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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응[논평] <청년·서민 주거안정을 위한 공공분양 50만호 공급계획> 발표에 부쳐

2022-1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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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10월 26일 <청년/서민 주거안정을 위한 공공분양 50만호 공급계획> 발표에 부쳐 


2022년 10월 26일 어제, 윤석열 정부는 청년/서민 내집마련 기회를 확대하기 위해 공공분양주택 50만호 공급 계획을 발표하면서 "미래의 중산층"으로 성장해나갈 청년층 등의 주거사다리를 복원하겠다, "건전한 중산층"의 주거 희망을 복원하겠다고 발표했다. 특히, 이번 발표에 관해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은 "집 걱정 때문에 포기했던 꿈과 희망"을 돌려주겠다고 말했다. 


대책의 내용은 이렇다. 8억짜리 주택을 6억 주고 살 수 있게 해주겠다, 5억을 40년동안 대출 받을 수 있게 해주겠다, 이 로또는 건전한 중산층을 위한 내 집 마련의 기회! 선착순 50만명이여 줄을 서라! 빚을 져라! 


그동안 매년 수십만 호를 공급했던 대한민국이다. 그러나 여전히 우리는 집 때문에 불안하고, 슬프고, 화나고, 죽는다. 동시에 더 큰 주거불평등을 야기하는 구조를 답습하는 기존의 정치와 기존의 주거정책에 갇혀 있다. 그토록 청년을 호명하던 정치 또한 무색하다. 20대 청년은 여전히 개별가구로서 주거급여를 신청조차 할 수 없다. 영끌세대라고 불렸던 30대 청년은 정작 10년간 집을 사들인 인구 중 유일하게 감소한 인구 집단이었다. 그저 청년은 정치적으로 쓰이며, 정작 이들의 주거불안은 심화되고 있다.


이번 공급대책은 청년주거문제와 멀어질 결심으로 가득 차 있다. '공공부지는 민간과 개인에게 저렴하게 팔아넘기겠다, 민간 규제 완화 등을 통해 더 많은 개발계획을 성사시키겠다'는 말들을 청년 위한다는 말 뒤에 감춰둔 것에 불과하며, 청년세대가 겪는 주거불평등을 해소하는 데에 기여하고자 만들어진 청년주거정책의 본질마저 흐리고 있다. 개발을 덜 해서 여느 청년이 살만한 집이 없는 것인가? 아파트를 덜 지어서 청년세대의 주거불안이 심각했던가? 정말 공급이 부족해서, 우리의 삶이 그토록 빈곤하고 위태로운가? 


이번 공급대책의 대상은 사람이 아닌 개발 꿈나무, 투기 꿈나무를 향한다. 반지하 집이 폭우로 인해 침수되었던 사람, 고시원과 불법원룸, 시설과 쉼터를 오가는 사람, 몸을 누일 곳 하나를 찾다가 공원 바위에서 잠드는 사람, 고작 그 정도 월세주고 살거면 곰팡이 누수는 참고 살라는 말을 듣는 사람, 계약갱신을 앞두고 임대인이 임대료를 인상할까 두려워 밤을 지새는 사람, 보증금 줄 돈 없으니까 법대로 하라는 임대인의 말에 발을 동동 구르는 사람, 전세사기에 휘말려 보증금을 전부 떼이고 살던 집에서 쫓겨나는 사람... 정부가 복원하겠다는 "꿈과 희망"의 대상에 이들의 자리는 없다. 윤석열의 꿈에라도 들어가서 말해야 하는 걸까. 우리 여기 있어요! 라고.


청년 주거불평등의 현실을 바라봐야 할 눈을 감은 채, 이번 공급대책은 고작 이런 말들을 건네고 있을 뿐이다. '청년이여, 빚을 져라. 부동산 개발과 대출과 투기로 얼룩진 한국 사회의 무게를 지탱해라. 더 많이 부수고, 새로 짓고, 빚지는 사회에 이바지 하여라. 그리하여 주거권 보장은커녕, 더 큰 주거불평등 사회로 나아가라.' 그러나 더 많은 개발과 성장, 대출과 투기, 내 집 갖기 경쟁은 우리의 집을 더 불안하게, 우리가 사는 사회를 더 불평등하게 만든다. 우리의 삶은 더 이상 한국의 부동산 시장을 활성화 하는 데에 쓰이는 연료 따위로 전락해서는 안된다. 


국제인권법에 따라, 국가는 가용 자원을 최대한 활용하여 점진적으로 "적절한 주거에 대한 권리"를 실현할 의무가 있다. 이것은 단지 "지붕 밑에 살게 하는 수준"과 같이 편협하거나 제한적인 의미가 아니다. "안전하고, 평화롭고, 존엄성을 유지할 수 있는 곳에서 살 권리"다. 주거권은 빚지고 사야 하는 것, 돈 없으면 누릴 수 없는 것이 아니다. 우리에게는 턱없이 비싼 집, 위험하고 불안한 집에서 벗어나 안전한 집, 인간의 존엄을 지킬 수 있는 집에서 살 권리가 있다.


집은 돈이 아니라 권리다. 20억짜리 아파트에 대한 종부세를 덜 내고 싶은 사람, 8억짜리 집을 6억에 사서 12억으로 부풀리고 싶은 사람, 50년동안 5억을 빌려 월 206만원을 상환할 수 있는 사람. 이들에게 청년이라는 이름을 붙여 세대가 겪는 불평등과 차별을 숨기지 말라. 

반지하, 고시원, 쉼터, 시설, 거리에서 홈리스 상황을 겪는 사람, 세입자로 살며 중개사와 임대인의 횡포를 홀로 감당해야 하는 사람, 계약갱신과 임대료 인상 걱정으로 밤을 새우는 사람. 이들이 겪는 주거불안을 해소하고, 주거권을 보장하기 위한 정책을 조속히 마련하라. 


잔인한 정부, 국회의 무능한 정치가 계속되고 있다. 그들은 청년과 미래 세대에게 계속해서 부동산 공화국의 무게를 전가시킨다. 우리에게 평생 높은 집값을 지탱하는 연료로 살다 죽으라 말한다. 


우리는 개발과 투기로 얼룩진 한국 사회의 지속을 거부하고, 요구한다. 

정부는 집을 권리로 보장해야 하는 책무를 다하라! 

청년에게 빚지라고 부추기지 말라! 

개발이익과 투기 수단으로 청년을 이용하지 말라!

내 집 갖기 경쟁에 청년을 내몰지 말고, 주거권을 보장하라!

공공임대주택 보장하라! 5조 7천억 뺏지 말라!


2022.10.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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