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 민달팽이

민달팽이의 이야기

[2015년 12월호 이달의회원] 이제 제가 좀 보이는 것 같아요 박향진 님

11월의 이달의 회원은 '박향진' 회원님입니다. 사는 곳에서 다양한 활동까지 언제나 민달팽이유니온과 가까운 곳에서 든든한 회원님으로 활약해주고 계신데요. 조금은 길지만 향진님의 이야기, 끝까지 들어보실래요? :)


안녕하세요 자기소개를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저는 박향진이라고 하고 지금 SH 협동조합형 공공임대주택 '이웃기웃'에서 살고 있습니다. 민달팽이유니온 항상 주위에서 관심있게 보고 있으면서 최근에는 도시재생 시민아카데미 퍼실리테이터나 달팽이집 1,2호 추가 입주 조합원 모집에서 '이음이' 같은 여러가지 일들을 함께 해왔습니다.


민유에서 정말 많은 활동들을 같이 해주고 계신데요. 살고 있는 '이웃기웃'이란 곳에 대해 간단히 설명해주실 수 있나요?

이웃기웃은 SH 서울주택공사에서 만든 공공임대주택이에요. 시범적으로 '협동조합'이라는 테마로 홍은동, 만리동, 가양동 이렇게 새롭게 만든 공공임대주택 중에서 '청년'을 대상으로 하는 곳이죠. 그래서 대학생이 아닌 일반 청년들이 들어 올 수 있는 얼마 안되는 공공임대주택이랍니다. 민달팽이유니온에서 협동조합을 만들고 운영하는 과정의 코디네이터를 맡아주었어요. 아 민달팽이유니온의 임경지 위원장님이 이웃기웃 협동조합의 이사장이기도 해요. 근데 이건 코디 한 거랑 상관없이 똑같이 입주 선정 절차를 거치고 저희 입주자들이 투표한 건데 많이들 헷갈려하시더라구요(웃음)

 

그럼 이웃기웃 살기 전엔 어디 살고 계셨나요?

 원래는 경상남도 남해 사람이라 서울로 학교 오면서 기숙사에 살았다가 자취하고 또 다른 기숙사 살고.. 떠돌아다녔죠. 농협장학관이라고 새로 생긴 곳이 있는데 되게 먼데 되게 좋아요. 거기서도 1년 살았는데 대학원 다니려면 나와야 해서 다시 학교 기숙사 왔다가, 수료 후엔 또 나와서 친구가 구한 투룸에서 같이 살다가(웃음). 이웃기웃을 알게 돼서 오게 되었어요. 


그렇군요. 민유를 처음 알게 된 건 어떻게였는지가 궁금하네요.

 대학원 수료를 하고 쉬면서 '사회혁신공간 There' 라는 곳에서 일하다가 '공간 네트워킹 사업'의 일환으로 '소셜 공간 디자인학교'를 갔어요. 소공디에서 강연을 들었는데, 주거 관련한 여러 단체들에서 와서 강연을 하셨고 그 중에 민달팽이유니온이 있었어요. 근데 강연 마치고 저뿐만 아니라 다들 '민달팽이유니온 정말 괜찮은 것 같다(웃음) 진짜 잘됐으면 좋겠다' 했던 경험이 있어서, 그렇게 기억하고 있었죠. 그 뒤로 페이스북을 통해 소식 보다가, 여기 홍은동 이웃기웃 지원할 때 민유가 입주과정 코디 하셨으니까 그 때 처음 만난 거 같아요. 이웃기웃 모집 과정이 있었고, 그 전반적인 과정을 민유가 다 함께한 것 같아요. 처음에 입주할 때 입주민들과 SH공사의 중간다리 역할을 했죠. 이해와 친밀을 높이기 위해 워크샵도 많이 했구요. 우리 입주자들이 입주 과정에서 만났던 사람들은 다 민유였어요.

  

이제 이웃기웃에서 산 지 1년이 되어가죠? 1년 동안 살아보니 이웃기웃은 향진님에게 어떤 집인 것 같나요?

 곧 딱 1주년이에요. 1주년 맞이로 이번에 동네 사람들이랑 같이 김장을 합니다.

제 경우에는 이 집은 되게 이상적인 집이에요. 전 전에 잠깐 농협 장학관 살 때 친구들이 생겨서 너무 좋았어요. 근데 이 좋았다는 게 그냥 기분이 좋았다는 걸로 끝나는 게 아니라 마음의 안정이 된다는 거? 마음이 안정되다 보니까 성적도 실제로 올랐고요. 그 전에는 뭘 하려고 해도 뭔가 계속 불안정하고 불안하니까 그 불안함이 안잡혀서 다른 걸 못했는데, 그런 불안함이 없어지니까 그 이외의 것들을 그냥 잘해나가면 되는 것 같더라구요. 그런 관계들이 저한테 좋은 경험이 됬는데, 이웃기웃에 와서도 다시 그런 걸 느끼는 것 같아요. 다양한 사람들이 옆에 있고 그 사람들이랑 조금씩 친해지고 하는게 내 생활에 플러스가 되는 것. 삶의 질을 봤을 때, 옆에 '같이' 사는 사람들이 있다는 게 실생활에서도 큰 도움이 되고 마음에도 큰 안정이 돼요. 가끔은 이게 나만 느끼는 생각인가 싶다가도 이게 사실 그렇게 특별한 일인가 싶기도 하고. 환경이 안정되면 삶이 안정되는 건 보편적으로 다 그럴 것 같다고 생각해요.


이웃기웃도 협동조합형 공공임대주택이고, 여러 곳에서 좋은 사례로 언급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어요. 입주자들끼리 이것 저것 같이 해보자는 것들이 많지요?

 이번에 1주년에 벤치도 만들고 동네 분들이랑 김장도 하고 하는 것처럼, 사람들이 자발적으로 붙어서 뭔가 여러가지를 했던 것 같아요. 사실 여러가지라고 했지만 시간을 조금만 내면 되는 것들이고 저는 이런 취지에 공감하는 편이라서 같이 해보는 게 좋았어요. 관계들이 생기고 그게 점점 넓어지면 좋겠고, 그래서 처음에는 사람들이랑 하나도 안 친했지만 굳이굳이 간 거에요. 그런데 그러다보니 이웃들이 정말 이웃사촌이 되네요. 이 립밤도 윗집 언니가 챙겨준에요. 저 매트리스 샀다고 하니까 곰인형 사다주고. 윗집 언니가 시간을 엄청 꽉꽉 채워서 열심히 사는 언니라 바빠서 요샌 자주 못보지만요(웃음) 공공에서 제공하는 임대주택으로 생활의 안정이 오니까 이게 더 널리 퍼질 수 있도록 '잘 사는 게 나의 일종의 역할이고 책임이다' 이런 생각도 들구요.

 

홍은동에서 생활하면서 생긴 동네 단골 가게 같은 게 있나요?

 저는 아직 없는데 우리 카톡방에서 다른 사람들이 많이 가보고 자기가 가본 곳들을 많이 이야기해줘요. 조금 내려가면 조그만 전자점 간판 달고 하는 우동집이 있는데, 일본인들이 11시반부터 2시까지 점심시간대만 딱 몇 시간만 여는 우동집이에요. 그렇게 잘 안가보면 모르는 좋은 곳이라거나, 세탁소는 어디가 좋더라 이런 것들을 서로 알려주죠.

 

동네 분들과는 이번에 김장을 통해 만나보려고 해요. 분명 혼자는 김장 못하는데 필요하신 분들도 있을 테니까 이번에 이웃기웃이 크게 김장하면서 같이 나눠먹고 하는 게 좋을 것 같아서요. 처음에 우리끼리 하고 나눠드리자고 했을 때는 장난처럼 ‘받는 사람 입장도 생각해야지’ 이런 말도 들었는데, 김장 할 때도 김장경험이 풍부하신 동네 분들이 같이 해주시니 맛 걱정은 일단 안해도 되지 않을까요? 저희 입장에서는 그분들 도움을 받을 수 있으니 너무 다행이에요 (웃음)

 

이야기를 들어보니 이웃기웃이랑 달팽이집이랑 사는 사람들의 상태나 마음이 되게 비슷한 것 같아요.

 사실 사람 마음이 되게 다양하니까 안 그럴 수도 있을텐데, 여기서는 그래도 다들 취지에 공감하고 잘 이해하고 있는 것 같아요.

 

얼마 전에는 몇 명이 나갔다고 들었어요.

 안그래도 공실이 또 생겼다고 새로 입주자를 뽑는다고 하더라구요. 근데 그게 직장이 생겨서 이사를 간다거나 결혼하면서 나간다거나 이런 식의 좋은 일들이라서 나가도 좋네요. 살다 안 맞아서 나가고 이런 건 아직 없으니까요.

 

1인 1실이라 그렇게 많이 부딪힐 일은 없을 것 같은데 어떤가요?

 그쵸. 사실 각자 사니까 부딪힐 일은 거의 없고, 필요하면 또 어디선가 만나면 되니까요. 달팽이집이랑 생각해보면, 달팽이집은 좀 더 밀접하게 살고 있으니까 좀 더 재밌는 일들이 많은 것 같긴 하고 피로도는 조금은 더 높을 것 같고, 여기는 피로도는 덜한데 뭔가 재밌고 해볼만한 일 같은 건 우리가 ‘모이자’하고 의견을 내야 만들어지고 이런 거라 조금은 느리죠. 살아가다 부딪히면서 '우리 이거 필요해. 당장 해보자!' 하는 건 드물죠. 이웃기웃은 뭔가 해보기 위해서는 좀 더 긴 프로세스가 필요하달까?

 

비슷하기도 다르기도 한 두 공동체가 신기하게 이렇게 한 동네에 있네요. 향진님은 같은 지역에 있고, 협동조합형 주택에 살고있기도 하고 민유 활동을 잘 지켜봐주고 있어서, 이번 달팽이집 1,2호 추가 입주 조합원 인터뷰 때 '이음이'로도 활동해주셨죠? 

 네. 저 달팽이집 사람들이 너무 좋아요(웃음)

이음이를 하면서 느낀 건 일단은 누구를 평가하거나 그런 게 아니라 같이 얘기해보는 자리여서 좋았고, 사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 두 번 보는 걸로는 잘 모르니까 그게 참 아쉽다 싶었어요. 근데 그렇게 인터뷰에서 만난 사람들이 2호집에 있거나 또 3호집으로도 가거나, 그게 아니더라도 다른 행사에서 계속 볼 수 있는 이런 게 진짜 좋은 것 같아요. 입주 과정 자체로 본다면 그렇게 집을 공급하는 측이랑 들어올 사람들이랑 이야기 할 수 있는 기회가 생긴다는 게 참 좋아요. 집과 계약에 관한 것 말고 다른 이야기를 해볼 수 있다는 게. 입주하게 될 분들을 다른 자리(예를 들면 포럼이나 회원모임 등)에서도 자꾸 보니까, 그게 들어올 사람 입장에서도 마음의 안정이 더 되지 않을까 그런 생각이 되네요.


저는 민유 활동하면서 그런게 좋아요. 아는 사람이 하나 더 생기는 거. 달팽이집의 경우만 해도, 달팽이집 일에 조금이라도 관여하는 일이 생기니까 조금 더 친밀감이 생기는 것 같아요. 먼 곳이 아니라 진짜 같은 동네에 사는 느낌? 달팽이집에서 저번에 동네 꼬마친구들을 위해서 '인사이드 아웃' 상영회 한다고 했을 때 ‘가볼까?’하는 생각이 제일 먼저 들었는데요, 이렇게 가까운 느낌이 아니라면 ‘아 내가 거길 어떻게 가’ 이런 생각이 들었겠죠? 신기했어요.

 

달팽이집도 그렇지만 공공임대주택도 일반적으로는 아직 낯설은 존재인 것 같은데, 주변 반응은 좀 어떻나요?

 공공임대주택에 관해 첨예하게 맞서는 곳도 있지만, 일단 저는 여기선 한번도 느껴보진 못한 거 같아요. 이웃기웃이 신축건물이고 외향이 저래서 그런지 사람들이 공공임대주택이라고 크게 거부감을 갖는 거 같진 않고. 저게 공공임대주택이구나 하는 인식도 잘 없으신 것 같고. 처음에 들어왔을 때, ‘청년협동조합형 공공임대주택 이웃기웃’이라고 간판 달기 전엔 이웃분들이 공부 잘하는 애들 모여서 사는데인가 이렇게 생각하셨대요(웃음). 청년 애들이 왔다갔다 하는데, 걔네들끼리 서로 다 알고 집에도 서로 다니고 하니까 그게 무슨 집단처럼 보이셨나봐요. 근데 명패 그렇게 달아놔도 그 이후에도 별로 더 잘 아시는 건 아닌 것 같고(웃음) 그래서 '이게 공공임대주택이구나! 내 집값을 떨어뜨리겠네!' 까지 나아가지 전의 인식도 아직은 없는 것 같아요.

 

오히려 여기 살면서 제가 크게 느끼는 건 쓰레기 버려서 건물 앞이 더러워지는 것 등등에 대해 '사는 우리들'이 우리 집에 신경을 많이 쓴다는 거에요. 다 같이 주택관리 하는 게 있으니까 내 방 한 칸 뿐만 아니라 우리 건물까지 내 집의 범위여서 사람들이 쓰레기를 우리 건물 앞에 버리면 화가 나는거죠. 저도 예전에 다른 원룸 살 때는 ‘어유 여기 쓰레기 버렸네’ 했는데, 지금은 ‘아니 사람들이 왜 여기 쓰레기를 버리는거야 이걸 어떻게 해결해야하지?’ 이런 얘기를 반상회에서 하거든요. 저뿐만 아니라 다른 사람들이 다 이렇게 이야기를 해요. (이웃기웃 안에서는 운영분과, 공동체분과, 주택관리분과 이렇게 세 개 분과가 역할을 하고 있다.) 지금은 제가 대표적으로 쓰레기 얘기를 한 건데, 대부분 반상회가 없었으면 그냥 지나쳐버릴 문제들이고 보통은 그 문제들 때문에 참다참다 나중에 집을 나가게 되는 문제들이 있죠. 그런데 계속 정기적으로 모이니까 그런 문제들이 표면 위로 떠오르기도 하고 떠오르면 어떻게든 해결을 하려고 하고 그래요. 이런 식으로 어쨌든 ‘상태가 변한다’는게 재밌는 것 같아요. 가만 있다가 미치는게 아니라, 뭔가 변화가 일어난다는 게요. 그게 해결이 반드시 되는 건 아니더라도 조금씩 서로 변화하면서 나아지는 것 같아요.


'맨날 책으로 읽던 관계의 중요성을 내가 진짜로 살면서 느끼는구나'를 체감하는 게, 얼마 전에 ‘공공임대주택에서 주택 관리 개선에 대한’ 이런 내용의 보고서를 읽어볼 일이 있었어요. 거기서는 주택 관리를 하면서 겪는 어려움들을 사는 사람 중에 대표를 하나 뽑고 돈을 좀 줘서 그 사람에게 문제를 다 넘기는 게 해결 방안이었어요. 근데 그렇게 해도 또 해결이 잘 안됐대요. 사실 그렇죠. 그 사람이 혼자 뭘 어떻게 하겠어요. 읽다보니 결국은 ‘아 우리가 이렇게 관계를 가지고 살아가고 있는게 다른 곳에서 보면 되게 좋은 해결책이구나’ 싶은 생각이 들더라구요. 하드웨어적으로나 사람을 고용하는 방식으로 해결할 수 없는 것을 관계망을 통해서 서로 해결해보고자하니까 조금씩 풀려가고 있고 이게 굉장히 큰 해결책일 수 있구나 하고 체감하게 됐죠. 우리는 평소에 ‘분리수거 어떻게 할까? 대문 앞의 쓰레기 어떻게 할까?’ 이런 걸 계속 이야기하니까 다른 공공임대주택에서는 그런 게 문제가 될 거라곤 생각을 못했는데, 막상 내가 혼자 살 때만 돌이켜보더라도 나도 더럽거나 말거나 신경 안쓰고 지나갔지 싶더라고요.

 

생각지 못하게 정답대로 살고 있네요. 물론 정해진 정답같은 건 없겠지만 더 좋은 방법과 유사하게?(웃음)

 생각지 못하게 이상적으로 바라던 대로 살고 있는 것 같네요(웃음) 그래서 좋아요. 아까 말했지만 저한테 이 집은 여러모로 이상적이에요. 제가 예전처럼 진짜 비싼 일반 집값을 내야 하면 지금 다큐멘터리 찍는 것도 못 했을 것 같고, 탐색의 기간이라고 핑계대는 이 기간을 엄두도 못 냈을 것 같아요. 나쁜 일자리더라도 아무데나 취직하려고 애썼겠죠? 근데 안그래도 되고, 당장 돈을 못벌어도 지금의 시간들이 저에게 주는 힘이 큰 것 같아요. 여기에서 내가 하고싶고 잘 하는 걸 좀 찾아볼 수 있으니까요. 사실 뭐 다큐멘터리도 대단한 걸 하는 건 아닌데, 저한테는 이게 '내가 하고싶은 걸 나도 해볼 수 있구나'라는 의미인 것 같아요.

 

이미 인터뷰가 길어졌지만 향진님의 이야기를 좀 더 들어보고 싶네요. 벌써 대학원을 마친 상태이고 지금 이것저것 해보고 있다니 굉장히 빠른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저는 휴학없이 쭉 학교 다니고 대학원 바로 갔으니까요. 계속 휴학하고 싶었는데 아빠가 딴 거 계획 안세우면 휴학하지 말라 그래서 휴학 못했어요(웃음) 지금 생각해보면 차라리 그 때 쉬고 여행을 갔으면 좋았을텐데. 어릴때부터 혼자 괜히 책임감이 강해서, 괜한 부담들이 많고 고민이 많았던 것 같아요. 근데 대학원 수료 후에 여행 갔다오면서 많이 털고 왔어요. 네팔에서 히말라야 트래킹하는데 ‘내가 되게 많이 갇혀있구나’ 하는 걸 느끼게 됐어요. 어릴 땐 그러지 않았는데 대학교 와서는 내가 자신감 없이 지내구나, 학교다니면서도 늘 움츠러들어있고 싶더라구요. 그런 것들을 이제 6년이 지나서야 깬거죠. 그 과정에서 ‘내가 참 느리구나’라는 걸 느꼈어요. 나한테서 빠져나오는 데도 오래 걸리고 남들보다 긴 시간동안 고민하고.

 

여행 갔다와서는 뭔가 좀 달라진 것 같나요?

 여행 갔다와서는 확실히 좀 더 내가 주체적으로, 내 욕구를 좀 구체적으로 보고 살아야겠다는 생각을 많이 해요. 그래서 다녀오고나서 ‘There’에 혁신활동가 지원도 했었던 거구요. 지금까지 여러 곳에서 많이 듣고, 보고 생각하면서 배우고 있어요.


향진님이 지금까지 쉬지않고 달려오면서 한 고민들을 잠깐이지만 들어보면서, 지금의 이런 탐색 시간을 가지는 게 장기적으로도 더 큰 힘이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드네요.

 맞아요. 대학원 다닐 땐 프로젝트 때문에 일주일 꼬박 밤도 새고 바빴는데, 그러면 돈이 많이 생겼어요. 돈 쓸 시간은 없고 돈은 생겼고 하니까 그냥 지나가다 쇼핑해서 진짜 쓸모없는데 사고. 필요없으니까 또 바꾸러가고. 이걸 내내 반복하다가 어느 순간 갑자기 ‘내가 이걸 왜하고 있지?’하고 기분이 너무 더러운 거에요. 근데 기분이 더러워지니까 오히려 좋더라구요(웃음). 내가 딱 체감을 한 거 잖아요. '이게 진짜 안 좋은 일이구나 안해야되겠다' 이렇게(웃음)


그래서 앞으론 방식을 이렇게 해보려구요. '아니다 싶은 것도 한번 해보고, 그러고나서 그만해야 진짜 그만하는거구나'라는 방식으로. 되게 비효율적이고 멍청이같죠? 근데 안해본 건 나중에 혼란이 되더라구요. '이게 아니라고 생각하고 살아왔는데 왜 아니지? 아닌게 아닌건 아닌가?(웃음)' 여태까진 이런 혼란은 내가 중심만 잘 잡고 있으면 판단하고 헤쳐나가기 되게 쉬울 거라고 생각했는데 아닌 거 같았어요. 뭐 제가 생각하는 힘이 약해서 그럴 수도 있죠. 어쨌거나 나한테 그게 맞는 방식이면 그렇게 살아봐야하지 않을까요?(웃음) 하여간 지금은 멍청이 같이 살고 있어요. 근데 지금은 그게 참 좋은 것 같아요 멍청이같이 살 수 있어서.


그동안 좋은 경험들을 많이 했고, 하고 있어요. 쉬지 않고 여러가지를 해왔는데, 이제는 내가 사회에서 바로 진짜로 할 수 있는 것들이 뭐가 있을지 '세상이랑의 접점'을 구체적으로 찾고 싶어요. 지금 저한테는 다큐멘터리를 찍는 것도, 여러가지 일을 해보는 것도 그 접점을 찾는 구체적인 시도 중의 하나에요.



 



많은 이야기를 정말 잘 들었습니다. 마지막으로, 끝까지 이 글을 보고 있는 회원님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으시다면?

어릴 때는 남들이랑 다르고 특별한 게 좋았는데 요새는 이야기해보면 다들 상황도 고민도 결국 사람 사는게 다 비슷비슷하다는 생각이 많이 들어요. 그 비슷비슷하다는 데에는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어쨌든 우리가 지금 한 시대를 같이 살아가고 있다는 생각이 들어서 좋구요.


멍청이 같이 살다보니 저는 제가 좀 보이는 것 같아요(웃음) 우리가 남들을 볼 때 '저 사람에게도 이유가 있겠지' 하고 조금만 더 생각해준다면, 모두 남들 시선보다 나에게 좀 더 집중해서 살 수 있지 않을까요?



흔쾌히 인터뷰에 응해주신 박향진 님께 감사의 인사를 전합니다! :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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