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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활동보고] 2019홈리스추모제

2019-12-25
조회수 3656

한해 중 밤이 가장 긴 동짓날(12/22) 2019 홈리스 추모제가 서울역 광장에서 있었습니다. 홈리스추모제는 열악한 거처에서 세상을 등진 홈리스 당사자들을 추모하고 막을 수 있는 죽음을 막지 않는 현실을 고발하기 위해 2001년 이후 매해 동짓날 열리고 있습니다. 올해도 반복된 안타까운 죽음을 추모하며 민달팽이들도 홈리스추모제에 참석하였습니다.


이날 서울역 광장은 오후 2시부터 홈리스 법률상담, 거리사랑방 등 다양한 사전마당이 진행되었습니다. 특히 서울역 광장 한 복판에 홈리스가 된 다양한 분들의 사연을 길을 따라 읽을 수 있었습니다. 한 중소기업의 과장, 부장으로서 어엿한 한 가정의 엄마, 아빠였지만 IMF를 맞아 회사의 구조조정으로, 또 상사가 덮어씌운 억울한 누명으로 실직하고 가족들과 헤어지고 길거리와 쪽방을 전전하게 된 사연들이 바닥을 수놓았습니다. 홈리스의 삶은 우리네 이모, 삼촌의 인생과 다르지 않아 눈시울을 붉히게 하였습니다.

저녁식사 시간 무렵에는 2019홈리스추모제공동기획단이 준비한 동지 팥죽을 추모제에 찾아온 분들과 나눠 먹었습니다. 저녁 7시 무렵 올해 안타깝게 거리에서, 또 차가운 고시원, 쪽방 바닥에서 삶을 마감한 홈리스들의 영단에 시민들이 헌화를 하고 이삼헌 무용가님이 위령무를 추는 것으로 추모문화제가 시작되었습니다. 이날 서울역 광장에는 2019년 간 안타깝게 세상을 떠난 홈리스 166명의 영정을 담은 큰 현수막이 설치되었습니다. 이들 중 146명은 무연고 사망자였으며 166명의 아픔들 역시 2019홈리스추모제공동기획단이 확인 가능한 죽음이었을 뿐 실제는 이보다 훨씬 많은 아픔들이 발생했다고 합니다. 공동기획단은 서울지역에서만 매해 300여명의 홈리스 사망이 발생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고 합니다.


이어 떠나간 이들을 그리는 홈리스 동료들의 추모발언이 있었습니다. 여성 홈리스에게 더 열악하고 난폭한 거리였음에도 자신에게 먼저 손을 내밀어주었던 하지만 몇 만 원 하지 않는 전기장판도 없는 차가운 바닥에서 세상을 등진 언니 홈리스에 대한 슬픔, 한참이나 고시원 찬 바닥에 방치된 채 뒤늦게 발견된 시설 동료 홈리스의 죽음를 추모하며 ‘곁에서 지켜주지 못해 죄송합니다’라고 외치는 아픔, 가파르고 좁은 쪽방 계단에서 넘어진 채 세시간 동안 방치돼 병이 난 동료 홈리스에게 제대로 된 치료를 제공하지 않는 여섯 병원을 전전하며 1년 5개월 간 간병하고 또 떠나보내며 상주를 한 사연이 자리를 함께한 시민들의 마음을 아프게 했습니다.

홈리스 동료들의 추모발언에 이어 홈리스 야학을 다니는 홈리스 분들과 야학 선생님들이 열심히 가사를 외우고 연습한 합창이 있었습니다. 또, 이날 추모 문화제에는 데뷔 40주년을 맞이한 가수 정태춘님이 함께 하였습니다. 정태춘 선생님은 지난 2005년 홈리스추모제에도 함께 하였는데 이때 만들었지만 당시 너무 추운 탓에 부르지는 못하고 낭독만 했던 ‘서울역 이씨’를 이번 추모 문화제에서 불렀습니다. 그리고 홈리스추모제에 함께 한 많은 활동가들을 위해서 ‘92년 장마, 종로에서’를 불렀습니다.

끝으로 추모발언을 한 홈리스 동료 3분의 홈리스추모제 권리 선언과 서울역 추모행진이 있었습니다. 특히 추모행진은 서울에서 홈리스들이 가장 밀집한 지역인 서울역 인근을 행진하며 거리에서 세상을 떠난 이들을 추모했습니다.

2019홈리스추모제에 참여한 한 시민분은 홈리스 문제가 이런 문제였는지 몰랐다며 소회를 전하기도 했습니다. 이날 서울역 광장 한 복판을 수놓은 사연들이 그러하였듯이 홈리스들의 삶은 우리네 가족들의 삶과 다르지 않고 홈리스들이 어려움에 처한 것은 개인의 잘못이 아닙니다. 또, 이날 홈리스 동료 한 분의 말씀처럼 ‘어떤 삶을 살았든 끝이 그래서는 안되는 것’입니다. 민달팽이들은 우리의 삶과 별반 다르지 않은, 자기 삶에 충실했지만 여러 사연으로 길거리와 열악한 주거환경에 놓이게 된 홈리스를 비롯한 취약계층이 또다시 안타까운 죽음을 맞지 않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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