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원의밤 기념 연재] - 민달팽이의 활동
집을 짓자, 집을 짓자, 주거권으로 집을 짓자☆
민달팽이가 국회 앞에 지었던 두 개의 집을 소개합니다.
[1] 내놔라 공공임대 농성장
"사람이 세상에 존재하기 위해서는 몸을 누일 곳이 필요합니다. 그것을 우리는 집이라 부르죠. 저는 집에 관한 이야기를 숫자로 배웠습니다. 그 수많은 숫자들에 매달린 목숨들이 너무 무거워서 한 때는 많이 울었습니다. 숫자 뒤의 목숨을 보십시오. 숫자 뒤의 사람들을 보십시오. 그 뒤에 숨겨진 분노를 보고 정신 차리십시오!" - 민달팽이유니온 전 활동가 김경서
2022년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에도 고시원 화재 참사와 반지하 수재 참사가 연이어 발생했지만, 집답지 못한 집이 삶을 삼키는 비극을 막기 위한 공공임대주택 예산은, 대폭 삭감되었습니다. 민달팽이유니온은 이에 대항하며 청년·세입자·반빈곤·노동·사회단체들과 함께 국회 앞에 내놔라공공임대 농성을 함께 시작했습니다. 집 필요한 이들, 그러나 몫 없다 여겨지는 이들이 함께 모여서, 오래오래 살 수 있는 집을 바라는 마음을 꾸욱 담아 국회 앞에 ‘내놔라공공임대’ 농성장이라는 집을 지은 것입니다. 내놔라공공임대 농성장은 총 69일 동안 우리 모두의 집이 되었습니다.
2022년 가을겨울동안 매주 목요일은 민달팽이가 머물고 잠 자는 날이었습니다. 수요일에는 문화제를 했고, 평일 저녁이나 주말에는 집회를 열기도 했습니다. 도시 곳곳에 머물고 있는 민달팽이들이 매일 찾아왔어요. 추운 날씨가 계속되어서, 극세사 이불 안에 발을 모아두고 귤을 나눠먹기도 했구요. 할머니집에 놀러온 것 같다며 편안히 머물다 가기도 하고, 반지하 집에서 잠을 설치던 청년 활동가는 농성장에서 꿀잠을 자기도 했던 기억이 납니다.
우리는 보통 나의 친구, 동료, 소중한 사람들을 집에 초대하곤 하잖아요. 내놔라 공공임대 농성장에서 민달팽이를 초대한 이들, 민달팽이가 초대한 이들의 얼굴을 마주하며, 누가 우리 곁의 동료인지, 누가 우리의 존엄을 함께 살피고 연대하는 이들인지 새삼 깨닫게 되는 소중한 날들을 보냈습니다. 끝내 윤석열 정부는 공공임대주택 예산을 대폭 삭감했지만, 이 때의 농성 경험은 이전과 다른, 보다 주체적인 주거권 연대의 길을 내는 중요한 전환점이 되어, 2024년 현재까지도 주거권에 대한 공통감각의 토대를 이루고 있답니다.
청년을 앞세운 주거정책들, 정말 많습니다. 하지만 민달팽이유니온은 가진 자를 대변하기 위해 청년을 호명하는 정치, 투기와 개발을 자행 하기 위한 방패막이로 청년을 써먹는 정치에 맞섭니다.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대출 확대, 민간분양주택 공급, 규제 완화와 종부세 감면 같은 게 아닙니다. 청년을 앞세워 개발과 투기를 목적으로 하는 정책을 밀어붙이고, 가난하고 취약한 사람들의 살 자리를 빼앗는 사회에서 누가 생존할 수 있고, 누가 삶을 지속할 수 있습니까? 나의 생존을 위해 누군가의 살 자리를 약탈하고 착취해야 하는 사회가 아니라, 함께 오래오래 살 수 있는 자리, 존재할 자리가 필요합니다. 내놔라 공공임대☆
[2] 전세사기 깡통전세 농성장
"우리 보증금 돌려놓으십시오. 할 수 있는 게 없다고 말하지 마십시오."
"집이 필요했을 뿐인데, 집이 지옥이 되어버렸습니다."
"어제도, 그제도 전세사기 피해자가 죽음으로 탄원하려 한다는 소식을 전해 듣습니다. 전세사기 피해를 당한 것보다, 아무도 나의 손을 잡아주지 않는다는 그 고립감, 국가로부터 버림받았다는 그 배신감! 그런 고립상태가 지금 우리를 죽이고 있는 겁니다."
“전세사기는 사회적 재난입니다”
“전세사기 피해자들의 일상을 회복할 수 있도록 …”
민달팽이유니온은 가장 선제적으로 보증금 미반환 문제를 다뤄 온 한국의 주거권 단체입니다. 청년 세입자들이 전월세 집에서 보증금을 떼이던 일은 너무나 흔했고, 심지어 당연한 관행처럼 취급되기까지 했던 세월이 너무나 깁니다. 하지만 보증금이란, 세입자들에겐 그냥 돈이 아니라 존재할 자리에 대한 값이었기에, 함부로 취급되어선 안될 것이었습니다. 그래서 민달팽이유니온은 2021년 청년정책조정위원회에서 전세사기에 관한 청년정책 과제를 제안하고, 2022년 ‘우리의 보증금은 임대인의 사금융이 아니다’라는 슬로건과 함께 보증금먹튀대응센터를 운영하였고, 구체적인 현장 대응을 통해 전세사기 일당과 대면하여 싸우면서 결과적으로 떼인 보증금을 모두 돌려받기도 했습니다. 2023년, 전국적으로 퍼져나가고 있는 전세사기 피해를 예방하고 대응 및 구제하기 위한 법안을 발의하였고, 시민사회 단체들과 함께 전세사기 깡통전세 문제 해결을 위한 시민사회대책위를 출범하였습니다. 그리고 그해 봄, 사각지대 없는, 제대로 된 전세사기 깡통전세 특별법 제정을 위한 국회 앞 농성장을 열었습니다.
농성장을 지은 뒤 3일 째 되던 날, 우리는 또 다른 전세사기 희생자의 부고 소식을 전해들었습니다. 각자의 집에서 울고 절망했을 우리는, 아침이 되자 농성장에 함께 모였습니다. 부는 눈을 한 서로에게 안부를 건네고 어깨를 다독였습니다. 어느 세입자가 가져 온 김밥을 나눠 먹었습니다. 농성장에 뭐 하나라도 보태려 이것저것 챙겨온 사람들로 가득 찬 농성장 풍경을 잊지 못합니다. 무엇 하나, 혼자 채워진 게 없는 공간에서 우리는 전세사기 희생자에 대한 묵념과 헌화와 108배를 준비했습니다. 그래도, 함께 모여 울고 화내고 서로의 얼굴을 마주볼 수 있는 우리의 집이 있었기에 우리는 다시 힘낼 수 있었습니다. 전세사기 피해를 죽음으로 탄원하는 이들의 소식 앞에서 무너졌다가도, 이내 아직 살아있고 그렇기에 고통받고 있는 서로의 이야기를 더 힘내어 알리고 외칠 수 있었습니다. 전세사기 피해를 사회적 재난이라고 외치고, 전세사기 피해를 입은 세입자들의 삶을 구제하라 외쳤던 이들의 연대가 있었기에, 부족하지만 유의미한 특별법이 제정될 수 있었습니다.
그렇게 특별법 제정으로부터 1년이 지났습니다. 얼마 전에는 약간의 개정이 이뤄지기도 했습니다. 언론과 정치계에서는 이미 전세사기를 ‘끝’이 난 이슈로 여기곤 합니다. 하지만 여전히 불안과 고통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혹은 새롭게 전세사기 피해자가 되어 어찌해야 할지 갈피를 잡지 못하고 있는 이들의 삶이 연이어지고 있습니다. 사각지대 가득한, 반쪽짜리 특별법이기 때문이기도 하고, 예방과 대응책이 여전히 미흡하기 때문입니다. 국회 앞에 지었던 우리의 농성장은 문을 닫았지만, 민달팽이유니온은 여전히 세입자들의 가장 가까운 곁에 있기 위해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습니다. 집 때문에 울고 있는 피해자들과 함께 연대하기 위해서라면 언제든지 또 그 집을 지어내리라 다짐합니다. 지켜라 세입자권리!
느리지만 튼튼하게,
주거권으로 가득 채운 집을 짓는
민달팽이의 운동을 함께 해주세요.
세입자여도 괜찮은 사회를 위한
집짓기를 계속할 수 있도록,
민달팽이유니온을 후원해주세요!
후원주점에도 어서오세요♡
🍻후원주점 : 11.01.금. 오후5~10시 남영역 슘(zum)
🐌후원티켓구입 : https://bit.ly/min1101
🐌민달팽이유니온 가입 : https://minsnailunion.net/secession
[후원의밤 기념 연재] - 민달팽이의 활동
집을 짓자, 집을 짓자, 주거권으로 집을 짓자☆
민달팽이가 국회 앞에 지었던 두 개의 집을 소개합니다.
[1] 내놔라 공공임대 농성장
"사람이 세상에 존재하기 위해서는 몸을 누일 곳이 필요합니다. 그것을 우리는 집이라 부르죠. 저는 집에 관한 이야기를 숫자로 배웠습니다. 그 수많은 숫자들에 매달린 목숨들이 너무 무거워서 한 때는 많이 울었습니다. 숫자 뒤의 목숨을 보십시오. 숫자 뒤의 사람들을 보십시오. 그 뒤에 숨겨진 분노를 보고 정신 차리십시오!" - 민달팽이유니온 전 활동가 김경서
2022년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에도 고시원 화재 참사와 반지하 수재 참사가 연이어 발생했지만, 집답지 못한 집이 삶을 삼키는 비극을 막기 위한 공공임대주택 예산은, 대폭 삭감되었습니다. 민달팽이유니온은 이에 대항하며 청년·세입자·반빈곤·노동·사회단체들과 함께 국회 앞에 내놔라공공임대 농성을 함께 시작했습니다. 집 필요한 이들, 그러나 몫 없다 여겨지는 이들이 함께 모여서, 오래오래 살 수 있는 집을 바라는 마음을 꾸욱 담아 국회 앞에 ‘내놔라공공임대’ 농성장이라는 집을 지은 것입니다. 내놔라공공임대 농성장은 총 69일 동안 우리 모두의 집이 되었습니다.
2022년 가을겨울동안 매주 목요일은 민달팽이가 머물고 잠 자는 날이었습니다. 수요일에는 문화제를 했고, 평일 저녁이나 주말에는 집회를 열기도 했습니다. 도시 곳곳에 머물고 있는 민달팽이들이 매일 찾아왔어요. 추운 날씨가 계속되어서, 극세사 이불 안에 발을 모아두고 귤을 나눠먹기도 했구요. 할머니집에 놀러온 것 같다며 편안히 머물다 가기도 하고, 반지하 집에서 잠을 설치던 청년 활동가는 농성장에서 꿀잠을 자기도 했던 기억이 납니다.
우리는 보통 나의 친구, 동료, 소중한 사람들을 집에 초대하곤 하잖아요. 내놔라 공공임대 농성장에서 민달팽이를 초대한 이들, 민달팽이가 초대한 이들의 얼굴을 마주하며, 누가 우리 곁의 동료인지, 누가 우리의 존엄을 함께 살피고 연대하는 이들인지 새삼 깨닫게 되는 소중한 날들을 보냈습니다. 끝내 윤석열 정부는 공공임대주택 예산을 대폭 삭감했지만, 이 때의 농성 경험은 이전과 다른, 보다 주체적인 주거권 연대의 길을 내는 중요한 전환점이 되어, 2024년 현재까지도 주거권에 대한 공통감각의 토대를 이루고 있답니다.
청년을 앞세운 주거정책들, 정말 많습니다. 하지만 민달팽이유니온은 가진 자를 대변하기 위해 청년을 호명하는 정치, 투기와 개발을 자행 하기 위한 방패막이로 청년을 써먹는 정치에 맞섭니다.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대출 확대, 민간분양주택 공급, 규제 완화와 종부세 감면 같은 게 아닙니다. 청년을 앞세워 개발과 투기를 목적으로 하는 정책을 밀어붙이고, 가난하고 취약한 사람들의 살 자리를 빼앗는 사회에서 누가 생존할 수 있고, 누가 삶을 지속할 수 있습니까? 나의 생존을 위해 누군가의 살 자리를 약탈하고 착취해야 하는 사회가 아니라, 함께 오래오래 살 수 있는 자리, 존재할 자리가 필요합니다. 내놔라 공공임대☆
[2] 전세사기 깡통전세 농성장
"우리 보증금 돌려놓으십시오. 할 수 있는 게 없다고 말하지 마십시오."
"집이 필요했을 뿐인데, 집이 지옥이 되어버렸습니다."
"어제도, 그제도 전세사기 피해자가 죽음으로 탄원하려 한다는 소식을 전해 듣습니다. 전세사기 피해를 당한 것보다, 아무도 나의 손을 잡아주지 않는다는 그 고립감, 국가로부터 버림받았다는 그 배신감! 그런 고립상태가 지금 우리를 죽이고 있는 겁니다."
“전세사기는 사회적 재난입니다”
“전세사기 피해자들의 일상을 회복할 수 있도록 …”
민달팽이유니온은 가장 선제적으로 보증금 미반환 문제를 다뤄 온 한국의 주거권 단체입니다. 청년 세입자들이 전월세 집에서 보증금을 떼이던 일은 너무나 흔했고, 심지어 당연한 관행처럼 취급되기까지 했던 세월이 너무나 깁니다. 하지만 보증금이란, 세입자들에겐 그냥 돈이 아니라 존재할 자리에 대한 값이었기에, 함부로 취급되어선 안될 것이었습니다. 그래서 민달팽이유니온은 2021년 청년정책조정위원회에서 전세사기에 관한 청년정책 과제를 제안하고, 2022년 ‘우리의 보증금은 임대인의 사금융이 아니다’라는 슬로건과 함께 보증금먹튀대응센터를 운영하였고, 구체적인 현장 대응을 통해 전세사기 일당과 대면하여 싸우면서 결과적으로 떼인 보증금을 모두 돌려받기도 했습니다. 2023년, 전국적으로 퍼져나가고 있는 전세사기 피해를 예방하고 대응 및 구제하기 위한 법안을 발의하였고, 시민사회 단체들과 함께 전세사기 깡통전세 문제 해결을 위한 시민사회대책위를 출범하였습니다. 그리고 그해 봄, 사각지대 없는, 제대로 된 전세사기 깡통전세 특별법 제정을 위한 국회 앞 농성장을 열었습니다.
농성장을 지은 뒤 3일 째 되던 날, 우리는 또 다른 전세사기 희생자의 부고 소식을 전해들었습니다. 각자의 집에서 울고 절망했을 우리는, 아침이 되자 농성장에 함께 모였습니다. 부는 눈을 한 서로에게 안부를 건네고 어깨를 다독였습니다. 어느 세입자가 가져 온 김밥을 나눠 먹었습니다. 농성장에 뭐 하나라도 보태려 이것저것 챙겨온 사람들로 가득 찬 농성장 풍경을 잊지 못합니다. 무엇 하나, 혼자 채워진 게 없는 공간에서 우리는 전세사기 희생자에 대한 묵념과 헌화와 108배를 준비했습니다. 그래도, 함께 모여 울고 화내고 서로의 얼굴을 마주볼 수 있는 우리의 집이 있었기에 우리는 다시 힘낼 수 있었습니다. 전세사기 피해를 죽음으로 탄원하는 이들의 소식 앞에서 무너졌다가도, 이내 아직 살아있고 그렇기에 고통받고 있는 서로의 이야기를 더 힘내어 알리고 외칠 수 있었습니다. 전세사기 피해를 사회적 재난이라고 외치고, 전세사기 피해를 입은 세입자들의 삶을 구제하라 외쳤던 이들의 연대가 있었기에, 부족하지만 유의미한 특별법이 제정될 수 있었습니다.
그렇게 특별법 제정으로부터 1년이 지났습니다. 얼마 전에는 약간의 개정이 이뤄지기도 했습니다. 언론과 정치계에서는 이미 전세사기를 ‘끝’이 난 이슈로 여기곤 합니다. 하지만 여전히 불안과 고통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혹은 새롭게 전세사기 피해자가 되어 어찌해야 할지 갈피를 잡지 못하고 있는 이들의 삶이 연이어지고 있습니다. 사각지대 가득한, 반쪽짜리 특별법이기 때문이기도 하고, 예방과 대응책이 여전히 미흡하기 때문입니다. 국회 앞에 지었던 우리의 농성장은 문을 닫았지만, 민달팽이유니온은 여전히 세입자들의 가장 가까운 곁에 있기 위해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습니다. 집 때문에 울고 있는 피해자들과 함께 연대하기 위해서라면 언제든지 또 그 집을 지어내리라 다짐합니다. 지켜라 세입자권리!
느리지만 튼튼하게,
주거권으로 가득 채운 집을 짓는
민달팽이의 운동을 함께 해주세요.
세입자여도 괜찮은 사회를 위한
집짓기를 계속할 수 있도록,
민달팽이유니온을 후원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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