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입자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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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활동보고] '가족다양성'을 넘어 차별과 불평등해소를 위한 가족정책을 제안하며 [온라인 토론회]

2021-03-19
조회수 624




19일 오후 2시, 줌 웨비나와 페이스북 라이브로

[온라인토론회]‘가족다양성’을 넘어 차별과 불평등 해소를 위한 가족정책을 제안하며 - 가 진행되었습니다!

가족구성권에 관한 다양하고 깊이 있는 이야기들이 진행된 이번 토론회에서

민달팽이유니온의 김경서 활동가가 패널로 참여하여 주거권과 가족구성권의 교차성에 관해 발제하였는데요,

민달팽이 회원 여러분들도 한 번쯤 고민하셨을 주제이지 않을까 합니다.


발제문을 아래에 첨부합니다.

가족구성권과 주거권의 교차지점에 관해서도 앞으로 함께 많은 이야기들을 나누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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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집에는 어떤 가족이 살 수 있나요?

- 주거권과 가족구성권의 교차성에 주목하기

 

김경서 (민달팽이유니온)

 

0. 들어가며

 

코로나가 확산된 이후로, 사회적 약자들을 위한 주거정책이 존재하지 않다는 사실이 여실히 드러났다. 경제위기로 인해 실업자가 대거 발생하였고, 그 중 많은 수가 불안정한 일자리에 놓여있는 저소득층이었다. 이로 인해 가장 먼저 흔들린 기둥은 다름 아닌 주거였다. 돈을 벌 수 없자 사람들은 주거비를 부담하지 못했고 많은 이들의 삶이 벼랑에 내몰렸다. 문재인 정부가 그간 자랑스럽게 이야기해 온 포용적 주거복지가 힘을 발휘하지 못했던 것이다.

 

그 이유는 다름 아닌 ‘가족’에 있었다. 한국의 주거정책에 대해 논하기 위해서는 가족정책에 대한 이야기를 빼놓을 수 없다. 한국의 주거정책은 기본적으로 가족이라는 공동체에 개인이 포함되리라는 가정을 전제로 구성되어 있기 때문이다. 단적인 예로, 한시적으로나마 지급되었던 재난지원금을 생각해보자. ‘세대주’로 불리는 남성 부양자를 거쳐 지급되는 바람에 개인에게 가닿을 수 없었다. 누구에게나 정상가족이 존재할 것이며 그 가족이 경제적-사회적 안전망으로 기능하리라는 전제는, 현 정부의 주거정책 기조인 “내집마련”이라는 구호와 맞물리면서 정상가족 바깥에 있는 다양한 형태의 공동체를 소외시키고, 동시에 주거권에 대한 이해를 소유권으로 축소시키고 있다.

 

1. 저출산 정책으로서의 주거정책

 

한국은 단순히 복지의 기본단위로서만 가족을 바라보는 것에서 그치지 않고, 저출산 정책으로서의 주거정책을 지속적으로 호명하고 있다. 가장 대표적으로는 주거취약계층을 위해 마련된 공공임대주택 정책에서조차 정상가족의 함의를 발견할 수 있다. 가산점 기준에서부터 임대주택 물량까지 모든 조건이 부-모-자녀라는 정상가족의 형태에 유리하도록 설계되어 있다. 예를 들어 청약횟수에 큰 차이가 없을 시 공공임대주택 입주의 우선순위를 결정하는 요소는 나이, 자녀 수, 해당지역 거주기간 등이다. 당연히 퀴어 커플, 비혈연 가구 등의 가족은 혈연관계 혹은 혼인관계가 아니라는 이유로 입주 자격에서 애시당초 배제된다. 다인가구에게 유리하게 구성된 가산점 제도를 보완하고 급격히 늘어난 1인 가구를 포섭하기 위해 최근 서울시에서는 역세권 청년주택을 새로 공급하기도 하였으나, 그런 의도로 설계된 역세권 청년주택마저도 신혼부부에게 배정된 주택 비율이 30% 이상이었다. 이처럼 혼인제도에 발을 들이는 순간 많은 주거정책에 대한 접근성 자체가 현저하게 높아진다.

 

이러한 경향성은 최소한의 인간다운 주거생활을 보장하고자 만들어진 주거급여 제도에서조차 투명하게 나타난다. 현재 30세 미만의 청년들은 대부분 주거급여 수급이 제한되어 있다. 그러나 30세 미만이더라도 결혼을 한다면 주거급여 정책의 대상자가 될 수 있다. 이런 현상에 대해서는 다층적인 해석이 가능하지만 우선, 국가는 절대 원가족보다 앞서서 개인을 책임지지 않겠다는 제스쳐이다. 결국 누군가와 부양-피부양의 관계를 맺을 때라야만 복지를 허락한다는 이야기가 되기 때문이다. 그런가하면 이성애혈연가족의 구성원으로서 인구생산에 기여할 때라야만 시민권을 인정해주겠다는 일종의 시그널이기도 하다. 주어진 상황은 전혀 달라지지 않았는데 그저 결혼제도에 포섭되었다는 이유만으로 갑자기 급여가 주어지는 것은 결혼제도의 유무가 당사자의 권리와 직결된다는 결론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2. 소유권으로서의 주거정책

 

한편, 여러 정부를 거치는 동안 바뀌지 않았던 “내집마련”이라는 구호에 대해서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문재인 정부가 혁신적 포용국가를 주창하며 촘촘한 주거복지 로드맵을 발표한지 3년이 넘었다. 사실 이 로드맵에는 태생적인 한계점이 있다. 현재 주거정책의 종착지는 1가구 1주택이다. ‘주택을 소유함’에 초점이 맞춰진 이 로드맵에서는 주거권이 곧 소유권으로 치환된다. 그러나 소유권은 어디까지나 소유권일 뿐, 주거권이 될 수 없다. 부동산이 투기의 수단이자 금융자본주의의 핵심이 된 지금, 언제 어디서고 누군가는 세입자로서 집을 빌릴 수밖에 없다. 누군가는 끊임없이 집을 사고 누군가는 그 집을 빌려 살아야 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내집마련”이라는 구호는 세입자로서의 위치를 지적한다. 이는 주거문제의 원인이 마치 집을 살만한 능력이 없는 한 개인의 문제인 것처럼 보이게 만든다.

 

그리고 바로 이때, 주거권이 소유권으로 치환되는 현실에서 가족은 곧 사적복지수단으로 대체된다. 실제로 한국은 오랜 세월동안 복지를 사적 영역에서 해결해왔고 그 과정에서 국가가 보장해야 하는 인간의 기본적인 조건들 – 주거, 교육, 양육, 돌봄 - 은 하나의 재화로서 시장에서 거래되었다. 이렇게 생존권을 자본에게 이식시킨 신자유주의적 복지는 결국 소유를 향한 시민들의 욕망을 추동시킬 수밖에 없다. 사회적 안전망이 없는 현실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각자도생으로 자본을 구축해야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것이 실제로 ‘소유’하는 것인가 마저도 의심해보아야 한다. 현재 집을 사는 사람 중 대출을 끼지 않고 사는 사람을 찾아볼 수 없을 정도로 부동산 시장과 은행은 긴밀하게 엮여있다. 그 비율을 살피면 사실상 은행이 소유한 집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이다. 집을 ‘소유’하고 있는 사람도 사실은 은행에게서 집을 빌리고 있는 상황이라는 말이다.

 

3. 그 집에는 어떤 가족이 살 수 있나요?

 

그렇다면 다시 돌아와서, 주거권이 곧 소유권으로만 이해되고 장려되는 세계에서 주거정책을 인구정책의 도구로 활용하는 행위의 의미는 무엇인지 생각해본다. 세입자로서의 위치는 죄악시되고 소유자로서의 위치만이 인정받는 공간에서 집을 사는 행위는 인간다운 삶의 필수 조건으로 작동한다. 이때, 거품이 끼어 한번 올라가면 내려가지 않는 집값으로 인해 대출 금융상품은 주택구매의 의례적인 절차로 자리한다. 그러나 가족으로 인정받을 수 없는 사람들 즉, 정상가족 바깥에 자리하는 사람들은 이 단계에서 탈락하고 만다. 결과적으로 그들은 국가가 제공하는 대출상품을 받을 수도, 공공임대주택에 입주할 수도, 주거급여를 받을 수도 없다. 사람들의 살자리가 손가락 사이의 모래알처럼 빠져나가고 있는 것이다. 국가가 말하는 그 집에서 우리처럼 이상한 가족은 살 수가 없다.

 

더욱 큰 문제는 이렇게 형성된 정상가족 중심의 주거정책이 곧 계급의 재생산 수단으로 작동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정상가족 중심의 주거정책이 사람들의 삶을 재편하고, 복지가 장악하지 못한 빈곤의 자리는 자본이 잠식한다. 각자도생의 사회에서 소유를 향한 욕망은 더욱 가속화되며 그 욕망이 다시 투기 시장을 구축한다. 이러한 악순환 속에서, 주거정책을 곧 인구정책으로 활용하는 현재의 정책기조는 결국 이 정상성에 편입하지 않으면 시민으로서의 권리를 보장하지 않겠다는 일종의 선언이나 다름없다. 자본과 정상성은 톱니바퀴처럼 맞물리면서 정상가족에 편입되지 못한 이들을 빈곤으로 몰아가고 있다.

 

이렇듯 주거권과 가족구성권이 교차하는 곳을 살펴보면 가족정책이 단순히 공동체 구성에만 국한된 이야기가 아니라 실질적인 경제와 생존, 나아가 계급에 대한 문제임을 알 수 있다. 주거권이 실현되기 위해서는 가족을 구성할 권리가 선제되어야 하고 그때서야 견고하게 맞물린 이 톱니바퀴에 균열을 낼 수 있을 것이다. 제4차 건강가정기본계획안에 이 균열의 시작이 담기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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