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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제[추모/카드뉴스] 국일고시원 화재 참사 5주기, 희생자를 추모합니다

2023-11-09
조회수 480


















청계천.

높고 화려한 빌딩숲 사이,

국일고시원이 있습니다.


2018년 11월 9일, 화재 참사로 18명의 사상자가 발생한 곳입니다.



고시원 주민의 대부분은 기초생활수급자, 가난한 노동자들이었습니다. 

도시 곳곳에서 크고 작은 노동을 떠맡으며 도시의 일부를 구성하고 있던 이들이었습니다. 


이들 중 누군가는 창문 있는 방보다 4만원 저렴한 창문 없는 방, '먹방'에 살았습니다.

그리고 그 먹방에서 가장 많은 피해가 일어났습니다.

수십미터에 달하는 창문으로 둘러싸인 빌딩들을 마주하고 있는 국일고시원, 이 곳에는 창문 없는 먹방이 있었고, 스프링쿨러와 소화기는 없었으며, 비상탈출로는 미로와 같았습니다.



도시를 함께 꾸리고 이 땅 위에 함께 존재했던 이들이 삶을 잃어버린 때로부터 

5년의 시간이 흘렀습니다. 

무엇이 변했습니까?



변한 것은 없습니다.

정부는 참사 이후 모든 고시원에 스프링쿨러를 설치하고, 

최소실면적, 창 설치 등의 기준을 지자체 건축조례로 정하도록 위임하는 안을 내놓았습니다.

방관자에 불과했던 정부의 태도는 결국 또다른 죽음을 막지 못했습니다.

22년 4월, 서울 영등포구의 어느 고시원에서 화재로 인해 두 명의 주민이 사망한 참사는, 

스프링쿨러가 정상 설치 및 작동했음에도 불구하고 일어난 참사였습니다.



잠을 자고, 밥을 먹고, 쉼을 누리며

가장 안전하고 편안히 존재할 수 있어야 할 공간에서 생명을 위협당하고 목숨까지 잃는 일.

언제까지 우리는, 가난한 노동자들을 창문 없는 먹방에 살게끔 하는 사회, 그러다 죽음에 이르도록 방치하는 사회, 죽음 이후에도 변하지 않는 사회에서 살아가야 합니까? 



창문 없는 먹방을 쪼개고 돈을 벌고, 

이 돈벌이가 얼마든지 수월하도록 방치하고,

먹방이 아닌 더 안전하고 저렴한 공공임대를 보장하지 않고,

공공임대를 혐오하며 도시에서 노동하는 가난한 사람들의 거처를 도시 밖으로, 안전한 삶 밖으로 내쫓는 사회와 구조.


우리는 함께 책임을 묻고 변화를 만들어야 합니다.



국일고시원 화재 참사와 같은 일이 다시 벌어지지 않도록 

가장 재빠르게 움직여야 하는 것은 바로 정부입니다. 

누구나 안전한 집에서 살 권리를 보장할 책무는 바로 국가에게 있습니다. 


최저주거기준의 구체화 및 강행규정화, 고시원 업종에 대한 엄격한 허가제, 

장기공공임대주택 예산 확보 및 공급 확대 등 비적정 주거를 근본적으로 개선하는 대책이 필요합니다. 

쪽방에 대한 모호한 법적 기준 때문에 사각지대에 놓이는 쪽방 주민을 위한 조치 또한 필요합니다. 


특히 이미 너무 많은 주택이 지어진 도심에서는

보다 저렴하고 안전한 거처를 확보하기 위해 기존/신규 주택을 공공이 매입하여 공공임대로 운영하는 '매입임대주택'이 필요합니다. 

비적정 주거에 거주하는 사람들에게는 매입임대주택을 통해 도심에서 저렴하고 안전한 공공임대를 보장해야 합니다. 

그러나 서울시는 23년 당초 계획에 비해 고작 6.5%만 공급하고 있습니다. 



집다운 집을 보장받지 못해 누군가 생명을 잃는 사회에 사는 우리는 모두, '창문 없는 먹방'에 살고 있는 것에 다름 없습니다.


우리에게는 가난한 노동자도 도시의 일원으로서 존엄하게 살아갈 수 있는 사회가 필요합니다. 

우리에게는 가난해도 안전하게 존재할 수 있는 공간이 필요합니다.

우리에게는 저렴하고 안전한 공공임대가 필요합니다. 


함께 기억합시다.

국일고시원을 잊지 맙시다.

존재할 자리를 찾아 헤매는 이들의 절박함을 먹이 삼아 야만적으로 돈을 벌며 목숨을 잃을 때까지 방관하는 도시가 아니라, 

존재 그대로 살아갈 수 있는 자리를 보장받지 못한 이들의 

안전과 생명을 담보하는 도시를 만들어야 합니다.


다시 한 번, 희생자분들을 추모합니다.


2023. 11. 09

민달팽이유니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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