홈리스의 죽음을 기억하고, 모든 홈리스를 위한 적정 주거 보장을 요구하는 홈리스 추모제, 매년 동짓날을 기점으로 다양한 주간 사업과 추모문화제가 진행되는데요, 민달팽이유니온도 2023 홈리스추모제 기획단으로 함께 참여하게 되었습니다. 올해는 기획단이 세팀으로 나뉘어 활동을 하게 되었는데, 민유는 그 중 '주거팀'에 참여하게 되었어요.
올해 주거팀은 '모든 홈리스를 위한 적정 주거, 지금 당장!' 이라는 기조 아래 1) 거리노숙을 벗어날 수 있는 적정 기준 임시주거 제공 2) 쪽방 공공주택사업 신속 추진, 사각지대 쪽방 주민 지원대책 마련 3) 매입임대주택 거주기간을 확대하여 주거 안정 보장 4) 주거취약계층 주거지원사업을 개선해 주거상향 실현 네 가지의 요구 사항으로 활동하게 되었습니다. 다양한 주간 사업들이 계획, 진행 중인데요, 그 중 12월 6일 진행된 <가가호호 좌담회 : 장애와 취약거처가 만났을 때> 에 참석한 후기를 오늘 전합니다.
(많은 당사자, 활동가, 취재진으로 꽉 찬 현장)
좌담회 기획의도: ‘추모제기획단’과 ‘팀창신’(추모제기획단 주거팀+노들센터)은 2022년부터 재개발이 예정된 창신1정비구역 내 위치한 쪽방 주민들을 만나며 상담과 만남, 교육활동을 진행했습니다. 그동안 진행된 민간주도 쪽방 개발은 쪽방 주민의 재정착은 물론 제도가 규정한 이주대책마저 보장하지 않는 문제가 있어, 주민들에게 정보를 제공하고 관련 실태를 파악할 필요가 있었기 때문입니다. 이와 같은 배경에서 작년 12월 ‘2022년 창신 1 정비구역 쪽방 주민 실태조사’를 진행, 주민들의 생활실태 및 재개발과 관련된 사항에 대해 파악하였습니다. ‘추모제기획단’과 ‘팀창신’은 그간 취약주거의 현장에서 만난 장애당사자들을 지원한 경험을 나누는 자리를 통해, 장애와 취약거처라는 다중의 소수자성이 교차하는 당사자들의 삶을 돌아보고, 이들 모두와 함께 지역사회에서 살아가기 위해 지금의 주거/장애/홈리스/돌봄 관련 제도들의 어떤 한계들이 지적되고 개선되어야하는지 살펴보고자 합니다.
이날 좌담회는 쪽방이라는 열악한 거주환경과 장애 두 취약함이 교차해 어떻게 일상을 재난으로 변모시키는가에 대한 문제를 활동가들이 직접 진행한 실태조사와 당사자 사례 등을 통해 전달했는데요, 총 네 분의 발제와 청중 자유 질문으로 구성되었습니다.
첫 번째 순서는 홈리스행동의 이동현 활동가의 발제였습니다. 쪽방의 주거환경과 거주민 장애실태라는 제목으로 창신동 쪽방 실태조사 결과를 공유하고 문제의식을 전달했습니다.
통계는 흔히 객관적인 자료일것이라는 믿음이 있습니다. 하지만 이를 따져볼 필요가 있지요. 정부는 홈리스의 숫자에 대해 예민하게 반응하고 이를 줄이려는 시도를 합니다. 보건복지부의 5년 단위 '노숙인 등의 실태조사' 중 21년도 조사에 따르면 전국 쪽방 주민은 5,448명으로 16년 대비 744명이 감소했는데요, 이는 정부가 정책 성과로 자랑하는 것처럼 정말 거리 홈리스의 문제가 해결된 결과일까요? 통계 상 줄어든 것처럼 보이는 거리 홈리스는 고시원으로 가게 되고, 이에 따라 비적정주거환경에 거주하는 이의 숫자는 확 늘어나게 됩니다. 주거 문제가 정말 해결됐다고 보기 어려운, 오히려 심각성이 잘 은폐되었다고 볼 수 있는 상황이지요.
한편 정부는 쪽방의 기준을 설정하고, 인정한 쪽방만 헤아립니다. 예를 들면 17년도부터 쪽방으로 인정받지 못하게 된 전농동 쪽방을 더 이상 계수하지 않으면서 150명이 쪽방 거주민으로 인정받지 못하게 된 사례가 있습니다. 또 쪽방이 줄어드는 이유로는 주거 환경의 개선이라기보다 재개발재건축으로 인해 쪽방이 사라지거나 젠트리피케이션으로 인해 카페나 게스트하우스 등 건물주의 이해관계에 따라 사라지는 경우가 있습니다.
쪽방의 주거환경은 굉장히 열악합니다. 취사장이 갖춰진 곳은 약 32%에 불과합니다. 화장실이 몇 가구 당 하나 존재해야 하는지 설정하는 기준 자체가 전무합니다. 세면장 겸 목욕장 겸 설거지하는 곳이 모두 같은 곳이죠. 설비가 좋지 않은 데다가 부족하기까지 합니다. 한편으로 서울시가 매년 겨울 쪽방 거주민 실태를 조사하기도 하는데요, 1165명의 조사인원 중 장애를 가진 비율이 약 30% 입니다. 대부분은 신체 장애를 가지고 있습니다. 이렇게 몸의 불편함과 집의 불편함이 교차하면서 이중고가 발생합니다. 예를 들면 장애가 있으니 양변기를 사용해야만 하는 상황이지만, 양변기가 있는 곳은 쪽방으로 인정해주지 않아 어떤 지원도 이용할 수 없는 것이죠.
창신동 쪽방 역시 굉장히 열악한 환경입니다. 50cm에 불과한 계단폭, 20cm에 불과한 복도폭, 부탄가스로 난방을 해야 하고, 공중에 화장실이 달려있고, 겨울에는 수도가 다 터져 계단이 얼음판으로 변하고 여름에는 해가 쨍쨍해도 물이 샙니다. 사고가 나지 않으면 오히려 이상한, 집인데도 목숨을 걸어야 하는 상황입니다.
이어 노들장애인자립생활센터의 민푸름 활동가가 창신동 창씨와 신씨 - 당사자 경험을 재구성한 두 사례를 통해 장애 쪽방주민과 만나며 생긴 고민을 전했습니다.
지체장애인인 창씨는 한 방에서 몇 달, 혹은 몇 년을 살며 상황이 나아보이는 방을 찾아 이 방 저 방을 옮겨 다녔습니다. 계단이 없는 일층에 있는 방, 이층이긴 하지만 화장실이 양변기이고 화장실까지 가는 길에 턱이 없어서, 이층이긴 하지만 층계가 낮고 화장실과 주방이 잘 마련돼 있어서, 일층이라 전동스쿠터 충전이 용이해서 등 매번 이사를 감행했지만 마땅한 방은 찾기 힘들고, 배달일로 돈을 모아 반지하, 단칸방, 고시텔 등 보증금 300만원이 넘지 않는 곳을 찾아가기도 했으나 일터에서 거리가 멀거나 주민의 민원이 심하거나 쪽방과 다르지 않은데 돈이 너무 많이 드는 등 다시 쪽방으로 돌아올 수 밖에 없었습니다.
쪽방 주민에게 정부가 주거사다리 정책을 마련했는데, 공공임대를 신청하고 기다리면 되지 않느냐는 말을 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하지만 그것이 장애를 가진 취약 거처 주민에게 정말 나은 일인가는 살펴 볼 일입니다. 우선 서울 종로구에는 매입임대가 하나도 없고, 전세임대는 땅값이 비싸 입주가 어렵습니다. 구할 수 있다 하더라도 스쿠터나 전동휠체어를 충전하면서 접근가능한 집을 구하는 것은 쉽지 않은 일입니다. 영구 임대 역시 신청 후 입주까지 수년, 십수년이 넘게 걸리는 상황에서 이 긴 기약없는 기다림 동안 쪽방촌에서 삶을 살아가야 하는 상황입니다. 당장 구할 수 있는 방 중에 내게 맞는 방을 찾아 이사를 감행하는 것이 반복됩니다. 이사를 감행할 때마다 손실이 발생합니다. 노동력의 손실, 경제적 손실, 지원으로부터의 손실, 그리고 민원으로 인한 손실, 이사를 반복한다는 것은 손실을 감행해야 한다는 것이고, 이로 인해 주거 빈곤이 악화된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한편 쪽방 등 취약거처의 열악함은 취약한 돌봄으로 이어지는데요, 크게 세가지 이유로 정리해볼 수 있습니다. 우선 방이 좁아 돌봄제공 노동자와 함께 있을 수 없고, 만 65세 이상의 장애 당사자는 활동 서비스를 이용 못하게 되어 있어 고령의 나이인 경우 활동지원 서비스 신청시기를 놓치게 됩니다. 마지막으로 돌봄제공 노동자의 노동 환경도 열악해지는 것이기 때문에 오로지 활동지원사의 호의에만 기대야 하는 상황에서 매칭이 어려운 이유가 있습니다.
정신장애인인 신씨는 정신장애의 특성으로 목소리를 좇아 이동하는 경우가 많아 그에 따라 방을 비우거나 이동하는 일이 잦습니다. 이에 주위 이웃들의 민원에 시달리게 되어 한 방에서 오래 머물기 어렵고 거듭된 퇴거 요청을 받게 됩니다. 혹시 경찰 신고라도 받게 된다면 행정입원이나 동의 입원으로 정신요양시설로의 입소 위험이 높기에 퇴거는 차라리 다행이라는 생각마저 듭니다.
창씨와 같은 사례의 경우 제도적 서비스 이용이 어렵기 때문에 사적 돌봄을 활용하기도 하지만, 신씨와 같은 사례의 경우 정신장애에 대한 낙인으로 인해 사적 돌봄에서마저 배제됩니다. 제도는 일상생활 동작 수행 정도에 따라 주어지는 것이기 때문에 정신장애는 일상생활 동작 수행은 가능하다고 판단되어 제도 마저 이용하지 어렵고, 취약적으로 주거를 전전하며 이중의 돌봄 빈곤까지 겪는 상황입니다.
이에 노들장애인자립생활센터 활동가들은 종로구 관내 쪽방 돌봄 사각지대 해소를 위해 통합돌봄체계 구축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유엔장애인권리협약에 따르면 장애인 거주시설 당사자에 대해 탈시설을 시행할 때 개개인의 욕구를 조사하고 적합한 자립 계획을 수립하도록 하고 있는데요, 센터는 쪽방촌 역시 시설의 특성이 높은 곳으로 보고, 쪽방 주민들 역시 개별적인 욕구 조사 후 자립 지원이 필요하다고 말합니다. 시설도 쪽방도 아닌 집에서 살 수 있는 지역사회를 구축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세번째 발제는 노숙인인권공동실천단의 주장욱 활동가였습니다. 세명의 거리홈리스 사례를 통해 사각지대에 처한 장애 거리홈리스 현실과 세가지 요구사항을 전했습니다.
먼저 필요한 것은 장애 거리홈리스 실태 파악 및 지원 계획 수립입니다. 21년 발표된 제 차 노숙인 등의 복지 및 자립지원 종합계획 에는 장애가 있는 시설 입소자의 경우 해당 장애 유형 에 맞는 서비스 제공이 가능한 시설로 연계한다 - 는 내용 말고는 장애에 따른 정책적 고려가 포함되어 있지 않은데다가 시설로 연계한다는 이야기는 결국 장애 홈리스를 다시 시설로 보낸다는 말에 불과합니다. 계획이 이렇게 만들어지게 된 이유는 실태 파악이 안되기 때문입니다. 보건복지부는 생활시설 노숙인과 쪽방 주민의 장애 실태는 보고하지만, 거리 홈리스의 장애 실태는 조사하고 있지 않습니다. 그러나 2022년 서울시의 제한적인 실태조사에 따르면 홈리스 상태와 장애가 중첩될 경우 거리 노숙을 더 오래한다는 결과가 나왔습니다. 정확안 실태파악이 우선돼야 합니다.
두번째로, 장애 거리 홈리스를 포괄하는 지원체계 마련이 필요합니다. 장애 거리 홈리스는 임시주거지원을 받을 수 없고, 현재의 임시주거비 같은 정책으로는 쪽방, 고시원 등의 열악한 거처 뿐이지만 앞서 이동현 활동가의 발제에서도 언급되었듯이 이러한 열악 거처에서는 휠체어, 보행기 등 보장구를 사용하기 어렵습니다. 목발 조차 이용할 수 없습니다. 또 거리노숙은 주거취약 상태에 포함되지 않기 때문에 비적정거처에서조차 거주할 수 없는 이들의 주거상향 가능성이 완전히 차단된 상태입니다. 긴급복지지원법에서 규정하는 노숙기간이 6개월 미만이어야 위기상황에 처한 자라는 기준에서 6개월 역시 근거가 없는 기간입니다. 이렇듯 제도적으로 배제되어 있는 거리 홈리스를 제도 안으로 포괄하는 지원체계 마련이 필요합니다.
마지막으로, 장애 거리홈리스의 특성에 맞는 지원체계 수립이 필요합니다. 긴급활동지원 서비스는 등록 장애인에 한해 이용할 수 있도록 되어 있기 때문에 거리 노숙 상황 때문에 장애 등록을 하지 못하거나, 노숙으로 인해 장애를 얻게 된 거리 홈리스는 또 제도에서 배제됩니다. '긴급'이라는 이름에 걸맞도록 긴급하게 신청할 수 있는 지원서비스, 지원체계가 필요합니다.
주장욱 활동가는 거리 홈리스를 바라보는 핵심 기조가 바뀌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자활 혹은 노동시장으로의 복귀 기조를 유지하는 한, 거리 홈리스를 생산성 없는 존재로 여기는 문제는 계속해서 발생할 수 밖에 없기 때문입니다.
마지막 발제는 동자동사랑방 주민 당사자인 윤용주 동자동사랑방 공동대표의 발제였습니다. 쪽방은 반지하 고시 원 옥탑방보다 못한 최악의 주거로 불리는데, 장애인의 경우는 그 불편함이 가중됩니다. 윤용주 대표는 현재 4년째 같은 곳에 거주하고 있는데요, 이사를 하며 화장실 입구와 복도 입구를 맞추고 화장실 벽에 손잡이를 설치하는 등 생활에 필요한 수리를 진행했지만 여전히 집으로 가기 위해서는 높은 . 계단을 몇 개를 올라야 하고 휠체어를 충전시키 위해서는 안팎을 오가며 , 확인해야 하는 상황입니다. 동자동 건물은 대부분 계단이 높아 조금만 이동에 실수를 해도 큰 부상을 입거나 사망한 사례가 많습니다.
서울시에서는 현재 '약자와의 동행'이라는 이름으로 여러 사업을 진행합니다. 식당 이용 카드를 지급하거나 동행 목욕탕 쿠폰을 주거나 '온기 창고'라는 가게를 열어 포인트로 물건을 살 수 있게 하는 등 사업이 있는데요, 하지만 이 사업 어디에도 주민들의 의견을 묻거나 . 반영된 것은 없습니다 쪽방 주민들은 시혜의 대상일 뿐이지요.
오세훈 서울시장이 동자동 쪽방촌을 방문했다가 주민이 써준 '마음을 모아 약자와의 동행' 이라고 쓴 글귀를 매일 보며 마음을 다진다...고 했던 경향신문 기사를 보신적이 있으실지요? 그날은 '온기 창고'의 개소식이었습니다. 오세훈 시장은 온기 창고에서 물건을 한 보따리 구매해 윤용주 대표님의 방으로 찾아왔다고 해요. 카메라도 붙어서 형식적인 안부를 묻다가 글씨를 써달라는 부탁을 받고 대표님은 처음에 '많은 관심 감사합니다' 라고 글씨를 쓰셨지만, 오세훈 시장은 '마음을 모아 약자와의 동행'이라는 글을 다시 부탁했다고 합니다. 거절할 수 없기에 글을 써주신 대표님은 이후 오세훈 인터뷰 기사를 보게 되었고, 이용당한 것 같아 허탈한 마음과, 그 마음이 진심이기를 바랄 뿐이라고 전하셨는데요,
오세훈 시장이 정말 '약자와의 동행'을 하고 싶었다면 온기 창고가 지금의 모습을 하지는 않았을 겁니다. 온기 창고는 경사로가 없고 턱이 있어 휠체어가 들어갈 수 없기 때문에 윤용주 대표님과 같은 장애 쪽방 주민은 온기 창고를 이용할 수 없습니다. 오세훈 시장이 정말로 약자와의 동행을 하고자 했다면, 휠체어를 타고서도 직접 들어가 물건을 살 수 있는 가게를 만들었어야 합니다. 휠체어를 타는 주민은 누군가가 골라주는 물건을 받아가면 그만인가요? 장애에 대한 이해도, 사람의 권리도 깡그리 무시당한 결과입니다.
동자동 쪽방촌은 현재 토지·건물주들의 발발로 공공개발이 3년 째 제자리걸음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쪽방 소유주들은 쪽방 주민들을 노골적으로 비하하며 무시하고, 재개발로 쪽방이 사라질 때마다 쪽방 주민들은 힘없이 쫓겨나야 했습니다. 윤용주 대표님은 공공개발이 하루 빨리 진행되어야 함과 더불어 정부가 발표한 현관, 화장실, 주방이 모두 포함된 5.44평의 임대주택은 또 다른 쪽방이 될 것이라며, 쪽방보다 나은 집이 아닌 장애인도 비장애인도 안정된 삶을 살 수 있는 제대로 된 집을 지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마지막으로 요양병원은 쪽방 보다 더 싫지만 쪽방에서도 더 이상 살 수 없어 오도가도 못하는 답답한 현실에 대한 창신동 쪽방촌 장애주민 지OO 님의 이야기를 민푸름 활동가가 대독해주셨습니다.
이후 현장발언으로 쪽방 주민, 거리 홈리스들의 증언이 이어졌는데요, 잦은 이사에 지쳐 사람이 두려워진 마음, 방에 비가 내리고 추워도 참고 살 수 밖에 없지만 고령의 나이에 언제까지 기다려야 할지 답답한 심정, 차라리 죽으면 빨리 발견되었으면 좋겠다는 생각 마저 드는, 쪽방에서의 고통스러운 생활과 지구지정을 애타게 기다리는 마음을 전해주시기도 하고, 도대체 공공개발 사업이 왜 이렇게 늦어지나 답답한 마음을 표현하신 분도 있었습니다. 홈리스행동 이동현 활동가는 규제 완화 속도가 소유주들의 욕심이 커지는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는 상황에서 정부가 공공개발을 한다고 하니, 소유주들이 보이지 않도록 쪽방 주민들을 쫓아내거나 (전입신고를 거절하는 등의 방법으로) 서울시는 쪽방 지정을 해제하는 요청을 들어주는 등의 일이 벌어지고 있다고 했습니다. 쪽방 주민이 줄어들도록 해서 재개발을 할 때 분양주택을 많이 짓고자 하는 욕심에서 벌어지는 일들이지요. 계획대로라면 동자동 쪽방촌 공공개발은 올해 착공이 되었어야 하지만 아직 지구지정 고시도 되지 않은 상황입니다. 권리와 욕심이 충돌하는 상황에서 주민회가 지금까지 해왔던 것처럼 더 열심히 뭉쳐서 싸워야 함도 함께 이야기해주셨습니다. 또 임대주택이 지어진다 해도, 저층에서 수평적인 공동체를 구성했던 이전과 다르게 고층에서 수직적인 삶을 살게 되기 때문에 임대주택이 들어선 이후에도 조밀한 주민 활동이 필요하겠다고도 전해주셨습니다.
"아무리 중한 죄더라도 감옥에 20년 이상 살게 하는 경우는 없지 않느냐" 는 발언이 머리에서 떠나지 않았습니다. 쪽방 살이, 거리 살이는 그야말로 감옥보다 더한, 일상을 재난으로 만드는 곳입니다. 장애를 가졌다면 화장실을 가는 것조차, 복도를 지나는 것조차 도전, 쪽방에서라도 살 수 있는 일 자체가 도전입니다. 쪽방 주민들의 평균 거주 기간은 10년 이상, 또 90% 이상이 임대주택 입주를 희망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오세훈의 약자 동행 선전은 정말로 쪽방 주민들, 장애 주민들의 권리를 보장하는 것이 아닌 그저 시혜적인 대상으로 위치시키고 있을 뿐입니다. 기만이지요. 쪽방 주민들이 점차 고령화되어가면서, 또 쪽방 살이와 거리 노숙으로 인해 장애를 얻게 되고 그로 인해 생활이 더욱 어려워지면서 정말 시간은 얼마 남지 않았습니다. 하루 빨리 쪽방촌 공공개발의 시행과 사각지대에 놓인 이들의 정책적 포용이 이뤄져야 합니다.
좌담회 자료집 확인하기 : http://homelessaction.or.kr/xe/doc/839732
홈리스의 죽음을 기억하고, 모든 홈리스를 위한 적정 주거 보장을 요구하는 홈리스 추모제, 매년 동짓날을 기점으로 다양한 주간 사업과 추모문화제가 진행되는데요, 민달팽이유니온도 2023 홈리스추모제 기획단으로 함께 참여하게 되었습니다. 올해는 기획단이 세팀으로 나뉘어 활동을 하게 되었는데, 민유는 그 중 '주거팀'에 참여하게 되었어요.
올해 주거팀은 '모든 홈리스를 위한 적정 주거, 지금 당장!' 이라는 기조 아래 1) 거리노숙을 벗어날 수 있는 적정 기준 임시주거 제공 2) 쪽방 공공주택사업 신속 추진, 사각지대 쪽방 주민 지원대책 마련 3) 매입임대주택 거주기간을 확대하여 주거 안정 보장 4) 주거취약계층 주거지원사업을 개선해 주거상향 실현 네 가지의 요구 사항으로 활동하게 되었습니다. 다양한 주간 사업들이 계획, 진행 중인데요, 그 중 12월 6일 진행된 <가가호호 좌담회 : 장애와 취약거처가 만났을 때> 에 참석한 후기를 오늘 전합니다.
(많은 당사자, 활동가, 취재진으로 꽉 찬 현장)
좌담회 기획의도: ‘추모제기획단’과 ‘팀창신’(추모제기획단 주거팀+노들센터)은 2022년부터 재개발이 예정된 창신1정비구역 내 위치한 쪽방 주민들을 만나며 상담과 만남, 교육활동을 진행했습니다. 그동안 진행된 민간주도 쪽방 개발은 쪽방 주민의 재정착은 물론 제도가 규정한 이주대책마저 보장하지 않는 문제가 있어, 주민들에게 정보를 제공하고 관련 실태를 파악할 필요가 있었기 때문입니다. 이와 같은 배경에서 작년 12월 ‘2022년 창신 1 정비구역 쪽방 주민 실태조사’를 진행, 주민들의 생활실태 및 재개발과 관련된 사항에 대해 파악하였습니다. ‘추모제기획단’과 ‘팀창신’은 그간 취약주거의 현장에서 만난 장애당사자들을 지원한 경험을 나누는 자리를 통해, 장애와 취약거처라는 다중의 소수자성이 교차하는 당사자들의 삶을 돌아보고, 이들 모두와 함께 지역사회에서 살아가기 위해 지금의 주거/장애/홈리스/돌봄 관련 제도들의 어떤 한계들이 지적되고 개선되어야하는지 살펴보고자 합니다.
이날 좌담회는 쪽방이라는 열악한 거주환경과 장애 두 취약함이 교차해 어떻게 일상을 재난으로 변모시키는가에 대한 문제를 활동가들이 직접 진행한 실태조사와 당사자 사례 등을 통해 전달했는데요, 총 네 분의 발제와 청중 자유 질문으로 구성되었습니다.
첫 번째 순서는 홈리스행동의 이동현 활동가의 발제였습니다. 쪽방의 주거환경과 거주민 장애실태라는 제목으로 창신동 쪽방 실태조사 결과를 공유하고 문제의식을 전달했습니다.
통계는 흔히 객관적인 자료일것이라는 믿음이 있습니다. 하지만 이를 따져볼 필요가 있지요. 정부는 홈리스의 숫자에 대해 예민하게 반응하고 이를 줄이려는 시도를 합니다. 보건복지부의 5년 단위 '노숙인 등의 실태조사' 중 21년도 조사에 따르면 전국 쪽방 주민은 5,448명으로 16년 대비 744명이 감소했는데요, 이는 정부가 정책 성과로 자랑하는 것처럼 정말 거리 홈리스의 문제가 해결된 결과일까요? 통계 상 줄어든 것처럼 보이는 거리 홈리스는 고시원으로 가게 되고, 이에 따라 비적정주거환경에 거주하는 이의 숫자는 확 늘어나게 됩니다. 주거 문제가 정말 해결됐다고 보기 어려운, 오히려 심각성이 잘 은폐되었다고 볼 수 있는 상황이지요.
한편 정부는 쪽방의 기준을 설정하고, 인정한 쪽방만 헤아립니다. 예를 들면 17년도부터 쪽방으로 인정받지 못하게 된 전농동 쪽방을 더 이상 계수하지 않으면서 150명이 쪽방 거주민으로 인정받지 못하게 된 사례가 있습니다. 또 쪽방이 줄어드는 이유로는 주거 환경의 개선이라기보다 재개발재건축으로 인해 쪽방이 사라지거나 젠트리피케이션으로 인해 카페나 게스트하우스 등 건물주의 이해관계에 따라 사라지는 경우가 있습니다.
쪽방의 주거환경은 굉장히 열악합니다. 취사장이 갖춰진 곳은 약 32%에 불과합니다. 화장실이 몇 가구 당 하나 존재해야 하는지 설정하는 기준 자체가 전무합니다. 세면장 겸 목욕장 겸 설거지하는 곳이 모두 같은 곳이죠. 설비가 좋지 않은 데다가 부족하기까지 합니다. 한편으로 서울시가 매년 겨울 쪽방 거주민 실태를 조사하기도 하는데요, 1165명의 조사인원 중 장애를 가진 비율이 약 30% 입니다. 대부분은 신체 장애를 가지고 있습니다. 이렇게 몸의 불편함과 집의 불편함이 교차하면서 이중고가 발생합니다. 예를 들면 장애가 있으니 양변기를 사용해야만 하는 상황이지만, 양변기가 있는 곳은 쪽방으로 인정해주지 않아 어떤 지원도 이용할 수 없는 것이죠.
창신동 쪽방 역시 굉장히 열악한 환경입니다. 50cm에 불과한 계단폭, 20cm에 불과한 복도폭, 부탄가스로 난방을 해야 하고, 공중에 화장실이 달려있고, 겨울에는 수도가 다 터져 계단이 얼음판으로 변하고 여름에는 해가 쨍쨍해도 물이 샙니다. 사고가 나지 않으면 오히려 이상한, 집인데도 목숨을 걸어야 하는 상황입니다.
이어 노들장애인자립생활센터의 민푸름 활동가가 창신동 창씨와 신씨 - 당사자 경험을 재구성한 두 사례를 통해 장애 쪽방주민과 만나며 생긴 고민을 전했습니다.
지체장애인인 창씨는 한 방에서 몇 달, 혹은 몇 년을 살며 상황이 나아보이는 방을 찾아 이 방 저 방을 옮겨 다녔습니다. 계단이 없는 일층에 있는 방, 이층이긴 하지만 화장실이 양변기이고 화장실까지 가는 길에 턱이 없어서, 이층이긴 하지만 층계가 낮고 화장실과 주방이 잘 마련돼 있어서, 일층이라 전동스쿠터 충전이 용이해서 등 매번 이사를 감행했지만 마땅한 방은 찾기 힘들고, 배달일로 돈을 모아 반지하, 단칸방, 고시텔 등 보증금 300만원이 넘지 않는 곳을 찾아가기도 했으나 일터에서 거리가 멀거나 주민의 민원이 심하거나 쪽방과 다르지 않은데 돈이 너무 많이 드는 등 다시 쪽방으로 돌아올 수 밖에 없었습니다.
쪽방 주민에게 정부가 주거사다리 정책을 마련했는데, 공공임대를 신청하고 기다리면 되지 않느냐는 말을 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하지만 그것이 장애를 가진 취약 거처 주민에게 정말 나은 일인가는 살펴 볼 일입니다. 우선 서울 종로구에는 매입임대가 하나도 없고, 전세임대는 땅값이 비싸 입주가 어렵습니다. 구할 수 있다 하더라도 스쿠터나 전동휠체어를 충전하면서 접근가능한 집을 구하는 것은 쉽지 않은 일입니다. 영구 임대 역시 신청 후 입주까지 수년, 십수년이 넘게 걸리는 상황에서 이 긴 기약없는 기다림 동안 쪽방촌에서 삶을 살아가야 하는 상황입니다. 당장 구할 수 있는 방 중에 내게 맞는 방을 찾아 이사를 감행하는 것이 반복됩니다. 이사를 감행할 때마다 손실이 발생합니다. 노동력의 손실, 경제적 손실, 지원으로부터의 손실, 그리고 민원으로 인한 손실, 이사를 반복한다는 것은 손실을 감행해야 한다는 것이고, 이로 인해 주거 빈곤이 악화된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한편 쪽방 등 취약거처의 열악함은 취약한 돌봄으로 이어지는데요, 크게 세가지 이유로 정리해볼 수 있습니다. 우선 방이 좁아 돌봄제공 노동자와 함께 있을 수 없고, 만 65세 이상의 장애 당사자는 활동 서비스를 이용 못하게 되어 있어 고령의 나이인 경우 활동지원 서비스 신청시기를 놓치게 됩니다. 마지막으로 돌봄제공 노동자의 노동 환경도 열악해지는 것이기 때문에 오로지 활동지원사의 호의에만 기대야 하는 상황에서 매칭이 어려운 이유가 있습니다.
정신장애인인 신씨는 정신장애의 특성으로 목소리를 좇아 이동하는 경우가 많아 그에 따라 방을 비우거나 이동하는 일이 잦습니다. 이에 주위 이웃들의 민원에 시달리게 되어 한 방에서 오래 머물기 어렵고 거듭된 퇴거 요청을 받게 됩니다. 혹시 경찰 신고라도 받게 된다면 행정입원이나 동의 입원으로 정신요양시설로의 입소 위험이 높기에 퇴거는 차라리 다행이라는 생각마저 듭니다.
창씨와 같은 사례의 경우 제도적 서비스 이용이 어렵기 때문에 사적 돌봄을 활용하기도 하지만, 신씨와 같은 사례의 경우 정신장애에 대한 낙인으로 인해 사적 돌봄에서마저 배제됩니다. 제도는 일상생활 동작 수행 정도에 따라 주어지는 것이기 때문에 정신장애는 일상생활 동작 수행은 가능하다고 판단되어 제도 마저 이용하지 어렵고, 취약적으로 주거를 전전하며 이중의 돌봄 빈곤까지 겪는 상황입니다.
이에 노들장애인자립생활센터 활동가들은 종로구 관내 쪽방 돌봄 사각지대 해소를 위해 통합돌봄체계 구축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유엔장애인권리협약에 따르면 장애인 거주시설 당사자에 대해 탈시설을 시행할 때 개개인의 욕구를 조사하고 적합한 자립 계획을 수립하도록 하고 있는데요, 센터는 쪽방촌 역시 시설의 특성이 높은 곳으로 보고, 쪽방 주민들 역시 개별적인 욕구 조사 후 자립 지원이 필요하다고 말합니다. 시설도 쪽방도 아닌 집에서 살 수 있는 지역사회를 구축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세번째 발제는 노숙인인권공동실천단의 주장욱 활동가였습니다. 세명의 거리홈리스 사례를 통해 사각지대에 처한 장애 거리홈리스 현실과 세가지 요구사항을 전했습니다.
먼저 필요한 것은 장애 거리홈리스 실태 파악 및 지원 계획 수립입니다. 21년 발표된 제 차 노숙인 등의 복지 및 자립지원 종합계획 에는 장애가 있는 시설 입소자의 경우 해당 장애 유형 에 맞는 서비스 제공이 가능한 시설로 연계한다 - 는 내용 말고는 장애에 따른 정책적 고려가 포함되어 있지 않은데다가 시설로 연계한다는 이야기는 결국 장애 홈리스를 다시 시설로 보낸다는 말에 불과합니다. 계획이 이렇게 만들어지게 된 이유는 실태 파악이 안되기 때문입니다. 보건복지부는 생활시설 노숙인과 쪽방 주민의 장애 실태는 보고하지만, 거리 홈리스의 장애 실태는 조사하고 있지 않습니다. 그러나 2022년 서울시의 제한적인 실태조사에 따르면 홈리스 상태와 장애가 중첩될 경우 거리 노숙을 더 오래한다는 결과가 나왔습니다. 정확안 실태파악이 우선돼야 합니다.
두번째로, 장애 거리 홈리스를 포괄하는 지원체계 마련이 필요합니다. 장애 거리 홈리스는 임시주거지원을 받을 수 없고, 현재의 임시주거비 같은 정책으로는 쪽방, 고시원 등의 열악한 거처 뿐이지만 앞서 이동현 활동가의 발제에서도 언급되었듯이 이러한 열악 거처에서는 휠체어, 보행기 등 보장구를 사용하기 어렵습니다. 목발 조차 이용할 수 없습니다. 또 거리노숙은 주거취약 상태에 포함되지 않기 때문에 비적정거처에서조차 거주할 수 없는 이들의 주거상향 가능성이 완전히 차단된 상태입니다. 긴급복지지원법에서 규정하는 노숙기간이 6개월 미만이어야 위기상황에 처한 자라는 기준에서 6개월 역시 근거가 없는 기간입니다. 이렇듯 제도적으로 배제되어 있는 거리 홈리스를 제도 안으로 포괄하는 지원체계 마련이 필요합니다.
마지막으로, 장애 거리홈리스의 특성에 맞는 지원체계 수립이 필요합니다. 긴급활동지원 서비스는 등록 장애인에 한해 이용할 수 있도록 되어 있기 때문에 거리 노숙 상황 때문에 장애 등록을 하지 못하거나, 노숙으로 인해 장애를 얻게 된 거리 홈리스는 또 제도에서 배제됩니다. '긴급'이라는 이름에 걸맞도록 긴급하게 신청할 수 있는 지원서비스, 지원체계가 필요합니다.
주장욱 활동가는 거리 홈리스를 바라보는 핵심 기조가 바뀌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자활 혹은 노동시장으로의 복귀 기조를 유지하는 한, 거리 홈리스를 생산성 없는 존재로 여기는 문제는 계속해서 발생할 수 밖에 없기 때문입니다.
마지막 발제는 동자동사랑방 주민 당사자인 윤용주 동자동사랑방 공동대표의 발제였습니다. 쪽방은 반지하 고시 원 옥탑방보다 못한 최악의 주거로 불리는데, 장애인의 경우는 그 불편함이 가중됩니다. 윤용주 대표는 현재 4년째 같은 곳에 거주하고 있는데요, 이사를 하며 화장실 입구와 복도 입구를 맞추고 화장실 벽에 손잡이를 설치하는 등 생활에 필요한 수리를 진행했지만 여전히 집으로 가기 위해서는 높은 . 계단을 몇 개를 올라야 하고 휠체어를 충전시키 위해서는 안팎을 오가며 , 확인해야 하는 상황입니다. 동자동 건물은 대부분 계단이 높아 조금만 이동에 실수를 해도 큰 부상을 입거나 사망한 사례가 많습니다.
서울시에서는 현재 '약자와의 동행'이라는 이름으로 여러 사업을 진행합니다. 식당 이용 카드를 지급하거나 동행 목욕탕 쿠폰을 주거나 '온기 창고'라는 가게를 열어 포인트로 물건을 살 수 있게 하는 등 사업이 있는데요, 하지만 이 사업 어디에도 주민들의 의견을 묻거나 . 반영된 것은 없습니다 쪽방 주민들은 시혜의 대상일 뿐이지요.
오세훈 서울시장이 동자동 쪽방촌을 방문했다가 주민이 써준 '마음을 모아 약자와의 동행' 이라고 쓴 글귀를 매일 보며 마음을 다진다...고 했던 경향신문 기사를 보신적이 있으실지요? 그날은 '온기 창고'의 개소식이었습니다. 오세훈 시장은 온기 창고에서 물건을 한 보따리 구매해 윤용주 대표님의 방으로 찾아왔다고 해요. 카메라도 붙어서 형식적인 안부를 묻다가 글씨를 써달라는 부탁을 받고 대표님은 처음에 '많은 관심 감사합니다' 라고 글씨를 쓰셨지만, 오세훈 시장은 '마음을 모아 약자와의 동행'이라는 글을 다시 부탁했다고 합니다. 거절할 수 없기에 글을 써주신 대표님은 이후 오세훈 인터뷰 기사를 보게 되었고, 이용당한 것 같아 허탈한 마음과, 그 마음이 진심이기를 바랄 뿐이라고 전하셨는데요,
오세훈 시장이 정말 '약자와의 동행'을 하고 싶었다면 온기 창고가 지금의 모습을 하지는 않았을 겁니다. 온기 창고는 경사로가 없고 턱이 있어 휠체어가 들어갈 수 없기 때문에 윤용주 대표님과 같은 장애 쪽방 주민은 온기 창고를 이용할 수 없습니다. 오세훈 시장이 정말로 약자와의 동행을 하고자 했다면, 휠체어를 타고서도 직접 들어가 물건을 살 수 있는 가게를 만들었어야 합니다. 휠체어를 타는 주민은 누군가가 골라주는 물건을 받아가면 그만인가요? 장애에 대한 이해도, 사람의 권리도 깡그리 무시당한 결과입니다.
동자동 쪽방촌은 현재 토지·건물주들의 발발로 공공개발이 3년 째 제자리걸음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쪽방 소유주들은 쪽방 주민들을 노골적으로 비하하며 무시하고, 재개발로 쪽방이 사라질 때마다 쪽방 주민들은 힘없이 쫓겨나야 했습니다. 윤용주 대표님은 공공개발이 하루 빨리 진행되어야 함과 더불어 정부가 발표한 현관, 화장실, 주방이 모두 포함된 5.44평의 임대주택은 또 다른 쪽방이 될 것이라며, 쪽방보다 나은 집이 아닌 장애인도 비장애인도 안정된 삶을 살 수 있는 제대로 된 집을 지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마지막으로 요양병원은 쪽방 보다 더 싫지만 쪽방에서도 더 이상 살 수 없어 오도가도 못하는 답답한 현실에 대한 창신동 쪽방촌 장애주민 지OO 님의 이야기를 민푸름 활동가가 대독해주셨습니다.
이후 현장발언으로 쪽방 주민, 거리 홈리스들의 증언이 이어졌는데요, 잦은 이사에 지쳐 사람이 두려워진 마음, 방에 비가 내리고 추워도 참고 살 수 밖에 없지만 고령의 나이에 언제까지 기다려야 할지 답답한 심정, 차라리 죽으면 빨리 발견되었으면 좋겠다는 생각 마저 드는, 쪽방에서의 고통스러운 생활과 지구지정을 애타게 기다리는 마음을 전해주시기도 하고, 도대체 공공개발 사업이 왜 이렇게 늦어지나 답답한 마음을 표현하신 분도 있었습니다. 홈리스행동 이동현 활동가는 규제 완화 속도가 소유주들의 욕심이 커지는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는 상황에서 정부가 공공개발을 한다고 하니, 소유주들이 보이지 않도록 쪽방 주민들을 쫓아내거나 (전입신고를 거절하는 등의 방법으로) 서울시는 쪽방 지정을 해제하는 요청을 들어주는 등의 일이 벌어지고 있다고 했습니다. 쪽방 주민이 줄어들도록 해서 재개발을 할 때 분양주택을 많이 짓고자 하는 욕심에서 벌어지는 일들이지요. 계획대로라면 동자동 쪽방촌 공공개발은 올해 착공이 되었어야 하지만 아직 지구지정 고시도 되지 않은 상황입니다. 권리와 욕심이 충돌하는 상황에서 주민회가 지금까지 해왔던 것처럼 더 열심히 뭉쳐서 싸워야 함도 함께 이야기해주셨습니다. 또 임대주택이 지어진다 해도, 저층에서 수평적인 공동체를 구성했던 이전과 다르게 고층에서 수직적인 삶을 살게 되기 때문에 임대주택이 들어선 이후에도 조밀한 주민 활동이 필요하겠다고도 전해주셨습니다.
"아무리 중한 죄더라도 감옥에 20년 이상 살게 하는 경우는 없지 않느냐" 는 발언이 머리에서 떠나지 않았습니다. 쪽방 살이, 거리 살이는 그야말로 감옥보다 더한, 일상을 재난으로 만드는 곳입니다. 장애를 가졌다면 화장실을 가는 것조차, 복도를 지나는 것조차 도전, 쪽방에서라도 살 수 있는 일 자체가 도전입니다. 쪽방 주민들의 평균 거주 기간은 10년 이상, 또 90% 이상이 임대주택 입주를 희망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오세훈의 약자 동행 선전은 정말로 쪽방 주민들, 장애 주민들의 권리를 보장하는 것이 아닌 그저 시혜적인 대상으로 위치시키고 있을 뿐입니다. 기만이지요. 쪽방 주민들이 점차 고령화되어가면서, 또 쪽방 살이와 거리 노숙으로 인해 장애를 얻게 되고 그로 인해 생활이 더욱 어려워지면서 정말 시간은 얼마 남지 않았습니다. 하루 빨리 쪽방촌 공공개발의 시행과 사각지대에 놓인 이들의 정책적 포용이 이뤄져야 합니다.
좌담회 자료집 확인하기 : http://homelessaction.or.kr/xe/doc/839732