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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활동보고] 조금, 아니 많이 늦은 <민달팽이 용산탐사대> 후기

2018-11-14 14:25
조회수 47


비가 추적추적 내리는 9월 16일 오후, 민달팽이 회원·조합원들이 용산에 모였습니다. 오늘은 하반기 회원·조합원 모임이 있는 날이자 용산 지역 일대를 탐방하는 시간을 함께 가지기로 한 날입니다.


            

> 남일당 자리에서 모인 민달팽이들

탐방 첫 코스는 구 남일당 자리입니다. 이 곳은 2010년 1월 20일, 용산 재개발 4구역에서 5명의 철거민과 1명의 경찰특공대원이 사망하였던 용산참사가 일어났던 장소입니다. 한국사회에 큰 충격을 주었던 용산참사는 개발이익을 위한 무분별한 재개발 사업의 민낯을 그대로 보여준 비극적인 사건이었습니다.

( 관련 포스팅 : https://minsnailunion.net/comment/?idx=440635&bmode=view )

참사 9년이 지난 2018년, 화재의 현장이었던 남일당은 사라지고 주상복합건물 건축이 한창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당시 용산에 있었던 사람들은 모두 치유되지 않는 큰 상처를 여전히 가지고 있지만, 그 비극의 땅위에 무심하게 올라가는 건축물은 도시를 둘러싼 욕망이 오늘도 계속되고 있음을 차갑게 비춰주고 있습니다. 2016년 UN 해비타트 3에서의 천명한 ‘누구도 소외시키지 않는다’라는 도시권에 대한 원칙이 무색하게 한국의 현실에서 도시는 누군가에는 너무나 비인간적이고 비정한 공간입니다.


       

> 남영동 대공분실 입구와 뒷편

발길을 돌려 찾은 다음 장소는 남영동 대공분실입니다. 영화 ‘1987’에 등장인물들이 잡혀와 참혹한 고문을 당한 장면으로 기억되는 이곳은 고 김근태 의원을 비롯하여 민주화 이전 수많은 사람들을 불법 구금하고 고문이 자행되었던 악명 높은 곳입니다. 현재는 경찰의 과거사 청산 사업의 일환으로 인권센터로 변경되어 운영되고 있습니다.


       

  > 남영동 대공분실의 좁은 나선형 계단 구조                                                         > 건물에 박힌 동판을 바라보는 민달팽이 주택협동조합 사무국장 정남진

빗 속에 위압적으로 서있는 어두운 건물은, 인권센터로 변경된 지금도 여전히 방문하는 사람들의 마음을 짓누릅니다. 당시 대표적 건축가 김수근에 의해 설계된 건물은 구금자들을 감시하고, 심리적 위압을 주기 위한 요소를 세심히 배치한 악랄한 구조로 되어 있습니다. 건물 계단에는 세계인권선언의 문구가 설치해 두고 있어 과거 이 건물에서 일어났던 수많은 인권유린에 대한 반성과 경고를 하고 있습니다.


건물 5층은 당시 취조실이 그대로 남아있고, 509호실은 박종철 열사가 조사받았던 공간 그대로 재현해 놓았습니다. 건물 4층 한 쪽은 박종철 열사 추모공간으로 조성되어 있어, 열사의 유품과 신문기사 등의 기록물·사진을 통해 당시의 시대상을 생생히 보여줍니다. 87년 그리고 2016년으로 이어지는 시민들의 거대한 힘은 한국사회의 변곡점을 만들어냈지만, 여전히 만연한 사회의 불평등과 소외는 민주화의 완성을 위해 과제가 여전히 남아있음을 인식하게 합니다.


       

 > 해방촌 구석구석

오늘 답사의 마지막 일정은 ‘해방촌’입니다. 마을버스를 타고 꼬불꼬불한 길을 달려 올라간 곳에 위치한 해방촌은 남산을 배경으로 고즈넉이 위치하고 있었습니다. 해방 직후 북에서 내려온 사람들의 정착지라고 하여 해방촌이라 이름 붙은 이곳은 이후 산업화시대에 들어서며 시골에서 올라온 이주민들의 터전이 되기도 하였습니다.


한 때 쇠락하여 저층 주택들이 밀집한 달동네였던 이곳은 이제 이태원 못지 않은 소위 ‘힙’한 지역입니다. 옛 건물 구석구석마다 작은 가게들과 전시 공간으로 가득 차 있고, 골목 마다 방문한 사람들로 북적여 예전 달동네의 분위기는 더 이상 찾기 어렵습니다. 용산구에서 진행했던 벽화 사업과 예술가들의 손길이 곳곳에 닿아 있어, 해방촌은 예술마을이라 불리기도 합니다.


그러나 해방촌도 서울에서 가장 큰 이슈로 떠오르고 있는 젠트리피케이션 문제에서 자유로울 수 없습니다. 경리단길과 이태원이 포화되면서 대안지로 떠오른 해방촌은 비슷한 현상을 겪었던 망원·성수와 마찬가지로 소우 ‘뜬 동네’의 후유증과 부작용을 심각하게 겪고 있습니다. 상권개발로 인한 혼잡과 소음으로 인한 불편함과 더불어 지가 상승으로 인한 임대료 부담으로 해방촌에 살고 있던 원주민들은 밀려날 위기에 처한 상황입니다. 해방 이후, 그리고 산업화 시기 이주민들의 보금자리였던 해방촌이 이제 이주민을 만드는 공간이 되어버린 것입니다.


       

> 가파른 곳을 올랐다 내려갔다 하는 민달팽이들

반나절 정도의 짧은 일정이었지만, 용산 지역의 상징적인 지역을 탐방하면서 과거의 기억부터 지금 벌어지고 있는 도시를 둘러싼 이슈들을 돌아볼 수 있는 유익한 시간이었습니다. 민달팽이유니온과 주택협동조합은 누구나 밀려나지 않고 살 권리를 위해 활동하고 있으며, 단체의 활동목적이 현재 확인되는 가장 중요한 사회적 의제임을 다시 한 번 확인할 수 있는 시간이었습니다. 다음 또 다른 탐방이 이어진다면 더 많은 분들과 함께 하기를 기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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