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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평] 반지하 금지를 넘어, 주거불평등 문제 해결 위한 실질적 대응 마련하라

2022-08-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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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지하에서 벌어진 폭우 참사의 본질은 불평등이다. 2022년 8월에 일어난 폭우 참사는 반지하에 살던 사람들의 일상과 생명을 위협했다. 주거취약계층에게 기후위기란 사는 곳에서 죽을 위험이 높아진다는 뜻이 되었다.

 

불평등이 한국 사회에 깊이 뿌리내린 결과가 지금이다. 쏟아져 내린 비가 계단을 타고 내려가 반지하부터 삼킨 것처럼, 한국 사회의 불평등은 기득권의 이익과 반지하처럼 열악한 주거로 돈을 버는 사람들의 이해관계를 타고 내려가 가장 취약하고 가난한 사람의 삶을 위협하고 있다. 반지하에 살고, 장애를 가졌고, 돌봄과 안전을 사회로부터 제대로 지원받지 못했던 사회적 약자의 삶이 기후위기로 닥친 재난 앞에서 너무 빠르게 침수되고야 말았다. 기후위기는 주거취약계층의 삶을 더 거대한 불평등으로 짓눌러버린다. 반지하가 폭우에 침수되고, 1평 쪽방에서 에어컨이나 창문 하나 없이 폭염을 견뎌야 하고, 옥탑방에서 아슬아슬하게 태풍을 피해야 한다. 집이 없다면 그 모든 것을 몸으로 견뎌야 한다. 이 모든 것이 한국의 비적정 주거지에서 벌어진다.

 

반지하에서 각자의 삶을 일구던 사람들이 폭우로 인해 생존을 위협받으며 촌각을 다투던 그 때, 국가는 어디에 있었는가. 뒤늦게 참사 현장에 찾아와 홍보 사진을 찍고 간 윤석열 대통령, 빈소 방문은 커녕 냅다 토목공사와 도시개발계획을 대책이랍시고 들이미는 오세훈 서울시장의 무책임하고도 안일한 태도에 분노와 울분이 치밀어 오른다. 어떤 사람들이 반지하에 살고 있고, 그들에게 보다 적절한 주거지가 왜 주어지지 않았으며, 이들이 보다 안전하고 집다운 집에서 살 수 있도록 보장하기 위해 국가가 해야 했던 역할이 무엇이었는지를 되묻고 자성하는 모습은 찾아볼 수 없다.

 

윤석열 대통령이 참사 현장에 머물렀다던 13분, 그리고 밤새 자택에 머물렀던 그 시간 모두는 그가 대통령으로서 직무를 유기한 그 자체다. 재난으로 인한 참사로 가족을 잃은 슬픔에 빠진 사람들에게 사죄의 말을 전했어야 할 조문조차 하지 않는 윤 대통령의 뻣뻣한 머리 위로 찬물 한 바가지를 쏟아 붓고 싶을 지경이다. 지금이라도 윤 대통령은 시민들의 평범한 일상이 폭우로 인해 한순간 휩쓸려나가는 과정에서 국가의 책임과 역할이 제대로 작동했었는지 끊임없이 자성하고 사죄하면서 앞으로 똑같은 참사가 발생하지 않을 수 있도록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다만, 그 대책은 반지하에 살고 있는 사람들이 겪는 불평등 해소를 중심으로 구성되어야 할 것이다. 반지하를 집으로 선택할 수밖에 없었던 사람들의 삶, 그들이 반지하에서 꾸려왔던 일상 속의 불평등을 직시해야 한다. 사회적 약자에게 적정한 주거를 보장하기 위한 대책을 마련하지 못했음에 책임을 통감하며 자성해야 할 일이다.

 

그러나 오세훈 서울시장이 이번 참사에 대한 재발 방지 대책이라고 내놓은 것들은 임대인 인센티브를 비롯해 끊임없는 도시 개발을 향해 뻗어있다. 반지하에 살던 사람들에게 더 나은 주거공간을 어떻게 보장할 것인지에 대한 대책 하나 없이, 법적으로 반지하를 규제하면서 이에 협조하는 임대인에게 혜택을 주고 장차 서울을 더 많이 개발하겠다는 태도 일색이다. 반지하에 사는 ‘사람’을 위한 이야기는 전혀 없이, 반지하를 없애서 글로벌TOP5 ‘개발도시’가 되겠다는 노골적인 욕망이 주가 됐다. 반지하에 살고 있는 사람들, 앞으로도 반지하 같은 집을 선택할 수밖에 없는 사람들에게 적정한 주거를 보장하기 위한 근본적인 대책 없이 무작정 반지하만을 없애겠다는 것은 결국 그들을 또 다른 반지하로, 옥탑으로, 쪽방으로, 시설로, 거리로 내쫓는 것에 불과하다. 가난한 자들이 존재할 자리를 없애버리기만 한다면, 그 집을 선택했던 사람들이 존재할 자리는 어디서 찾게 되는가.

 

반지하가 없어져야 한다는 말의 의미는 모든 사람이 집다운 집에서 살아야 한다는 것이어야 한다. 반지하를 없애고 값비싼 빌딩과 아파트를 짓는 것은 결코 대책이 될 수 없다. 주거 취약 계층과 장애인을 비롯해 공공으로부터 돌봄과 안전을 보장받지 못한 이들이 겪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반지하 같은 비적정 주거에서 심화되는 불평등을 종식시키겠다는 결심이 없는 반지하 일몰제는 그저 더 많은 가난한 자들의 내쫓김으로 이어질 뿐이다. 집다운 집을 보장받지 못한 사람들이 맞닥뜨린 재난불평등 앞에서 오직 글로벌 TOP5를 외치는 오세훈 시장의 시선에는 대체 어떤 시민의 삶이 담겨 있나.


정부와 지자체가 내놓는 대책에는 반지하와 같이 집답지 못한 집에서 사는 이들이 겪는 빈곤을 철폐하고, 돈만 주는 주거급여를 넘어 적정한 주거를 보장하고, 값싼 임대료로도 쾌적한 주거환경에서 살아갈 수 있도록 공공임대주택을 확대하는 주거 복지 체계를 구축하는 방안이 담겨야만 한다. 또 임대인 인센티브나 재개발 촉진정책이 아니라 기후위기 시대에 보다 취약해지는 열악한 주거지를 양산하지 못하도록 민간임대차시장을 규제하는 방안이 포함되어야 할 것이다.

 

윤석열 대통령은 국정을 운영하는 기간 동안에 벌어지는 모든 재난과 불평등에 책임을 갖고 제대로 된 불평등 해소 대책을 마련하라! 오세훈 서울 시장은 글로벌TOP5 같은 숫자놀이를 넘어, 서울이라는 도시에서 공존하는 시민 모두를 위한 안전망을 구축하고, 이들이 겪는 불평등을 해소하기 위한 대책을 마련하라!

 

2022년 8월 17일

민달팽이유니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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