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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명] 오세훈 국민의힘 후보 서울시장 당선에 대한 민달팽이유니온 입장

2021-04-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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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세훈 국민의힘 후보 서울시장 당선에 대한 민달팽이유니온 입장

 

4.7. 보궐선거 결과 오세훈 국민의힘 후보가 서울시장에 당선되었다. 이에 민달팽이유니온은 청년 주거권 및 주거불평등 완화를 위해 활동하는 시민단체로서 큰 우려를 표할 수밖에 없다. 우리는 지난 오세훈 시장 재임기간 동안 자행된 개발 폭력을 기억한다. 2006년, 서울시장으로 당선된 오세훈은 재임시절 과도한 뉴타운 사업으로 서울을 재개발 쑥대밭으로 만들었으며, 2009년, 용산에서 여섯 명의 시민이 개발 폭력에 저항하다 사망한 참사가 일어나고야 말았다. 자본의 과도한 영향력, 재개발 용역깡패와 경찰 권력을 동원한 폭력적인 철거, 사업을 둘러싸고 벌어진 지역 주민 사이 갈등, 철거에 따른 삶의 터전 상실과 주거불안의 심화가 철거형 개발 사업이 낳은 것이다. 그러나 오세훈 시장은 이러한 과거 행적에 대해 사과는 커녕 책임을 회피하는 발언만으로 선거기간 내내 대응해왔다.

 

서울을 공사판으로만 바라보는가

 

공약을 들여다보면 서울을 공사판으로 바라보는 그 의도는 더욱 명확해진다. 후보로 나선 오세훈은 규제 혁파와 재건축·재개발 활성화를 앞세운 주거 공약, 아니 개발 공약을 들고 나왔다. 공급의 핵심주체를 민간으로 한 ‘스피드’ 주택공급을 주장하며, 용적률을 상향하고 한강변 아파트 35층 이하 규제를 폐지하고 50층으로 상향 조정하며 뉴타운을 정상화하겠다고 했다. 상생주택 도입으로 공공임대주택을 말하긴 했으나, 민간업자에게 용도지역 상향, 토지임대료 지급, 세제 혜택 등 상당한 인센티브를 주는 정책으로, 세입자에 대한 고려 없이 설계된 정책이라고 해석할 수 있다. 또 1인가구 보호특별대책본부, 청년월세지원 연 5만 명 확대 등을 이야기했지만, 그 속에서 세입자의 주거 안정성을 보장하기 위한 심도 깊은 고민을 찾아보기는 힘들었다.

 

한편 각종 발언으로 투기꾼의 시선을 가감 없이 드러냈다. “주변 집값을 자극하더라도 요령껏 가격 상승을 막아가면서 재개발을 해왔어야 했다“며 본인 역시 과도한 개발이 집값 상승을 부추길 가능성이 있음을 인지하고 있음을 보여줬고, “구더기 무서워하면 장 못 담그는 것…일단 주변의 집값을 조금 자극하는 한이 있더라도 공급물량이 충분히 공급되기 시작하면 장기적으로 소비자들은 기다리게 된다”와 같은 발언으로는 세입자들에게는 삶의 터전이 달린 문제인 재개발에 대한 인식이 어떠한지 여실히 드러내기도 했다. 무엇보다 많은 이들에게 충격을 안겨주었던 것은 관훈클럽 토론회에서의 용산참사에 관한 발언이었다. 자본과 국가권력이 결탁해 자행한 폭력을 세입자 탓으로 돌리는 발언에서 과거 저지른 일에 대한 반성의 기미를 찾을 수 없음은 물론, 사회안전망을 구축해야 하는 시장의 역할에 대한 인식마저 왜곡되어 있음에 한탄을 금할 수 없었다.

 

여기 사람이 있다

 

그곳에 살고 있는 사람에 대한 고려 없는 과도한 개발은 삶의 터전을 파괴하고, 도시의 환경을 파괴하고, 마을의 공동체를 파괴한다. 생성이 아닌 내쫓음, 지속가능이 아닌 지속불가능이다. 오세훈 서울시장이 공약으로 내세운 것처럼 1년 남짓한 임기 동안 속도전을 강조한다면 과거 뉴타운이 불러온 혼란과 불안, 참사가 반복될 것이 우려스럽다. 언제까지 투기의 관점으로만 이 도시를 바라볼 것인가? 도시는, 땅은 단순히 건물을 짓기 위한 바닥으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다. 도시에 살고 있는 사람들이 만드는 다층적인 문화를 지속해가는 것이 도시의 정체성이다. 여기, 사람이 있다.

 

오세훈의 주거 공약은 이 도시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세입자의 주거 불평등 완화와 주거취약계층에 대한 고려가 부재하다. 규제가 무제한으로 풀려도, 주택을 아무리 많이 공급해도 애초에 선택지로 가지지 못한 사람이 있다. 한강변에 살고 싶은 욕망이 아닌, 당장 내가 살고 있는 이 동네에서 안정적으로 정주하고 싶은 소망을 들여다보라. 더 이상은 2년에 1번씩 이사 다니고 싶지 않은 슬픔, 임차인이라는 이유로 주민으로 호명되지 못하는 것에 대한 의문을 가진 사람들이 있다. ‘청년’이라는 정체성을 이유로 차별과 혐오을 당하고, 곰팡이·누수 만연한 집에 살면서 청구 이유를 모르는 관리비로 제2의 월세를 내고, 당장 이번 재계약에는 보증금을 얼마나 올려줘야 하나 고민하는 이들의 막막함을 들여다보라. 우리는 재개발 소식이 전혀 반갑지 않다. 이 동네에서 십수년 생활을 영위해 왔어도 세입자는 주민이 아니기에.

 

과오를 시정할 마지막 기회의 자리

 

선거 기간 내내 ‘이후’의 서울에 대한 고려가 없는 공약이 매우 우려스러웠다. 지금은 일주일 만에 규제 완화를 약속하는 등, 임기 내 감당 불가능해 보이는 수준의 공약을 실천할 때가 아님을 말한다. 앞으로 달려갈 때가 아니라, 주변을 둘러볼 때다. 1년의 짧은 임기는 코로나 19로 심화된 주거 불평등을 해소하고, 세입자들의 주거권을 조금이라도 더 보장하기 위해 힘을 써도 모자란 시간이다.

 

우리는 오세훈 서울시장에게 다음과 같이 요구한다. 공공이 주도하고 공급하는, 청년이 부담 가능한 수준의 공공임대주택 확대가 필요하다. 무엇보다 청년주택이 짐으로 지고 있는 근거 없는 님비에 대한 방지 프로세스를 마련할 것을 요구한다. 월세 지원 등 실효성 있는 직접 주거비 지원의 지원 범위·규모·기간의 확대가 모두 필요하며 위반건축물 단속을 강화하고 비적정 주거에 대한 상향 지원 정책을 확대하길 요구한다. 이행강제금 부과, 시정명령을 철저하게 이행하고, 이 과정에서 세입자가 부담을 떠안지 않는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스웨덴의 복지 시스템 기틀을 마련한 존경받는 총리 올로프 팔메는 “나는 ‘시장의 마술’보다 ‘인간 온정의 마술’에 대해 이야기 하고 싶다…사회의 목적은 인간을 넘어서서 멀찍이 있는 그 무엇도 아니다”고 말했다. 오세훈 서울시장이 더 이상 ‘시장의 마술’에 기대지 않기를 바란다. 오세훈 시장은 당선 후 ‘뜨거운 가슴으로 일하겠다’며 ‘꼭 보듬어야 할 분, 절실한 분들의 말을 듣고 현안을 먼저 해결하는 충실한 사람이 되겠다’고 밝혔다. 민달팽이유니온은 그가 느끼는 ‘엄중한 책임감’이 과연 어디로 향하는지, 그가 어느 ‘절실한’ 이의 목소리를 듣는지 지켜보고, 옳지 않은 일에는 과감히 목소리를 낼 것이다. 서울의 땅이 오세훈 서울시장에게 마지막 기회로 주어진 것이 아니라, 이 임기가 오세훈 서울시장이 이전 재임 기간 내에 저지른 수많은 과오를 시정할 수 있는 마지막 기회라는 사실을 인지하기를 바란다.


2021. 04. 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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