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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활동보고] 이슈텃밭 오픈포럼

2018-12-17 16: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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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출처: 서울하우징랩

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집값 하락을 유도하기 위해 수도권을 중심으로 각종 주택을 대규모로 공급하려는 가운데 획일적인 형태의 집을 거부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틀로 찍어내듯 특징 없는 주택을 무작정 공급하지 말고 다양한 삶의 방식을 반영해 달라는 취지다.  
15일 서울시에 따르면 서울주택도시공사가 최근 주최한 '서울하우징랩 이슈텃밭 오픈포럼'에서는 이 같은 내용이 집중적으로 다뤄졌다.

    김경서 민달팽이유니온 기획국장은 "생활형식이 변화함에 따라 1인가구에게 임대할 도시형 생활주택을 공급하고 있다지만 이 또한 기존 체계에 덧대는 방식으로만 작동하고 있다"며 "청년의 경우도 본래 있던 공공임대주택 물량 중 청년 특화 전형을 마련함으로써 문제를 해결하려 하고 있다. 근본적 전환을 도모하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출처: 뉴시스



<발제문  전문> 

기존 복지정책의 한계 : 정상성 이데올로기                                                                                                        

                                                                                                                                                               민달팽이유니온 김경서 


청년주거문제에 접근하는 방식

지난 몇 년간, 청년주거빈곤 의제는 주요 언론의 사회면에서 정기적으로 언급될만큼 중요한 이슈로 성장했다. 중앙정부의 주거복지로드맵 달성 목표에는 청년주택 30만실 공급이 있고, 공공임대주택 입주 전형에는 청년 전형이 따로 생겼다. 이와 같은 변화를 종합했을 때, 사회가 청년들의 주거문제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는 사실은 명백하다.

문제는 한국사회가 청년주거빈곤을 다루는 방식이다. 그곳에는 현상인지만 있고 원인진단이 없다. 그러니 몇십년 간 축적되어 터진 문제를 마치 현시대의 문제인 것처럼 반응하게 된다. 원인을 모르니 산발적 구호로서만 의제를 호명하게 되고, 자연히 취약계층 당사자들이 공감할 수 없는 대책이 생산된다. 무엇보다도, 맥락이 삭제된 담론 구조에서 ‘청년’은 분절된 개념으로 사용되고 이로 인해 사회는 같은 원인에서 비롯된 여타의 문제를 호명하지 못한다.


정상성 이데올로기

청년주거문제는 타 세대, 타 집단의 문제와 분절되지 않는다. 그 원인으로 진단되는 요소들은 여타 계층이 겪는 주거문제의 원인과 다르지 않기 때문이다. 원인은 거칠게 두 가지로 분류할 수 있다. 한 축이 21세기적 자산불평등, 다시 말해 역사에 전례없을 만큼 부동산이 투기의 수단이 되어버린 신자유주의적 동향이라면 또 다른 축은 기존 세계의 재생산 수단으로 작동하는 정상성(nomality) 이데올로기이다. 이 둘은 톱니바퀴처럼 맞물려 작동한다.

이 때 정상성은 ‘정상’에 편입될 수 있는 범주를 제한함으로써 만들어지는 희소성으로 정의할 수 있다. 이는 문화적 차이를 넘어 현실사회의 체제를 공고히 하는 역할을 한다. 정상성의 작동 원리는 특정한 조건을 나열하고 여기에 포함되지 않는 사람들을 배제하여 조건 내의 사람들의 이익을 보전하는 방식이다. 비장애, 기혼, 이성애 등 조건은 얼마든지 추가될 수 있다. 정상성의 사회에서는 현재 조건 내에 위치하는 수혜자를 포함하여 누구도 안전할 수 없다. 세상 어느 누구도 사회가 요구하는 모든 정상성을 수행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따라서 인간성으로 일컬어지는 개개인의 다층적 세계는 언제 들킬지 모르는 약점으로 추락한다.


이데올로기 수행장치로서의 국가

흔히 한국을 정상성 이데올로기에 천착한 사회라고 평가하는 이유는 국가가 주도적으로 나서서 그것을 작동시키기 때문이다. 주거의 영역에서도 마찬가지의 일이 벌어지고 있다. 단적인 예로, 주거취약계층을 위해 마련된 공공임대주택 정책에서조차 정상성 헤게모니적 함의를 발견할 수 있다. 우리는 빈곤하게 혹은 위험하게 살고 있는 사람들이 공공임대주택에 입주하지 못하는 광경을 허다하게 목격한다. 특히나 1인 가구와 같은 경우 부양해야 할 가구원이 없다는 이유로, 30대가 아니라는 이유로 우선순위에서 배제된다. 실제로, 청약횟수에 큰 차이가 없을 시 우선순위를 결정하는 요소는 나이, 자녀 수, 해당지역 거주기간 등이다. 세입자 신세를 벗어날 수 없는 빈곤 1인 가구에게 전적으로 불리한 체계인 것이다. 이와 같은 부작용은 부, 모, 자녀라는 정상가족이 누구에게나 존재할 것이며, 그것이 사회적 안정망을 대체한다는 믿음에서 비롯된다.

생활형식이 변화함에 따라 1인 가구에게 임대할 도시형 생활주택을 공급하고 있다지만, 이 또한 기존 체계에 덧대는 형식으로만 작동하고 있다. 청년의 경우도 마찬가지이다. 본래 있던 공공임대주택 물량 중 청년 특화된 전형을 마련함으로써 문제를 해결한다. 근본적 전환을 도모하지 않는다. 그러나 여전히 4인 정상가족 중심의 체계는 전환된 적이 없으므로 이 청년이 나이가 들어 중년이 된다는 사실은 정책에 반영되지 않는다. 20대에 빈곤하였던 청년이 40대라고 해서 부를 축적할 수 있는가, 에 대한 질문에는 대답하지 않는 것이다. 이처럼 사회적 의제를 분절시켜 이해할 때 사각지대가 생성된다.

이성애를 수행하지 않는 사람들, 이혼을 한 사람들, 혼인을 하더라도 자식이 없는 사람들. 이미 사람들의 생활양식은 다양한 모습으로 변화하고 있고 한번 시작된 물결은 통제불가능하다. 국가는 (인지하든 못하든) 자신이 노멀리티의 재생산 주체라는 사실을 이용하여 신혼부부 희망타운과 같은 괴이한 주거정책을 만드는 중이다. 사람들이 변화하였음에도 불구하고 기존 가족제도만을 공고히 하는 것은, 결국 이 정상성에 편입하지 않으면 시민으로서의 권리를 보장하지 않겠다는 일종의 선언이며 직무방기이다.

중년 1인 가구를 어떻게 바라보아야 하는가

중년 1인가구의 문제 또한 기본적으로 정상성에서 벗어난 사람들의 이야기로 이해가능하다. 한국사회의 이행기적 관점에 따르면 중년은 한창 노동을 하여 사회적 가치를 생산하는 시기이다. 그러나 경제적 위기가 심화되는 사회에서 많은 중년들이 일자리를 잃게 되었고, 문화가 변하며 결혼제도 바깥에 위치하게 되었다. 그럼에도 이들이 겪는 고통은 미래가치가 없다는 이유로, 불행처럼 보이지 않는다는 이유로 그동안 이슈화되지 않았다. 다시 말해 이들은 사회가 생각하는 정상적인 중년이 아니기에 가시화되지 않았던 것이다.

그나마 최근 들어 서서히 중년 1인 가구에 대한 복지가 마련되고 있으나 그 사례들이 얼마나 유의미한지는 모르겠다. 일례로 요즘 새로운 정책 대상으로 떠오르고 있는 중년 남성 1인가구의 경우, 그들이 마주하는 고통의 원인을 파고들면 당사자들의 관점 변화가 다른 무엇보다 절실할 수밖에 없다. 가사노동을 여성의 전유물로만 생각하던 기존의 가부장제 문화를 바꿔야만 한다는 것이다. 그러한 인식의 전환이 이루어지지 않은 상태에서는 아무리 반찬을 가져다준다고 해도 무용지물이 된다. 애초에 중년 남성 1인 가구의 고독사 문제는, 성역할이 분명했던 기존의 가족문화가 변화되지만 이에 적응하지 못해 발생한 아노미적 현상이기 때문이다.

그런가 하면 중년 여성 1인 가구가 특징적으로 겪는 어려움은 경제적 취약이다. 이를테면, 이혼 여성의 경우 결혼 생활 내내 사회적 활동 다시 말해 생업을 가지지 않았기 때문에 다시 사회로 복귀했을 때 직업을 찾기가 힘들다. 이처럼 중년 1인가구라고 해서 다 같은 문제를 겪고 있는 것이 아닌 만큼 문제의 원인이 무엇인지 정확하게 판단하는 것이 가장 우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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