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거환경

위반건축물, 불량주거, 열악한 주거 환경 개선을 위한 활동을 진행합니다

후기[활동보고] 용달팽이 용산에 살으리랏다 - 회원후기(2)

2022-12-13
조회수 517

<용달팽이>는 쪽방촌 공공개발 지연, 국제업무지구와 재개발 추진 등등 수많은 일이 벌어지고 있는 용산 지역을 배경으로, 도시개발의 역사와 재개발의 문제를 공부하고, 동네를 탐방하고, 지역에 개입하는 활동을 했습니다.


용달팽이 활동을 함께한 효경님의 후기를 공유합니다✨


용달팽이 활동보고 모음 🐉⛰️🐌 

[활동보고] 용달팽이 용산에 살으리랏다 - 첫 번째 모임 <용산과 도시 개발의 역사> 세미나를 진행했습니다!

[활동보고] 용달팽이 용산에 살으리랏다 - 두 번째 모임 용산구 동네 산책 다녀왔어요!

[활동보고] 용달팽이 용산에 살으리랏다 - 세 번째 모임 다크한 시간에 떠나는 용산다크투어~


올해 6월부터 9월까지 용달팽이 모임에 참여했다. 용달팽이 모임은 용산에 사는 민달팽이 혹은 용산을 좋아하고 아끼는 민달팽이들의 모임이다. 나는 용산 청파동에 위치한 SH 서울역 달팽이집에 살고 있고 동네와 용산에 대한 관심도 있어서 이 모임에 참여하게 되었다. 내가 참여한 활동으로는 동네 산책, 공람 공고 의견 내기, 사회운동 보드게임 하기 등이 있다. 그 중에서 동네를 돌아보고 공람 공고를 함께 읽고 의견을 제출하는 과정이 인상 깊었기에 이 과정에 대한 후기를 나누고자 한다.


동네 산책은 서울역 달팽이집에서부터 시작해 재개발 예정지로 묶여 있는 청파동 일대를 한바퀴 돌면서 동네를 기록하는 활동이었다. 회원조합원들과 함께 걸으면서 동네를 찬찬히 살펴보며 걷고 사진으로 풍경을 남겨두기도 했다. 일제 시대 때 지어진 오래된 건물, 이미 건물을 허물고 새 건물을 짓고 있는 터, 집밖에 가지런히 널려있는 빨래와 화분 등이 보였다. 장를 보았는지 봉투 가득 생활용품을 들고 걸어가는 사람, 아이스크림을 사먹는 아이들, 강아지와 산책하는 어르신 등을 마주치기도 했다. 오래된 시간이 느껴지는 좁고 정겨운 골목을 지나쳐 가기도 했는데, 이 곳도 재개발이 되면 다 없어지는 곳이라는 설명을 들으니 마음이 이상했다. 한 도로를 사이에 두고 왼쪽은 개발이 되고 오른쪽은 안 되는 등 운명이 갈리는 것도 보니 희한했다. 한 청파동 세입자는 운이 좋게 개발이 안 되는 구역에 살고 있어서 다행이라고 했다. 한 구역이 재개발 된다고 하면 그 구역에 있는 새 건물이든 아니든 싹다 밀어버리고 다시 짓게 되는 것이라는 것도 알게 되었는데 그렇게 없어지는 집들이 아깝다는 생각도 했다.


공람 공고를 읽고 의견을 내는 모임에서는 공람공고를 용산구청 홈페이지에서 다운 받아서 함께 읽고 어려운 말들을 풀이하는 시간을 가졌다. 문서의 이름이 ‘청파동 역세권 도시정비형 재개발사업 정비구역 시정 및 정비계획에 대한 공람공고’인데, 나에게는 공람 공고라는 것도 생소했고 그 문서에 나오는 말과 용어들이 딱딱하고 어렵게 느껴졌다. 공람 공고에서는 이 구역이 어떤 목적으로 재개발을 하는지, 어떤 건물들이 들어설지가 나왔다. 예정대로라면 우리 동네에 이미 개발된 건너편 동네처럼 높은 건물들이 들어설 것이다. 35층의 높은 건물을 우리 동네에 대입해보니 매치가 잘 안 되기도 하였다. 또, 동네에 살던 세입자를 위한 이주대책이 미비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동네에 살고 있는 세대수 대비 앞으로 지어질 세대수가 더 적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보통 구청에서는 기존 세입자들에게 앞으로 지어질 건물에 입주할 수 있는 기회를 준다고 하며 재개발에 대한 동의를 구하지만, 그것은 모두가 갈 수 있는 것은 아니고 경쟁률도 있기 때문에 로또 같은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이 공간에 원래 모습대로 내가 정겹게 살던 동네에서 내가 기존에 살던 집에서 살고 싶은 사람도 분명 있을 텐데, 재개발로 인해 다 밀어버리고 누군가는 원치 않는 이사를 감행해야 할테고 그것에 대한 대책은 이루어지지 않는 게 마음에 걸렸다. 현재 재개발 구역에 살고 있는 동네 사람들은 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어떤 마음으로 지내고 재개발에 대비하고 있는지도 궁금해졌다.  


공람 공고를 읽은 후, 기존 세입자 이주대책에 대해 더 자세히 알아보고자 용산구청을 찾아갔다. 관련 과인 도시계획과에 찾아가니 공무원 분이 300페이지에 달하는 두꺼운 자료집을 주셨다. 구청 홈페이지에 올라와있던 건 9페이지 짜리보다 훨씬 방대한 양이었다. 함께 본 자료집에는 건축 계획, 교통 영향 등을 자세한 내용이 있었지만 공공임대주택과 세입자 보호 및 재정착 계획과 관련한 내용은 별 내용 없이 부실했다. 우리는 세입자로서 공람공고에 대한 의견서를 제출하기로 했다.


저층 주거지가 보호되어야 하고, 기존 세입자 임대주택과 이주 대책에 대한 자세한 계획이 필요하고, 세입자들이 의사결정 구조에 실질적으로 참여할 수 있도록 해야하고, 그 사업 계획과 사업진행여부를 재고해달라는 취지의 의견서를 제출했다. 며칠 뒤 구청에서  답장이 왔다. 그 중 인상 깊었던 것은 ‘정비 사업은 토지 소유자들이 동의하여 진행하는 사업으로 세입자 분들이 의사 결정 구조에 참여하기는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말이었다. 그 말이 참 모순적이라고 생각했다. 공람 공고에 있던 정비 계획구역 결정 사유로는 ‘노후불량건축물이 밀집한 지역으로 주거환경 개선이 요구됨에 따라 역세권공공임대 주택 공급을 통하여 서민주거안정을 도모하고 계획적인 개발을 하고자 함’이라고 적혀 있었는데, 막상 진행되는 과정에는 실제로 살고 있는 사람들은 없고 땅과 건물을 가진 사람들 만의 이익에 따라 사업이 진행되는 것이 씁쓸했다. 동네 주민이지만 내가 살고 있는 동네가 어떻게 되는지에 대해 참여가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말이 정말 현실적으로 다가왔다.


이번 활동을 통해 공람 공고가 올라오고 구청에 가서 자료를 열람할 수 있다는 사실도, 재개발에서 이루어지는 절차도 이번에 처음 알게 되었다. 아마 나는 용달팽이 모임이 없었더라면 동네에 관심이 있더라도 이런 절차들을 알기 버거워서 포기했을 것이다. 함께 모였기 때문에 배울 수 있었고, 우리 동네에 대한 관심의 폭을 좀더 넓힐 수 있었다. 그리고 용달팽이 활동을 하면서 회원조합원 분들이랑 같이 사는 이야기를 하고, 재개발에 대한 걱정을 나누고, 할 수 있는 것들을 고민하고 움직여 볼 수 있어서 좋았다. 용달팽이 시즌 2도 진행될 예정인데, 또 회원조합원들과 함께 이야기 나누고 활동을 이어나가고 싶다.


(재개발사업 정비구역지정 관련 문서를 열람하기 위해 용산구청에 방문한 민달팽이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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