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입자권리

세입자의 권리를 보호하는 법률과 제도 개선, 청년주택 님비 반대 등의 활동을 진행합니다

임대소득세 과세는 예정대로 진행되어야 한다.

2017-10-03
조회수 1045

 

바람이 분다. 본격적인 겨울에 접어들었다. 아마 많은 날을 거리에서 지내게 될 것 같다. 누군가는 촛불은 바람에 꺼지기 마련이라고 하지만 진실을 밝힐 촛불은 쉽게 꺼지지도 끊어지지도 않을 것 같다. 바람은 쉽게 무언가를 져버리지 않는다. 

 

시민의 오랜 바람 중 하나는 내 집 마련이다. 쫓겨나지 않고 원하는만큼, 내가 감당할 수 있는 돈으로 살아갈 수 있는 집을 바라는 것이 한국 사회에서는 좀처럼 이뤄지지 않는다. 서울은 GDP대비 주택 가격이 17배로 전 세계에서 가장 높다. 정부에서는 주택 가격 상승률을 놓고 전 세계에서 한국은 비교적 안정화되어 있다고 하지만 우리는 이미 너무나도 비싼 집값으로 우뚝 선 나라다. 그것도 빚으로 말이다.

 

그러니 요즘은 집을 살 수 있을 거란 생각은 꿈에도 꾸지 못 한다. 월세, 그나마 사정이 나으면 전세로 살아가고 있다. 2015 인구주택총조사에 따르면 인구의 절반은 자가, 나머지 절반은 세입자다. 전세와 월세 중 매월 고정 지출을 수반하는 월세는 세입자들에게 특히 더 부담을 주는데 나이가 어릴수록 월세 비율이 높다. 독립한 10대와 20대의 절반 이상은 월세로 산다30대가 들어서도 사정은 크게 달라지지 않는다. 그나마 전세 세입자가 늘기는 하지만 인구 전체 평균보다 월세 비율이 높다.

 

이 청년들이 달달이 지출하는 그 많은 월세는 어디로 갈까. 온라인 부동산 중개 플랫폼에 따르면 서울시 주요 대학가 평균 월세는 48만원이다. 월급을 200만원 이상 벌지 않으면 자신의 소득의 25% 이상은 월세로 내야 한다. 누군가 돈을 내고 있으니 당연히 버는 사람도 있다. 그런데 정확히 임대사업으로 돈을 누가 버는지, 얼마나 버는지 알 수 없다. 정부는 공식적으로 이를 파악하고 발표하지 않는다. 현재 우리나라는 임대사업자 등록이 필수가 아닌데다가 투명하게 임대소득에 대한 과세를 실시하지 않고 있다.

 

임대소득세는 정치적(political)인 조세다. 불로소득에 대한 과세이자 토지의 독점적 사용과 사유화에 대한 과세이기 때문이다. 지금처럼 임대소득에 대해 과세를 하지 않는 것은, 불로소득에 대한 용인이고 자연을 한 개인이 소유해도 된다고 허락하는 것이 그 독점적 지위에 대해 방치하는 것이다. 자발적으로 신고하지 않는 이상 부과하지 않으니 임대업자들은 많은 세금을 사실상 감면받아온 셈이다. 소득세와 건강보험료가 모두 부과되는 직장인과 자영업자는 입대사업자에 비해 상대적으로 차별받고 있다. 그러므로 임대소득 과세는 조세평등주의 관점에서 마땅히 실현되어야 한다.

 

2014년 2월, 정부는 <주택임대차 선진화 방안>을 발표했다. 당시 연 2000만원 이상의 임대소득을 버는 사람을 확정일자 자료를 바탕으로 14%의 세율로 소득세를 부과하겠다고 밝혔다. 당시 거센 반발이 일자, 정부는 신중해야 한다는 이유로 부랴부랴 보완 대책을 발표, 시행을 2년 미뤘다. 그리하여 본래 올해부터 실시하기로 했으나 정부는 다시 1년을 유예시켰다. 이제 그 기간이 다해 년인 2017년부터 임대소득에 대한 과세를 본격적으로 실시할 예정이었다. 그런데 기획재정부가 다시 2년을 연장하는 임대소득세 과세 유예안을 내놓았다. 새누리당은 맞장구를 치고 있고 야당은 예산안 의결을 앞두고 주판을 두드리고 있다. 내일인 2일, 국회에서 정부안이 통과될 경우 임대소득에 대한 과세는 2019년으로 다시 유예된다. 벌써 정부는 세 번이나 말을 바꾼 셈이다.


2014년 재임했던 현오석 전 기획재정부 장관은 “소득 있는 곳에 세금 있다.”며 조세 부과의 원칙을 강조했다. 유일호 장관은 최근 박근혜-최순실 게이트로 인해 검찰이 기획재정부를 압수수색하자 “원칙대로 일했다.”고 말했다. 누가 원칙대로 일하고 있는가. 무엇을 원칙대로 했단 말인가. 

 

정부와 새누리당은 갑작스런 조세 부과는 영세 임대업자가 세금 폭탄을 맞을 수 있으며, 이로 인해 세입자에게 전가돼 월세 인상이 예견될지 모른다며 유예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무엇이 갑작스러운가. 최초 정책이 발표되고 나서 꼬박 2년 10개월이 흘렀다. 이전부터 제기해오는 부작용을 대비하지 않고 도대체 무엇을 했단 말인가. 영세한 임대업자가 세금 폭탄을 맞을지 우려스럽다고 말하기 전에 ‘영세한 임대업자’의 기준부터 찾아내야 한다. 지금은 임대소득 규모조차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있지 않은가. 세금 폭탄을 맞아 사업의 유지가 어렵고 생계가 위협받을 경우에는 정부가 별도의 소득 공제 등 지원 정책을 펼치면 충분히 해결할 수 있다. 또한 월세 인상이 걱정되면 월세 급등을 제어할 수 있는 정책을 시행해 부작용을 관리하면 된다.

 

40여일, 이미 우리 사회는 바닥을 드러냈다. 믿었던 국가는 그 기능을 다하지 않고 있었고 이미 망가진 채로 표류하고 있었다. 하지만 그래도 바로 잡힐 거라는 믿음이 있었다. 그렇게 시민들은 일상을 포기하지 않은 채 살아가고 있다. 더 이상 정부와 국회는 땀 흘려 일해 번 돈으로 월세와 세금을 성실하게 내는 시민들을 절망시켜서는 안 된다. 국세청의 목표는 ‘국민이 신뢰하는 공정한 세정’이다. 그 어느 때보다 신뢰와 공정이 시리게 다가온다. 이럴 때일수록 원칙에 힘이 있다는 것을 상기해야 한다. 우리 사회가 복지국가를 지향하며 조세와 사회 정의의 원칙을 세워갈 수 있도록, 그리고 시민과의 약속을 지킬 수 있도록 정부는 임대소득세 과세 유예를 철회하고 국회는 책임을 다해야 한다.


2016.12.02.

민달팽이유니온

 



참고 자료 : 

[보도자료] '서울아파트, 소득대비 런던·뉴욕 등 주요도시 중 가장 비싸다.' 경실련, 2016.11.29.

https://goo.gl/5hvLT7

[기고] 당초 정부안대로 금융소득에 좀 더 가깝게 세 부담 늘려야, 홍순탁, 오마이뉴스, 2016.06.01.

https://goo.gl/RpuZDg

출처: http://minsnailunion.tistory.com/694 [민달팽이유니온 공식블로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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