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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활동보고] 청년 주거 실태 연구와 함께한 따뜻했던 겨울 (회원기고)

2020-04-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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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19로 외출도 모임도 쉽지 않은 요즘, 지난 겨울을 떠올리면 그 순간들이 꿈만 같다. 특히, 자유롭게 돌아다닐 수 있고 누구든 만날 수 있었던 1~2월. 그 시간을 청년들과의 만남과 현장조사를 위해 쓸 수 있었던 것은 정말 다행스럽고 또 의미 있는 일이었다.


민달팽이 교육과정을 통해 만난 우리 7명의 청년은, 시간과 에너지를 조금씩 나누고 합해 청년의 주거 실태를 파악하는 연구에 함께했다. 연구는 크게 두 가지 방식으로 진행되었다.

먼저 청년이 거주하고 있는 ‘공간’을 객관적이고 구체적으로 파악하기 위해, 청년 주거 밀집 지역에 위치한 주거용 건물들의 ‘위반건축물’ 여부를 확인했다. 160여 채의 건물을 일일이 방문하여 건물 외관 및 건물에 부착된 우체통·전기 계량기·가스 계량기·에어컨 실외기 등의 개수를 확인하고, 이를 각 건물의 건축물대장과 비교함으로써 위반건축물 여부를 확인하는 방식이었다. 즉, 건물을 준공 당시 허가받은 용도가 아닌 타용도로 변경하여 사용하는 용도변경 사례나, 허가받은 면적보다 증가시켜서 또는 등록된 방보다 훨씬 많은 방으로 쪼개기를 한 불법증개축 사례를 찾아냈다. 조사 결과, 1990년대 이후 위반건축물이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으며, 이로 인해 많은 청년들이 좁고, 습기차고, 위험하고, 시끄러운- 열악한 주거환경에서 살아가고 있었다.

이에 더해, 청년들이 경험하고 있는 주거 문제 및 주거 정책에 대한 인식을 청년 당사자의 목소리를 통해 이해하는 시간을 가졌다. 다양한 성별, 연령, 직종을 가진 총 16명의 청년을 만나 함께 이야기를 나누면서, ‘청년 세입자’로서 경험하는 주거비 부담, 열악한 주거 환경, 중개인·임대인·관리인과의 갈등, 안전 불안, 고립감 등의 어려움에 공감할 수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근로(또는 근로 준비 단계에 있다고 여겨지는 대학생)’ 및 ‘결혼’, 즉 소위 ‘제도권’ 안에서 인정받을 수 있는 자격을 갖춘 청년들을 대상으로 하는 현재의 청년 주거 정책으로 인해, 공적 제도를 통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을 찾기 어렵다는 점이 안타까웠다.

결과적으로, 청년 주거 문제의 해결을 위해서는 청년을 포함한 주거 취약 계층이 지속적으로 발생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 대한 전반적인 개선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주거의 어려움을 겪고 있는 이들은 상당수 ‘비정적 주거’ 개념으로 대표되는 열악한 주거 환경에 거주한다. 이들이 이렇게 열악한 주거 환경에 살 수 밖에 없는 이유는 근본적으로 우리 사회가 이 열악한 주거 환경을 가진 집이 ‘생산’되고 ‘거래’되는 것을 방치하고 있기 때문이다.

또한, 여전히 청년에게 ‘정상적인’ 근로와 결혼이라는 삶의 과업을 강요하며, 이를 이행할 때 정책 대상이 될 자격을 주는 현 제도를 개선하는 일도 필요하다. 청년 당사자의 ‘필요(needs)’에 기반한 정책이 아닌, 4대 보험에 가입된 근로자와 혼인신고를 한 이성애자 부부라는 ‘정상적인 삶’의 이행을 조건으로 하는 정책은 지원이 가장 필요한 청년들을 포괄하지 못하며 계속해서 사각지대를 만들어낼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1월과 2월, 두 달간 직접 현장을 방문하고 청년 당사자를 만나는 방식으로 연구를 진행하면서, 때로는 안타까운 상황에 함께 공감하고, 때로는 열악한 현실에 분노하기도 했다. 날씨는 추웠지만, 공감하면서 따뜻함을 느꼈고, 분노하면서 후끈 달아오르기도 했다. 각자의 일로 바쁜 중에도 자신의 마음과 시간을 내어 연구에 함께한 분들에게 감사한 마음을 전하며- 여전히 바깥 활동이, 누군가와의 만남이 조심스러워 더 그런지 몰라도 따뜻했고, 때로는 뜨거웠던 지난 겨울이 괜히 그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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