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거환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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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명] 여성이 주거안전을 돈 주고 사야하는 사회를 규탄한다

2020-07-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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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이 주거안전을 돈 주고 사야하는 사회를 규탄한다

-신림동 강간미수 사건 무죄 판결에 부쳐-



지난해 5월 서울 관악구 신림동에서 30대 남성이 귀가하던 여성을 쫓아 집에 침입하려 한 사건이 발생하였다. 검찰은 가해자에게 주거침입뿐만 아니라 강간과 강제추행 혐의를 적용하여 징역 5년을 구형하였다. 그러나 대법원까지 이어졌던 재판에서 확정된 처벌은 징역 1년에 그쳤다. 강간과 강제추행 혐의를 “피고인의 고의 및 실행 착수의 인정이 어렵다”며 주거침입만 유죄로 인정하였던 것이다.


대법원은 신림동 강간미수 사건 판결이 우리사회에 보낼 메시지는 무시한 채 구태의연한 과거의 사고방식에만 의존한 ‘법리’로 이 사건을 다루었다. 가해자는 피해자의 집까지 뒤쫓아 갔으며 피해자가 현관문을 닫으려 하자 손바닥으로 이를 막으려 했고, 문이 닫힌 뒤에도 현관문을 두드리고, 손잡이를 돌리고, 비밀번호를 누르는 등 수차례의 침입시도를 하였다. 사회통념상 누가 보아도 주거침입을 통한 성폭행 의사가 명백히 드러나는 정황과 CCTV 기록에도 불구하고 재판부는 가해자에게 ‘구체적인 강간 의도라고 볼 수 있는 행위’가 없었다고 한다. 피해자가 느꼈을 위협과 공포는 재판부의 ‘법리’에서는 고려할 요소가 아니라고 하는 것이다. 도대체 대법원이 말하는 법리는 누구를 위한 것인지, 무엇이 얼마나 더 구체적이어야 성폭행 시도라고 인정하려는 것인지 되묻지 않을 수 없다.


이번 무죄판결을 통해 우리는 우리사회가 안전한 집을 위계에 따라 나눠주고 있음을 알 수 있다. 특히 신림동 강간미수 사건에서와 같이 사회가 여성의 주거안전을 외면함으로써 여성은 개개인이 더 안전하고 ‘비싼 집’을 찾아야 했다. 우리사회는 시민이라면 당연히 누려야할 안전을 여성에게는 구입하도록 강제하고 있는 것이다. 나아가 사회가 이처럼 ‘안전’을 매개로 ‘집’을 상품화하는 과정에서 여성들 안에서 자본주의적 위계가 다시 만들어지는 문제도 발생하였다. 극단적으로는 높은 주거비를 감당할 수 없는 여성은 독립을 할 자유조차 박탈당하였다. 여성들이 각자도생 할 수밖에 없는 환경을 국가가 나서서 제공하고 있는 것이다. 그런 면에서 대법원의 신림동 강간 미수 사건 무죄 판결은 여성에게 안전은 돈을 주고 사라고 사회적으로 선언한 것과 다름없다.


주거는 물리적 주택만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인간이 인간다운 생활을 할 수 있는 도시와 주거환경을 의미하는 것이기도 하다. 그런 점에서 민달팽이유니온은 이번 판결을 보고 우리사회에 물음을 던지지 않을 수 없다. 우리사회는 언제까지 국가의 기본적 의무인 ‘주거공간에서의 안전’을 여성 스스로 해결하라고 방기할 것인가! 그리고 민달팽이유니온은 우리사회에 선언하고자 한다. 여성주거문제가 과거의 낡은 법리를 통해 다뤄지지 않고 우리사회가 누군가의 안전을 침해하는 행위를 적극적으로 처벌할 의지를 보일 때 여성의 안전이 주거공간에서 보장될 수 있을 것이다. 때문에 우리는 모든 여성을 주거공간에서의 범죄로부터 안전하게 보호하기 위한 첫걸음으로, 이번 판결과 여성을 안전 소비자로만 다뤄온 우리사회를 규탄한다. 강력한 처벌과 여성의 안전 보장을 위한 강한 의지 표명만이 ‘신림동 강간미수 사건’과 같은 공포스러운 범죄의 재발을 막고 여성 세입자도 안전하게 주거권을 누릴 수 있게 한다. 나아가 여성이 안전하게 생활할 수 있는 주거 환경을 만들기 위한 사회적 차원의 논의와 대안 제시의 필요성을 강조한다.



2020년 7월 6일

민달팽이유니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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