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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평] 예방 위주 대책, 전세사기 피해 발생 후 보증금 못돌려받는 건 마찬가지

2023-03-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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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평]


예방 위주 대책, 전세사기 피해 발생 후 보증금 못돌려받는 건 마찬가지


- 「민간임대주택에관한 특별법」 하위법령 개정안 입법예고에 부쳐 -



2023년 3월 21일, 국토교통부는 전세사기 피해 대책의 일환으로 「민간임대주택에 관한 특별법 시행령 및 시행규칙」 개정안을 입법예고 하였다. 주요 내용은 1) 임대사업자의 보증 미가입 시 임차인의 계약 해제·해지권 부여, 2) 보증가입을 위한 주택가격 산정 시 공시가격 우선 적용, 3) 감정평가액 적용 시 감정평가사협회 추천제 도입이다.


이번 시행령 및 시행규칙 개정안은, 등록임대주택에 한정하여 앞으로 발생할 피해를 예방하는 차원에서 유의미하다고 평가한다. 그러나 몇 가지 부분에서는 여전히 실효성이 부족한 대책이다.


앞으로 등록임대주택에서 전세로 살게 되는 세입자가 계약 전에 임대사업자의 책무 중 하나인 보증보험 가입 의무를 제대로 파악할 수 있도록 돕고, 이를 위반할 경우 빠르게 계약해지 등 조치를 취할 수 있도록 예방하는 차원에서는 분명 유의미하지만, 몇 가지 부분에서는 여전히 실효성 부족한 대책이라고 평가된다.


‘1) 임대사업자의 보증 미가입 시 임차인의 계약 해제·해지권 부여’는 민달팽이유니온, 서울사회복지공익법센터가 함께 제안했던 제도개선안 중 하나다. 다만, 이 입법활동은  ‘보증보험 가입을 미끼 삼아 전세사기 집으로 무고한 세입자를 유혹하는 일이 더 이상 벌어지지 않도록 해야한다’는 취지 하에서 이뤄진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이에 관한 제도개선은 표준임대차계약서에 보증보험 가입에 관한 조항이 추가되는 수준에 그치지 않아야 한다. 

한국은 모든 임대인에게 임대사업자 등록 의무가 부여되어 있지 않다. 그렇기 때문에, 임대사업자 등록을 마친 집만이 민간임대주택으로 분류된다. 이번에 개정된 「민간임대주택에 관한 특별법」은 임대사업자가 아닌 일반 임대인이 운영하는 주택에는 적용되지 않는다. 장차 모든 임차주택에 대해 보증금 보호에 관한 안전 장치를 강제할 수 있는 제도적 기반이 마련되어야 하며, 이에 관한 사회적 논의를 정부가 주도적으로 이끌어 가야 한다.

결코 간과하지 말아야 할 것은, 계약서 조항만으로는 세입자의 보증금 반환을 100% 장담할 수 없다는 점이다. 전세사기 피해를 입은 세입자는 임대차계약서에 보증보험 가입에 관한 조항이 없었기에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하게 된걸까? 아니다. 표준임대차계약서에는 관련 조항이 없었기에 이를 특약으로 보완 시도한 세입자들이 많다. 그 뿐인가, 사기치는 임대인(혹은 임대인 대리인), 공인중개사(혹은 중개보조원) 등이 나서서 보증보험 가입 특약을 써주겠다고 먼저 설쳐대기도 했다.  근저당권도 없고 체납한 세금도 없고, 국가가 공인한 중개사는 제 이름을 걸고 안전하다고 하고, 부자라고 자랑하는 임대인은 주택임대차 경험이 나보다 많아 보이고, 등기부등본에도 ‘민간임대주택 등록’이라고 쓰여 있으며, 법적으로도 보증보험 가입 의무가 있는 집. 그런 집에 보증보험 가입 특약까지 추가해가며 계약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전세사기를 당한 것이 피해 당사자들의 현실이다. 


계약서 조항 따위 어기면 그만이라고 취급하는 이들에게, 세입자에게 계약해지권이 부여된다한들 이미 훔친 돈이고 숨긴 돈이니 돌려줄 방법은 없다고 잡아떼는 이들에게, 이 정도 수준에 그친 제도개선은 우습다.이미 전세사기 피해 세입자들은 보증보험 가입 특약을 지키지 않은 임대인을 상대로 계약해지에 관한 소송을 진행하고, 이를 근거로 보증금반환을 위한 법적 조치를 취하고 있지만, ‘돈 없다’, ‘법대로 하라’고 말하는 임대인, 난 모르는 일이라고 발뺌하는 중개사를 마주하는 일만이 반복되고 있다. 이들을 상대로 보통의 세입자 한 명이 보증금 전액을 돌려받기 위한 과정을 지속하는 것은 너무나 위태롭고 불안한 일이다. 

그렇기에 정부의 개입과 역할이 필요하다. 표준임대차계약서 개정은 말그대로 특정 문구를 바꾸는 수준에 그쳐서는 안된다. 민간임대주택제도가 도입된 이후로 수많은 세입자가 표준임대차계약서로 임대차계약을 체결해왔지만, 그 계약서 자체가 세입자의 보증금 전액 반환을 100% 장담해주는 상황이 아님을 이미 알고 있다. 앞으로는 그 어떤 임대인도 함부로 표준임대차계약서에 담긴 내용을 어길 수 없고, 어길 경우 신속하고 명확한 절차를 통해 보증금 미반환에 대한 법적 조치를 받게 될 것이라고 경고하는, 보다 분명한 제도 설계가 필요한 시점이다. 주택임대차제도 자체가 세입자의 보증금을 완전하게 보호하지 못하는 구조적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기 위한 노력을 해야 한다. 


‘2) 보증가입 시 주택가격 산정에 관한 절차상 허점 개선’ 중 ‘(1) 주택가격 산정 시 공시가격 우선 적용’에 관해서는, 여전히 실효성 없는 대책이라고 평가한다. 주택가격을 산정할 때 공시가격을 우선 적용하도록 하면, 그간 벌어졌던 ‘전세가격 부풀리기’를 방지할 수 있는가? 아니다. KB시세와 공시지가를 이용하여 주택가격을 산정하는 경우가 이미 높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지만, 조직적으로 시세 자체를 조작하던 사기나 전세가를 높여서 매매가를 높이는 악순환을 통해 공시지가마저 올려치기로 만드는 수법에는 어떤 제재도 없다. ‘(2) 감정평가사협회 추천제 도입’에 관해서는, 생색내기용 대책에 불과하다는 인상을 지울 수 없다. 감정평가사협회가 추천한 곳에는 사기 일당에게 가담하는 감정평가사가 없다고 무엇을 근거로 장담할 수 있는가? 주택임대차 시장에 관한 관리감독 체계가 제대로 마련된 것이 하나도 없는데, 무엇을 근거로 추천하고 신뢰할 수 있는가? 전세사기 주택을 중개하던 중개사가 여전히 중개업에 종사하며 어떤 제약없이 활동하고 있는 일이 감정평가사 영역에서 벌어지지 않고 있다고 누가 장담할 수 있는가? 


전국 곳곳에서  수천 명에 이르는 전세사기 피해 세입자들이 계속해서 늘어나고 있다. 이토록 정부, 국회, 언론 등이 모두 소란스럽게 전세사기 문제를 다루고 있는 가운데, 여전히 무고한 세입자들이 전세사기 계약에 휘말려 일상을 잃어버리는 일이 현장에서 벌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보다 강력한 대책이 필요하다. 세입자에게 100% 보증금 반환을 장담할 수 없다면, 그 주택임대차계약은 시작조차 하지 못하게 막아야 한다. 관행이라는 이름으로, 지킬 수 없는 특약 몇 줄로 세입자를 유인하는 이들은 여전히 부동산 시장에서 활개를 치고 다닌다. 무갭투자, 갭투기, 명의도용, 이토록 방만하게 운영되는 주택임대차 시장 자체를 방치했던 정부에 기생하는 집으로 돈 벌기는 여전히 성행 중이다. 피해 세입자들의 울분은 이들을 엄중히 처벌하고, 이들로 인해 피해 입은 일상을 온전히 회복하고, 다시는 같은 일이 반복되지 않도록 근본적인 제도 개선을 이뤄내는 과정 속에서 해소될 수 있을 것이다. 우리는 언제쯤 온전히 신뢰할 수 있는 주택임대차계약을 맺으며 살아갈 수 있는가? 이 질문에 자신있게 답할 수 있는 제도, 전세사기와 깡통전세, 보증금미반환 문제로 일상적인 불안을 겪는 우리에겐 그런 제도가 필요하다. 피해 세입자가 보증금을 떼이기 이전의 일상으로 돌아갈 수 있을 때까지, 세입자 권리를 지켜내기 위한 제도가 온전히 마련될 때까지 민달팽이유니온은 함께 외치고 요구할 것이다. 


23.03.21

민달팽이유니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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