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달팽이>는 쪽방촌 공공개발 지연, 국제업무지구와 재개발 추진 등등 수많은 일이 벌어지고 있는 용산 지역을 배경으로, 도시개발의 역사와 재개발의 문제를 공부하고, 동네를 탐방하고, 지역에 개입하는 활동을 했습니다.
용달팽이 활동을 함께한 진아님의 후기를 공유합니다✨
용달팽이 활동보고 모음 🐉⛰️🐌
[활동보고] 용달팽이 용산에 살으리랏다 - 첫 번째 모임 <용산과 도시 개발의 역사> 세미나를 진행했습니다!
[활동보고] 용달팽이 용산에 살으리랏다 - 두 번째 모임 용산구 동네 산책 다녀왔어요!
[활동보고] 용달팽이 용산에 살으리랏다 - 세 번째 모임 다크한 시간에 떠나는 용산다크투어~

나는 어느 땅 위를 걸어가고 있는가
내가 대구에서 살았던 동네는 90년대 후반 막 아파트 단지가 들어서기 시작한 신도시였다. 그래서 그런지 어릴적 친구들 사이에서는 “여기는 원래 무덤이었대~ 아니야 엄청 큰 사과밭이었대~ 일제강점기때 사람이 많이 죽어서 학교 뒤편에 다 묻었대~ 홈플러스부터 우리 학교까지 전부다 내 친구의 친구의 친척 할아버지 땅이었대~” 등 신도시로 개발되기 이전의 모습에 대해 확인할 수 없는 카더라 통신이 돌고 돌았다. 일종의 가십거리였지만 내가 매일 걸어다니고, 누워 자는 이 땅에 대한 호기심은 어찌보면 당연한 것이었다. 그리고 그 호기심은 땅 값이 얼마였는지 보다는 그 땅에 살았던 사람은 누구였고, 어떤 모습이었는지, 어떤 사건이 있었는지에 대한 것이었다.
나는 지금 용산구에 있는 사회적 주택에 살고 있다. 서울의 중심부에 위치해 있어 여기저기 오고가기도 좋고, 출퇴근이 버스로 20분 컷이라 매우 만족하면서 살고 있다. 동네 또한 오래된 건물이 많아 처음에는 낯설었지만 이제는 건물의 세월만큼이나 오래된 이웃 관계가 길거리 곳곳에서 느껴져서 정겹다. 아침마다 삼삼오오 모여서 이야기하는 어르신들, 목줄없이 유유자적 돌아다니는 동네 강아지들, 런더리고와 셀프 세탁방이 즐비한 요즘 ‘콤퓨타 세탁’이라는 간판을 건 세탁소, 작은 과일가게와 정육점, 시끌 벅적한 호프집 등 이곳에서만 느낄 수 있는 분위기에 덩달아 나도 동네의 오랜 주민이 되고 싶은 마음이 생겼다. 그런데 주변으로 재개발을 추진하고 있다는 이야기가 들렸다. 내가 살고 있는 곳을 둘러싸고 어떤 일이 진행되고 있는 걸까? 재개발과 더불어 용산에서 일어나고 있는 이슈들을 알고 싶어 용달팽이에 합류하게 되었다.
첫 번째 모임에는 사정이 있어 참여하지 못하고 두 번째 모임부터 참여했다. 청파동, 서계동, 효창동에 이르는 골목을 돌아다니며 재개발이 추진되고 있는 구획을 확인했는데 평소에는 눈에 들어오지 않았던 조합설립이라던가 용적률이라던가 하는 현수막이 보이기 시작했다. 골목의 구석구석을 다니다보니 사라지기엔 아쉬운 장소들이 많았다. 오래된 일본식 목조주택, 주황색 문이 인상깊었던 도시재생 거점시설인 감나무집, 잘 키운 화분이 가득한 주택을 비롯해 학생들의 등하교길, 누군가의 출퇴근 길의 모습이 재개발로 인해 바뀔수 있다 생각을 하니 아쉬웠다.
세 번째 모임에서는 용산다크투어를 갔다. 용산역에서 출발하여 전자상가, 철도정비창, 땡땡거리를 지나 용산참사가 있었던 자리에서 마무리를 하는 코스였는데, 장소의 역사에 대해 이야기를 듣고나니 내가 평소에 자주가던 거리가 다르게 보이기 시작했다. 특히 투어를 마무리한 장소가 용산참사가 있었던 땅이라는 이야기를 들었을 때는 배신감이 느껴졌다. 그곳은 큰 도로가에 있는데다가 밥 먹으러, 지하철을 이용하러, 회사 워크숍을 하러 자주 걸어다녔던 곳이라 13년전 티비에서 봤던 망루가 있던 땅이라곤 상상도 하지못했다. 현재는 참사에 대한 어떤 표식도 없이 아무일도 없었다는 듯 높게 올라간 고층 건물만 있어 더더욱 배신감이 느껴졌다.
네 번째 모임에서는 용산구청에서 낸 청파동 역세권 도시정비형 재개발사업 정비구역 지정 및 정비계획에 대한 공람공고를 뜯어보았다. 내가 살고 있는 곳은 이 재개발사업에 포함되는 구역은 아니었지만 저층주거지가 많은 이 동네에 35층의 큰 빌딩이 들어서면 동네가 어떤 모습이 될지 상상이 되지 않았다. 앞선 세 차례의 모임을 통해 이 땅의 과거와 현재 모습을 볼 수 있었는데, 공람공고를 통해서는 용산구청이 이 땅을 어떻게 바꾸려는지 미래의 모습을 확인할수있었다. 그리고 그 미래에 세입자인 나는 없다는 것 또한 알수 있었다. 이에 이번 공람공고에 대한 의견서를 작성해 구청에 제출했지만 별다른 내용이 없는 답변을 들었다.
다섯 번째 모임에서는 청년공간인 용산청년지음에서 보드게임 <세상을 바꾸다>를 하면서 세입자 운동의 전략을 고민하는 시간을 가졌다. 이후 두 번의 모임을 더 하면서 약 5개월 간의 모임 활동 공유와 더불어 앞으로 용산이라는 땅에서 어떻게 세입자 운동을 할 수 있을지 아이디어를 나누고, 용산구청장이 그리는 용산이 아닌 이곳에 살고 있는 우리가 그리는 용산의 모습은 어떤것인지에 대해 더 자세히 이야기 나눴다.
용산구는 내가 서울에 와서 두 번째로 집을 구한 곳이다. 이 곳에서 나의 미래는 어떻게 될까? 지난 공람공고를 읽고 제출한 의견서에 “정비사업은 토지 소유자들이 동의하여 진행하는 사업으로 세입자 분들이 의사결정 구조에 참여하기는 현실적으로 어려움” 이라는 답변을 받았지만, 이 곳에서 자고, 출퇴근을 하고, 동네친구를 만들고, 미용실과 병원을 다니는, 이 땅 위를 부지런히 걸어다니는 주민으로써 이 곳의 미래를 함께 만들어가고싶다. 그리고 그 미래에 세입자인 나도 당연히 있어야한다고 생각한다.

<용달팽이>는 쪽방촌 공공개발 지연, 국제업무지구와 재개발 추진 등등 수많은 일이 벌어지고 있는 용산 지역을 배경으로, 도시개발의 역사와 재개발의 문제를 공부하고, 동네를 탐방하고, 지역에 개입하는 활동을 했습니다.
용달팽이 활동을 함께한 진아님의 후기를 공유합니다✨
용달팽이 활동보고 모음 🐉⛰️🐌
[활동보고] 용달팽이 용산에 살으리랏다 - 첫 번째 모임 <용산과 도시 개발의 역사> 세미나를 진행했습니다!
[활동보고] 용달팽이 용산에 살으리랏다 - 두 번째 모임 용산구 동네 산책 다녀왔어요!
[활동보고] 용달팽이 용산에 살으리랏다 - 세 번째 모임 다크한 시간에 떠나는 용산다크투어~
나는 어느 땅 위를 걸어가고 있는가
내가 대구에서 살았던 동네는 90년대 후반 막 아파트 단지가 들어서기 시작한 신도시였다. 그래서 그런지 어릴적 친구들 사이에서는 “여기는 원래 무덤이었대~ 아니야 엄청 큰 사과밭이었대~ 일제강점기때 사람이 많이 죽어서 학교 뒤편에 다 묻었대~ 홈플러스부터 우리 학교까지 전부다 내 친구의 친구의 친척 할아버지 땅이었대~” 등 신도시로 개발되기 이전의 모습에 대해 확인할 수 없는 카더라 통신이 돌고 돌았다. 일종의 가십거리였지만 내가 매일 걸어다니고, 누워 자는 이 땅에 대한 호기심은 어찌보면 당연한 것이었다. 그리고 그 호기심은 땅 값이 얼마였는지 보다는 그 땅에 살았던 사람은 누구였고, 어떤 모습이었는지, 어떤 사건이 있었는지에 대한 것이었다.
나는 지금 용산구에 있는 사회적 주택에 살고 있다. 서울의 중심부에 위치해 있어 여기저기 오고가기도 좋고, 출퇴근이 버스로 20분 컷이라 매우 만족하면서 살고 있다. 동네 또한 오래된 건물이 많아 처음에는 낯설었지만 이제는 건물의 세월만큼이나 오래된 이웃 관계가 길거리 곳곳에서 느껴져서 정겹다. 아침마다 삼삼오오 모여서 이야기하는 어르신들, 목줄없이 유유자적 돌아다니는 동네 강아지들, 런더리고와 셀프 세탁방이 즐비한 요즘 ‘콤퓨타 세탁’이라는 간판을 건 세탁소, 작은 과일가게와 정육점, 시끌 벅적한 호프집 등 이곳에서만 느낄 수 있는 분위기에 덩달아 나도 동네의 오랜 주민이 되고 싶은 마음이 생겼다. 그런데 주변으로 재개발을 추진하고 있다는 이야기가 들렸다. 내가 살고 있는 곳을 둘러싸고 어떤 일이 진행되고 있는 걸까? 재개발과 더불어 용산에서 일어나고 있는 이슈들을 알고 싶어 용달팽이에 합류하게 되었다.
첫 번째 모임에는 사정이 있어 참여하지 못하고 두 번째 모임부터 참여했다. 청파동, 서계동, 효창동에 이르는 골목을 돌아다니며 재개발이 추진되고 있는 구획을 확인했는데 평소에는 눈에 들어오지 않았던 조합설립이라던가 용적률이라던가 하는 현수막이 보이기 시작했다. 골목의 구석구석을 다니다보니 사라지기엔 아쉬운 장소들이 많았다. 오래된 일본식 목조주택, 주황색 문이 인상깊었던 도시재생 거점시설인 감나무집, 잘 키운 화분이 가득한 주택을 비롯해 학생들의 등하교길, 누군가의 출퇴근 길의 모습이 재개발로 인해 바뀔수 있다 생각을 하니 아쉬웠다.
세 번째 모임에서는 용산다크투어를 갔다. 용산역에서 출발하여 전자상가, 철도정비창, 땡땡거리를 지나 용산참사가 있었던 자리에서 마무리를 하는 코스였는데, 장소의 역사에 대해 이야기를 듣고나니 내가 평소에 자주가던 거리가 다르게 보이기 시작했다. 특히 투어를 마무리한 장소가 용산참사가 있었던 땅이라는 이야기를 들었을 때는 배신감이 느껴졌다. 그곳은 큰 도로가에 있는데다가 밥 먹으러, 지하철을 이용하러, 회사 워크숍을 하러 자주 걸어다녔던 곳이라 13년전 티비에서 봤던 망루가 있던 땅이라곤 상상도 하지못했다. 현재는 참사에 대한 어떤 표식도 없이 아무일도 없었다는 듯 높게 올라간 고층 건물만 있어 더더욱 배신감이 느껴졌다.
네 번째 모임에서는 용산구청에서 낸 청파동 역세권 도시정비형 재개발사업 정비구역 지정 및 정비계획에 대한 공람공고를 뜯어보았다. 내가 살고 있는 곳은 이 재개발사업에 포함되는 구역은 아니었지만 저층주거지가 많은 이 동네에 35층의 큰 빌딩이 들어서면 동네가 어떤 모습이 될지 상상이 되지 않았다. 앞선 세 차례의 모임을 통해 이 땅의 과거와 현재 모습을 볼 수 있었는데, 공람공고를 통해서는 용산구청이 이 땅을 어떻게 바꾸려는지 미래의 모습을 확인할수있었다. 그리고 그 미래에 세입자인 나는 없다는 것 또한 알수 있었다. 이에 이번 공람공고에 대한 의견서를 작성해 구청에 제출했지만 별다른 내용이 없는 답변을 들었다.
다섯 번째 모임에서는 청년공간인 용산청년지음에서 보드게임 <세상을 바꾸다>를 하면서 세입자 운동의 전략을 고민하는 시간을 가졌다. 이후 두 번의 모임을 더 하면서 약 5개월 간의 모임 활동 공유와 더불어 앞으로 용산이라는 땅에서 어떻게 세입자 운동을 할 수 있을지 아이디어를 나누고, 용산구청장이 그리는 용산이 아닌 이곳에 살고 있는 우리가 그리는 용산의 모습은 어떤것인지에 대해 더 자세히 이야기 나눴다.
용산구는 내가 서울에 와서 두 번째로 집을 구한 곳이다. 이 곳에서 나의 미래는 어떻게 될까? 지난 공람공고를 읽고 제출한 의견서에 “정비사업은 토지 소유자들이 동의하여 진행하는 사업으로 세입자 분들이 의사결정 구조에 참여하기는 현실적으로 어려움” 이라는 답변을 받았지만, 이 곳에서 자고, 출퇴근을 하고, 동네친구를 만들고, 미용실과 병원을 다니는, 이 땅 위를 부지런히 걸어다니는 주민으로써 이 곳의 미래를 함께 만들어가고싶다. 그리고 그 미래에 세입자인 나도 당연히 있어야한다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