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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평] 국가인권위원회의 20대 청년 별도가구 인정 권고에 부쳐

2021-04-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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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인권위원회의 20대 청년 별도가구 인정 권고에 대한 논평


국가인권위원회(이하 인권위)는 지난 5일, 20대 청년가구를 개별가구로 보장하기 위해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를 개선할 것을 권고하는 내용의 결정문을 발표했다. 이에 대해 민달팽이유니온은 청년 주거권 보장과 주거 불평등 완화를 위해 활동하는 주거권 운동 시민단체로서 적극적인 환영을 표하는 바이다. 보건복지부는 지금 당장, 인권위의 권고를 충실히 이행할 것을 요구한다.

 

이번 인권위 권고는 1) 단순히 청년을 바라보는 차별적 시선을 지적하는 수준을 넘어, 2) 기존 복지제도가 가지고 있는 가족주의적인 한계와 이로 인해 발생한 사각지대를 지적하고, 3) 국가공동체가 가족공동체에 앞서 개인의 권리를 보장해야 한다는 사실을 명백히 밝히고 있다는 점에서 매우 의미있다. 따라서 보건당국은 더 이상 가족주의적인 시선으로 청년들의 기본권을 제한하지 말고, 변화하는 인구 상황을 고려하여 기초생활보장제도가 진정으로 ‘국민생활의 기본이 될 수’ 있도록 빠른 시일 내에 조속히 개선해야 할 것이다.

 

예외가 아닌 원칙으로


또한 제도 개선은 인권위 결정문에서 명시하듯이 ‘원칙적’으로 권리를 보장하는 방식이어야만 한다. 단순히 예외 규정을 두는 임시방편이어서는 안된다. 실제로 지난 제 58차 중앙생활보장위원회에서는 원가족이 보장가구인 20대 개별가구에 한해서만 주거급여를 지원하겠다고 발표하였고 해당 내용의 예외 조항이 개설되었으나 이는 무용지물이었다. 그 예외를 인정하는 기준이 지나치게 세세하고, 청년 당사자가 아닌 부모의 신청을 요구하며, 분리거주 사유서 등을 제출해야 하는 과정은 제도적 접근성을 하락시켰다.

 

그간 20대 청년들은 법적 성인임에도 불구하고, 위와 같은 예외조항에 해당하거나 법적 혼인을 하지 않는 이상 개별가구로서 기초생활보장제도에 진입하지 못했다. 20대 청년들은 원가족의 소득인정액을 고려하느라 일하지 못하는 동시에 스스로의 주거비를 충당하기 위해 일해야 하는 모순적 상황에 처해 있다. 이러한 모순된 상황은, 이들로 하여금 소득신고가 되지 않는 불안정하고 단기적인 일자리만을 전전하도록 만들며 결국 권리가 보장되지 않는 노동시장에서 착취당하거나 원가족과 생활을 재결합하는 선택을 강요당한다. 여기에는 가정폭력, 커밍아웃 등 여러 가지 불가피한 사유를 지닌 이들의 상황도 포함된다. 이처럼 복지가 장악하지 못한 빈곤의 자리는 개인의 희생과 선택지의 축소로 이어진다.


20대 청년 수급제한이 의미하는 것

 

민달팽이유니온은 과거 ‘20대 청년 주거급여 수급제한’에 대해 첫째, 이는 연령에 따른 차별이자 보편적 시민권에 대한 침해라고 주장해온 바 있다. 30세라는 기준이 어디에서 기인한 것인지 어떤 정부부처에서도 대답하지 못했다. 한국사회는 20대 대부분이 부모의 지원을 받을 것이고 ‘근로능력’이 있을 것이라는 고정관념을 가지고 있다. 실재하는 현상이 아닌 이러한 관념을 바탕으로 복지의 대상자를 결정하는 행위는 프레임 바깥에 존재하는 수많은 사람들의 삶을 지우는 것이나 다름없다.

 

둘째, 이는 혼인제도로 제한되는 정상가족 중심의 복지제도이다. 소득상황이 달라지지 않은 상황에서 그저 결혼제도 진입만으로 정책의 대상자가 될 수 있다는 사실은, 국가가 가족보다 앞서서 개인을 책임지지 않는 제스쳐이자 이성애혈연가족의 구성원으로서 인구생산에 기여할 때라야만 시민권을 인정해주겠다는 일종의 시그널이다.

 

셋째, 이는 청년 및 소수자들의 빈곤상황을 배제하는 결과를 낳는다. 원가족과 불가피하게 단절되어야 하는 상황, 이를테면 가정폭력, 착취, 단절 등 주로 사회적 약자 혹은 소수자들이 겪게 되는 상황은 전혀 고려되지 않았다. 가족 공동체가 폭력과 고통의 원인이 되는 경우가 흔함에도 불구하고 국가는 가족을 마치 고통을 나누어지는 족쇄처럼 취급한다.

 

지금, 여기의 빈곤을 마주하라


위와 같은 맥락에서, 우리는 다시 한 번 인권위의 결정문에 적극적인 동의를 표한다. 보건복지부는 모든 시민들이 인간다운 생활을 영위할 수 있는 첫 번째 발걸음으로서, 20대 청년가구를 원칙적 별도가구로 인정해야 한다. 국가가 내세우는 정상가족 신화는 해체된 지 오래이고 가구형태는 이미 1인가구를 중심으로 다변화되었다. 이러한 상황에서 기존의 가족주의적인 복지제도만을 고집한다면 20대 청년세대를 시작으로 사람들의 삶은 무너질 것이다. 우리는 보건복지부가 더 이상 정형화된 형태로 빈곤을 정의하지 않고 실제로 존재하는 사람들의 삶을 마주하기를 바란다. 무엇보다도 이번 결정문을 발판삼아 기존의 복지체계에 대한 논의가 확장되기를, 그리하여 다양한 형태의 개인과 공동체가 겪고있는 위기상황이 해소될 수 있기를 진심으로 염원한다.

 

민달팽이유니온은 앞으로도 보건복지부를 비롯한 정부 당국이 제도 개선을 위해 제대로 행동하는지 끊임없이 관찰할 것이며 모든 인간이 인간답게 살 수 있는 세상을 위해 앞장설 것이다.

 

2021.04.06.

민달팽이유니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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