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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평] 제1차 청년정책 기본계획의 수립에 대해 민달팽이유니온이 제시하는 몇 가지 과제

2020-12-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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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달팽이 세대’라는 이름으로 청년주거문제가 대두되고 10여 년, 청년을 일자리 정책대상으로만 바라봐서는, 이 시대 청년들이 맞닥뜨리고 있는 복잡한 사회문제를 풀 해법을 찾을 수 없다고 수많은 사람들이 외쳐왔다. 그 결과 청년기본법이 제정되기에 이르렀고 지난 12월 23일에는 ‘제1차 청년정책 기본계획’이 의결되었다. 정부의 각 부처가 개별적으로 추진하던 단기 청년정책에서 벗어나, 향후 5년을 내다보는 청년정책 종합계획이 수립됨으로써 청년의 삶을 종합적으로 지원할 근거가 마련된 것이다.


민달팽이유니온은 드디어 청년을 한 시민, 한 인간으로 바라보는, 청년의 삶 전반을 아우르기 위한 종합계획이 수립된 것을 긍정적으로 평가한다. 청년의 문제는 당장의 일자리 하나만으로 해결되지 않는다. 청년 개인이 겪는 각종 위험들은, 단순히 그가 근로소득자가 된다고 해서 해결되는 문제가 아니다. 우리사회가 오랫동안 방치하고 썩혀왔던 구조적 문제를 직격탄으로 맞닥뜨리고 있는 것이 현재 청년세대의 문제이기에 이는 결단코 개인적 문제가 아니다.


우리사회에서 시민들은 이미 오랜 기간 경제적, 사회적, 젠더적 지위 차이가 곧 삶의 격차로 이어지는 경험을 해왔다. 청년들 역시 이러한 구조적 문제에 고스란히 노출되어 있으며, 이를 해결하지 않고서는 더 나은 미래 사회를 기대하기 어렵다. 경제위기와 코로나19 위기가 겹쳐지면서, 더 많은 사람들이 포기, 체념, 우울의 정서에 잠식되고 있다. 누군가는 끊임없이 무언가를 포기하며 N포세대로 살아가고, 누군가는 내가 가진 것이라도 지키기 위해 영혼을 끌어모은다. 끌어모을 영혼조차 없는 청년은 더 나은 삶을 기대하지도 않는다.


이번 청년정책 기본계획은 이런 문제를 겪는 청년시민을 문제적 대상이 아니라 문제를 해결하는 주체로 호명하여 많은 시민들과 함께 만들어졌다. 청년이 자신과 동료시민의 삶이 더 나아지길 바라며 참여하고 숙의하며 만들어진 계획인 만큼 청년정책 기본계획이 구조적 격차에 노출된 많은 청년들에게 변화의 가능성이 되길 바란다.


청년정책 기본계획은 이러한 의의에도 불구하고 아쉬움과 한계를 가지고 있기도 하다. 민달팽이유니온은 주거분야 기본계획을 중심으로 이에 대해 간단히 논하고자 한다.


[1] 청년 주택 공급 확대 관련

청년정책조정위원회는 주거분야 청년정책 기본계획의 첫 꼭지로 ‘청년 주택 공급 확대’를 내세웠다. 관련하여 민달팽이유니온은 청년임대주택의 공급 확대에 대한 공공부문의 약속에는 긍정적이지만 동시에 그 공급에서 있어서 임대주택 공공성의 강화도 함께 고려해야 함을 강조한다. 특히 확대되는 ‘청년 맞춤형 공적 임대주택’으로 매입임대주택과 전세임대주택을 함께 제시하고 있는데 전세임대주택의 경우 법령 상 공공임대주택의 유형에 해당하지만 사실상 금융지원 정책의 하나인 만큼 매입임대주택과 구분하여 파악되고 공급해야 할 것이다.

중소기업 근로자, 청년 창업자 등의 주거비 경감을 위해 제시된 일자리 연계형 청년특화주택의 경우, 직장 근처에 거주지를 마련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은 좋으나 문제에 대한 접근방식에 한계가 있다. 직장, 학교 근처에 위치한 주택은 한정적이고 그 임차료는 근로소득을 통해 지불가능한 금액보다 더 빠르게 오른다. 일자리 연계형 청년주택에 입주한 청년은 일시적으로 일과 삶이 안정되는 것으로 보이겠지만, 해고, 사직, 계약만료 등으로 해당 일자리와의 연결고리가 끊어져 해당 주택에 거주할 수 없게 될 때 다시 주거난에 놓인다. 결국 청년문제를 경제문제로만 접근해서는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는 것을 잊어서는 안 될 것이다.

역세권 리모델링형 청년주택을 공급할 때 역시 해당 주택은 임시거처가 아닌, 집이 집다울 수 있는 요소를 갖추는 것이 전제여야 한다. 주거기본법에 명시된 유도주거기준을 적용하거나 혹은 최소한 최저주거기준을 실질적으로 보장하기 위해 보다 적극적인 노력이 필요하다.

국공유지 부지를 활용하여 연합기숙사를 확대 추진하고, 사립대학 내 행복기숙사를 확충하는 것은 긍정적으로 평가할 만하다. 하지만 그 동안 기숙사 건립은 지역사회 내 갈등을 이유로 무산되는 경우가 많았다. 실제로 기숙사가 지어지기 위해서는 정부가 계획을 수립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각 기초자치단체장과 대학이 보다 적극적인 역할에 나서야 함을 잊지 않아야 할 것이다.

국립대 노후 기숙사 환경개선 사업은 그것으로만 그치지 않고 전국 대학 기숙사 주거환경실태를 조사하는 것으로 나아가 학업을 이유로 주거의 변화를 맞이하게 되는 청년들에게 인권을 침해하지 않는 주거환경을 제공할 수 있도록 정책을 설계할 것을 요구한다.


[2] 청년 전월세 비용 경감 관련

세입자들의 전세자금 부담을 완화하기 위한 정부의 노력과 취지에 공감한다. 하지만 현재 주거복지정책의 예산을 살펴보면 대출 관련 예산 비중이 과도하게 높은 반면 공공임대주택, 주거비 지원 정책 예산은 매우 적어 대출지원 정책 중심의 대책은 기존의 경향을 심화시킬 위험이 있음에 우려를 표한다. 금융지원 정책은 공공임대주택, 주거비 지원 정책에 비해 활용가능성이 높지만 근본적으로 정책대상에게 부채를 지우는 것인 만큼 근본적인 한계가 있음을 잊어서는 안 된다.

특히, 현재 월세 세입자인 청년에 대한 정책지원이 너무나 취약한 형편이다. 기본계획에서 월세 대출 정책을 제시하고는 있으나 월세마저 청년의 빚이 되도록 하는 것을 공공이 장려하는 것은 적절치 않으며 현재 당장 겪고 있는 주거비 마련의 어려움은 청년월세지원과 같은 직접 주거비 지원 정책으로 풀어나가야 함을 강조한다.

한편, 주거급여를 분리 지급하는 것은 분명 괄목할 만한 변화다. 그러나 이 역시 부모가 수급가구인 경우의 미혼 20대 청년에게만 국한된 것으로 나이와 혼인 여부를 가지고 주거정책의 대상 여부를 판단하는 차별을 철폐할 것을 촉구한다.

이번 기본계획에는 전세금 반환보증 가입시 보험료 부담 완화를 제시하기도 하였는데 그 취지에는 적극 공감하지만 장기적으로 전세금 반환 의무가 있는 임대인이 반환보증에 의무 가입하도록 제도 개선이 이뤄져야 함을 지적한다.

몇 가지 한계들에도 불구하고 청년의 전세금 부담 완화를 위한 의미있는 제안들도 있었다고 본다. 중소기업 청년 임차보증금 대출의 경우 실제로 청년들 사이에서 수요가 매우 높은 정책인 바 이와 같이 수요가 많고 평가도 긍정적인 정책들의 지원대상을 확대하는 등의 개선 과정에 청년들이 함께 논의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


[3] 고시원/반지하 주택 거주 등 취약청년 집중 지원 관련

과거 청년주거정책이 저소득 청년의 주거빈곤문제 해결을 이야기하면서도 공공성이 높고 실효성 있는 주거복지정책을 마련하지 못해왔던 반면, 구체적으로 지옥고(반지하, 옥탑방, 고시원) 거주 취약청년의 주거문제 해결을 명시한 것에 이번 기본계획에 큰 공감을 표한다. 고시원/반지하 등 거주자의 주거상향 지원을 통해 노동과 주거의 이중고를 겪고 있는 청년들이 부담가능한 주거비와 인간다운 생활을 할 수 있는 주거환경을 보장받을 수 있기를 기대한다.

지옥고(반지하, 옥탑방, 고시원)가 아니더라도 청년 세입자가 살아가는 공간에서 만연한 불법건축물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불법건축물 감독관 도입 역시 긍정적으로 평가한다. 다만, 현재도 불법건축물의 단속과 시정에 있어서 기초자치단체장에게 권한이 없는 것이 아님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불법건축물 현장에서 실효성 있는 감독이 이뤄지도록 기초자치단체장에게 적극적인 역할에 나설 것을 요구해야 함을 강조한다.

또, 현재 기본계획에는 지역건축안전센터를 중심으로 감독관 인력을 증원하겠다고 하는데, 이들이 불법건축물 현황을 면밀히 파악하고 실질적인 감독을 할 수 있도록 충분한 인적 자원 배치와 질적 역량 향상도 함께 고민해야 할 것이다.

나아가 불법건축물 문제의 경우 지금 당장 그곳에 살고 있는 세입자들이 겪게 되는 주거불안에 대한 구제책도 중요하다. 이들에 대한 적극적인 대책으로서 고시원/반지하 등 거주자의 주거상향 지원사업과 연계 등의 방안을 모색해야 함을 요구한다.

이 밖에도 지옥고(반지하, 옥탑방, 고시원) 등에 적용할 수 있는 주거기준을 마련하는 것의 필요성을 제기한다. 기존에는 최저주거기준이 적용되지 않았던 고시원, 쪽방 등에 최저주거기준을 적용하는 등의 시도가 필요하다. 고시원을 시작으로 사람이 주거 목적으로 사는 곳이면 어디든 적절한 주거의 질이 보장될 수 있도록 최저주거기준의 적용 범위를 다양한 방식으로 확대 및 적용해나가야 할 것이다.


[4] 청년 친화형 주거모델 보급 관련

‘좋은 청년주택 만들기’ 프로젝트를 통해 청년과 함께 현장의 문제를 풀어가려고 하는 것은 청년정책 기본계획의 참여와 주도 원칙을 반영한 것으로 보이며 본 제도가 잘 시행되길 바란다.

생애 첫 청년주거 패키지 지원의 경우 인적 인프라의 확충이 요구됨을 강조한다. 전자 정보로 모든 것을 플랫폼화 하는 것은 문제를 푸는 만능열쇠가 이니다. 정보접근에 불리한 청년들도 다수 존재하고 실제 문제해결은 인적 서비스의 제공과정에서 이뤄지기 때문이다. 정보를 제공하고 필요한 경우 교육과 상담을 매칭할 수 있는 인력을 확보하여 그들의 전문성을 향상시키기 위한 지원이 수반되어야 함을 잊어서는 안 된다.

청년친화 도심융합특구 조성은 국가균형발전을 고민하는 관점에서 중요한 논의주제일 것이다. 이러한 시도가 ‘10,000개의 일자리’와 같은 성과주의적 선언에 그치지 않고, 양질의 일자리와 양질의 주거를 마련하기 위한 보다 세밀하고 구체적인 고민이 요구됨을 지적한다. 무엇보다 그곳에서 살아가는 청년들과 함께 정책을 만들어야 현장의 문제를 풀어나갈 수 있을 것이다. 숫자로 나열되는 성과지표만으로 이 사업을 평가하지 않아야 한다. 또한, 선도사업지를 선정하고, 인센티브 패키지를 마련하는 등 사업진행과정에서 해당 지역이 부동산 투기로 과열되지 않도록, 그리고 해당 지역의 주거문제가 심화되지 않도록 하는 대책도 함께 논의되어야 할 것이다.



<민달팽이유니온이 제안하는 4가지 과제>


주거분야의 청년정책 기본계획에 대한 이상의 평가에 기초해 민달팽이유니온은 이후 우리사회가 기본계획을 구체화함에 있어서 풀어가야 할 4가지 과제를 제시하고자 한다.


첫째, 숫자 중심의 성과목표에서 벗어나 정책이 목표하고 있는 청년시민, 수요자의 입장에서 정책을 설계할 것을 촉구한다. 주거비와 관련해서 시민에게 중요한 것은 내가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인지이지 시세 대비 임대료가 아니다. 청년시민의 입장에서 주거비 문제를 풀어가기 위해서는 기존의 주택공급자 관점의 임대료 산정이 아니라 소득 대비 주거비와 같은 상상이 필요하다. 전세금 대출정책을 중심으로 구성된 주거비 지원계획 기조도 마찬가지의 문제를 가지고 있다. 우리사회가 낳은 부동산 불평등으로 주거빈곤에 처한 청년시민에게 빚을 내서 주거문제를 해결하라고 하는 것을 공공부문의 주요한 기본계획으로 삼는 것에서 벗어나 공공임대주택과 직접 주거비 지원 정책 중심의 주거복지체계를 구축해야 한다.


둘째, 부동산 혹은 물리적 건물로서의 주택으로만 접근했던 주거정책을 넘어 그 공간에서 살아가는 인간으로서 시민의 삶을 지원하기 위한 정책을 설계할 것을 촉구한다. 우리사회는 이제까지 주거문제를 다룸에 있어서는 부동산 가격 규제를 논해왔고, 공공임대주택을 공급함에 있어서는 물리적 주택의 공급에 대해서만 고민해왔다. 하지만 그 공간에서 살아가는 시민에게 중요한 것은 ‘삶’의 영위이다. 생애 첫 청년주거 패키지를 지원하는 것은 정보가 모여진 하나의 플랫폼을 만드는 것에 그치지 않고 필요한 시민에게 필요한 상담과 정책이 닿을 수 있게 구체적이고 촘촘한 인적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어야 한다. 주택을 살아가는 시민들의 삶의 질을 높이기 위한 주택 및 커뮤니티 관리 지원도 요구된다고 하겠다.


셋째, 가족의 다양성을 반영하는 청년주거정책으로 나아갈 것을 촉구한다. 행복주택을 비롯한 청년주거정책이 등장한 이후 청년정책의 대상은 대학생, 청년, 신혼부부, 창업가 등으로 한정되었다. 하지만 이러한 생애주기적 지위 중심의 정책설계는 오늘날 청년의 삶과 동떨어져 사각지대 청년들을 방치하는 문제를 일으켰다. 급격한 사회변화 속에서 청년정책의 사각지대를 최소화하기 위해 1인 가구, 다인 가구, 아동양육가구 등 가족의 다양성을 지원기준으로 삼는 변화가 필요하다.


넷째, 청년정책은 ‘청년’ 연령만을 위한 정책이 아니며 청년주거정책이 가진 가능성이 전반적인 주거정책의 기조와 방향으로 확산되어야 함을 강조한다. 행복주택, 청년매입임대주택 등은 한정된 주거정책예산을 두고 전통적 취약계층과 청년이 파이를 나누는 방식으로 작동해왔다. 기존 청년주거정책의 한계를 넘어 주거복지정책 전체 파이가 확대되는 것이 필수적이다고 할 것이다. 또한, 청년정책은 풀뿌리 거버넌스를 통해 형성된 경험에 기초하기에 여느 정책형성과정보다 더 시민참여적인 특성을 가진다. 청년정책의 이러한 경험이 ‘청년’ 연령만의 특수성에 기인한 것이 되어서는 안 되며 이후 여러 정책설계과정에 시민들이 참여하고 협력할 수 있는 권리가 보장될 것을 촉구한다.


경제적, 사회적, 젠더적 지위 차이가 한 시민의 삶에 큰 격차를 만드는 사회에서 좌절해온 청년들에게 청년정책 기본계획은 변화로 나아가는 한 걸음이다. 청년정책 기본계획이 가진 아쉬움과 한계에도 불구하고 그 시작은 뜻 깊은 것이다. 이 한 걸음에서 나아가 보다 실효성이 있는 정책 마련을 통해 청년이 온전한 시민으로서의 삶을 누릴 수 있는 사회가 되기를 기대한다.


2020.12.28.

민 달 팽 이 유 니 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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