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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평] 세입자도 권리를 보장받는 시민입니다

2020-08-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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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8월 25~26일에 거쳐 조선일보와 한국일보의 보도, 그리고 미래통합당 주호영 원내대표의 발언을 통해 주택임대차보호법 개정이 졸속 입법이자 입법사고라는 주장이 제기되었다. 조선일보의 8월 25일 기사를 인용하면 ‘집주인이 세입자의 계약 청구에 따라 계약을 맺을 때 임대료를 최대 5%까지 올릴 수 있도록 했지만 세입자가 이를 반드시 수용해야 한다는 조문을 명시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주호영 원내대표 역시 같은 날 ‘지금까지 2년이 지나서 5% 범위에서 임대인이 (임대료를) 올릴 수 있는 것으로 다 알고 있었다’며 임대료 인상이 마치 기정사실인 것처럼 발언하였다. 이러한 주장은 세입자가 임대인의 요구를 수용해야만 하는 존재라고 바라봄으로써 세입자의 시민권을 삭제하는 것이다. 민달팽이유니온은 주택임대차보호법 개정이 오히려 이처럼 시민권을 상실한 채 31년간 살아온 세입자들의 권리를 보장하기 위한 것임을 강조한다.


우리사회에서 임대차계약은 평등한 계약이 아니다. 임대인과 세입자 사이에는 불평등한 권력관계가 있기 때문이다. 세입자는 작게는 1,000만원에서 몇 억에 이르는 보증금을 임대인에게 저당잡힌 채 살아가는 사람이고, 불법으로 방쪼개기가 된 열악한 주거환경에서 살아가고 있다. 게다가 임대인은 내 집인데 내 마음대로 못 들어가냐며 무단 주거침입도 일삼으며 공공연히 사생활 침해를 자행하는 현실이다. 불평등한 임대차권력관계 속에서 세입자들은 계속거주권을 침해받고 과도한 주거비 부담에 시달려야 했다. 2019년 주거실태조사에 따르면 수도권 거주자의 40% 수준(전국 평균 36%)은 2년도 채 되지 않아 이사해야 했고, 수도권 거주자의 월소득 대비 주거비부담(RIR) 중위수도 2018년 18%에서 2019년 20%로 늘어났다. 2분기 통계청 가계 동향조사에 따르면 소득 하위 20% 계층의 주거비부담이 1년 전보다 13.8% 늘어나기도 하였다. 주택임대차보호법 개정은 이처럼 너무나 불평등한 임대차권력관계에서 세입자가 스스로를 보호할 최소한의 도구를 제공한 조치이지 공공이 임대인의 편을 더 들기 위한 법이 아니다.


민달팽이유니온을 응원하는 한 세입자는 지난 6~7월에 거쳐 여러 부동산대책이 나오고 임대차3법(계약갱신요구권, 전월세인상률 상한제, 전월세신고제) 도입에 관한 논의를 보며 우리에게 문의하였다. 자기도 계약만료가 6개월이 채 남지 않았는데 도대체 임대차3법이 언제 시행되는 것이냐고. 이제 자기도 이사걱정 좀 덜하고 살 수 있는 것이냐고 말이다. 이처럼 시민권을 상실한 존재인 세입자들이 주거비 부담을 덜고 한 집에서 조금 오래 거주할 수 있기를 간절히 소망해온 것은 외면한 채 최근의 보도와 특정 정치인은 ‘임대인의 임대료 인상 권리를 보장하라’는 주장을 한 것이다. 이는 애초에 과도하게 임대료 인상이 이뤄지고 있기에 이를 제한함으로써 세입자의 시민권을 조금이라도 복구하기 위한 입법취지를 왜곡하고 호도하는 것이다. 이는 세입자는 권리를 보장받을 수 없는 존재라고 선언하는 오만이다.


자가를 소유하고 있지 않다는 이유만으로 너무나 당연한 듯 시민권을 삭제당하는 현실이기에 임대차3법의 존재가 소중하다. 전월세신고제는 이제까지 우리사회에 만연한 불평등 바이러스를 검사하는 키트가 될 것이다. 계약갱신요구권과 전월세인상률상한제는 불평등 바이러스로부터 세입자를 보호할 공적 마스크가 될 것이다. 이제 세입자의 시민권을 복구하기 위한 임대차3법의 취지를 왜곡하는 거짓말을 그만하기를 요구한다. 시민권 침해도 제대로 보장해주지 못하는 제도적 빈약함 속에서 주거공간을 이용해 돈을 버는 것을 보장하라는 염치없는 주장을 그만하기를 요구한다. 이제 우리사회는 계약갱신횟수 제한의 철폐, 세입자들이 스스로의 권리를 적극적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방안, 주거복지정책의 대폭 확충 등을 고민해야 한다. 세입자도 권리를 보장받아야 하는 시민임을 인정해야 한다.


2020.08.28.

민 달 팽 이 유 니 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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