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소수자라는 이유로 집을 구하는 과정에서 불이익을 겪을까 걱정하는 이에게 우리는 어떤 말을 건넬 수 있을까요? 이용할 수 있는 정책이 없을까 고민하는 이에게는 어떤 제안을 해볼 수 있을까요? 답을 찾기 어렵지만, 여전히 어설프고 부족한 말들이겠지만, 그럼에도 언어들을 모아봅니다. 할 수 있는 말, 나아갈 방향을 고민합니다. 아래에 [성소수자주거권네트워크]에 참여하며 함께 만든 성소수자 주거지원 매뉴얼의 일부 내용을 공유합니다. 독자는 주거상담이 필요한 성소수자 지인에게, 혹은 내담자와 상담을 하게 될 사람을 가정하여 두었습니다. 대화 나누기에 앞서 참고하면 좋을 내용들을 담았습니다.
『성소수자, 주거권을 말하다』(2021) 보고서에서 설문조사와 인터뷰를 통해 확인한 사례들을 중심으로, 주택임대차계약 상황에서의 사례 유형 두 가지를 안내하려 합니다.
세입자이자 성소수자인 사람들은 ‘계약 갱신’ 또는 ‘계약 체결’ 과정에서 파트너 관계 또는 트랜스젠더의 법적 성별 등을 계기로 아웃팅 위험에 노출될 수 있습니다. 또한 주택임대차시장에서 세입자로 살아가는 성소수자의 주거 불안과 두려움으로 계약이 파기되거나 계약 연장을 거절당하는 상황, 이에 대한 두려움을 마주하곤 합니다.
1. 계약 갱신 과정에서의 불이익 우려
“집주인이 계약할 때 알게 되면 재계약을 안 할 것 같아요. 저한테 플러스 요인이 될 가능성은 없을 것 같아요. 집주인이 퀴어이지 않는다면…” (N씨, 시스젠더 여성, 레즈비언, 30대)
상동의 보고서에 따르면, 주택임대차시장에서 세입자로 살고 있는 성소수자들은 자신의 성적지향 혹은 성별정체성이 주택임대차계약에 끼칠 부정적인 영향에 대한 불안을 갖고 있습니다. 집주인에게 자신의 정체성이 알려지는 날에는 전월세 재계약을 거부 당할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주택임대차보호법상 임대인이 세입자의 계약갱신요구를 거절할 수 있는 경우는 상당히 제한적입니다. 즉, 임대인은 법에서 정하는 거절사유가 없는 한 무조건 1회에 한해 계약을 갱신해 주어야 한다는 의미입니다. 더불어, 성소수자라는 이유로 계약기간이 끝나기 전 퇴거를 요청하는 등의 행위를 할 수 없는 것 또한 당연합니다. 그러나 실제로는 성소수자인 세입자에 대한 차별이 갱신 거절로 이어지는 경우가 있기에 그에 대한 우려와 걱정을 지우기 어렵습니다.
▼그럼 어떻게 해야 할까?
주택임대차보호법에 따라, 세입자는 계약갱신청구권을 1회 사용할 수 있습니다. 임대인이 차별적이거나 그렇지 않거나 주택임대차계약을 맺은 사람은 누구나 사용할 수 있는 권리입니다. 만약 임대인이 임차인의 성 정체성을 이유로 계약 갱신을 거절하고자 하더라도, 이는 법에서 규정한 계약갱신 거절 사유가 될 수 없기 때문에 세입자는 자신이 가진 계약갱신청구권을 사용하여 기존에 거주하고 있던 집에서 계속 살 수 있다는 권리를 주장할 수 있습니다. 만약, 함께 거주하게 된 반려자에 대한 정보를 말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계약갱신 거절이나 계약 해지 통보를 받으신 경우라면, 법률상담을 통해 우리의 입장을 변호하기 위한 조치를 취해볼 수 있겠습니다.
※참고 [계약갱신청구권 사용시 임대인이 거절할 수 있는 사유]
한국에서는 세입자가 계약갱신을 희망할 때 임대인이 '싫다!' 거절할 수 있는 정당한 사유로 9개를 제시하고 있습니다. 아래 내용에 근거한 임대인의 계약갱신 거절은 합법한 것으로 여겨지니, 거주하는 동안에 미리 확인해두시면 좋습니다.
① 2기 이상의 임대료 연체한 경우
② 임차인이 거짓이나 부정한 방법으로 임차한 경우
③ 임대인이 상호 합의된 상당한 보상 제공한 경우
④ 임차인이 임대인 동의 없이 전대한 경우
⑤ 임차목적물의 고의나 중대한 과실에 의한 파손한 경우
⑥ 임차주택이 멸실된 경우
⑦ 철거나 재건축으로 점유회복이 필요한 경우
⑧ 임대인 등이 실제 거주하려는 경우
⑨ 임차인의 중대한 의무위반 기타 임대차를 계속하기 어려운 정당한 사유
2. 계약 체결 과정에서의 불이익 우려
“둘이서 집을 구하려고 시도해보니까 딱 반응이 “누구인가요?, 자매인가요?” “친구입니다.” 거짓말을 하는 이런 식의 대화들… 제가 기분이 안 좋고, 계속 집주인 하고도 그런 얘기들이 오가고, 이런 것들이 좋은 경험은 아니죠. 뭔가를 숨기면서 얘기를 하는 거니까.” (H씨, 시스젠더 여성, 범성애자, 20대)
무사히 주택임대차계약이 체결되길 바라는 마음에 성소수자들은 집을 구하고 계약할 때 자신과 파트너의 관계를 숨기곤 했습니다. 인터뷰 참여자 O씨의 경우 집 계약을 할 때 “집 주인이 파트너와 관계를 물어볼까 조마조마했”던 감정을 경험했으며, E씨는 “파트너를 중개인과 집주인에게 뭐라고 소개해야 할지”에 대해 곤란함을 겪기도 했습니다. H씨 또한 파트너 관계를 속여야 하는 상황에서 “기분이 좋지 않”은 감정을 경험했습니다.
‘MTF 트랜스젠더입니다. 주거계약 시 계약서에 적어야 하는 주민등록번호 탓에 아웃팅이 됐습니다.’ (트랜스젠더)
‘계약을 진행 중 계약서엔 남자로 되어있었지만 보이는 모습은 여성이라 바로 트랜스젠더인 걸 알아차리셨고 계약이 파기된 경험이 1회 있음.’ (트랜스젠더)
‘남자예요? 여자예요? 신분증 좀 보여주시겠어요?(집주인)’ (트랜스젠더)
특히 법적 성별을 정정하지 않은 트랜스젠더의 경우 집 계약이 더 큰 부담으로 다가옵니다. 자신의 표현되는 성별과 법적 성별이 다른 상황은 임대차 계약 시 아웃팅으로 이어져 계약을 못하게 될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이는 보고서 내 설문조사 결과에서 트랜스젠더가 다른 성소수자 집단보다 집 계약 시 ‘자신 혹은 파트너의 정체성을 숨겨야 해서 불편하다’의 응답률이 52.2%로 높은 것을 통해서도 확인할 수 있습니다. 또한 주거 불안 경험을 묻는 개방형 질문에 많은 트랜스젠더 참여자들이 집 계약 시 법적 성별을 문제로 아웃팅 위험에 노출되거나 계약을 파기 당한 일들을 서술하기도 했습니다.
설문조사를 통해 자신의 정주환경이 불안정한지 여부를 질문했을 때, 응답자 중 9.9%는 성정체성으로 인한 차별과 퇴거 우려 때문에 정주환경이 ‘불안정하다’고 응답했습니다. 그 중에서도 트랜스젠더는 ‘성정체성으로 인한 이웃으로부터 차별과 퇴거’ 우려가 31.8%로 시스젠더 여성/남성보다 더 불안정한 정주성을 경험하고 있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인터뷰 참여자들의 구술도 이와 비슷했습니다. 트랜스젠더 D씨, F씨, I씨 모두 부동산 집 계약 시 성별 문제로 불안과 불편을 겪어야 했습니다. I씨의 경우 현재는 법적 성별을 정정한 상태지만 과거 성별 정정 전 임대차 계약을 할 때 아웃팅 우려로 계약 자체가 부담으로 다가왔습니다. 스스로 성소수자이기 때문에 겪었던 차별과 불편함 중에 “계약할 때가 제일 힘들었다”고 말할 정도로 트랜스젠더에게 임대차 계약은 매우 위험하고 불안한 요소로 경험되고 있었습니다.
이에 대해서는 UN 주거권 특별보좌관 또한 문제제기를 한 바 있습니다. 특보는 트랜스젠더가 “주거에 접근할 때 거대한 장벽을 마주”한다고 보았으며, “정부가 발급하는 신분증의 성별 표시”를 변경할 수 없을 때, “성별정체성이 신분증과 일치하지 않는 사람들이 집을 임대하는 데 어려움을 겪는” 사례를 함께 다루었습니다.
▼ 그럼 어떻게 해야 할까?
트랜스젠더에 대한 차별은 계약 체결 과정에서의 일방적인 파기를 통해 적나라하게 드러나기도 합니다. 그가 겪는 일은 몹시 불합리한 것이며, 임대인 또는 중개사의 태도는 세입자의 존엄성을 훼손시키는 치명적인 행위임을 알아주세요.
계약을 하는 것이 거의 확정된 상황에서 단지 법적 성별의 불일치만을 이유로 계약체결을 일방적으로 파기한 상황이고 이에 대한 증거가 분명하게 있다면, 이에 관한 처벌 또는 피해 보상에 대한 소송을 고려해볼 수도 있습니다. 영국의 경우, 공공질서법에 따라 종교와 성적지향을 이유로 한 위협적인 말 또는 행동을 하는 경우 해당 혐오표현에 대한 규제를 할 수 있도록 되어 있습니다. 하지만 한국은 아직 관련한 법 체계를 갖추고 있지 못해 승소할 가능성이 적을 수 있습니다. 다만, 집을 구하는 과정에서 겪은 이 경험으로 인해 자신의 존엄이 훼손되고 모욕감을 느낀 사람의 슬픔과 울분에 함께 공감해주세요. 계약을 거절당한 이가 적극적으로 대응할 수 없다고 한다면 그것은 마땅히 감당해야 하는 일이기 때문이 아니라, 한국의 법 체계가 아직까지 이러한 인권 침해, 차별로부터 이들을 보호할 수 있는 장치를 마련하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이러한 과정에서 공익인권법재단 공감, 공익인권변호사모임 희망을만드는법 등 성소수자 인권을 옹호하는 기관 및 단체들의 도움을 받을 수 있고, 국가인권위원회에 사건 조사를 요청하거나 제소를 할 수도 있습니다.
만약 이미 계약이 성사되었는데 성소수자라는 이유로 일방적으로 계약이 파기된다면, 이는 통상적으로 계약을 해지할 수 있는 이유가 될 수 없습니다. 따라서 계약금의 2배를 위약금으로 요구할 수 있습니다. 임대인의 일방적인 계약해지라는 점을 입증하기 위해 임대인과 주고받은 문자메세지, 전화통화 녹취 등을 보관해 두는 것이 좋습니다.
아직 사건이 발생하지 않았지만, 성 정체성에 대한 차별적 시선 때문에 계약 체결 과정에서 어려움을 겪을까봐 걱정하고 있다면, 안전하고 평등한 공인중개소의 목록을 작성하여 공유해볼 수도 있습니다. 과거 민달팽이유니온은 대학가 인근 공인중개소를 대상으로 착한 공인중개소를 모았던 적이 있습니다. 청년을 대상으로 연령이 어리다는 것, 주택임대차계약 경험이 적다는 것을 악용하여 불평등한 주택임대차계약을 성사시키지 않겠다고 함께 약속한 공인중개소의 명단이었습니다. 아마 몇몇 상담센터에서는 이미 충분히 세입자의 여건과 정체성을 존중해주는 공인중개소 명단을 확보하고 있을 수도 있습니다. 장기적으로 지역 사회 내 평등하고 안전한 공인중개소 명단을 아카이빙해나가는 시도가 사회 곳곳에서 벌어지길 기대합니다. 가난하거나, 어리거나, 연고가 없거나, 성소수자거나, 국적이 다르거나… 다양한 이유로 다양한 차별을 일삼는 공인중개소가 아닌, 존엄하고 안전하게 존재할 수 있는 곳들이 더 많아질 수 있다면 좋겠습니다.
성소수자주거권네트워크
성소수자주거권네트워크는 성소수자들이 경험하는 주거 불안을 공론화하고 이들의 주거권을 옹호하기 위해 만든 단체입니다. 성소수자들이 처한 주거 불안의 맥락과 경로 등을 조사, 연구하고 있으며, 성소수자 인권단체와 주거권 운동 단체와 함께 성소수자 주거권 운동을 엮는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성소수자주거권네트워크는 ‘민달팽이유니온’, ‘청소년 성소수자 위기지원센터 띵동’, ‘성공회 용산나눔의집’, ‘다양성을 향한 지속가능한 움직임, 다움’이 함께하고 있습니다.
위 내용은 2022 성소수자 주거지원 매뉴얼을 일부 발췌 및 수정한 내용입니다.
더 많은 이야기들은 아래 링크를 통해 확인해보실 수 있습니다.
<2022 성소수자 주거지원 매뉴얼> 다운로드 : http://bit.ly/3CXqmvX
성소수자라는 이유로 집을 구하는 과정에서 불이익을 겪을까 걱정하는 이에게 우리는 어떤 말을 건넬 수 있을까요? 이용할 수 있는 정책이 없을까 고민하는 이에게는 어떤 제안을 해볼 수 있을까요? 답을 찾기 어렵지만, 여전히 어설프고 부족한 말들이겠지만, 그럼에도 언어들을 모아봅니다. 할 수 있는 말, 나아갈 방향을 고민합니다. 아래에 [성소수자주거권네트워크]에 참여하며 함께 만든 성소수자 주거지원 매뉴얼의 일부 내용을 공유합니다. 독자는 주거상담이 필요한 성소수자 지인에게, 혹은 내담자와 상담을 하게 될 사람을 가정하여 두었습니다. 대화 나누기에 앞서 참고하면 좋을 내용들을 담았습니다.
『성소수자, 주거권을 말하다』(2021) 보고서에서 설문조사와 인터뷰를 통해 확인한 사례들을 중심으로, 주택임대차계약 상황에서의 사례 유형 두 가지를 안내하려 합니다.
세입자이자 성소수자인 사람들은 ‘계약 갱신’ 또는 ‘계약 체결’ 과정에서 파트너 관계 또는 트랜스젠더의 법적 성별 등을 계기로 아웃팅 위험에 노출될 수 있습니다. 또한 주택임대차시장에서 세입자로 살아가는 성소수자의 주거 불안과 두려움으로 계약이 파기되거나 계약 연장을 거절당하는 상황, 이에 대한 두려움을 마주하곤 합니다.
1. 계약 갱신 과정에서의 불이익 우려
상동의 보고서에 따르면, 주택임대차시장에서 세입자로 살고 있는 성소수자들은 자신의 성적지향 혹은 성별정체성이 주택임대차계약에 끼칠 부정적인 영향에 대한 불안을 갖고 있습니다. 집주인에게 자신의 정체성이 알려지는 날에는 전월세 재계약을 거부 당할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주택임대차보호법상 임대인이 세입자의 계약갱신요구를 거절할 수 있는 경우는 상당히 제한적입니다. 즉, 임대인은 법에서 정하는 거절사유가 없는 한 무조건 1회에 한해 계약을 갱신해 주어야 한다는 의미입니다. 더불어, 성소수자라는 이유로 계약기간이 끝나기 전 퇴거를 요청하는 등의 행위를 할 수 없는 것 또한 당연합니다. 그러나 실제로는 성소수자인 세입자에 대한 차별이 갱신 거절로 이어지는 경우가 있기에 그에 대한 우려와 걱정을 지우기 어렵습니다.
▼그럼 어떻게 해야 할까?
주택임대차보호법에 따라, 세입자는 계약갱신청구권을 1회 사용할 수 있습니다. 임대인이 차별적이거나 그렇지 않거나 주택임대차계약을 맺은 사람은 누구나 사용할 수 있는 권리입니다. 만약 임대인이 임차인의 성 정체성을 이유로 계약 갱신을 거절하고자 하더라도, 이는 법에서 규정한 계약갱신 거절 사유가 될 수 없기 때문에 세입자는 자신이 가진 계약갱신청구권을 사용하여 기존에 거주하고 있던 집에서 계속 살 수 있다는 권리를 주장할 수 있습니다. 만약, 함께 거주하게 된 반려자에 대한 정보를 말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계약갱신 거절이나 계약 해지 통보를 받으신 경우라면, 법률상담을 통해 우리의 입장을 변호하기 위한 조치를 취해볼 수 있겠습니다.
※참고 [계약갱신청구권 사용시 임대인이 거절할 수 있는 사유]
한국에서는 세입자가 계약갱신을 희망할 때 임대인이 '싫다!' 거절할 수 있는 정당한 사유로 9개를 제시하고 있습니다. 아래 내용에 근거한 임대인의 계약갱신 거절은 합법한 것으로 여겨지니, 거주하는 동안에 미리 확인해두시면 좋습니다.
① 2기 이상의 임대료 연체한 경우
② 임차인이 거짓이나 부정한 방법으로 임차한 경우
③ 임대인이 상호 합의된 상당한 보상 제공한 경우
④ 임차인이 임대인 동의 없이 전대한 경우
⑤ 임차목적물의 고의나 중대한 과실에 의한 파손한 경우
⑥ 임차주택이 멸실된 경우
⑦ 철거나 재건축으로 점유회복이 필요한 경우
⑧ 임대인 등이 실제 거주하려는 경우
⑨ 임차인의 중대한 의무위반 기타 임대차를 계속하기 어려운 정당한 사유
2. 계약 체결 과정에서의 불이익 우려
무사히 주택임대차계약이 체결되길 바라는 마음에 성소수자들은 집을 구하고 계약할 때 자신과 파트너의 관계를 숨기곤 했습니다. 인터뷰 참여자 O씨의 경우 집 계약을 할 때 “집 주인이 파트너와 관계를 물어볼까 조마조마했”던 감정을 경험했으며, E씨는 “파트너를 중개인과 집주인에게 뭐라고 소개해야 할지”에 대해 곤란함을 겪기도 했습니다. H씨 또한 파트너 관계를 속여야 하는 상황에서 “기분이 좋지 않”은 감정을 경험했습니다.
특히 법적 성별을 정정하지 않은 트랜스젠더의 경우 집 계약이 더 큰 부담으로 다가옵니다. 자신의 표현되는 성별과 법적 성별이 다른 상황은 임대차 계약 시 아웃팅으로 이어져 계약을 못하게 될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이는 보고서 내 설문조사 결과에서 트랜스젠더가 다른 성소수자 집단보다 집 계약 시 ‘자신 혹은 파트너의 정체성을 숨겨야 해서 불편하다’의 응답률이 52.2%로 높은 것을 통해서도 확인할 수 있습니다. 또한 주거 불안 경험을 묻는 개방형 질문에 많은 트랜스젠더 참여자들이 집 계약 시 법적 성별을 문제로 아웃팅 위험에 노출되거나 계약을 파기 당한 일들을 서술하기도 했습니다.
설문조사를 통해 자신의 정주환경이 불안정한지 여부를 질문했을 때, 응답자 중 9.9%는 성정체성으로 인한 차별과 퇴거 우려 때문에 정주환경이 ‘불안정하다’고 응답했습니다. 그 중에서도 트랜스젠더는 ‘성정체성으로 인한 이웃으로부터 차별과 퇴거’ 우려가 31.8%로 시스젠더 여성/남성보다 더 불안정한 정주성을 경험하고 있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인터뷰 참여자들의 구술도 이와 비슷했습니다. 트랜스젠더 D씨, F씨, I씨 모두 부동산 집 계약 시 성별 문제로 불안과 불편을 겪어야 했습니다. I씨의 경우 현재는 법적 성별을 정정한 상태지만 과거 성별 정정 전 임대차 계약을 할 때 아웃팅 우려로 계약 자체가 부담으로 다가왔습니다. 스스로 성소수자이기 때문에 겪었던 차별과 불편함 중에 “계약할 때가 제일 힘들었다”고 말할 정도로 트랜스젠더에게 임대차 계약은 매우 위험하고 불안한 요소로 경험되고 있었습니다.
이에 대해서는 UN 주거권 특별보좌관 또한 문제제기를 한 바 있습니다. 특보는 트랜스젠더가 “주거에 접근할 때 거대한 장벽을 마주”한다고 보았으며, “정부가 발급하는 신분증의 성별 표시”를 변경할 수 없을 때, “성별정체성이 신분증과 일치하지 않는 사람들이 집을 임대하는 데 어려움을 겪는” 사례를 함께 다루었습니다.
▼ 그럼 어떻게 해야 할까?
트랜스젠더에 대한 차별은 계약 체결 과정에서의 일방적인 파기를 통해 적나라하게 드러나기도 합니다. 그가 겪는 일은 몹시 불합리한 것이며, 임대인 또는 중개사의 태도는 세입자의 존엄성을 훼손시키는 치명적인 행위임을 알아주세요.
계약을 하는 것이 거의 확정된 상황에서 단지 법적 성별의 불일치만을 이유로 계약체결을 일방적으로 파기한 상황이고 이에 대한 증거가 분명하게 있다면, 이에 관한 처벌 또는 피해 보상에 대한 소송을 고려해볼 수도 있습니다. 영국의 경우, 공공질서법에 따라 종교와 성적지향을 이유로 한 위협적인 말 또는 행동을 하는 경우 해당 혐오표현에 대한 규제를 할 수 있도록 되어 있습니다. 하지만 한국은 아직 관련한 법 체계를 갖추고 있지 못해 승소할 가능성이 적을 수 있습니다. 다만, 집을 구하는 과정에서 겪은 이 경험으로 인해 자신의 존엄이 훼손되고 모욕감을 느낀 사람의 슬픔과 울분에 함께 공감해주세요. 계약을 거절당한 이가 적극적으로 대응할 수 없다고 한다면 그것은 마땅히 감당해야 하는 일이기 때문이 아니라, 한국의 법 체계가 아직까지 이러한 인권 침해, 차별로부터 이들을 보호할 수 있는 장치를 마련하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이러한 과정에서 공익인권법재단 공감, 공익인권변호사모임 희망을만드는법 등 성소수자 인권을 옹호하는 기관 및 단체들의 도움을 받을 수 있고, 국가인권위원회에 사건 조사를 요청하거나 제소를 할 수도 있습니다.
만약 이미 계약이 성사되었는데 성소수자라는 이유로 일방적으로 계약이 파기된다면, 이는 통상적으로 계약을 해지할 수 있는 이유가 될 수 없습니다. 따라서 계약금의 2배를 위약금으로 요구할 수 있습니다. 임대인의 일방적인 계약해지라는 점을 입증하기 위해 임대인과 주고받은 문자메세지, 전화통화 녹취 등을 보관해 두는 것이 좋습니다.
아직 사건이 발생하지 않았지만, 성 정체성에 대한 차별적 시선 때문에 계약 체결 과정에서 어려움을 겪을까봐 걱정하고 있다면, 안전하고 평등한 공인중개소의 목록을 작성하여 공유해볼 수도 있습니다. 과거 민달팽이유니온은 대학가 인근 공인중개소를 대상으로 착한 공인중개소를 모았던 적이 있습니다. 청년을 대상으로 연령이 어리다는 것, 주택임대차계약 경험이 적다는 것을 악용하여 불평등한 주택임대차계약을 성사시키지 않겠다고 함께 약속한 공인중개소의 명단이었습니다. 아마 몇몇 상담센터에서는 이미 충분히 세입자의 여건과 정체성을 존중해주는 공인중개소 명단을 확보하고 있을 수도 있습니다. 장기적으로 지역 사회 내 평등하고 안전한 공인중개소 명단을 아카이빙해나가는 시도가 사회 곳곳에서 벌어지길 기대합니다. 가난하거나, 어리거나, 연고가 없거나, 성소수자거나, 국적이 다르거나… 다양한 이유로 다양한 차별을 일삼는 공인중개소가 아닌, 존엄하고 안전하게 존재할 수 있는 곳들이 더 많아질 수 있다면 좋겠습니다.
성소수자주거권네트워크
성소수자주거권네트워크는 성소수자들이 경험하는 주거 불안을 공론화하고 이들의 주거권을 옹호하기 위해 만든 단체입니다. 성소수자들이 처한 주거 불안의 맥락과 경로 등을 조사, 연구하고 있으며, 성소수자 인권단체와 주거권 운동 단체와 함께 성소수자 주거권 운동을 엮는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성소수자주거권네트워크는 ‘민달팽이유니온’, ‘청소년 성소수자 위기지원센터 띵동’, ‘성공회 용산나눔의집’, ‘다양성을 향한 지속가능한 움직임, 다움’이 함께하고 있습니다.
위 내용은 2022 성소수자 주거지원 매뉴얼을 일부 발췌 및 수정한 내용입니다.
더 많은 이야기들은 아래 링크를 통해 확인해보실 수 있습니다.
<2022 성소수자 주거지원 매뉴얼> 다운로드 : http://bit.ly/3CXqmv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