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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제마포 철거민 박준경 열사 5주기 추모의 글

2023-12-02
조회수 290



[마포구 아현동 572-55]


27세부터 37세까지

한 청년과 어머니가 함께 살던 집의 주소, 

그러다 세 번의 강제철거를 겪은 뒤 

끝내 쫓겨난 그 땅의 이름.


[존재를 뿌리내릴 ‘집’]


그들이 살던 집도 그런 집이었을테다.

도시에서의 크고 작은 노동을 함께 하고 돌봄을 나누며 

서로의 존재가 뿌리내려온 집.

누구에게나 필요한 것. 존재를 뿌리내릴 수 있는 집. 


[존재의 부정]


그러나 개발은 집을 상품으로 취급할 뿐, 

그 집에 살던 이의 존재를 부정한다.

소유하고 소유하지 않음으로 존재의 가치를 판별한다.

재개발과 재건축이 결정되는 그 어디에서도, 

세입자는 자신이 살아온 집에 대해 소리 낼 길이 없다. 


[“모두 뺏기고 쫓겨나”]


절망은 세입자를 대책없이 내쫓는 강제철거로 몰아친다.

재건축을 위한 퇴거 통보부터 일방적이었다.

집문서 땅문서 없는 삶은 그렇게 다뤄져도 되는냥.

철거민 박준경은 유서에 적어내렸다.

세 번의 강제집행으로 “모두 뺏긴 채 쫓겨”난 삶에 대하여.


[200,000원]


단 20만원으로도 존재할 자리, 그게 그 자리였다.

보증금 300만, 월세 20만원으로 살 수 있는 바로 그 집에서 박준경 열사는 자신의 청년기 10년을 보냈다. 


[3,400,000,000원]


월세20만으로 살 자리를 찾던 이들을 밀어낸 자리,

5년이 흐른 지금 그 곳에는 아파트가 숲을 이룬다.

9억~18억원대 1,419세대 아파트 단지, 

16억~23억원대 1,439세대 아파트 단지, 

14억~34억원대 3,885세대 아파트 단지. 

‘프리미엄’, ‘명품’ 따위의 수식어가 붙는다. 

그 상품들을 선보이기 위해 철거당한 삶들은 철저히 가려진 채로.


[철거된 삶, 호재라 부르는 삶]


5년이라는 시간이 흘렀다. 

세 번의 강제철거, 대책없이 쫓겨나는 세입자, 

이 모든 것이 합법이라 우기는 개발업자 및 소유주들, 

오랫동안 이를 가능케 해온 법과 제도. 

박준경 열사가 겪었던 폭력은 지금도 끝나지 않았다. 


재개발 재건축을 호재라 칭송하는 목소리가 도시를 울린다.

개발이익과 시세차익으로 돈을 버는 이들은, 청년세대를 향해

더 늦기 전에 빚 져서 집을 사고 땅 투기를 하라고 염불을 외운다. 서울지역의 10억대 아파트를 마련하기 위해 상속/증여를 받고, 다른 세입자의 보증금을 끌어오고, 직장이나 직업의 신용을 통해 대출을 끌어오고, 수십 년의 미래까지도 기꺼이 저당잡기로 결심한 30대 후반의 서울 청년 아무개에게

누군가 ‘영끌세대’라는 대표성을 부여한다. 


[청년, 세입자, 민달팽이]


많은 청년은 개발 앞에 무력한 세입자다. 

그러나 우리에겐 어떤 이름이 붙던가. 

개발을 이유로 일방적으로 철거당한 삶, 

보증금300만원에 월세20만원으로 살 수 있는 집이 절실했던 삶, 소유하지 않았으나 분명 존재했던 삶, 

이 사회를 함께 구성하며 하루하루 살아가고 있던 그 삶에는 

어떤 이름이 붙었던가. 


세입자로 사는 우리에게, 이 사회를 살아가는 민달팽이들에게 재개발과 재건축은 ‘쫓겨남’의 또다른 이름이다. 

세입자로 사는 우리는 그 언젠가에 이르러 쫓겨나고야 만다. 매일같이 잠을 자고 세수를 하고 이불을 개고 빨래를 널고

라면도 좀 끓여먹던 그 집에서 우리는 쉽게 사라질 것이다. 

우리에게 소유권이 없다는 이유만으로. 


[우리는 모두 세입자]


집이든 땅이든 그까짓 것들 좀 소유하지 않아도 

우리는 이 땅 위에서 살아갈 수 있어야 마땅한 존재들이지 않나. 아니 애당초, 땅과 집을 영속히 소유할 수 있는 이가 어디있던가. 우리는 모두

이 땅과 바람과 햇살을 빌려 쓰고 있는 세입자들 아닌가. 


세입자로 사는 우리는 언제까지 감내해야만 하는가. 

도시는 왜 소유주에게만 이 동네를 개발할지 말지를 묻는가. 

도시에서 벌어지는 개발과 이를 둘러싼 의사결정과정에서 왜 세입자는 처음부터 끝까지 배제되는가. 

도시의 민주주의, 더 나은 지역사회를 만들기 위한 공동체 논의, 그 어디에서도 왜 세입자는 주체로 취급되지 않는가. 


[쫓겨나지 않는 사회로]


2018년 12월 2일, 박준경 열사가 남긴 유서에는 

세 번이나 연이어진 강제철거와 폭력에 대한 저항과, 어머니에게만큼은 공공임대주택에서 살 수 있길 바라는 

염원이 담겨있었다. 

이것은 2023년 12월 2일, 오늘을 사는 우리의 바람이자 외침이기도 하다. 


쫓겨나지 않는 사회, 세입자라는 이유로 

쉽게 뜯겨나가지 않을 수 있는 사회를 원하는 

우리의 마음을 모아, 박준경 열사께 추모의 마음을 전한다.


#집은인권이다

#강제철거는살인이다

#세입자권리지금당장

#주거권보장지금당장


박준경 열사 5주기 추모의 글 / 민달팽이유니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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