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일고시원 화재 참사 6주기 추모 성명]
집이 삶을 삼키는 참사의 굴레를 벗자!
2018년 11월 9일, 서울 종로구 국일고시원 화재 참사가 발생한 지 6년이 흘렀다. 7명의 목숨을 삼킨 이 참사는 집이 없어서 생긴, 집답지 못한 곳에 살아서 생긴 죽음으로 주거권 보장에 실패한 정부와 지자체의 책임을 참혹하고도 명확히 드러냈다. 참사 이후 행정안전부, 국토교통부, 보건복지부 등 각 부처와 서울시는 발 빠르게 대책을 쏟아냈다. 그 후로 6년, 우리 사회는 달라졌는가.
‘불조심’으로 막을 수 없는 것
참사 이후 정부는 다중이용업소법을 개정하여 2022년 6월 말까지 모든 고시원에서 간이스프링클러를 설치하도록 하고, 그 비용의 일부를 정부와 지자체가 지원하도록 하였다. 당시, 2009년 7월 8일 이전 설치된 고시원은 스프링클러 적용 의무가 없었고, 국일 고시원은 고시원장이 스프링클러를 설치하고자 했음에도 건물주가 거부해 설치하지 못해 피해가 커졌던 사정을 정책적으로 개선하고자 한 것이다. 그러나 재작년 영등포의 굿모닝 고시원 화재의 경우 스프링클러가 설치됐고 작동했음에도 2명의 사망자가 발생했듯, ‘화재’에만 초점을 둔 대책은 인명도 거주자의 주거 안정도 챙길 수 없다. 정부는 고시원의 거주환경 개선을 위해 고시원의 ‘실별 최소 면적, 창문의 설치 및 크기 등의 기준’을 정하도록 건축법 시행령을 개정(2020.12.15.)한 바 있다. 그러나 이는 기존 고시원에는 적용되지 않는 데다, 기준 설정 책임을 지자체에 전가해 무용지물에 가깝다. 그나마 해당 기준이 설정된 지자체는 전국 17개 시도 중 5개에 불과한 데다 내용도 제각각이다.
머물 수도, 떠날 수도 없는 사람들
고시원 주민들은 비싼 임대료를 감당하며 열악한 주거환경 속 평균 2년 이상 장기 거주하고 있지만, 세입자로서의 기본 권리조차 보장받지 못하고 있다. 고시원 건물주와 운영자들은 용도변경과 재개발 등 더 많은 이윤을 위해 주민들에게 이주대책도 없이 채 한 달도 안 되는 기간 내 퇴거할 것을 요구하는 일이 빈번하다. 그러나 국토교통부, 서울시 모두 이런 현실을 파악조차 하지 않을뿐더러 확인된 사건에도 아무런 개입을 하지 않고 있다. 국일 고시원 화재 참사 직후 국토교통부는 ‘도심 내 수요가 높은 지역에 공공임대주택을 적극 확충’하겠다고 발표했으나, 주거취약계층을 위한 매입임대주택은 공급 부족으로 신청자를 하염없이 기다리게 하고 있다. 그러는 사이 고시원 주민들은 머물 수도, 떠날 수도 없는 처지 속에 고통받고 있다.
참사의 굴레를 끊자
국토교통부(주택이외의 거처 주거실태조사)에 따르면, 집이 아닌 취약거처에 거주하는 이들은 약 44만 가구에 이른다(2022년 기준). 직전 조사인 2017년 대비 20% 가까이 늘어난 수치다. 고시원 거주 가구 역시 늘어나 전국적으로 15.8만 가구, 서울지역만 8.1만 가구가 고시원에 살고 있다(2022년 기준). 비적정 거처의 주거 품질에 대한 규제가 되지 않고, 주거상향은 막혀있는 상황에서 기후위기의 심화로 주거취약계층의 생명과 안전에 대한 위협은 더 커지고 있다.
국일고시원 화재 참사 발생 약 3년 후 고시원 원장은 업무상 과실치사로 1년 6개월의 금고형을 받았다. 그러나 고시원 원장의 스프링클러 설치 요청을 거부한 건물주 한국백신 회장 일가는 아무런 처벌도 받지 않았다. 소방청의 ‘화재통계연감’은 국일 고시원의 화재 원인을 “부주의”로 분류하고 있다. 누구의 부주의인가? 난로 관리를 소홀히 한 301호 거주자의 부주의인가, 시설관리를 소홀히 한 고시원 원장의 부주의인가? 발화의 책임을 그렇게 묻고 만다면 우리는 참사로부터 아무것도 배울 수 없다. 인구의 점점 더 많은 부분이 고시원과 같은 한계 주거로 내몰리는 현실, 누구도 안전할 수 없는 전세 사기, 그럼에도 한 해도 거르지 않고 잘려나가는 공공임대주택 예산과 같이 시장을 숭배하는 주택 정책이 참사의 설계자다. 시장이란 수렁에서 권리라는 평지로 ‘집’의 위치를 바로잡지 않는다면 집이 삶을 삼키는 참사는 반복될 수밖에 없다. 끝나지 않는 참사의 굴레를 끊어내는 법은 명확하다. ‘주거권’의 이름으로 집이 삶을 삼키는 참사의 굴레를 끊자.
2024년 11월 8일
2024홈리스추모제공동기획단
(사)나눔과미래,건강세상네트워크,공공교통네트워크,금융피해자연대해오름,노년유니온,노들장애인야학,노숙인인권공동실천단,담쟁이모임,대한불교조계종사회노동위원회,동자동공공주택사업추진주민모임,동자동사랑방,민달팽이유니온,빈곤사회연대,빈민해방실천연대(민주노점상전국연합,전국철거민연합),(사)나눔과나눔,(사)온율,사랑방마을주민협동회,서울주거복지센터협회,시민건강연구소,시시한연구소,양동쪽방주민회,옥바라지선교센터,용산참사진상규명위원회,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재단법인동천,전국세입자협회,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진보당,천주교서울대교구빈민사목위원회,천주교예수회인권연대연구센터,청소년주거권네트워크온,한국도시연구소,홈리스행동,화우공익재단 / 이상 34단체
[국일고시원 화재 참사 6주기 추모 성명]
집이 삶을 삼키는 참사의 굴레를 벗자!
2018년 11월 9일, 서울 종로구 국일고시원 화재 참사가 발생한 지 6년이 흘렀다. 7명의 목숨을 삼킨 이 참사는 집이 없어서 생긴, 집답지 못한 곳에 살아서 생긴 죽음으로 주거권 보장에 실패한 정부와 지자체의 책임을 참혹하고도 명확히 드러냈다. 참사 이후 행정안전부, 국토교통부, 보건복지부 등 각 부처와 서울시는 발 빠르게 대책을 쏟아냈다. 그 후로 6년, 우리 사회는 달라졌는가.
‘불조심’으로 막을 수 없는 것
참사 이후 정부는 다중이용업소법을 개정하여 2022년 6월 말까지 모든 고시원에서 간이스프링클러를 설치하도록 하고, 그 비용의 일부를 정부와 지자체가 지원하도록 하였다. 당시, 2009년 7월 8일 이전 설치된 고시원은 스프링클러 적용 의무가 없었고, 국일 고시원은 고시원장이 스프링클러를 설치하고자 했음에도 건물주가 거부해 설치하지 못해 피해가 커졌던 사정을 정책적으로 개선하고자 한 것이다. 그러나 재작년 영등포의 굿모닝 고시원 화재의 경우 스프링클러가 설치됐고 작동했음에도 2명의 사망자가 발생했듯, ‘화재’에만 초점을 둔 대책은 인명도 거주자의 주거 안정도 챙길 수 없다. 정부는 고시원의 거주환경 개선을 위해 고시원의 ‘실별 최소 면적, 창문의 설치 및 크기 등의 기준’을 정하도록 건축법 시행령을 개정(2020.12.15.)한 바 있다. 그러나 이는 기존 고시원에는 적용되지 않는 데다, 기준 설정 책임을 지자체에 전가해 무용지물에 가깝다. 그나마 해당 기준이 설정된 지자체는 전국 17개 시도 중 5개에 불과한 데다 내용도 제각각이다.
머물 수도, 떠날 수도 없는 사람들
고시원 주민들은 비싼 임대료를 감당하며 열악한 주거환경 속 평균 2년 이상 장기 거주하고 있지만, 세입자로서의 기본 권리조차 보장받지 못하고 있다. 고시원 건물주와 운영자들은 용도변경과 재개발 등 더 많은 이윤을 위해 주민들에게 이주대책도 없이 채 한 달도 안 되는 기간 내 퇴거할 것을 요구하는 일이 빈번하다. 그러나 국토교통부, 서울시 모두 이런 현실을 파악조차 하지 않을뿐더러 확인된 사건에도 아무런 개입을 하지 않고 있다. 국일 고시원 화재 참사 직후 국토교통부는 ‘도심 내 수요가 높은 지역에 공공임대주택을 적극 확충’하겠다고 발표했으나, 주거취약계층을 위한 매입임대주택은 공급 부족으로 신청자를 하염없이 기다리게 하고 있다. 그러는 사이 고시원 주민들은 머물 수도, 떠날 수도 없는 처지 속에 고통받고 있다.
참사의 굴레를 끊자
국토교통부(주택이외의 거처 주거실태조사)에 따르면, 집이 아닌 취약거처에 거주하는 이들은 약 44만 가구에 이른다(2022년 기준). 직전 조사인 2017년 대비 20% 가까이 늘어난 수치다. 고시원 거주 가구 역시 늘어나 전국적으로 15.8만 가구, 서울지역만 8.1만 가구가 고시원에 살고 있다(2022년 기준). 비적정 거처의 주거 품질에 대한 규제가 되지 않고, 주거상향은 막혀있는 상황에서 기후위기의 심화로 주거취약계층의 생명과 안전에 대한 위협은 더 커지고 있다.
국일고시원 화재 참사 발생 약 3년 후 고시원 원장은 업무상 과실치사로 1년 6개월의 금고형을 받았다. 그러나 고시원 원장의 스프링클러 설치 요청을 거부한 건물주 한국백신 회장 일가는 아무런 처벌도 받지 않았다. 소방청의 ‘화재통계연감’은 국일 고시원의 화재 원인을 “부주의”로 분류하고 있다. 누구의 부주의인가? 난로 관리를 소홀히 한 301호 거주자의 부주의인가, 시설관리를 소홀히 한 고시원 원장의 부주의인가? 발화의 책임을 그렇게 묻고 만다면 우리는 참사로부터 아무것도 배울 수 없다. 인구의 점점 더 많은 부분이 고시원과 같은 한계 주거로 내몰리는 현실, 누구도 안전할 수 없는 전세 사기, 그럼에도 한 해도 거르지 않고 잘려나가는 공공임대주택 예산과 같이 시장을 숭배하는 주택 정책이 참사의 설계자다. 시장이란 수렁에서 권리라는 평지로 ‘집’의 위치를 바로잡지 않는다면 집이 삶을 삼키는 참사는 반복될 수밖에 없다. 끝나지 않는 참사의 굴레를 끊어내는 법은 명확하다. ‘주거권’의 이름으로 집이 삶을 삼키는 참사의 굴레를 끊자.
2024년 11월 8일
2024홈리스추모제공동기획단
(사)나눔과미래,건강세상네트워크,공공교통네트워크,금융피해자연대해오름,노년유니온,노들장애인야학,노숙인인권공동실천단,담쟁이모임,대한불교조계종사회노동위원회,동자동공공주택사업추진주민모임,동자동사랑방,민달팽이유니온,빈곤사회연대,빈민해방실천연대(민주노점상전국연합,전국철거민연합),(사)나눔과나눔,(사)온율,사랑방마을주민협동회,서울주거복지센터협회,시민건강연구소,시시한연구소,양동쪽방주민회,옥바라지선교센터,용산참사진상규명위원회,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재단법인동천,전국세입자협회,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진보당,천주교서울대교구빈민사목위원회,천주교예수회인권연대연구센터,청소년주거권네트워크온,한국도시연구소,홈리스행동,화우공익재단 / 이상 34단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