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입자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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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브리핑] 사회적 임대시장, 우리의 원룸촌을 살리는 길

2017-12-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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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대 갔다오고 그 집에 그대로 사는데 오히려 월세가 5만원 내렸어요. 에어컨도 새로 달리고. 하숙집 아주머니가 요즘 힘들다고 하더라구요.”

 

얼마 전, 군대에 다녀와서 신촌에 다시 방을 구하던 이승민씨(24세, 가명)는 이전에 살던 곳에 다시 자리를 잡았다. 익숙한 곳이라 그런지 고향에 돌아온 느낌이라며 그는 월세 45를 내면서 살고 있다. 군대 가기 전에는 50만원이었는데 5만원이 내렸단다. 직접 생활비를 충당하면서 내기에는 여전히 부담스러운 월세는 사실이라고 답했지만 그래도 이 정도면 감지덕지라면서 그동안 장사하기 어려웠을 하숙집 아주머니를 걱정하면서도 제대 후 첫 복학에 대한 기대감에 부풀어 있었다.

 

2014년부터 경희대, 연세대, 이화여대, 고려대까지 대학에서 기숙사를 지을 때마다 대학가 원룸촌 주변 임대인들은 강하게 반대를 하고 있다. 이유는 숲을 해친다는 지적도 있었지만 주된 이유는 공실이 발생해 임대업을 하기 어려워진다는 것에 있다. 2014년 4월 경희대 공청회에서 한 임대인은 “최근 회기역 주변에 새 오피스텔이 많아지면서 상황이 어려워졌다. 그래서 큰 마음 먹고 작년에 3억을 들여 리모델링 해서 아직 이자를 갚고 있다. 기숙사가 생겨서 공실이 생기면 나는 어떡하냐.”며 울상을 지었다.

 

최근 부동산 시장의 기류가 달라졌다. 대기업에서 소형 주택 건설 시장에 뛰어들면서 역세권 주변 새 원룸이 많아졌고 가격 또한 보증금 1000만원에서 월세 60만원 ~ 70만원까지 다소 높은 수준이다. 그러자 주변 비슷한 규모의 원룸 월세도 같이 올랐다. 35만원은 40만원으로 40만원은 45만원으로 슬금슬금 올랐다.

 

문제는 예기치 않은 곳에서 발생했다. 바로 ‘애매모호한’ 원룸들이 공실이 발생한 것이다. 월세 5만원 또는 10만원을 더 주더라도 신축 원룸에 살고 싶은 사람들은 오피스텔이나 도시형 생활주택에 산다. 그러나 이렇게 5만원을 더 내기 어려운 청년들은 더 싸지만 열악한 ‘잠만 자는 방’ 또는 고시원에 산다. 흔히 ‘관’이라고 부르는 곳으로, 집이라고 부르기 어려운 곳 혹은 정말 집(주택)이 아닌 곳에 살게 되는 것이다. 그렇다보니 대학가에 즐비한 원룸들은 평균 월세 40만원을 웃돌지만 노후주택인 경우 단열과 소음에 취약해 청년들은 자신의 주머니 사정을 고려해 차라리 더 열악하더라도 싼 곳을 원하게 되는 것이다. 원룸으로 생계를 이어가는영세한 임대업자들은 가격을 내리지도 못하고 큰 돈을 들여 리모델링을 하더라도 공실이 채워지지 않을 수도 있다는 생각에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이 발생하고 있다. 이렇듯 대기업이 소형주택에 본격적으로 진입하자 월세 시장이 양극화되고 있는 것이다.

 

중개업도 마찬가지다. 직방, 다방 등 모바일을 기반으로 한 직거래 사이트들이 O2O를 표방하며 오프라인으로까지 사업의 영역을 확장하고 있다. 안성우 직방 대표는 기자간담회 때 앞으로 전월세 10건 중 7건은 직방을 통해서 거래될 것이라고 자신있게 말했다. 최근 직방은 직거래의 단점을 보완하면서 공인중개사와 독점으로 계약하고 허위매물을 관리하겠다고 나섰다. 안심녹취서비스, 매물실명제 등 세입자가 안전하게 거래할 수 있도록 보완해가겠다는 것이다. 이미 정책적으로 실행되었어야 할 부분을 시장이 선도적으로 해결해나가고 있는 사례다. 현재 직방의 앱 다운로드는 1200만건, 등록된 중개업소는 7000곳으로 중개업 시장이 바뀌고 있다.

 

뿐만 아니라 국토교통부는 후진적인 부동산 산업 발전을 위해 중개에다가 법률 자문까지 겸비하는 부동산 종합 서비스를 본격적으로 실시하겠다고 밝혔다. ‘트러스트라이프스타일’은 10명의 변호사가 소속된 부동산 법률 자문 서비스 기업이다. 공인중개사협회는 이들을 형사 고발하겠다고 밝힌 상태다. 갈수록 각 골목마다 위치한 공인중개사가 위축되고 있는 추세다.

 

1인 가구의 증가와 함께 월세 시장으로 부동산 시장이 전체적으로 변화되면서 시장에 지각변동이 일어나고 있다. 모바일에 익숙하고 그동안 주택에 관한 정보를 제대로 알지도 못한 채 계약을 해야 했던 세입자들은 환영하고 있다.

 

문제는 이미 주택임대시장은 형성되어있었고 임대업, 중개업은 자영업처럼 누군가의 생계를 유지하는 수단이었다는 데에 있다. 주택임대시장을 양성화하고 활성화하는 것은 반드시 해야할 일이였지만 이를 대기업과 같은 자산 규모가 큰 기업들이 도맡아서 시장을 다시 형성하게 되면 도태되는 사람들은 분명 생긴다. 이 과정에서 고통은 비단 영세 임대업, 중개업을 하는 사람들에게만 돌아가지 않는다. 다시 세입자에게 전가될 수밖에 없다. 우리는 이미 이와 비슷한 사례를 경험했다.

 

민자 기숙사와 도시형 생활주택이 대표적이다. 서울에 대학이 밀집해있다보니 대학생들의 기숙사 요구가 높아지자 정부는 기숙사 건립을 활성화겠다면서 민간 기업이 교내 부지에 기숙사를 짓고 운영비를 회수하는 민자 기숙사 정책을 추진했다. 그 결과 민자 기숙사는 월세 60만원을 넘기도 하는 사례가 나타났다. 문제는 비싼 기숙사에 그치지 않는다. 새롭게 지어지는, 학교가 직접 짓는 직영 기숙사도 민자 기숙사와 비슷한 수준으로 비용이 결정되는 것이다. 기숙사 비용의 합리적인 기준이 없다보니 학교에서 마음대로 결정해도 되는 것이다. 도시형 생활주택도 마찬가지다. 도심 내에 1인 가구가 편리하게 살 수 있는 소형 주택을 대규모로 공급해야 한다는 목표 아래 추진되었고 보증금 1000만원에 월세 60만원 ~ 70만원의 도시형 생활주택이 공급되자 인근 월세가 상승했다. 이렇듯 임대료에 대한 아무 규칙이 없는 상태에서 월세의 동반 상승 효과가 발생하는 것이다. 결국 울며 겨자 먹기로 민자 기숙사에 들어가는 학생들, 선택의 여지 없이 비싼 돈을 낼 수밖에 없는 청년들이 그 비용을 감당하고 있다.

 

박근혜 정부가 자신있게 추진하는 뉴스테이, 즉 기업형 임대주택에 대한 우려도 이러한 맥락에서 나타난다. 과거에는 건설사가 대규모 아파트 단지를 건설하고 분양을 해왔지만 이제는 직접 임대하고 각종 주택 관리 서비스를 접목시켜 관리에서도 다른 아파트와 차별화를 두겠다는 것이다. 인천 도화에 곧 입주할 뉴스테이는 보증금 6500만원에 월세 55만원이다. 일각에서는 고가의 월세라고 지적하자 국토교통부는 중산층을 대상으로 하는 것이니 저소득층 대상의 정책과는 별개라고 하지만 주변 임대 시장의 영향을 줄 것은 불 보듯 뻔한 일이다.

 

이뿐만이 아니다. 원래는 저려함 공공주택이 들어설 국유지, 시유지에 뉴스테이를 짓게 되는 것이니 공공주택이 들어설 부지가 줄어드는 것은 당연한 일이며 대기업에 많은 혜택을 줌으로써 지원을 장려하다보면 주택임대업 또는 주택임대관리업을 대규모로 운영하기 힘든 자영업자들은 시장에서 아주 빠르게 도태되고 전반적으로 시장이 양극화되는 것이다. 마치 대기업이 다양한 방면에 진출하게 됨에 따라 골목상권이 무너지는 것처럼, 그로 인해 자신의 소득 수준에 따라 선택할 수 있는 폭이 좁아지는 소비자이자 세입자들은 비용을 그대로 감수해야 하는 것처러 말이다.

 

박근혜 정부는 취임 이후 주택임대시장을 선진화하겠다면서 대기업이 진출해 대형화, 기업화, 전문화하겠다고 나섰다. 이러한 흐름에서 주택임대관리업을 양성하면서 뉴스테이를 추진하고 부동산 종합 서비스를 적극 장려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우선적으로 해야할 것은 시장을 투명화하는 일이다.

 

그렇다면 어떻게 할 것인가. 주택 임대 시장이 현재 어떤 상황인지 면밀히 들여다보는 작업부터 시작해야 한다. 임대업, 중개업이 어떻게 이뤄지고 있고 현재 정부가 추진하는 주택임대시장의 ‘선진화’가 정말 선진적으로 이뤄지는 것인지, 이 과정에서 정부가 지적하는 ‘후진적’인 부동산 산업으로 피해보는 사람들이 없는지 말이다. 특히 우리나라는 임대주택 등록제도, 임대사업 등록제도가 의무가 아니였기에 임대사업을 하더라도 세금을 내지 않아 구체적인 임대사업 규모를 파악하기 힘들었다. 그렇기에 영세한 임대업자를 정부가 파악할 수가 없어 적절한 지원책 또한 없었기에 점차 위계화되는 임대시장을 어떻게 바로 잡을지에 대한 고민을 바탕으로 세입자가 주거안정을 이룰 수 있는 철학을 기반으로 시장에 본격적으로 개입해야 한다. 그것이 월세 양극화 시대를 막는 길이다. 소 잃고 외양간 고치지 않고 말이다.

 

그래서 사회적 임대시장을 제안한다. 사회적 임대시장은 높은 월세를 안정적인 가격으로 조정하고 임차인, 중개사, 임대인 모두 만족할 수 있는 임대시장의 안전지대를 만드는 길이다. 현재는 임대인 또는 중개사에게 권한이 많고 새롭게 들어오는 대기업에 속수무책을 당할 수밖에 없는 영세 임대업, 중개업을 보호하면서 사회적으로 시장을 다시 형성하자는 것이다. 그동안 임대주택으로도 임대업으로 등록되지 않았던 베일에 싸인 임대시장을 이제 정부도, 세입자도 파악할 수 있도록 투명하는 것부터 시작해야 한다.

 




우선 임대업자는 사회적 임대사업자로 등록한다. 2014년 2월에 발표된 주택임대차선진화방안에 따라 2017년부터 연소득 3000만원 이상일 경우 모든 임대소득세에 세금이 부과된다. 사회적 임대사업으로 등록할 시에는 리모델링 비용 지원과 함께 세율을 감면해주는 것이다. 대신 정부가 결정하는 임대료 가이드라인에 따라 임대료를 설정해야 한다. 임대료를 과다하게 올리거나 임차인을 마음대로 쫓아낼 수 없다. 임대료는 무조건 저렴하게 설정하는 것이 아니라 물가 지수, 주변 시세에 맞춰 임차인도 부담이 가능한 수준으로 설정해 정부가 임대료 가이드라인을 발표한다. 이미 영국에서 시행하고 있는 제도다. 정부가 발표하고 무조건 따르기보다 시장의 상황을 파악해 사회적으로 결정한다면 바로 임대료의 사회적 협약의 첫 발을 떼는 좋은 시작이 될 수 있을 것이다.

 

한편, 정부는 안심중개포털을 만들어 공인중개사들을 지원한다. 1인 가구가 많고 모바일에 익숙한 청년들의 접근성이 높아지면 공인중개사들도 이러한 흐름에 발맞춰 주택을 책임있게 거래할 수 있도록 유도하는 것이다. 대신 현재 의무화가 아닌 표준임대차계약서를 통해 거래해 임차인이 충분히 정보를 제공받으면서 거래할 수 있도록 돕는 역할을 해야 한다. 안심중개포털에는 이미 서울시가 진행하고 있는 마을변호사, 마을세무사가 함께 연계해 법률 자문과 함께 관리비 등을 사전에 파악하고 분쟁 시 조정할 수 있는 장치들을 마련한다.

 

임차인은 이렇게 사회적 임대료가 형성되고 안전하게 거래할 수 있는 정보망이 구축됨에 따라 훨씬 더 나은 환경에서 주택을 거래할 수 있게 된다. 이미 치솟을대로 치솟은 월세를 그저 감당하기에는 지금 청년의 삶은 너무나도 암울하다. 앞으로 평생 월세를 살아가야 될지도 모르는 청년들에게 정부가 제대로 된 시장을 형성하는 것은 최소한의 일이다.

 

정부는 이처럼 사회적 임대시장을 적극적으로 형성하고 임대료 사정관과 임대료 사정위원을 설치해 임대료가 폭등하거나 적절하지 않은 수준의 임대료를 임대인이 요구할 시에는 직접 조정할 수 있도록 개입해야 한다. 그저 거래는 당사자 간의 계약이라고 모르쇠로 일관한다면 월세 시장은 더욱 양극화될 것이고 청년들은 점점 더 열악한 곳으로, 보이지 않는 곳으로 들어가게 되며 빈곤은 은폐될 것이다. 그동안 아무런 규칙도 없던 임대 시장에 새로운 규칙, 사회적으로 합의한 규칙을 만들어 가야 할 때다.

 

아직 갈 길이 멀다고 할 수 있겠으나 이미 부동산 시장의 변화는 시작되었다. 사랑방 역할을 하던 복덕방이 이제 청년들로 채워지고 마을을 중심으로 공동체가 회복되기 위해서 안정적인 주거는 필수적인 요소다. 사회가 더욱 빠르게 나빠져가고 있는 상황을 그대로 방치해두는 것이 아니라 가장 어려운 사람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야 할 때다. 이제는 주택임대차시장을 어떻게 사회적으로 만들 것이냐는 그 기로에 우리는 놓여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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