기다린 것을 생각하면 이런 한계는 아쉬움을 넘어 기성권력의 정치적 무책임이라는 비판을 하지 않을 수 없다.


이제 우리 앞에는 이 작은 한 걸음으로부터 어떤 길을 걸어갈 것인가라는 과제가 놓여있다. 1회의 계약갱신 보장이라는 한계에도 불구하고 세입자들은 계약갱신요구권에 근거해 4년 동안 임대인에게 정당한 사유가 없는 한 쫓겨나지 않을 수 있게 되었고, 세입자들은 이 권리를 통해 임대인과 임대차관계를 새롭게 구성할 수 있는 협상력을 가지게 되었다. 나아가 세입자로 살아가도 안정적으로 주거권을 누릴 수 있는 최소한의 장치가 마련됨으로써 우리사회는 부동산불패신화를 넘어 빌려쓰는 사람들과 소유한 사람들 사이의 평등한 사회로 나아갈 수 있는 가능성을 열었다. 이 가능성의 문을 열어 4년(2+2년) 계약갱신과 5% 인상률에서 나아가 횟수의 제한없는 계약갱신요구권과 물가 연동 인상률제한, 표준임대료 도입 등을 통해 평등한 임대차관계를 보장하는 사회로 성숙할 수 있는 것이다.

민달팽이유니온은 우리 앞에 놓은 이 과제를 알기에 임대차3법이 끝이 아님을 강조한다. 민달팽이유니온은 임대차3법이라는 ‘작은 한 걸음’이 ‘평등한 임대차관계’로 나아가는 걸음이 될 수 있도록 세입자의 주거권 보장에 함께하고 싸워나갈 것이다.



2020.07.30.

민달팽이유니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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