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민주거복지특별위원회 경과 및 평가
- 국회 서민주거복지특위는 2014년 말 부동산 3법 통과 이후 서민들의 주거 안정을 위해 여야가 합의한 국회 특별위원회입니다. 그러나 2015년 1월부터 시작된 국회 서민주거복지특위는 5월 20일 현재 아무런 성과없이 총 5회 진행됐을 뿐 국민의 기대와 다르게 운영되며 6월 특위 활동 종료를 앞두고 있습니다. 특위에서 논의한 요약 내용은 아래와 같습니다.
- 제1차 회의(2015.1.28.)에서는 국회 서민주거복지특위 신설 목적으로 세입자의 주거 불안 해소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 제2차 회의(2015.2.13.)에서는 국토부, 법무부, 기획재정부의 서민주거안정대책이 논의되었는데 서로의 평행성만 확인할 뿐이었습니다. 특히나 이 세 부처는 세입자의 주거안정을 위한 다양한 제도 개선이 임대료를 폭등해 세입자의 부담을 가중시킨다는 근거가 명확하지도 않은 주장만 계속해서 하고 있습니다. 또한 서민주거 안정은 임대주택 확충으로 풀겠다고 해놓고서는 대기업에게 특혜를 주는 기업형 임대주택법만을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 제3차(2015.2.24.), 4차 회의(2015.3.17.)에서 주거기본법 제정에 대한 논의를 시작했습니다. 그동안 주거운동 당사자를 비롯한 많은 서민들이 주장해온 주거권이라는 말이 실제로 법에 명문화될 수 있는 논의가 진행되기는 했지만 그 내용이 추상적이고 모호한 것이 현실입니다. 문제는 이렇게 오랜 시간 합의한 법안임에도 불구하고 본회의에서 논의조차 되지 않고 있어 국회 정쟁으로 세입자의 주거불안은 더욱 심각해지고 있습니다.
- 제5차 회의(2015.4.8.)에서는 서울시와 경기도의 전월세 대책 보고가 있었는데 새누리당 의원들은 시종일관 반대만 했습니다. 지방자치단체에서 고민해 온 대안에 대해 심도 있게 토론하기보다 서민을 볼모로 정치적으로 이용하고 있는 형국입니다. 심지어 새누리당 김희국 의원은 ‘임차인만 보호하면 법적 형평성을 위배한다’며 지금과 같이 불균형한 임대차 시장 상황을 만든 책임을 회피하는 태도를 보이고 있습니다.
- 제6차 회의(2015.5.20)에서는 전, 월세 대책을 내기 위해서 주요국의 세입자 보호제도와 국내 도입방안에 대한 공청회가 열렸습니다. 임대차 갱신제도, 공정임대료 제도, 분쟁조정 제도, 인상률 상한선 제도가 주로 논의 되었습니다. 새누리당과 국토교통부는 오히려 임대차 시장을 교란 시켜 임대료 상승과 실질적인 효력이 없을 것이라며 세입자 보호를 위한 우선적인 조치를 반대했습니다. 앞으로는 이러한 주장에 대해 치밀한 근거를 제시하고 세입자들에게 당장 필요한 것들, 그리고 장기적으로 주거권이 모두를 위해 보장될 수 있는 방안으로의 대책이 강구되어야 합니다.
- 본래 6월 말까지로 합의되었던 서민주거복지특위가 얼마 남지 않았습니다. 실질적으로는 주거기본법 하나만 통과된 상태이고 여전히 평행선만 달리고 있습니다. 세입자들의 염원을 담은 요구안들이 반영될 수 있도록 더 시간을 늘려 실질적인 논의가 되도록 노력을 해야 할 것입니다.
서민주거복지특위, 실질적인 변화를 만들어낼 수 있도록
민달팽이유니온 임경지
2014년 12월 23일, 부동산 3법 여야 합의와 함께 서민주거복지특별위원회(이하 특위) 설치를 약속했다. 특위에서는 주거(복지)기본법과 전, 월세 대책을 심도있게 논의하여 실체있는 변화를 만들 수 있는 법을 만들 것이라 기대했다. 2015년 1월 28일 첫 회의가 있었다. 그동안 6번의 회의가 있었고 주거기본법 여야 합의와 전, 월세 현황 보고 및 대안 검토 등이 논의 되었다. 그리고 5월 29일, 본회의에서 주거기본법이 통과되었다. 한국사회에서 ‘주거권’이 명시된 법이 최초로 생긴 것이다. 주거기본법은 주거정책 관련한 법 중 최상위법이자 기본법적인 지위를 가진다. 기본법이기에 내용이 추상적이고 모호하다고 할지라도 이는 분명 국민의 권리를 천명하고 이에 따른 국가의 의무를 규정한 법으로서 향후 다양한 주거권과 관련한 입법에 근거이자 큰 힘이 될 것이다.
그런데 왜?
그런데 왜 이렇게 기분이 좋지 않을까?
그런데 왜 이렇게 사람들이 관심이 없을까?
그런데 왜 이렇게 주요하게 그 누구도 다루지 않을까?
성완종 리스트, 국민연금과 같이 거대한 정치 이슈가 있었다고 치더라도 주거기본법이 이렇게 홀대시 되는 것은 참으로 이상한 일이다. 대서특필은 아니더라도 주거기본법에 대한 해석과 예상되는 변화에 대한 기사나 사람들의 기대감이 전혀 보이지 않는다. 주거기본법이 추상적이어서일까, 혹은 쉽게 변하지 않을 것이라는 무기력함 때문일까, 아니면 이제야 주거권이 명시된 법이 만들어진 것이 부끄러워 모두들 쉬쉬하는 것일까.
경제정책 위주의 주거정책, 이제 사회정책으로 전환해야
주거기본법이 제정된 배경에는 그동안 수많은 사람들의 아픔이 있다. 살던 집에 쫓겨나야 했던 사람들, 전세가격이 오를 때마다 메뚜기처럼 이사를 다녀야 하는 사람들, 비싼 월세를 피해서 점점 더 멀리, 더 아래로 혹은 옥탑과 같이 더 위로 올라가야 하는 사람들의 눈물없이 들을 수 없는 각자의 이야기가 있다. 집은 한 사람의 중요한 삶의 토대이기에 그만큼 오랜 아픔과 슬픔이 집약될 수밖에 없다. 이에 집은 경제적, 사회적, 문화적, 심리적으로 한 개인에게 다층적인 영향을 미친다. 즉, 집은 한 사람이 자신의 삶을 영위하는 최후의 보루로서의 기능을 한다.
그런데 이제껏 한국사회에서 집은 경제적 의미가 강조되어 왔다. 주택정책은 주로 공급과 주택가격 상승을 위한 정책이었다. 전쟁 이후 주택 부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대규모로 주택을 공급했고 이 과정에서 건설 경기 활성화를 통해 경제 성장을 이끌었다. 주택보급률이 상승함에도 주택 가격이 떨어지지 않았던 이유는 주택 매매 시장 활성화를 촉진하여 주택 가격 상승률 유지하고자 하는 정부의 정책도 한몫했다. 주택과 관련한 각종 대출 상품을 만들고 건설 경기 부양을 위한 각종 지원 정책이 대표적인 예이다. 집값이 떨어지면 자산가치가 하락되어 많은 사람들이 피해를 볼 것이라며, 한국경제가 붕괴될 것이라며 공포 마케팅을 펼쳤다. 가계부채를 기반으로 간신히 유지하고 있는 주택 가격이니 거품이 빠지면 생기는 예상 가능한 문제들을 연착륙시키기 위한 별도의 경제정책은 반드시 필요하다.
이와 더불어 세입자들의 주거불안을 해소할 수 있는 사회정책으로서의 주거정책도 필요하다. 서민들의 주거복지를 공공임대주택으로 해결하겠다면서 재원이 부족하니 기업형 임대주택을 확대하겠다는 정부의 입장은 여전히 건설 경기를 활성하고자 하는 의도가 엿보인다. 중산층을 위한 뉴스테이 역시 이와 비슷한 맥락이다. 집이 더 편리하고 세련될지언정 더 많은 사람들이 살만한 집은 없어진다.
은폐된 갈등과 한가한 소리
특위의 회의록을 보고나면 한숨이 절로 나온다. 열심히 질의하고 주거권 보장을 위해 모든 정보와 근거를 수집해 제시하는 위원들도 있다. 정책 근거를 명확히 하기 위한 구체적인 통계치는 반드시 필요하다. 하지만 주거기본법이 모든 사람들을 위한 주거권이 보장되는 기본법이고 전, 월세 대책이 세입자들의 고통을 줄여주기 위해서는 더 많고 세밀한 통계가 필요할 것이다. 다시 말해, 지금 주거불안에 놓인 세입자들의 삶을 드러낼 구체적인 통계가 더 없는 것이 현실이다.
그런데 특위에서는 숫자로 모든 것이 치환된다. 서로가 통계만을 요구하고 자료를 제출하라고 하고 그런 자료는 없다고 답한다. 공공임대주택이 몇 만호가 건설될 예정이고, 평균 PIR은 구할 수가 없으며, 계약갱신청구권이 도입되면 89년, 90년, 91년 때의 주택 가격 상승율을 보면 어떠하고…. 따분하고 한가하다.
공공임대주택 물량이 왜 축소되었는지, 축소되는 과정에서 어떠한 정치적 결정이 있었는지, 우리 사회는 공공임대주택 확충을 위해서 어떠한 합의를 해야 하는지에 대한 이야기는 없다. 그렇게 한가한 숫자 놀음을 하고 있는 사이에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숨죽여 우는지 아무도 이야기하지 않는다. 민간 임대 시장을 규제하면 오히려 주택 가격이 상승될 것이라는 국토부와 법무부와 기재부의 일관된 논리를, 근거도 없는 논리를 펼칠 때에는 아무도 그 구체적인 통계와 예상되는 수치를 요구하지 않는다. 그때에는 주장만 있을 뿐이다. 마찬가지로 한가하다.
실제로 공공임대주택이 공공임대주택답게, 공약대로 집행되고 그 입주 기준에 누가 배제당하고 있는지, 세입자들이 어떤 주거불안을 곳곳에서 겪고 있는지 확인해야지 제대로 된 대책이 나온다. 통계에 조차 잡히지 않는, 아직 호명되지도 못한 수많은 갈등들이 여전히 은폐되고 있는데 어떻게 모든 세입자를 위한 전, 월세 대책이 나올 수 있을까.
가장 첨예하게 삶의 현장에서 권리가 박탈되고 있는 이들의 이야기가 서민주거복지특위에서 반드시 논의되어야 한다. 임대차분쟁조정위원회가 생겨도 이것이 분쟁 조정 신청을 할 생각조차 못하는 청년들, 왜 신문지만한 크기의 창문이 있는 집의 월세가 40만원이 되어야 하는지, 곰팡이가 펴서 도배를 해달라고 할 때 보증금에서 까겠다며 윽박지를 집주인에게 왜 아무말도 하지 못하는지, 적정한 월세와 쾌적한 주거환경은 고사하고 물론 임대인에게 권리를 요구하면 계약 해지가 될까 전전긍긍하는 청년들의 삶은 왜이렇게 쉽게 무시되는지 모르겠다. 대학가 원룸 불법건축물을 묵인하고 최저주거기준에 미달된 주택이 난무해도 아무도 감독하지 않는 이상한 사회에 놓인 청년들의 삶은 왜 아무도 이야기하지 않는가.
불안정한 노동 시장에 하루하루 놓인 채, 소득이 아무리 낮아도 공공임대주택 신청에 매번 탈락을 하는지 이유도 모른 채 숨죽여 살아가는 청년들의 삶에 귀를 기울여야 할 때다. 특위에서 신혼부부에 대한 논의는 일부 있었지만 그 외에 청년들의 이야기는 없었다. 저출산으로 인해 다양한 신혼부부 정책이 나오고 있고 그 중에서 주거정책이 가장 큰 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것은 분명 환영할 일이다. 그런데 서민주거복지특위라고 하는 곳에서조차 청년들이 언급되지 않는 것은 납득할 수 없다. 청년들에게 특혜를 달라는 것이 아니다. 청년들만을 위한 주거정책이 필요하다라고 주장하는 것도 아니다. 청년들을 비롯한, 아직 드러나지 못한 수많은 은폐된 갈등을 봐달라는 것이다. 그리고 이들의 삶을 개선할 수 있는 전, 월세 대책이 함께 논의되어야 한다.
모두의 주거권을 위하여, 더 과감하게, 눈에 보이게.
주거기본법이 국민의 주거권을 보장하는 기본법이라면 사회적 약자들의 최소한의 삶을 보장하는 잔여적 복지정책류가 되지 않기 위해서 그 스스로 보폭을 넓힐 필요가 있다. 한국사회에 축소된 복지 프레임에 스스로 갇히지 않도록 더욱 더 과감하고 더 많은 것들을 요구해야 한다. 국민의 주거권 보장을 위해서 세부적인 기준과 다양한 수요자에 맞춘 정책은 하위 법과 제도로 충분히 만들 수 있는 일이다. 주거기본법이라고 하는 상위법은 조금 더 많은 사람들, 조금 더 높은 수준의 삶을 요구해야 할 것이다.
또한 전, 월세 대책이 모든 세입자의 주거불안을 해소하기 위해서는 박근혜 정부가 계속해서 주장하는 ‘민간 임대 시장을 교란할 것’이라는 이 미신을 깨야 한다. 민간 임대 시장이 지금 고삐 풀린 망아지처럼 날뛰고 있는 상황에서 세입자들이 작게라도 자신의 권리를 지킬 수 있도록 하는 정책부터 임대료를 안정화시킬 수 있는 여러 정책들에 대한 다양한 검토가 필요하다. 정책 대상을 선정함에 있어서는 분명 엄밀해야 할 것이지만 그 지나친 엄밀함이 숫자로만 치환될 때, 수많은 사람들의 삶이 삭제될 수 있음을 인지해야 할 것이다.
하나의 법이 만들어졌다고 해서, 특히 권리가 명시된 법이 생겼다고 해서 국가의 즉자적 의무가 발생하는 것은 아니다. 법이 현실에서 작동하기 위해서는 다른 관련법들과 행정 지침, 그리고 이를 집행할 수 있는 조직과 인력이 보장되어야 할 것이다. 다시 말해, 권리에 대응하는 국가의 세부적 의무를 지시하고 이를 실천할 수 있는 여타의 제도들이 필요한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시간이 얼마 남지 않은 특위, 연장해야
어렵게 뗀 특위가 이제 약 한 달이 남았다. 아직 갈 길이 멀어보인다. 주어진 시간이 모자라다는 뜻이다. 이렇게 실질적인 법안이 나오지 않은 상태에서 특위가 종료된다면 식물 특위에 그칠 것이며 주거불안을 겪는 많은 사람들은 또 한 번 절망감을 느낄 것이다. 특위 제1차 회의에서 위원장인 이미경 의원님은 “지금 우리 앞에 놓인 제1의 민생 과제는 세입자의 주거 불안 해소이다.”라고 밝혔다. 그만큼 문제 해결의 필요성과 의지를 천명한만큼 특위가 구체적인 법안에 의해 눈에 보이는 변화가 생길 수 있도록 특위의 연장을 요구한다. 아울러 연장되는 특위에서는 쟁점과 상관없는 공방 또는 숫자 공방 등이 난무하지 않는 내실있는 특위가 되도록 각고의 노력을 해야할 것이다. 그 노력의 출발은 그동안 드러나지 않았던 세입자 한 명, 한 명의 삶이며 그 삶을 기반으로 한 다양한 근거들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특히 주거운동 단체, 시민사회 관련 단체, 학계 및 노동계가 힘을 합쳐 서민주거안정연석회의를 구성하고 서민 주거 안정 7대 요구안을 발표했다. 그 요구안에는 왜 이러한 요구를 하는지 그 근거와 참고 사례를 포함하고 있다. 이것을 초안으로 구체적인 전, 월세 대책이 다시 논의되길 바란다. 우리는 여전히 눈에 보이는 변화를 기다리고 있다. 눈에 보이는 변화, 내일이 기대되는 주거 정책이 나오길 간절히 기대해본다.
서민주거복지특별위원회 경과 및 평가
- 국회 서민주거복지특위는 2014년 말 부동산 3법 통과 이후 서민들의 주거 안정을 위해 여야가 합의한 국회 특별위원회입니다. 그러나 2015년 1월부터 시작된 국회 서민주거복지특위는 5월 20일 현재 아무런 성과없이 총 5회 진행됐을 뿐 국민의 기대와 다르게 운영되며 6월 특위 활동 종료를 앞두고 있습니다. 특위에서 논의한 요약 내용은 아래와 같습니다.
- 제1차 회의(2015.1.28.)에서는 국회 서민주거복지특위 신설 목적으로 세입자의 주거 불안 해소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 제2차 회의(2015.2.13.)에서는 국토부, 법무부, 기획재정부의 서민주거안정대책이 논의되었는데 서로의 평행성만 확인할 뿐이었습니다. 특히나 이 세 부처는 세입자의 주거안정을 위한 다양한 제도 개선이 임대료를 폭등해 세입자의 부담을 가중시킨다는 근거가 명확하지도 않은 주장만 계속해서 하고 있습니다. 또한 서민주거 안정은 임대주택 확충으로 풀겠다고 해놓고서는 대기업에게 특혜를 주는 기업형 임대주택법만을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 제3차(2015.2.24.), 4차 회의(2015.3.17.)에서 주거기본법 제정에 대한 논의를 시작했습니다. 그동안 주거운동 당사자를 비롯한 많은 서민들이 주장해온 주거권이라는 말이 실제로 법에 명문화될 수 있는 논의가 진행되기는 했지만 그 내용이 추상적이고 모호한 것이 현실입니다. 문제는 이렇게 오랜 시간 합의한 법안임에도 불구하고 본회의에서 논의조차 되지 않고 있어 국회 정쟁으로 세입자의 주거불안은 더욱 심각해지고 있습니다.
- 제5차 회의(2015.4.8.)에서는 서울시와 경기도의 전월세 대책 보고가 있었는데 새누리당 의원들은 시종일관 반대만 했습니다. 지방자치단체에서 고민해 온 대안에 대해 심도 있게 토론하기보다 서민을 볼모로 정치적으로 이용하고 있는 형국입니다. 심지어 새누리당 김희국 의원은 ‘임차인만 보호하면 법적 형평성을 위배한다’며 지금과 같이 불균형한 임대차 시장 상황을 만든 책임을 회피하는 태도를 보이고 있습니다.
- 제6차 회의(2015.5.20)에서는 전, 월세 대책을 내기 위해서 주요국의 세입자 보호제도와 국내 도입방안에 대한 공청회가 열렸습니다. 임대차 갱신제도, 공정임대료 제도, 분쟁조정 제도, 인상률 상한선 제도가 주로 논의 되었습니다. 새누리당과 국토교통부는 오히려 임대차 시장을 교란 시켜 임대료 상승과 실질적인 효력이 없을 것이라며 세입자 보호를 위한 우선적인 조치를 반대했습니다. 앞으로는 이러한 주장에 대해 치밀한 근거를 제시하고 세입자들에게 당장 필요한 것들, 그리고 장기적으로 주거권이 모두를 위해 보장될 수 있는 방안으로의 대책이 강구되어야 합니다.
- 본래 6월 말까지로 합의되었던 서민주거복지특위가 얼마 남지 않았습니다. 실질적으로는 주거기본법 하나만 통과된 상태이고 여전히 평행선만 달리고 있습니다. 세입자들의 염원을 담은 요구안들이 반영될 수 있도록 더 시간을 늘려 실질적인 논의가 되도록 노력을 해야 할 것입니다.
서민주거복지특위, 실질적인 변화를 만들어낼 수 있도록
민달팽이유니온 임경지
2014년 12월 23일, 부동산 3법 여야 합의와 함께 서민주거복지특별위원회(이하 특위) 설치를 약속했다. 특위에서는 주거(복지)기본법과 전, 월세 대책을 심도있게 논의하여 실체있는 변화를 만들 수 있는 법을 만들 것이라 기대했다. 2015년 1월 28일 첫 회의가 있었다. 그동안 6번의 회의가 있었고 주거기본법 여야 합의와 전, 월세 현황 보고 및 대안 검토 등이 논의 되었다. 그리고 5월 29일, 본회의에서 주거기본법이 통과되었다. 한국사회에서 ‘주거권’이 명시된 법이 최초로 생긴 것이다. 주거기본법은 주거정책 관련한 법 중 최상위법이자 기본법적인 지위를 가진다. 기본법이기에 내용이 추상적이고 모호하다고 할지라도 이는 분명 국민의 권리를 천명하고 이에 따른 국가의 의무를 규정한 법으로서 향후 다양한 주거권과 관련한 입법에 근거이자 큰 힘이 될 것이다.
그런데 왜?
그런데 왜 이렇게 기분이 좋지 않을까?
그런데 왜 이렇게 사람들이 관심이 없을까?
그런데 왜 이렇게 주요하게 그 누구도 다루지 않을까?
성완종 리스트, 국민연금과 같이 거대한 정치 이슈가 있었다고 치더라도 주거기본법이 이렇게 홀대시 되는 것은 참으로 이상한 일이다. 대서특필은 아니더라도 주거기본법에 대한 해석과 예상되는 변화에 대한 기사나 사람들의 기대감이 전혀 보이지 않는다. 주거기본법이 추상적이어서일까, 혹은 쉽게 변하지 않을 것이라는 무기력함 때문일까, 아니면 이제야 주거권이 명시된 법이 만들어진 것이 부끄러워 모두들 쉬쉬하는 것일까.
경제정책 위주의 주거정책, 이제 사회정책으로 전환해야
주거기본법이 제정된 배경에는 그동안 수많은 사람들의 아픔이 있다. 살던 집에 쫓겨나야 했던 사람들, 전세가격이 오를 때마다 메뚜기처럼 이사를 다녀야 하는 사람들, 비싼 월세를 피해서 점점 더 멀리, 더 아래로 혹은 옥탑과 같이 더 위로 올라가야 하는 사람들의 눈물없이 들을 수 없는 각자의 이야기가 있다. 집은 한 사람의 중요한 삶의 토대이기에 그만큼 오랜 아픔과 슬픔이 집약될 수밖에 없다. 이에 집은 경제적, 사회적, 문화적, 심리적으로 한 개인에게 다층적인 영향을 미친다. 즉, 집은 한 사람이 자신의 삶을 영위하는 최후의 보루로서의 기능을 한다.
그런데 이제껏 한국사회에서 집은 경제적 의미가 강조되어 왔다. 주택정책은 주로 공급과 주택가격 상승을 위한 정책이었다. 전쟁 이후 주택 부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대규모로 주택을 공급했고 이 과정에서 건설 경기 활성화를 통해 경제 성장을 이끌었다. 주택보급률이 상승함에도 주택 가격이 떨어지지 않았던 이유는 주택 매매 시장 활성화를 촉진하여 주택 가격 상승률 유지하고자 하는 정부의 정책도 한몫했다. 주택과 관련한 각종 대출 상품을 만들고 건설 경기 부양을 위한 각종 지원 정책이 대표적인 예이다. 집값이 떨어지면 자산가치가 하락되어 많은 사람들이 피해를 볼 것이라며, 한국경제가 붕괴될 것이라며 공포 마케팅을 펼쳤다. 가계부채를 기반으로 간신히 유지하고 있는 주택 가격이니 거품이 빠지면 생기는 예상 가능한 문제들을 연착륙시키기 위한 별도의 경제정책은 반드시 필요하다.
이와 더불어 세입자들의 주거불안을 해소할 수 있는 사회정책으로서의 주거정책도 필요하다. 서민들의 주거복지를 공공임대주택으로 해결하겠다면서 재원이 부족하니 기업형 임대주택을 확대하겠다는 정부의 입장은 여전히 건설 경기를 활성하고자 하는 의도가 엿보인다. 중산층을 위한 뉴스테이 역시 이와 비슷한 맥락이다. 집이 더 편리하고 세련될지언정 더 많은 사람들이 살만한 집은 없어진다.
은폐된 갈등과 한가한 소리
특위의 회의록을 보고나면 한숨이 절로 나온다. 열심히 질의하고 주거권 보장을 위해 모든 정보와 근거를 수집해 제시하는 위원들도 있다. 정책 근거를 명확히 하기 위한 구체적인 통계치는 반드시 필요하다. 하지만 주거기본법이 모든 사람들을 위한 주거권이 보장되는 기본법이고 전, 월세 대책이 세입자들의 고통을 줄여주기 위해서는 더 많고 세밀한 통계가 필요할 것이다. 다시 말해, 지금 주거불안에 놓인 세입자들의 삶을 드러낼 구체적인 통계가 더 없는 것이 현실이다.
그런데 특위에서는 숫자로 모든 것이 치환된다. 서로가 통계만을 요구하고 자료를 제출하라고 하고 그런 자료는 없다고 답한다. 공공임대주택이 몇 만호가 건설될 예정이고, 평균 PIR은 구할 수가 없으며, 계약갱신청구권이 도입되면 89년, 90년, 91년 때의 주택 가격 상승율을 보면 어떠하고…. 따분하고 한가하다.
공공임대주택 물량이 왜 축소되었는지, 축소되는 과정에서 어떠한 정치적 결정이 있었는지, 우리 사회는 공공임대주택 확충을 위해서 어떠한 합의를 해야 하는지에 대한 이야기는 없다. 그렇게 한가한 숫자 놀음을 하고 있는 사이에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숨죽여 우는지 아무도 이야기하지 않는다. 민간 임대 시장을 규제하면 오히려 주택 가격이 상승될 것이라는 국토부와 법무부와 기재부의 일관된 논리를, 근거도 없는 논리를 펼칠 때에는 아무도 그 구체적인 통계와 예상되는 수치를 요구하지 않는다. 그때에는 주장만 있을 뿐이다. 마찬가지로 한가하다.
실제로 공공임대주택이 공공임대주택답게, 공약대로 집행되고 그 입주 기준에 누가 배제당하고 있는지, 세입자들이 어떤 주거불안을 곳곳에서 겪고 있는지 확인해야지 제대로 된 대책이 나온다. 통계에 조차 잡히지 않는, 아직 호명되지도 못한 수많은 갈등들이 여전히 은폐되고 있는데 어떻게 모든 세입자를 위한 전, 월세 대책이 나올 수 있을까.
가장 첨예하게 삶의 현장에서 권리가 박탈되고 있는 이들의 이야기가 서민주거복지특위에서 반드시 논의되어야 한다. 임대차분쟁조정위원회가 생겨도 이것이 분쟁 조정 신청을 할 생각조차 못하는 청년들, 왜 신문지만한 크기의 창문이 있는 집의 월세가 40만원이 되어야 하는지, 곰팡이가 펴서 도배를 해달라고 할 때 보증금에서 까겠다며 윽박지를 집주인에게 왜 아무말도 하지 못하는지, 적정한 월세와 쾌적한 주거환경은 고사하고 물론 임대인에게 권리를 요구하면 계약 해지가 될까 전전긍긍하는 청년들의 삶은 왜이렇게 쉽게 무시되는지 모르겠다. 대학가 원룸 불법건축물을 묵인하고 최저주거기준에 미달된 주택이 난무해도 아무도 감독하지 않는 이상한 사회에 놓인 청년들의 삶은 왜 아무도 이야기하지 않는가.
불안정한 노동 시장에 하루하루 놓인 채, 소득이 아무리 낮아도 공공임대주택 신청에 매번 탈락을 하는지 이유도 모른 채 숨죽여 살아가는 청년들의 삶에 귀를 기울여야 할 때다. 특위에서 신혼부부에 대한 논의는 일부 있었지만 그 외에 청년들의 이야기는 없었다. 저출산으로 인해 다양한 신혼부부 정책이 나오고 있고 그 중에서 주거정책이 가장 큰 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것은 분명 환영할 일이다. 그런데 서민주거복지특위라고 하는 곳에서조차 청년들이 언급되지 않는 것은 납득할 수 없다. 청년들에게 특혜를 달라는 것이 아니다. 청년들만을 위한 주거정책이 필요하다라고 주장하는 것도 아니다. 청년들을 비롯한, 아직 드러나지 못한 수많은 은폐된 갈등을 봐달라는 것이다. 그리고 이들의 삶을 개선할 수 있는 전, 월세 대책이 함께 논의되어야 한다.
모두의 주거권을 위하여, 더 과감하게, 눈에 보이게.
주거기본법이 국민의 주거권을 보장하는 기본법이라면 사회적 약자들의 최소한의 삶을 보장하는 잔여적 복지정책류가 되지 않기 위해서 그 스스로 보폭을 넓힐 필요가 있다. 한국사회에 축소된 복지 프레임에 스스로 갇히지 않도록 더욱 더 과감하고 더 많은 것들을 요구해야 한다. 국민의 주거권 보장을 위해서 세부적인 기준과 다양한 수요자에 맞춘 정책은 하위 법과 제도로 충분히 만들 수 있는 일이다. 주거기본법이라고 하는 상위법은 조금 더 많은 사람들, 조금 더 높은 수준의 삶을 요구해야 할 것이다.
또한 전, 월세 대책이 모든 세입자의 주거불안을 해소하기 위해서는 박근혜 정부가 계속해서 주장하는 ‘민간 임대 시장을 교란할 것’이라는 이 미신을 깨야 한다. 민간 임대 시장이 지금 고삐 풀린 망아지처럼 날뛰고 있는 상황에서 세입자들이 작게라도 자신의 권리를 지킬 수 있도록 하는 정책부터 임대료를 안정화시킬 수 있는 여러 정책들에 대한 다양한 검토가 필요하다. 정책 대상을 선정함에 있어서는 분명 엄밀해야 할 것이지만 그 지나친 엄밀함이 숫자로만 치환될 때, 수많은 사람들의 삶이 삭제될 수 있음을 인지해야 할 것이다.
하나의 법이 만들어졌다고 해서, 특히 권리가 명시된 법이 생겼다고 해서 국가의 즉자적 의무가 발생하는 것은 아니다. 법이 현실에서 작동하기 위해서는 다른 관련법들과 행정 지침, 그리고 이를 집행할 수 있는 조직과 인력이 보장되어야 할 것이다. 다시 말해, 권리에 대응하는 국가의 세부적 의무를 지시하고 이를 실천할 수 있는 여타의 제도들이 필요한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시간이 얼마 남지 않은 특위, 연장해야
어렵게 뗀 특위가 이제 약 한 달이 남았다. 아직 갈 길이 멀어보인다. 주어진 시간이 모자라다는 뜻이다. 이렇게 실질적인 법안이 나오지 않은 상태에서 특위가 종료된다면 식물 특위에 그칠 것이며 주거불안을 겪는 많은 사람들은 또 한 번 절망감을 느낄 것이다. 특위 제1차 회의에서 위원장인 이미경 의원님은 “지금 우리 앞에 놓인 제1의 민생 과제는 세입자의 주거 불안 해소이다.”라고 밝혔다. 그만큼 문제 해결의 필요성과 의지를 천명한만큼 특위가 구체적인 법안에 의해 눈에 보이는 변화가 생길 수 있도록 특위의 연장을 요구한다. 아울러 연장되는 특위에서는 쟁점과 상관없는 공방 또는 숫자 공방 등이 난무하지 않는 내실있는 특위가 되도록 각고의 노력을 해야할 것이다. 그 노력의 출발은 그동안 드러나지 않았던 세입자 한 명, 한 명의 삶이며 그 삶을 기반으로 한 다양한 근거들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특히 주거운동 단체, 시민사회 관련 단체, 학계 및 노동계가 힘을 합쳐 서민주거안정연석회의를 구성하고 서민 주거 안정 7대 요구안을 발표했다. 그 요구안에는 왜 이러한 요구를 하는지 그 근거와 참고 사례를 포함하고 있다. 이것을 초안으로 구체적인 전, 월세 대책이 다시 논의되길 바란다. 우리는 여전히 눈에 보이는 변화를 기다리고 있다. 눈에 보이는 변화, 내일이 기대되는 주거 정책이 나오길 간절히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