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입자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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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평] 투기를 일시적으로 누르는 것만으로는 세입자의 주거불안을 해결할 수 없다

2018-0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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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정부의 첫 번째 부동산 대책인 <주택시장의 안정적 관리를 위한 선별적 맞춤형 대응방안> 이른바, 6.19 대책이 발표됐다. 지난 정부의 과오를 바로잡고 ‘단 한 번도 경험하지 못한 나라’를 만들겠다는 문재인 정부는 출범 이후, 70% 이상의 지지율을 계속 유지하고 있다. 스스로 밝힌 강한 의지와 시민의 높은 기대에 비해, 이번에 발표된 6.19 대책은 상당히 빈약하다. ‘소문난 잔치에 먹을 것 없다.’는 혹평에 문재인 정부는 반박하기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6.19 대책의 주요 내용은 다음과 같다. ▲첫째, 현재 시장이 과열되고 있는 지역을 선정, 관리하기 위해 청약, 재건축, 대출(LTV, DTI) 규제를 강화한다. ▲둘째, 실제 거주의 목적으로 구입하려는 실수요자를 보호하기 위해 이들에 대한 대출은 완화한다. ▲셋째, 아파트 분양 시장에서 부동산 투기를 불러일으키는 불법행위를 모니터링하고 신고 제도를 강화한다. 6.19 대책이 발표된지 시간이 수일 지났지만 부동산 시장의 변동은 크게 없는 것으로 보인다. 정부의 발표를 앞두고 요동치던 부동산 시장이 예상보다 고요하다는 것은, 그만큼 강력한 효과가 없거나 한 발 늦은 대책일 가능성이 높다.
 
무엇보다 전세와 월세 세입자의 주거비 부담을 경감시킬 수 있는 실질적인 대책이 없는 것이 문제다. 지난 4년 동안 전국 아파트 가격은 22%, 전세 가격은 52% 급등했다. 서울 아파트 평균 매매 가격은 6억에 달하고, 전세 가격은 4억 2천만원을 넘어섰다. 땀 흘려 번 돈으로 집을 사는 것은 물론 전세를 구하는 것조차도 어려운 실정이다. 목돈이 없어 선택한 월세는 매월 고정적으로 지출하기 때문에 가계의 큰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 그동안 정부는 경기 부양의 일환으로 주택 시장을 활성화하겠다며 대출을 비롯한 각종 규제를 완화했고 그렇게 다시 빚으로 집을 쌓아 올렸다. 더 이상 땀 흘려서 번 돈으로 집을 살 수 없고, 평생 세입자로 살아가는 사람들이 많아졌다.
 
이제는 문제를 유예시키는 대책이 아닌 해결하기 위한 대책이 필요하다. 이미 홍수로 인해 온 도시가 폐허가 된 상황에서, 비가 그친다고 저절로 회복되지 않는 것처럼 말이다. 따라서 투기를 일시적으로 억제하는 것보다 투기를 지속적으로 가능하게 하는 구조를 개선하는 것이 옳다. 당연히 쉽지 않겠지만, 나중에 폭발할 수 있는 갈등과 커질 일만 남은 사회적 비용을 줄일 수 있다. 
 
국토교통부 관계자는 이번 대책을 두고 “단계적 대응하기 위한 첫 단추”라고 말했다. 그나마 다행이다. 따라서 두 번째로 채울 단추, 즉 다음의 부동산 대책은 전·월세난을 겪고 있는 시민들의 주거불안을 덜 수 있는 정책이어야 한다.
 
▲첫째, 계약갱신청구권으로 최대한 전세와 월세 가격의 인상을 우선적으로 막는 것이 중요하다. ▲둘째, 적정 수준의 임대료를 합의하기 위한 제도를 마련해야 한다. 공정임대료, 표준임대료, 전월세상한제 등 임대료와 관련한 정책은 유형이 다양할 수 있기에 우리 사회에 적합한 것이 무엇인지 찾고 실제로 실현시킬 수 있는 제도적 기반을 조성할 방안을 구축해야 한다. 예를 들어, 한시적으로 전월세상한제를 두고 세입자와 임대인이 직접 조정하고 합의할 수 있는 역량을 갖출 수 있도록 제도적으로 보장하고 최저임금위원회처럼 정부와 세입자, 임대인이 함께 임대료를 결정하는 방식을 도입할 수 있다. 높은 주거비로 인한 고통은 늘 끊임없이 이어져왔지만 이를 해결하기 위한 최선의 대안을 도출한 토론은 없었다. ▲셋째, 더 이상 청년들이 추가적으로 빚을 내지 않고서도 안정적으로 살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 지난 정부의 ‘빚내서 집 사라’는 신호를 온몸으로 받아들인 것은 청년들이다. 이미 청년세대는 다른 세대에 비해 유례없는 높은 학자금 대출을 갖고 있는 상황인데도 불구하고 정부는 단기적인 경기 부양을 위해 청년들을 담보로 삼은 격이다. 2015년 1월부터 2016년 8월 현재까지, 주택도시기금을 활용한 주요 금융대출(버팀목전세자금, 내집마련 디딤돌, 주거안정 월세, 수익공유형 모기지, 손익공유형 모기지, 오피스텔 구입자금 대출)을 받은 대상 중 20대, 30대는 전체 대출 건수의 66.3%를 차지하고 있으며, 총 대출 규모는 약 9조7559억 원에 이르고 있다. 1건 당 평균 6천만 정도의 대출이 이루어지고 있는데, 이처럼 확대되느 대출로 인해 오히려 전세 가격은 오르고 있고 월세 역시 동반 상승할 가능성은 더욱 커졌다.
 

6.19 대책은 ‘주택시장의 안정적 관리’를 목표로 하고 있다. 우리가 직면한 주거에서의 위험(risk)을 관리(managing)의 관점에서 바라보는 것에 그치지 않고, 누구(who)의 위험을 관리할 것인지 선명하게 정책 대상과 목표를 설정한 뒤, 꾸준히 추진해야 지금의 주거불평등과 사회 도처에 스며든 주거불안을 해소할 수 있다. 주택을 투기의 수단으로 바라보는 사람들이 이 아닌, 집을 살 수 없는 세입자들의 위험을 관리하고 청년들에게 미래를 설계할 수 있는 기회를 보장해야 한다. 길을 잘못 들어섰다고 느낀 그 순간, 방향을 트는 것이 오히려 첩경이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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