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진 : 참여연대)
['주택임대차 제도 개선 방안 연구' 보고서 평가 좌담회]에 다녀왔습니다.
윤석열 정부와 국민의힘은 지속적으로 임대차 2법(계약갱신청구권, 전월세상한제)을 폐지하겠다고 말해왔습니다. 그러다 지난 2월 6일, 국토교통부는 국토연구원이 작성한 '주택임대차 제도 개선 방안 연구' 보고서를 공개했습니다. 보고서 안에는 임대차 2법에 대한 4가지 대안이 나와있는데, 모두 세입자의 권리를 축소하는 방안입니다.
민달팽이유니온은 2월 25일에 열린 ['주택임대차 제도 개선 방안 연구' 보고서 평가 좌담회]에 참여했습니다. 민달팽이유니온 계약 갱신 관련 상담 내용 등을 통해, 세입자의 주거안정을 위해서 임대차 2법의 폐지나 약화가 아닌 강화가 필요하다고 주장했습니다. 서동규 활동가의 자료 일부를 공유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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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택임대차법 제도 개선 방안 연구’ 보고서 평가 좌담회
세입자의 눈으로 바라본 임대차2법
민달팽이유니온 서동규
1. 들어가며
보고서에서 언급한 대로 계약갱신청구권을 통해서 계약기간이 2년에서 2+2년으로 늘어나기까지 30여년이 걸렸다. ‘다음 집을 어떻게 구하나’ 하는 걱정과 불안을 항상 달고 사는 세입자들에게는 2년간 숨통을 틔워준 법 개정이다. 계약갱신청구권과 전월세상한제는 시행된 지 4년 반이 넘었으며, 세입자들은 물론 임대인들도 적응하고 있다. 한국의 임대차구조가 임대차2법에 적응하고 있다는 근거는 이 보고서에도 잘 드러나있다.
임대차계약관계에서 세입자가 임대인에 비해 절대적으로 불리하다. 이 명백한 사실은 굳이 전세사기로 인해 벌어진 피해들을 언급하지 않아도 될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윤석열 정부는 지속적으로 임대차2법을 폐기하겠다고 공언했다. 이 시국에도 이런 보고서가 공개되었다는 사실이 참담하다.
2. 임대차2법 관련 사례
1) 문제는 그나마 만들어진 임대차2법 조차 세입자에게 가닿지 않는다는 점
2023년 4월, 인천 미추홀구에서 전세사기 피해로 인해 희생된 세입자 두 명은 임대차2법을 사용하지 못했다. 임대차2법이 도입된 이후임에도 보증금을 25%, 32% 올려줬다. 이 때문에 한 희생자는 보증금이 소액임차인 기준을 넘어가버리는 바람에 최우선변제금을 보장받지 못하는 상황으로 몰렸다. 세입자들에게 충분한 정보가 전달되지 않고 있으며, 세입자에게 중대한 피해가 발생함에도 중간에 도움을 받을 수 없었으며, 현장에서 임대인의 횡포로 제도가 중지되고 있다는 증거이다.
지금도 비슷한 일은 벌어지고 있다. 지난달에 인천의 한 오피스텔에서 월세로 사는 세입자로부터 민달팽이유니온이 접수한 상담 사례는, 묵시적갱신이 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임대인이 퇴거를 요구한 사례이다. 묵시적갱신이 되었으나, 임대인은 계약갱신청구권의 거절사유인 직계비속 입주를 근거로 갱신을 거절한다고 부당하게 주장했다. 세입자는 해당 계약을 중개한 중개사에게 문의했으나, 중개사도 임대인과 같은 말을 했다. 세입자는 민달팽이유니온과의 상담을 통해 임대인의 주장이 부당함을 알았으나, 이미 지불한 다른 집의 가계약금 손실과 임대인이 수리 등에 비협조적이고 괴롭힘이 있을 것을 걱정하며, 결국 월세는 10만원이 비싸고 더 좁은 집으로 이사했다.
이미 오랫동안 있었던 묵시적갱신에서도 이런 피해가 발생하는데, 임대차2법에서는 어떻겠는가? 임대인이 부당한 사유로 계약갱신청구를 거절한 사례, 임대인이 거짓된 사유로 계약갱신청구를 거절하는 것으로 보이지만, 이사를 가게되면 손해배상을 청구하기 위해 세입자가 너무 많은 품을 들여야한다는 점 때문에 대응을 포기하는 사례 등이 있다.
2) 계약기간 확대는 삶에 예측가능성을 부여
멀리 갈 필요도 없이 발제자 본인의 사례이다. 2019년 11월에 전세계약을 했고, 얼마 뒤에 임대차3법이 만들어졌다는 뉴스를 봤다. 살고있던 집에서 2년 더 거주할 수 있다는 사실, 계약기간이 3년 반이 남았다는 사실은 일상에 여유를 주었다. 4년간의 주거비 지출을 예상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원했던 대학원 진학을 선택했다.
이 뿐만이 아니다. 다세대주택에 살던 신혼부부가 이사 걱정을 놓았다는 이야기, 대학생이 졸업할 때 까지 집 걱정을 해결했다는 이야기 등 계약갱신청구권과 전월세상한제가 삶을 단단하게 만들었다는 증언을 쉽게 찾을 수 있다.
3) 기타
아직도 한국사회에는 소유자의 “재산권 행사”를 빌미로 부당하게 세입자가 쫓겨나는 경우가 허다하다. 작년 7월에는 계약기간이 끝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급작스럽게 건물을 재건축하겠다며 세입자들을 내쫓는다는 제보를 받았다. 계약기간이 보장되는 상황이었으나, 새로운 소유주는 “가장 중요한 것은 보증금을 안전하게 돌려받으시는 거 아니겠냐”며 은근이 협박했다. 결국 이사하는 데에 드는 비용에 못 미치는 보상을 받고 쫓겨나야 했다.
시민의 주거생활을 지켜야할 책임이 있는 국가기관이라면, 세입자와 임대인 간의 권력 차이로 인한 약탈이 비일비재한 현실을 똑바로 인지해야한다.
3. 세입자의 눈으로 본 보고서
이 보고서에는 여러가지 문제가 있다. 보고서에서 시종일관 언급하는 개념은 “이중가격”이다. 세입자가 거주하는 기간동안은 계약 체결 시의 시세와 다르기 때문에 문제가 생긴다는 것이다. 이론적으로 이 문제를 해결하려면, 세입자가 매일 바뀌는 시세에 따라서 월세가 아니라 매일 일세를 내는 방법밖에 없다. 결국 ‘가격’만 살피는 분석은 집에 대한 몰이해에서 비롯된 것이 아닐 수 없다. 집에서 살고있는 시민의 삶을 고려하기를 바란다. 또한 그 ‘가격’도 보고서에서 제시하는 전월세가격 지수 추이 그래프를 보면 상승 이후에 안정되었다. 한국사회가 임대차2법에 적응했다는 증거이자, 임대차2법을 가격 급변기에 안정성을 제공한 제도로 볼 수 있지 않은가?

(보고서 p.78)
청년들이 임대차2법 때문에 서울 내에서 이사를 더 많이 했다는 언급이 있다. 보고서에서 제시된 청년층의 이동 비율 증가의 원인이 임대차2법 때문이라고는 확언할 수 없다. 가구 분화의 영향이 더 클 수도 있는 것이다. 그보다 중요한 숫자는 서울시 거주 전세가구의 이동이 줄었다는 숫자이다. 주거 안정의 효과가 있다는 증거로 볼 수 있는 것 아닌가? 백 번 양보해서 약간 손해를 봤다고 해도, 정부는 공공임대주택 확대와 같은 다른 수단을 활용해서 문제에 대응할 수 있다. 그저 다 같이 계속 불안해야 하는가?
보고서에서는 “임대차 계약의 투명성”을 강조하고 있다. 보고서에서 제시된 확정일자 열람 확대와 전세시세 정보 공개가 도움이 될 수 있겠으나 부족하다. 세입자가 압도적으로 불리한 주택임대차구조를 고려하면, 투명성은 표준계약서 사용 의무화와 세입자가 상담을 받을 권리를 보장함으로써 이루어질 수 있다.
4. 결론
전세사기 피해자 인정 건 수 가 2만5천 건을 넘었다. 전세사기 특별법 시행이 2년 가까이 되어가지만, 여전히 새로운 피해 소식이 들린다. 어제도 경기 남부와 서귀포에서 대규모 피해가 발생했다는 보도가 있었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가 주택임대차에 대한 정책적 개입을 줄여야 하는가?
주택세입자의 억울함이 이어지고 있는 상황에도 불구하고, 세입자의 권리를 후퇴시키려는 보고서가 생산되고 검토된다는 현실이 통탄스럽다. 작년 2월 28일에 헌법재판소는 임대차2법에 대한 위헌확인심판에 대해 전원 일치된 의견으로 합헌결정을 한 바가 있다. 이제 세입자의 일상을 이전으로 돌리려는 시도는 그만두어야 한다. 광장에서 사회대개혁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는 만큼, 모두에게 주거권이 보장되는 사회를 위한 건설적인 논의가 이루어지기를 바라는 바이다. 그 방향은 세입자의 권리를 확대하는 것이다.

(사진 : 참여연대)
(사진 : 참여연대)
['주택임대차 제도 개선 방안 연구' 보고서 평가 좌담회]에 다녀왔습니다.
윤석열 정부와 국민의힘은 지속적으로 임대차 2법(계약갱신청구권, 전월세상한제)을 폐지하겠다고 말해왔습니다. 그러다 지난 2월 6일, 국토교통부는 국토연구원이 작성한 '주택임대차 제도 개선 방안 연구' 보고서를 공개했습니다. 보고서 안에는 임대차 2법에 대한 4가지 대안이 나와있는데, 모두 세입자의 권리를 축소하는 방안입니다.
민달팽이유니온은 2월 25일에 열린 ['주택임대차 제도 개선 방안 연구' 보고서 평가 좌담회]에 참여했습니다. 민달팽이유니온 계약 갱신 관련 상담 내용 등을 통해, 세입자의 주거안정을 위해서 임대차 2법의 폐지나 약화가 아닌 강화가 필요하다고 주장했습니다. 서동규 활동가의 자료 일부를 공유합니다.
자료집 보기
‘주택임대차법 제도 개선 방안 연구’ 보고서 평가 좌담회
세입자의 눈으로 바라본 임대차2법
민달팽이유니온 서동규
1. 들어가며
보고서에서 언급한 대로 계약갱신청구권을 통해서 계약기간이 2년에서 2+2년으로 늘어나기까지 30여년이 걸렸다. ‘다음 집을 어떻게 구하나’ 하는 걱정과 불안을 항상 달고 사는 세입자들에게는 2년간 숨통을 틔워준 법 개정이다. 계약갱신청구권과 전월세상한제는 시행된 지 4년 반이 넘었으며, 세입자들은 물론 임대인들도 적응하고 있다. 한국의 임대차구조가 임대차2법에 적응하고 있다는 근거는 이 보고서에도 잘 드러나있다.
임대차계약관계에서 세입자가 임대인에 비해 절대적으로 불리하다. 이 명백한 사실은 굳이 전세사기로 인해 벌어진 피해들을 언급하지 않아도 될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윤석열 정부는 지속적으로 임대차2법을 폐기하겠다고 공언했다. 이 시국에도 이런 보고서가 공개되었다는 사실이 참담하다.
2. 임대차2법 관련 사례
1) 문제는 그나마 만들어진 임대차2법 조차 세입자에게 가닿지 않는다는 점
2023년 4월, 인천 미추홀구에서 전세사기 피해로 인해 희생된 세입자 두 명은 임대차2법을 사용하지 못했다. 임대차2법이 도입된 이후임에도 보증금을 25%, 32% 올려줬다. 이 때문에 한 희생자는 보증금이 소액임차인 기준을 넘어가버리는 바람에 최우선변제금을 보장받지 못하는 상황으로 몰렸다. 세입자들에게 충분한 정보가 전달되지 않고 있으며, 세입자에게 중대한 피해가 발생함에도 중간에 도움을 받을 수 없었으며, 현장에서 임대인의 횡포로 제도가 중지되고 있다는 증거이다.
지금도 비슷한 일은 벌어지고 있다. 지난달에 인천의 한 오피스텔에서 월세로 사는 세입자로부터 민달팽이유니온이 접수한 상담 사례는, 묵시적갱신이 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임대인이 퇴거를 요구한 사례이다. 묵시적갱신이 되었으나, 임대인은 계약갱신청구권의 거절사유인 직계비속 입주를 근거로 갱신을 거절한다고 부당하게 주장했다. 세입자는 해당 계약을 중개한 중개사에게 문의했으나, 중개사도 임대인과 같은 말을 했다. 세입자는 민달팽이유니온과의 상담을 통해 임대인의 주장이 부당함을 알았으나, 이미 지불한 다른 집의 가계약금 손실과 임대인이 수리 등에 비협조적이고 괴롭힘이 있을 것을 걱정하며, 결국 월세는 10만원이 비싸고 더 좁은 집으로 이사했다.
이미 오랫동안 있었던 묵시적갱신에서도 이런 피해가 발생하는데, 임대차2법에서는 어떻겠는가? 임대인이 부당한 사유로 계약갱신청구를 거절한 사례, 임대인이 거짓된 사유로 계약갱신청구를 거절하는 것으로 보이지만, 이사를 가게되면 손해배상을 청구하기 위해 세입자가 너무 많은 품을 들여야한다는 점 때문에 대응을 포기하는 사례 등이 있다.
2) 계약기간 확대는 삶에 예측가능성을 부여
멀리 갈 필요도 없이 발제자 본인의 사례이다. 2019년 11월에 전세계약을 했고, 얼마 뒤에 임대차3법이 만들어졌다는 뉴스를 봤다. 살고있던 집에서 2년 더 거주할 수 있다는 사실, 계약기간이 3년 반이 남았다는 사실은 일상에 여유를 주었다. 4년간의 주거비 지출을 예상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원했던 대학원 진학을 선택했다.
이 뿐만이 아니다. 다세대주택에 살던 신혼부부가 이사 걱정을 놓았다는 이야기, 대학생이 졸업할 때 까지 집 걱정을 해결했다는 이야기 등 계약갱신청구권과 전월세상한제가 삶을 단단하게 만들었다는 증언을 쉽게 찾을 수 있다.
3) 기타
아직도 한국사회에는 소유자의 “재산권 행사”를 빌미로 부당하게 세입자가 쫓겨나는 경우가 허다하다. 작년 7월에는 계약기간이 끝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급작스럽게 건물을 재건축하겠다며 세입자들을 내쫓는다는 제보를 받았다. 계약기간이 보장되는 상황이었으나, 새로운 소유주는 “가장 중요한 것은 보증금을 안전하게 돌려받으시는 거 아니겠냐”며 은근이 협박했다. 결국 이사하는 데에 드는 비용에 못 미치는 보상을 받고 쫓겨나야 했다.
시민의 주거생활을 지켜야할 책임이 있는 국가기관이라면, 세입자와 임대인 간의 권력 차이로 인한 약탈이 비일비재한 현실을 똑바로 인지해야한다.
3. 세입자의 눈으로 본 보고서
이 보고서에는 여러가지 문제가 있다. 보고서에서 시종일관 언급하는 개념은 “이중가격”이다. 세입자가 거주하는 기간동안은 계약 체결 시의 시세와 다르기 때문에 문제가 생긴다는 것이다. 이론적으로 이 문제를 해결하려면, 세입자가 매일 바뀌는 시세에 따라서 월세가 아니라 매일 일세를 내는 방법밖에 없다. 결국 ‘가격’만 살피는 분석은 집에 대한 몰이해에서 비롯된 것이 아닐 수 없다. 집에서 살고있는 시민의 삶을 고려하기를 바란다. 또한 그 ‘가격’도 보고서에서 제시하는 전월세가격 지수 추이 그래프를 보면 상승 이후에 안정되었다. 한국사회가 임대차2법에 적응했다는 증거이자, 임대차2법을 가격 급변기에 안정성을 제공한 제도로 볼 수 있지 않은가?
(보고서 p.78)
청년들이 임대차2법 때문에 서울 내에서 이사를 더 많이 했다는 언급이 있다. 보고서에서 제시된 청년층의 이동 비율 증가의 원인이 임대차2법 때문이라고는 확언할 수 없다. 가구 분화의 영향이 더 클 수도 있는 것이다. 그보다 중요한 숫자는 서울시 거주 전세가구의 이동이 줄었다는 숫자이다. 주거 안정의 효과가 있다는 증거로 볼 수 있는 것 아닌가? 백 번 양보해서 약간 손해를 봤다고 해도, 정부는 공공임대주택 확대와 같은 다른 수단을 활용해서 문제에 대응할 수 있다. 그저 다 같이 계속 불안해야 하는가?
보고서에서는 “임대차 계약의 투명성”을 강조하고 있다. 보고서에서 제시된 확정일자 열람 확대와 전세시세 정보 공개가 도움이 될 수 있겠으나 부족하다. 세입자가 압도적으로 불리한 주택임대차구조를 고려하면, 투명성은 표준계약서 사용 의무화와 세입자가 상담을 받을 권리를 보장함으로써 이루어질 수 있다.
4. 결론
전세사기 피해자 인정 건 수 가 2만5천 건을 넘었다. 전세사기 특별법 시행이 2년 가까이 되어가지만, 여전히 새로운 피해 소식이 들린다. 어제도 경기 남부와 서귀포에서 대규모 피해가 발생했다는 보도가 있었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가 주택임대차에 대한 정책적 개입을 줄여야 하는가?
주택세입자의 억울함이 이어지고 있는 상황에도 불구하고, 세입자의 권리를 후퇴시키려는 보고서가 생산되고 검토된다는 현실이 통탄스럽다. 작년 2월 28일에 헌법재판소는 임대차2법에 대한 위헌확인심판에 대해 전원 일치된 의견으로 합헌결정을 한 바가 있다. 이제 세입자의 일상을 이전으로 돌리려는 시도는 그만두어야 한다. 광장에서 사회대개혁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는 만큼, 모두에게 주거권이 보장되는 사회를 위한 건설적인 논의가 이루어지기를 바라는 바이다. 그 방향은 세입자의 권리를 확대하는 것이다.
(사진 : 참여연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