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동규 위원장이 한국비정규노동센터에서 발간하는 <비정규노동>에 주거권 이슈를 소개하는 글을 기고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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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연한 전세사기 속 세입자에게 권리를!
서동규 | 민달팽이유니온 위원장
모두가 집 걱정이다. 요즘 뉴스를 보면 정치인이 불법으로 고가 아파트를 분양받았다는 소식, 다주택자 규제 방법에 관한 토론, 집을 얼마나 지을지 갑론을박하는 이야기가 넘쳐난다. 집 이야기가 주요 뉴스로 다뤄지는 일을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한국에서 살아가는 모든 사람이 집 때문에 울고 웃는다. 살고 있는 아파트 단지 이름이 사회적 지위를 말해줄 정도로 집이 성공의 척도로 여겨지는 셈이다. 그러나 집, 특히 아파트를 둘러싼 게임에서 승자는 극히 소수다. 그보다 훨씬 더많은 사람이 집 문제로 고통받고 있다. 특히 전세나 월세로 살고 있는 세입자는 불안감을 놓을 수 없는 처지다. 다음에 이사 갈 집은 어떻게구해야 하나 걱정하고, 누가 집을 샀다는 소식을 들으면 부러운 마음과 함께 더욱 불안해지곤 한다.
최근 몇 년간 많은 사람들에게 큰 아픔을 남겼던 전세사기와 깡통전세 사태를 돌아보면, 세입자로 살기 어려운 세상이라는 한탄이 절로 나온다. 2026년 2월 5일 국토교통부 보도자료에 따르면, 현재까지 전세사기특별법(전세사기 피해자 지원 및 주거 안정에 관한 특별법)에 따라 피해자로 공식 인정된 사례가 무려 3만 6,449건에 이른다. 보증금 피해에 안타깝게 목숨을 잃은 분들도 적지 않다. 한국에는 세입자의 피눈물이 흐르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2025 세계노동절대회, 민달팽이유니온 회원이 ‘노동자가 일의 주인, 세입자도 집의 주인’이라 고 적힌 피켓과 함께 깃발을 들고 행진하고 있다.
약 100년 전에도, 50년 전에도 비슷한 문제가 있었다. 그때와 지금이 다른 건, 지금은 집이 더 강력한 돈벌이 수단이 되었고 대출·금융과도 긴밀하게 연결되었다는 점이다. 다시 말해 주택의 상품화와 금융화의 심화로 전세사기·깡통전세 문제가 대규모로 번지는 조건이 만들어졌다. 반면 세입자 권리를 보호하는 제도는 더디게 발전했고, 결국 3만 6,449가구가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하는 초유의 사태가 일어난 것이다.
전세사기 피해자를 상담하다 보면 정말 다양한 상황을 듣는다. 세입자의 보증금을 종잣돈 삼아 갭 투기를 일삼다가 파국에 이른 경우는 비일비재하다. 공정한 입장에서 임대인과 세입자를 연결할 의무가있는 공인중개사가 알고 보니 임대인과 한패였던 사례, 임대인이 갑작스럽게 바뀌어 새 임대인에게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한 사례 등 양상도 가지각색이다. 집을 구하는 모든 과정을 믿기 어렵고, 집을 알아보며 만나는 모든 사람을 신뢰하기 어려운 현실이다. 버팀목 대출처럼국가가 내주는 대출로 보증금을 마련했어도, 결국 국가도 은행도 보증금 피해를 책임지지는 않는다. 대출은 오롯이 세입자의 빚이 될 뿐이다. 최근에는 서울시 정책으로 운영되는 청년안심주택과 사회주택에서조차 전세사기 피해가 발생하니, 세입자는 말 그대로 살얼음판을 걷는 처지다.
전세사기·깡통전세 문제는 현재진행형이다. 새로운 피해는 여전히 발생하고, 피해자가 충분히 회복할 만한 구제책을 마련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같은 문제가 반복되지 않도록 막을 장치 또한 갖추지 못했다. 국회에 계류 중인 ‘최소보장 방안’을 포함한 전세사기특별법 개정안은 하루빨리 통과되어야 한다. ‘전세사기 없는 사회’를 위해서는 보증금상한제 도입과 세입자 권리 향상이 필요하다.
2026년 1월 6일, 전세사기전국피해자대책위와 시민사회대책위가 전세사기특별법 개정을 요구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지금의 세입자는 불안한 전세와 비싼 월세 중 고민하고 견디며 산다. 집은 일상을 보내는 터전이어야지, 불안의 근원이어서는 안 된다. 집 걱정 없는 사회를 만들기 위한 출발점은 전세사기 없는 사회를 만드는 데 있다. 보증금을 맡겼다는 이유만으로 삶 전체가 흔들리는 구조를 그대로 둔 채 세입자 안정을 말할 수는 없다. 가파른 월세 상승으로노동자의 부담이 가중되는 흐름을 넘어설 대안도 필요하다. 임금 교섭이나 최저임금 인상으로 월급이 오르더라도 임대료가 그만큼 오른다면 노동자의 실질임금은 제자리다. 공공임대주택을 확대하고, 민간임대주택 시장에서도 임대료 상승을 제한하며 세입자가 오래 거주할 수있는 조건을 만드는 일은 주거권 문제이자 노동 문제다.
민달팽이유니온은 청년 세입자가 모여 주거권 보장을 위해 활동하는 단체다. 최근 단체의 상담 역량을 모아 세입자를 위한 집 구하기 가이드북을 만들었는데, 제목을 〈전월세집도 내 집이다〉로 지었다. 집을 소유해 빌려주는 임대인, 즉 ‘집주인’뿐 아니라 세입자도 집의 주인이라는 선언이다. 일의 주인은 공장이나 디지털 플랫폼을 소유한 사람이 아닌 일하는 노동자다. 마찬가지로 집에서 살아가며 수도가 동파되지 않도록 살피고, 동네 슈퍼와 마을버스를 이용하며 지역사회를 이루는 사람이 집과 동네의 주인이다. 전월세로 살아도 주거권을 보장받는 사회, 집이 없는 민달팽이로 살아도 괜찮은 사회를 함께 만들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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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동규 위원장이 한국비정규노동센터에서 발간하는 <비정규노동>에 주거권 이슈를 소개하는 글을 기고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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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연한 전세사기 속 세입자에게 권리를!
서동규 | 민달팽이유니온 위원장
모두가 집 걱정이다. 요즘 뉴스를 보면 정치인이 불법으로 고가 아파트를 분양받았다는 소식, 다주택자 규제 방법에 관한 토론, 집을 얼마나 지을지 갑론을박하는 이야기가 넘쳐난다. 집 이야기가 주요 뉴스로 다뤄지는 일을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한국에서 살아가는 모든 사람이 집 때문에 울고 웃는다. 살고 있는 아파트 단지 이름이 사회적 지위를 말해줄 정도로 집이 성공의 척도로 여겨지는 셈이다. 그러나 집, 특히 아파트를 둘러싼 게임에서 승자는 극히 소수다. 그보다 훨씬 더많은 사람이 집 문제로 고통받고 있다. 특히 전세나 월세로 살고 있는 세입자는 불안감을 놓을 수 없는 처지다. 다음에 이사 갈 집은 어떻게구해야 하나 걱정하고, 누가 집을 샀다는 소식을 들으면 부러운 마음과 함께 더욱 불안해지곤 한다.
최근 몇 년간 많은 사람들에게 큰 아픔을 남겼던 전세사기와 깡통전세 사태를 돌아보면, 세입자로 살기 어려운 세상이라는 한탄이 절로 나온다. 2026년 2월 5일 국토교통부 보도자료에 따르면, 현재까지 전세사기특별법(전세사기 피해자 지원 및 주거 안정에 관한 특별법)에 따라 피해자로 공식 인정된 사례가 무려 3만 6,449건에 이른다. 보증금 피해에 안타깝게 목숨을 잃은 분들도 적지 않다. 한국에는 세입자의 피눈물이 흐르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약 100년 전에도, 50년 전에도 비슷한 문제가 있었다. 그때와 지금이 다른 건, 지금은 집이 더 강력한 돈벌이 수단이 되었고 대출·금융과도 긴밀하게 연결되었다는 점이다. 다시 말해 주택의 상품화와 금융화의 심화로 전세사기·깡통전세 문제가 대규모로 번지는 조건이 만들어졌다. 반면 세입자 권리를 보호하는 제도는 더디게 발전했고, 결국 3만 6,449가구가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하는 초유의 사태가 일어난 것이다.
전세사기 피해자를 상담하다 보면 정말 다양한 상황을 듣는다. 세입자의 보증금을 종잣돈 삼아 갭 투기를 일삼다가 파국에 이른 경우는 비일비재하다. 공정한 입장에서 임대인과 세입자를 연결할 의무가있는 공인중개사가 알고 보니 임대인과 한패였던 사례, 임대인이 갑작스럽게 바뀌어 새 임대인에게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한 사례 등 양상도 가지각색이다. 집을 구하는 모든 과정을 믿기 어렵고, 집을 알아보며 만나는 모든 사람을 신뢰하기 어려운 현실이다. 버팀목 대출처럼국가가 내주는 대출로 보증금을 마련했어도, 결국 국가도 은행도 보증금 피해를 책임지지는 않는다. 대출은 오롯이 세입자의 빚이 될 뿐이다. 최근에는 서울시 정책으로 운영되는 청년안심주택과 사회주택에서조차 전세사기 피해가 발생하니, 세입자는 말 그대로 살얼음판을 걷는 처지다.
전세사기·깡통전세 문제는 현재진행형이다. 새로운 피해는 여전히 발생하고, 피해자가 충분히 회복할 만한 구제책을 마련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같은 문제가 반복되지 않도록 막을 장치 또한 갖추지 못했다. 국회에 계류 중인 ‘최소보장 방안’을 포함한 전세사기특별법 개정안은 하루빨리 통과되어야 한다. ‘전세사기 없는 사회’를 위해서는 보증금상한제 도입과 세입자 권리 향상이 필요하다.
지금의 세입자는 불안한 전세와 비싼 월세 중 고민하고 견디며 산다. 집은 일상을 보내는 터전이어야지, 불안의 근원이어서는 안 된다. 집 걱정 없는 사회를 만들기 위한 출발점은 전세사기 없는 사회를 만드는 데 있다. 보증금을 맡겼다는 이유만으로 삶 전체가 흔들리는 구조를 그대로 둔 채 세입자 안정을 말할 수는 없다. 가파른 월세 상승으로노동자의 부담이 가중되는 흐름을 넘어설 대안도 필요하다. 임금 교섭이나 최저임금 인상으로 월급이 오르더라도 임대료가 그만큼 오른다면 노동자의 실질임금은 제자리다. 공공임대주택을 확대하고, 민간임대주택 시장에서도 임대료 상승을 제한하며 세입자가 오래 거주할 수있는 조건을 만드는 일은 주거권 문제이자 노동 문제다.
민달팽이유니온은 청년 세입자가 모여 주거권 보장을 위해 활동하는 단체다. 최근 단체의 상담 역량을 모아 세입자를 위한 집 구하기 가이드북을 만들었는데, 제목을 〈전월세집도 내 집이다〉로 지었다. 집을 소유해 빌려주는 임대인, 즉 ‘집주인’뿐 아니라 세입자도 집의 주인이라는 선언이다. 일의 주인은 공장이나 디지털 플랫폼을 소유한 사람이 아닌 일하는 노동자다. 마찬가지로 집에서 살아가며 수도가 동파되지 않도록 살피고, 동네 슈퍼와 마을버스를 이용하며 지역사회를 이루는 사람이 집과 동네의 주인이다. 전월세로 살아도 주거권을 보장받는 사회, 집이 없는 민달팽이로 살아도 괜찮은 사회를 함께 만들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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