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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평] 용산참사 기억 앞에 겸손하라

2021-04-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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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매일 조금씩 쫓겨나고 있습니다.

재개발 현장에서 쫓겨나는 사람들이 처했던 현실은, 소유권 없이는 주거권을 주장할 길이 없는 세입자, 청년들의 보편적 현실과 맞닿아 있습니다. 강제퇴거와 철거가 벌어지는 모든 현장은, 집값이 오를 때마다 이사를 다녀야 하는 청년의 삶, 주거비가 부담되어 조금이라도 더 저렴하고 그만큼 열악한 공간에서 살아가는 청년의 삶, 임대인이 근본없는 관리비 인상을 요구해도 서럽지만 별 수 없으려니 하고 감수하는 청년의 삶, 이렇게는 영영 주거 안정을 꾀할 수 없을 것 같아 불안한 청년의 그 모든 삶에 닿아 있습니다. 개발을 호재로만 읽는 세상에서, 결국 삶터에서 쫓겨나고 죽거나 감옥에 간 용산참사 피해자들의 삶이 어쩐지 멀게만 느껴지지 않습니다.


용산참사는 사회적 참사입니다. 

용산참사는 소유하지 않은 자의 권리를 이해하지 못했던 미개한 국가가 만들어낸 참사입니다. 폭력을 가한 것은 국가입니다. 용산 재개발을 둘러싼 이권의 크기에 인권이 짓눌렸습니다. 농성 25시간 만에 투입된 공권력, 이유를 알 수 없는 화재, 불타는 망루, 23명의 부상과 6명의 죽음, 유가족 동의 없이 진행되었던 부검, 참사 당일 물대포를 쏘아댔던 용역, 그 용역을 보호해주었던 경찰, 사건 이후 댓글 조작을 하라는 청와대의 메일, 강호순을 이용하라는 구체적 지시 등 국가는 구조적으로 물리적으로 주거권을 삭제시켰습니다. 아직도 진실 규명이 되지 않은 것들 또한 남아 있습니다.

개발이익 때문에 사람이 죽었는데도 용산 참사를 피해자의 탓으로 돌리는 발언을 규탄합니다. 국가가 시민을 강제로 내쫓고, 심지어 죽음으로 내몰았던 용산참사를 모욕하는 시선을 교정하겠노라, 더 분명하고 구체적인 사과를 해야합니다.


오세훈 전 서울시장은 용산 참사의 기억 앞에 겸손해야 합니다. 

개발이익을 앞세워 주거권이라는 기본 인권을 침해하고 서울 시민들의 삶을 돌보고 사회안전망을 구축하기 위한 방법을 고민해야 할 공직자가 가져선 안되는 사고방식이며, 이로 인해 많은 시민들이 진실이 왜곡된 상식 기준을 가지게 될까 몹시 우려스럽습니다.

사람을 지우고, 사회를 지속불가능한 방향으로 이끄는 방식의 개발은 이제 그만해야 합니다. 전면철거형 개발의 관성에서 벗어나야 합니다. 세입자의 주거 안정, 공동체의 문화, 도시의 지속가능성을 해치는 개발은 이제 사라져야 합니다. 개발이익을 위해 앞서 말한 이 모든 권리들이 침해당했던, 사회적 참사인 용산참사를 기억하고, 다시는 같은 길을 걷지 말아야 합니다. 도시는 사람 없이 지속될 수 없습니다. 권리를 지우고 이익만 우선하는 개발은 더 이상 벌어져선 안됩니다.


투기꾼의 관점에서 벗어나십시오. 

모든 사람은 헌법상 보장된 주거권을 가지며, 국가가 취약 계층의 주거권에 충분한 주의를 기울이지 않는 것은 헌법상 국가의 의무 위반입니다. 국가와 서울시는 모든 사람의 주거권을 실현하기 위해 어떻게 사회적 자원을 마련할 것인지를 고민해야 합니다. 개발이익을 남기기 위한 최단루트를 찾는 것은 공공의 역할이 아닙니다. 투기꾼의 관점에서 벗어나십시오. 이 땅과 집들을, 이 도시에 살아가는 사람들을 위한 정책들의 기조를 '그리하여 주거권을 실현시킬 수 있는가'를 중심으로 다시 구조화하십시오. 목표도, 성과도 모두 주거권 실현을 바라보는 형태로 바로 잡으십시오. 공공이 바라볼 것은 투기꾼의 이익이 아니라, 모든 사람의 주거권임을 잊지 마십시오. 민달팽이유니온은 다시는 용산참사와 같은 일이 벌어지지 않도록 끝까지 국가와 서울시를 지켜보고 감시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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