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사회 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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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참사를 기억하며

2020-04-22
조회수 3357

안녕하세요, 민달팽이 회원﹒조합원 여러분.

지난 4월 16일은 세월호 참사가 일어난지 6주기가 되는 날입니다.

여러분과 함께 그 날을 기억할 수 있도록 글* 한편을 전합니다.

아래 글은 304 낭독회의 여는 글 입니다.

우리가 기억하는 일, 그것의 의미를 여러분과 되새겨보면 좋겠어요.

그리고  잊지 않는 일, 그것을 함께 해 나가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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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래 글은 매달 마지막 토요일 4시 16분에 열리는 304달의 낭독회, 

304낭독회(https://304recital.tumblr.com/)에서 발췌하였습니다. 

여는 글을 포함한 낭독회의 낭독문은 해당 페이지를 통해 보실 수 있습니다.



예순 일곱 번째 낭독회를 시작하며


 오늘은, 4월 16일입니다.


 이렇게 모인 오늘은, 여전히 2014년 4월 16일입니다. '가만히 있으라'는 무책임한 명령 앞에 희생된 304명의 이름을 떠올리며, 우리는 여전히 그리고 기꺼이 오늘에 그날을 포개어놓습니다.


 우리는 기억합니다. 기울어진 배 위로 떠오른 '전원 구조'라는 자막을 기억합니다. 안도했던 마음을 기억합니다. 특별할 것 없던 그날의 오전을 기억합니다. 하나둘 배 밖으로 나온 사람들을 기억합니다. 그리고 그 화면 속에 없었던 것들을 기억합니다. 부재했던 국가를 기억합니다. 끝내 나오지 못했던 사람들을 기억합니다. 각자의 하루를 시작하던 우리, 그때 우리가 했던 작은 행위를 반복할 때마다 떠오르는 그 화면을 기억합니다. 그 장면에 부재했던 것들을 기억합니다.


 우리는 생각합니다. 국민을 구조하지 않았던 국가에 대해 생각합니다. 국민의 안타까운 죽음을 앞에 두고 손익을 앞세워 진실이 드러나는 것을 막는 데 급급했던 권력을 기억합니다. 그 무엇도 책임지지 않으면서 법적 책임을 회피하기 위해 갖은 수단을 동원했던 정부를 기억합니다. 사람을 사람으로, 국민을 국민으로, 죽음을 죽음으로 예우하지 않는 국가에 맞서 수많은 촛불들이 광장으로 모인 것을 또한 우리는 기억합니다.


 우리는 계속합니다. 전남 진도군 임희면 팽목항에 설치되었던 세월호 희생자 분향소가 2018년 9월 3일 철거되었습니다. 설치된 지 1329일 만의 일입니다. 광화문에 설치되었던 분향소도 1797일 만인 2019년 3월 18일 모두 철거되었습니다. 세월호 침물 원인과 진상이 여전히 다 밝혀지지 않은 상태에서 분향소 철거를 지켜봐야 했던 유가족들의 마음을 해아려 봅니다. 우리가 이 자리에서 망각과의 싸움을 지속해야 하는 이유이기도 할 것입니다.


 우리는 주시합니다. '사회적 참사 특별조사위원회'는 우리 사회의 진실규명을 위해 다양한 활동을 펼치고 있습니다. 또한 2019년 11월 11일 출범한 '세월호 참사 특별수사대'는 침몰의 원인, 수색과 수습 과정, 기존의 조사 과정 등에 대해 전면적인 재수사를 하겠다는 의지를 보였습니다. 특조위와 특수대의 철저한 진상규명 활동을 통해, 은폐되었던 의혹들이 낱낱이 밝혀지기를 기대해봅니다. 우리가 여전히 의문에 찬 눈으로 조사와 재수사의 과정을 주시해야 하는 이유일 것입니다. 


 소중한 사람들이 희생당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에 대해 우리는 알 권리가 있습니다. 이 권리를 버리지 않겠다는 마음가짐과 태도가 앞으로 이 사회에서 '사람'이 '사람'으로 살아낼 수 있는가를 결정할 것입니다. 죽은 사람의 명예와 존엄을 제대로 대우하지 않는 나라에서는 산 사람 또한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삶과 죽음이 존중과 애도로 연결될 때, 삶이 온전히 삶일 수 있고 죽음 또한 온전히 죽음일 수 있습니다. 


 2014년 9월에 시작해 매달 마지막 주 토요일에 진행되어 온 304낭독회는 2020년 67번째를 맞습니다. 우리가 함께 모인 이 시간이 떠난 이와 떠난 이를 잇고, 떠난 이와 남은 이를 잇고, 남은 이와 남은 이를 잇기 위한 자리가 되기를 희망합니다. 


 아직 돌아오지 못한 남현철, 박영인, 양승진, 권혁규, 권재근. 다섯 분이 기적처럼 돌아올 수 있기를 기다립니다. 앞으로도 304낭독회는 세월호를 생각하는 서로의 목소리가 공명하여 더 크고 넓게 울려 퍼질 수 있도록, 지금 서 있는 시간으로부터, 슬픔과 분노로 멈춘 우리의 시계가 다시 움직일 때까지, 계속 읽고, 쓰고, 행동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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