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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모성명] 미추홀구 전세사기 피해 세입자의 명복을 빕니다

2023-0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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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월 28일, 미추홀구전세사기피해대책위원회에서 활동하던 전세사기 피해자가 숨졌다. 말도 안되는 이유로 보증금을 떼먹고 어느 무고한 이의 생 전체를 쥐고 흔들도록 방치해왔던 구조가 끝나지 않는 사이, 안타까운 생명을 잃음에 원통스럽기 그지 없다. 무법지대와 다름없는 주택임대차시장, 그곳에서 판치던 사기꾼, 이를 방조하던 업자들과 가끔 생색내기 탁상공론을 내던지던 정부가 만든 사회적 희생이다. 이렇게 잃어서는 안되는 삶이었다. 


집에 살고 싶었을 뿐이었던 청년이 한순간에 보증금을 떼일 때까지 정부는 무엇을 얼마나 진정성 있게 역할해왔는가. 황망하다. 그토록 많은 보도자료, 일타강사를 흉내내던 영상, 앱을 개발했다며 뿌려 댄 홍보마케팅이 다 무슨 소용인가. 


민달팽이유니온은 피해 당사자들과 함께 지난해 여름부터 전세사기·깡통주택을 비롯한 보증금 미반환 사태를 시급히 해결해야 할 사회적 재난으로 보고 당국에 실질적으로 피해를 해결할 수 있는 방안을 여러차례 요구해 왔다. 그러나 정부는 피해당사자들에게 와닿지 않는 대책을 논하고, 또 다시 대출로 주거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기조의 주거 정책을 내놓았다. 그 사이, 우리는 또 집을 이유로 우리의 이웃을 잃었다. 참담한 슬픔을 금할 수 없다. 우리 곁의 평범한 이웃의 명복을 빈다.


지난 2월 8일 국회에서 진행된 미추홀구 깡통전세 피해 대책 마련을 위한 긴급토론회에서 한 참석자가 토론회에 참석한 정부 관계자들에게 ‘어떻게 하면 세입자들이 전세사기를 피할 수 있는지’ 질문한 적 있다. 그때 참석한 국토교통부, 인천광역시, 법원행정처 관계자들은 미리 약속이라도 한 듯 ‘계약하기 전에 좀 더 꼼꼼히 알아보라’고 이야기해 장내에서 놀라는 소리와 허탈한 한숨이 여기저기 터져나왔다. 주택임대차시장이 현실에서 어떻게 돌아가는지 전혀 모르고 하는 말에, 어떻게 저 자리에 앉아 정책을 논할 수 있다는 것인지 의심과 실망 가득한 분노의 숨들이었다. 


피해 당사자들은 자신이 알아볼 수 있는 정보를 최대한으로 알아봤다. 누가 사기꾼이었던가? 국가가 공인한 자격을 가진 공인중개사, 국가가 등록시켜준 임대인, 오랫동안 집장사했으니 믿으라던 업자들, 분양대행업자, 건축주, 중개보조원 그리고 그들이 가진 자신감에 근거를 만들어준 감정평가사, 대출브로커와 금융기관이 모두 사기꾼이었다. 다들 이렇게 한다면서, 믿으라면서, 안심하라고, 문제 생기면 책임져준다고, 보증보험도 되고 경매도 걱정말라고 떠들어대던 입들을 그대로 방치해왔던 것은 누구인가? 정부다. 사기꾼들이 활개를 치도록 방치한 것은 정부다. 형사상 사기죄가 성립해야만 사기꾼인가? 아니다. 우리의 알 권리, 안전할 권리, 멀쩡한 집에서 멀쩡히 계약하고 잘 살다가 무사히 이사갈 권리를 함부로 대해왔던 모든 이들과 그것을 방치한 구조가 사기꾼이 아니고 뭐란 말인가. 대체 누구를 믿고 계약하고, 무엇을 믿고 이 땅에서 세입자로 살아갈 수 있단 말인가. 


법과 제도를 만드는 사람들에게 이 죽음에 대한 책임을 묻는다. 피해자의 참담한 심경은 커녕 현장의 문제도 제대로 파악하고 있지 못했던 것을 진정으로 인지한 적 있는가? 정부가 대책을 내놓고는 있지만 이에 대고 실효성 있는 대책을 내놓으라고 요구하던 당사자들의 말을 귀찮아하진 않았는가?


보증금 떼인 세입자들의 울부짖음은 단 하루도 그친 적이 없다. 그로 인한 죽음을 정말 예견하지 못했던가. 그렇다면 이 얼마나 방만하고 게으른 위정자들의 정치인가. 우리는 언제까지 세입자라는 이유로, 임대인에게 보증금을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내줘야 했던 ‘무’권리 상태를 그저 받아들여야 하는가? 정녕 한국 사회가 우리에게 할 수 있는 말은 고작 전세사기 휘말리기 전에 조심하라는 말뿐인가? 권한과 책임 있는 자리에 앉은 이들이 뱉어선 안되는 그 얼마나 무책임한 말들인가. 무책임한 말들이 탁상에서 오가는 사이 우리는 또 누군가가 죽을까봐 염려하며 서로의 눈가에 맺힌 눈물을 살피는 일상을 살고 있다.


피해를 입은 이들의 불안은 여전하다. 감히 가늠할 수 없을 정도로 크다. 그러나 정부는 작년 사태의 심각성을 제대로 인지하지 못한 채 세입자로 하여금 알아서 그러한 함정을 피하라는 안일한 대책을 내놓았고, 이에 대한 당사자들의 실망은 이루 말할 수 없었다. 현 사태에 대한 책임이 가장 큰 것은 정부다. 


이 문제는 하루 아침에 발생한 문제가 아니다. 지금까지 정부가 지속적으로 내보낸 메시지 때문에 만들어진 문제다. ‘빚내어 세살라’, ‘월세보다 전세가 좋다‘, ‘전세는 세입자에게도 좋다’라는 말들을 믿었던 이들의 삶이 지금 어떻게 벌어지고 있는가. 그 삶의 흔들림에 정부의 책임이 얼마나 막중한지 정녕 모르는가. 이 메시지들은 어떤 정부이건 관계없이 그간 우리 사회가 지속 발산해 온 목소리다. 그러는 사이 세입자들의 권리는 지워지고, 잊혀졌다. 계속해서 치솟던 집값은 세입자들의 보증금 빚으로 지탱되었다. 갭투기의 성공은 사실 세입자를 쥐어짜서 모은 보증금으로부터 기인했다. 집값이 떨어지고 깡통주택이 늘어나자 그 피해는 오로지 세입자의 몫이 되었다. 


이제사 정부와 사회가 관심을 갖고 여러가지 대책 방안을 내놓고는 있지만 턱없이 부족하다. 우리의 절망감을 함부로 개인화 시키지 말라. 세입자가 더 똑똑해져서 더 많은 정보를 알게 된다고 해서 피할 수 있는 수준의 문제가 아님을 직시하라. 이것은 세입자로 사는 모든 이가 겪는 불안이고, 정부의 역할이 부재한 주택임대차시장에서 터져나온 사회적 재난이다. 정부는 세입자 권리를 보장하지 않는 기존의 주거 정책 기조를 근본적으로 바꿔낼 결심을 해야만 한다.


다시 한 번 고인의 명복을 빌며, 또 다른 아픔이 발생하지 않도록 실질적인 대책 마련을 촉구한다. 이제 내놓는 대책은 현재 존재하는 피해자들이 당장 겪는 주거 불안을 해소하고, 보증금 반환 지원을 위해 조속하게 시행할 수 있는 방법을 모두 동원하는 내용을 담고 있어야 할 것이다. 피해사실을 인지조차 하고 있지 못한 잠재적인 피해자를 발굴해 지원 정책과 연결하고, 공공선매권, 경매신청권, 보증금반환채권매입 등 공공이 개입하며 피해 주택의 구제를 보장하는 제도가 필요하다. 우리는 더 이상 집을 이유로 우리의 이웃을, 동료 시민을 잃을 수 없다. 



23.03.02

민달팽이유니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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